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새 이름 투표결과 들여다보니…신경정신의학회, 23일 '정신과 개명' 공청회 열어
◇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신과 개명 추진 공청회’에서 한양대 의대 안동현 교수가 개명 추진의 경과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위 ‘신경정신과’ 392표, 2위 ‘정신건강의학과’ 182표, 3위 ‘심신의학과’ 151표….
부정적인 어감 탓에 환자들의 접근을 스스로 차단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신과’(精神科)란 명칭을 대체할 새 이름 후보군에 대한 투표 결과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회장 김현우 단국대 의대 교수)는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정신과 개명 추진 공청회’를 갖고 최근 학회원 121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회에 따르면 4위는 128표를 얻은 ‘정신의학과’가, 5위는 77표를 얻은 ‘뇌심리의학과’가, 6위는 69표를 얻은 ‘정신건강과’가 각각 차지했다. ‘신경심리과’(33표)와 ‘신경스트레스과’(32표)가 뒤를 이었다.
투표에 참여한 학회원의 85.7%에 해당하는 1041명이 개명에 찬성한 점은 고무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기존의 ‘정신과’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신경정신과’가 1위로 꼽힌 것을 두고 학회원들 간에 논란이 일었다. 정신과의 옛 명칭이 바로 신경정신과이기 때문이다.
1982년 신경정신과가 신경과와 정신과로 분리된 뒤 의료법상 공식 진료과목 명칭은 ‘정신과’가 됐다. 그러나 1982년 이전에 신경정신과로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들은 진료과목을 여전히 ‘신경정신과’로 표시하고 있다.
한양대 의대 안동현 교수는 “지금 문제는 ‘정신과’란 명칭을 무엇으로 바꾸느냐인데 많은 학회원들이 아직도 ‘정신과’와 ‘신경정신과’를 혼동한다”며 “신경정신과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성주신경정신과의원 이성주 원장도 “신경과에서도 반대하는 마당에 구태여 ‘신경정신과’란 이름을 고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갖고서 떼를 쓰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토론자들은 정신과의 개명도 중요하지만 정신과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해소가 더욱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가효의원 김보연 원장은 “정신질환을 앓은 사실이 드러날까봐 입원명을 다른 질병으로 변경해달라는 환자도 여럿 봤다”면서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에 대한 보험 가입 거부 등의 사회적인 차별 철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의사)는 “정신과 명칭을 바꾼다면 환자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름, 후배 의료인들이 매력을 느끼며 지원할 수 있는 이름, ‘뇌과학’의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담긴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면서 “개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과 편견 해소”라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곧 학회원들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벌여 최종 개명안을 선정할 방침이다. 학회 측은 ‘정신과’를 대체할 새 이름을 찾는 일 외에 ‘정신과’를 공식 진료과목으로 규정한 현행 의료법의 개정,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 국민의 관심 제고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