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울림의 사무엘 베케트 작 오증자 번역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명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단체 극단 산울림
작가 사무엘 베케트
번역 오증자
연출 임영웅
공연기간 2018년 4월 19일~5월 20일
공연장소 산울림 소극장
관람일시 5월 20일 오후 3시
신촌 산울림소극장에서 사무엘 베케트 작, 오증자 번역,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관람했다.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6)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프랑스로 건너가 영어를 가르치며, 소설을 써서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가 제일 먼저 독일에 항복을 하니, 베케트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이다 쫓기자 남프랑스 보클루주로 도망해 숨어 지내며 소설작업을 하고,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탄생배경은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독일군이 프랑스로 진입을 하니, 드골 장군은 국외로 도망을 하고, 프랑스 전역은 나치 독일의 지배를 받게 된다, 프랑스인 일부가 레지스탕스가 되어 나치독일에 저항을 하지만,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대책 없이 지내면서, 그저 막연하게 자유와 해방만을 그리며 지냈다. 보클루주에 숨어 지내던 베케트가 그러한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보고 쓴 희곡이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작품의 등장인물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처럼 대다수의 프랑스 국민이 나치독일의 지배 하에서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하던 자유와 해방과 평화의 갈망을 조롱하듯 희곡에 반영했다. 특히 이 연극에서 폭압적인 지배자 포조에게 노예처럼 이끌려 다니는 럭키의 모습처럼, 럭키가 장문의 대사를 읊어댈 능력과 발군의 암기력을 갖춘 지성의 소유자이지만 노예의 신분을 떨쳐버리지 못하듯, 프랑스의 지성들의 용기 없고 비굴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작품 속에 그려 넣었다. 1952년에 희곡을 탈고한 후 1953년에 몽빠르나스 바빌론 극장에서 막을 올려 성공을 거두고 주변국의 주목을 받았다.
나치독일의 지배 하에서 프랑스 지성들의 자아상실과 막연하게 해방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고도를 기다리며>에 묘사해, 향후 프랑스가 다시는 타국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프랑스 지성인들에게 충격을 가한 장한희곡으로 평가되어 사무엘 베케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번역과 기획을 한 오증자 교수는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출신으로 <샘터>사 주간을 거쳐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역서로 <바다의 침묵>, <에밀>, <미라보 다리>, <위기의 여자>, <몽테크리스토 백작>, <고도를 기다리며> 등이 있다.
연출을 한 임영웅(林英雄, 1934년 10월 13일 ~ ) 선생은 서울 출생으로 1948년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하면서 재학 중 〈사육신〉으로 연출에 데뷔한 뒤, 조선일보 등 언론사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고 1970년 극단 산울림을 창단했다. 작품으로는 산울림 창단 공연작이며 20여 차례나 연출하여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고도를 기다리며>를 비롯하여, <환절기>, <달집>, <하늘만큼 먼 나라>, <위기의 여자>, <목소리> <산불> 등이 있고,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는 2막으로 구성되었다. 저녁 무렵 광대나 노숙자 같은 블라디미르(Vladimir)와 에스트라공(Estragon)이 텅 빈 벌판에 잎도 없는 나무 한그루 옆에서 고도(Godot)를 기다린다.
두 인물은 직업이나 나이나 성격도 불명확하다. 에스트라공이 40년 동안 구두를 벗은 적이 없다고 하는 대사로 보아, 나이는50대 후반이나 60대로 생각된다. 게다가 치매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현재나 최근에 발생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사만 기억을 한다. 심지어 자신들의 이름까지 잊어버리고, 블라디미르라는 이름 대신, 고고(Gogo)로, 에스트라공을 디디(Didi)라고 호칭한다.
2막에선 나무에 꽃이 달려 있지만 꽃이 피었다는 것 자체를 구별하지 못하는 Gogo와 Didi의 상태로 보아 치매환자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끝까지 잊지 않고 고도를 기다리는 모습과 열망이 두 사람이 보름달 아래 달빛 속에서 대단원을 맞을 때 까지 계속된다.
1960대 초반에 한재수 연기학원출신들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국초연이 있었고, 1969년 한국일보사 소극장에서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이후 50년의 세월동안 극단 산울림과 각 극단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이 지속되면서, 세계의 어느 명배우보다 미남이었던 연출가 임영웅 선생은 백발에 다소곳이 변형된 모습이 되었고, 초연당시 에스트라공을 열연한 함현진과 포조 김무생은 이미 고인이 되어 전설 속의 연기자가 되었다.
이번 공연은 작품수정과 노래 첨가로 친 대중적이고 희극적으로 연출되고, 장면 하나하나가 무성영화시대의 차플린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정호가 블라디미르, 박상종이 에스트라공, 이호성이 포조, 박윤석이 럭키, 이민준이 소년으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3시간 넘는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내면서 본고장인 유럽에 가서 공연을 해도 좋을 세계정상급 수준의 공연물로 창출시킨다.
극장장 기획 임수진, 예술감독 임수현, 무대 박동우, 조명의 김종호, 의상 박항치, 분장 김유선, 홍보 극장기획 김보연, 조연출 한상웅, 조연출보 정은희 김한나, 무대감독 이인애, 오퍼레이터 이길우, 진행 송주영 유령아, 홍보물디자인 사진 김 솔, 협찬 민음사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산울림의 사무엘 베케트 원작, 오증자 역,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원작을 능가하는 한편의 움직이는 조형예술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월 20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