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와 수소연료전지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의 명제다. 수소경제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혁되는 것을 뜻하지만 파급력은 자동차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조차 수소연료전지차가 수소경제의 시금석이며 그 성패에 수소경제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020년 120만대 운행=앞으로 수년 뒤면 우리는 TV 브라운관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차 판매광고를 보게 될 것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자동차, GM, 혼다, 도요타 등 유수의 완성차 메이커들은 오는 2015년을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 시점으로 정하고 막바지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14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더 이상 미래의 자동차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상용화를 앞두고 각 기업들은 현재 연구소를 벗어나 일반도로에서의 실증 테스트에 한창이다. 미 에너지국(DOE)에 따르면 미국의 200여대를 포함해 북미ㆍ유럽ㆍ아시아를 중심으로 약 500대의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미 연료전지협회(USFCC) 집계로는 지난해에만도 300대 이상이 실증 프로그램에 새로 투입됐다. 김종원 고효율수소에너지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전세계에서 승용차 700여대, 버스 50여대의 실증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며 "우리나라 또한 현대ㆍ기아차가 2015년 1만대 생산을 목표로 수도권과 울산에서 투싼ix와 보레고(모하비) 연료전지차 100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벤츠와 혼다다. 두 기업은 이미 'B클래스 F-Cell'과 'FCX 클래러티'를 각각 상용 모델로 확정하고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실증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지난해 말부터 미국ㆍ일본에서 일반인 대상의 렌털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이미 성능과 안전성을 확신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성능은 상용화 수준 근접=이런 업계의 움직임에 따라 지난 4월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는 전세계 수소연료전지차시장이 2015년을 기점으로 고속 성장해 2020년 누적 판매량 12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2014년 약 1만대, 2015년 5만7,000대의 시장이 형성된 뒤 2020년 39만대가 보급된다는 설명이다.
2020년 이후에는 가히 폭발적 성장이 예견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정부가 2017년 약 5만3,000대,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200만대의 보급계획을 천명한 데 힘입어 2008년 미국 국립과학학술원(NAS)은 2030년 미국에서만도 2,500만대가 운행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임태원 현대ㆍ기아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초반 10년은 수소충전소 등 미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수소연료전지차의 광범위한 활용은 2025년 전후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술력은 어떨까. 성능만 보자면 상용화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친환경성ㆍ연료효율성은 차치하고라도 주행거리, 연료 충전시간, 연료전지 내구성 등 과거에 기술적 난제로 꼽혔던 요인 모두에서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다.
먼저 수소연료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충전압력 700bar의 고압저장용기 도입으로 5년 전 150~200㎞에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육박하는 400~500㎞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도요타의 '하이랜더 FCHV-adv'는 최대 주행거리가 700~800㎞에 이르며 FCX 클래리티는 350bar 용기를 채용하고도 380㎞를 달릴 수 있다. 수소충전 시간 역시 10분 내외에서 3~5분으로 줄었다. 지금도 충전시간 30여분, 주행거리 200㎞ 이하에 머물러 있는 전기자동차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제조단가 3분의1로 낮춰야=또한 DOE의 실증 결과 차량용 연료전지의 내구성은 지난해 기준 2,500시간, 12만㎞를 돌파했다. 이는 목표치 5,000시간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2006년 950시간의 2.6배에 이르는 진전이다. 남아 있는 3년여의 시간 동안 내연기관 차량급의 상용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기에 충분한 수치라 할 수 있다.
물론 남은 과제도 있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가격경쟁력 확보다. 수소연료전지차 1대당 제조단가가 재료비를 기준으로 아직 웬만한 외제차를 능가하는 1억5,000만원에 달하는 탓이다.
홍성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업계의 2015년 목표 출고가는 하이브리드차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와 비슷한 5만달러선"이라며 "이 정도면 보조금ㆍ세금감면 등 정부 지원을 통해 초기시장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이어 "2004년 10억원을 웃돌던 가격이 6분의1 정도로 떨어진 것"이라며 "연료전지를 위시한 핵심부품 가격 인하, 대량생산에 따른 생산비 감소 등을 감안할 때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실제 차량용 연료전지도 생산량 증대효과로 2002년 1kW당 275달러에서 지난해 51달러로 80%나 가격이 하락했다. 이와 관련, 임 실장은 "부품 국산화와 공용화, 전용부품 개발 등 제조단가 저감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95%의 부품 국산화를 마쳤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모듈화해 하나의 시스템을 여러 차량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량생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