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이 시조의 유래가 재미있다. "매화"라는 이름을 가진 조선시대 평양 기생의 이름 이란다. 평양감사로 부임해온 "유춘색"이 "매화"를 보고 한눈에 반해 죽고못사는 사이가 되었다.그러나 세월이 흘렀고 춘색은 새로 나타난 젊고 아리따운 "춘설"에게 마음을 옮겨가는것을 보고 지은 시조란다. 매화는 옛 묵은 가지에도 꽃은 다시 피려 하건만 때 아닌 "춘설"이 내려 필동말동 하다는 삶의 허무와 세월의 덧없음,그리고 쌓이는 그리움을 표현한 것 같다.
그리움만 쌓이네 (원곡자 여진) 오늘은 황영웅.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 버렸나 그리움만 남겨놓고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아 이별이 그리 쉬운가 세월 가버렸다고 이젠 나를 잊고서 멀리 멀리 떠나가는가 아 나는 몰랐네 그대 마음 변할 줄 난 정말 몰랐었네 오 나 너 하나만을 믿고 살았네 그대만을 믿었네 오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봄마중 13.
동백꽃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열일곱 점순이와 이 나무 아래서 싸움인지 사랑인지 나누던 장면이다.
“요담부터 또 그래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테니.” “그래그래 인젠 안 그럴테야” “닭 죽은건 염려마라 내 안 이를테니” 그리고 무엇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몽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랑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끄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 하였다.
바닷가에 피는 붉은 동백과 구별하기 위해 산동백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행을 하는중 어딘지 코끝이 싸~하면 이 꽃이 보인다. 소설집 동백꽃 초판에는 출판사에서도 잘못알고 책표지그림을 붉은 동백꽃을 그려 넣은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누구 에게나 꿈같은 유년시절의 추억에는 각자의 점순이가 있었을 것이다. 코가 알싸한 산동백 꽃이 피면 유년시절의 나의 점순이가 생각난다.
봄마중 16.
수선화 에게.
정호승 / 시인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