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발언대-차정하(아녜스, 광주본당 성모유치원 교사)
해맑은 천사들, 사랑합니다! |
[가톨릭신문 2008-09-07] |
“안녕하십니까? 서로 사랑합시다”란 인사말로 하루를 시작하는 광주성당 성모유치원. 올해로 4년째다. 매일 아침을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와 사랑스러운 모습 속에 시작한다. 이제는 아이들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 마음을 읽을 수 있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지금 내 마음의 밑거름이 되었다. 해맑은 웃음으로 뛰어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볼 때면 저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영원히 지켜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들로 인해 내 안의 순수함과 고운 마음은 더 커지고 내가 아닌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때론 아프고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약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아이들로 인해 힘들어도 웃을 수 있고 미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선택과 지금의 생활에 너무나 감사함을 느낀다. 나보다 많이 웃을 수 있고 나보다 큰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행복한 이기적인 생각마저 해본다.
내 서랍장에는 수백 통의 편지가 있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그림 편지, 엄마 손을 잡고 쓴 편지, 또박또박 잘 써내려간 편지, 가장 아끼는 스티커로 예쁘게 꾸며진 편지 등. 지금은 보물 1호가 되어버린 소중한 것들이다.
편지를 읽으며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옛 기억을 되살리며 초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모든 것들은 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인생의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아직 미혼이지만 벌써 엄마가 되어버린 느낌을 받기도 한다.
종종 아이들은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 처음 엄마라는 말을 들을 때는 울컥하기도 했지만 사실 너무나 행복하고 감격스러운 말이다. 아이들이 나를 믿고 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진실한 마음이 전달된다는 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본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눈높이를 같이하고, 동심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내가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아이들을 바라보면 된다. 사람들은 ‘유치원 생활 힘들지 않아?’라고 자주 묻는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고 예상치도 못한 발견에 기뻐하기도 하며 인연을 만들어 가는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유치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멈출 수 없는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유치원 출근길에 항상 성모님께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사랑하는 천사들과 기쁨이 열리는 이곳에서 좋은 열매를 맺게 해주세요”라고. 주님께서는 뜻하는 바가 이루어질 때까지 씨를 뿌리신다. 주님의 씨앗, 사랑이 우리 성모유치원 아이들 마음속 깊이 뿌리를 내려 많은 열매 맺기를 바란다.
오늘도 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동시에 배움을 얻는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이제는 오색 빛깔 무지개에 해맑게 웃는 법도 알아요. 존경하는 수녀님,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동료 교사들, 성모유치원의 빛나는 천사들, 당신에게서 받은 이 기꺼운 선물 더 깊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내어주겠습니다.”
차정하(아녜스, 광주본당 성모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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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 가톨릭신문 |
등록일 : 2008-09-03 오후 3: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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