황혼길 언덕에 서서
백화 문상희
젊은 날 삶의 애착
혼신의 열정으로 살아낸 인생
겁 없던 혈기 종횡무진 좌충우돌
스스로 위안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냈더라
몸부림치던 젊은 날
자아를 도외시한 무한질주
남은 것은 상처 투성이 생채기뿐이었다
세월에 퇴색된 용기
지키지 못한 절은 날의 약속
용기도 기백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어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초연한 의지
날마다 비어 가는 가슴
회한만 남은 상처뿐인 영광
서산 노을에 비친 비굴한 자화상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상념의 바다
독백으로 견뎌낸 세월
표류된 육신 건져 낼 이유도 명분도 없이
어찌 그리 나약함 뿐이었던가
男兒二十未得國
남아이십미득국 이라
굵고 짧게 살다 간 선인의 싯구절
남아 이십 세
치국평천하는커녕
자신의 가정도 지키지 못한 머저리
남이장군 복정시가 생각이 나더구나
황혼길 언덕 서서
먼 길 돌아 다시 그 자리
어느새 호호백발의 노구
뒤돌아본 들
아쉬움에 응어리 진 세월
망가진 기억의 소품으로 남아
몸서리치며 돌아다본 길고 긴 여정
일말의 양심에 기대어
옹이 진 가슴에 마지막 타올른 불길
세상에 이름 석자 남기고픈 부질없는 욕망
허우적거린 인생
제정신 차리고 보니 가관이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적기라 했으니
다시 바로 세운 육신의 재정립
그림자 밟고 선 자기 발전의 동기부여
못다 한 마무리에 끄적이는 글귀들
지필묵 챙겨 들고 선비의 길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