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발간하는 월간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6년 7월 호(https://ruscis.hufs.ac.kr)에서 러-우크라 전쟁의 판을 바꿨다는 드론 혁명의 실체를 러시아 측면에서 살폈다. 이혜나(석사과정, 러시아·CIS 정치 전공)씨가 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드론 혁명'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러시아 드론 전력의 특징과 변화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크라 전쟁)은 현대전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드론은 정찰과 감시를 수행하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전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는 저비용 자폭 드론과 FPV 드론(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드론,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드론/편집자)을 대량 투입하며 고가 첨단무기 중심의 기존 군사력 운용 방식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2만~3만 달러 짜리의 자폭 드론으로 수억 원대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전차(탱크)를 파괴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고가 무기 중심의 전쟁 공식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의 무인항공기(UAV) 기술, 즉 드론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 주요 군사 기술 강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상태였다. 러시아는 2011년부터 본격적인 공격용 드론 개발에 나섰지만,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제재로 인해 핵심 부품과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부터는 드론 전력의 현대화를 추진했으나, 러아-우크라 전쟁 초기에 실전 투입된 주요 드론은 오리온(Orion)과 란셋(Lancet) 정도에 불과했다. 서방의 드론 강국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비교해도 기술적·산업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러-우크라 전쟁은 이러한 한계를 빠르게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러시아는 기존 군용 무인체계뿐 아니라 민간 상업용 드론까지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DJI 상업용 드론을 도입해 정찰과 포병 관측 임무를 맡겼고, 전쟁 이듬해(2023년)에는 FPV 드론을 전장에 투입했다. 원래 취미용·스포츠용으로 사용되던 FPV 드론은 실시간 영상 전송과 빠른 기동성을 바탕으로 전차와 포대 등의 위치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술 자산으로 변했다. 이는 병력과 화력을 공격 지점에 집중시키는 기존의 전쟁 방식에서 벗어나, 저비용 무인체계(드론)로 공격 타깃(목표)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전술적 변화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드론 전력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은, 전쟁 첫해(2022년) 하반기에 이란제 샤헤드(Shahed) 계열 자폭 드론을 도입한 결정이었다. 러시아는 샤헤드 드론을 기반으로 한 게란(Geran) 계열 드론을 대량 생산해 운용하기 시작했고, 중국산 부품과 민간 공급망을 활용해 FPV 드론을 비롯한 무인체계의 전반적인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러시아 정부는 2024년 드론 생산량을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린 약 140만 대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이 러시아 드론 생산 공장을 방문해 현장 책임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드론의 혁신과 전장의 변화
드론 보급의 확대는 전장의 운영 방식을 바꾸었고, 전장의 공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목표를 발견한 뒤 보고와 지휘 단계를 거쳐 공격이 이루어졌던 과거 방식은 사라지고, 드론을 이용해 (목표물) 탐지와 타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실시간 공격'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러시아군은 FPV 드론의 실시간 정밀 타격 능력을 활용해 참호와 벙커, 전차 등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병력이 충돌하는 기존의 전투에서 벗어나, 필요한 목표를 빠르게 찾아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쟁 양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장은 더욱 투명해지고 있다. 소형 정찰 드론과 FPV 드론이 대량 운용되면서 러시아는 전장을 상시 감시할 수 있게 됐다. 병력 이동과 장비 배치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면서 전차와 장갑차 중심의 전통적인 기동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장거리 정찰과 타격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전선과 후방의 구분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나아가 드론이 촬영한 타격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드론 전쟁은 정보전과 심리전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반인들 역시 드론 감시와 공격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이같은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전자 방해(Electronic Jamming), 광섬유 드론, 주파수 호핑(Frequency Hopping) 등 새로운 대응 기술(안티드론 기술)을 빠르게 개발,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드론전이 단순한 무기 경쟁을 넘어 과학기술과 전략·전술의 발전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전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무기를 얼마나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이를 전장에 통합할 수 있는가의 싸움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비대칭 전력과 소모전 전략
러시아는 고성능 무기 중심의 전통적인 군사력 경쟁에서 벗어나, 저비용 무인체계(드론)를 활용한 비대칭 전력으로 전환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드론을 지속적으로 전장에 투입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와 고가의 군사 자산을 반복적으로 소모시키는 새로운 전쟁 방식을 구축한 것이다.
비대칭 소모전의 핵심은 상대의 전쟁 지속 가능성을 갉아먹는 데 있다. 러시아는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뿐 아니라 전력 및 에너지 인프라를 반복적으로 타격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 전반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드론의 지속적인 투입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장기적으로 방공체계의 운용 능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공개된 우크라이나 공군의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한 해 동안 약 5만4,538대의 샤헤드 계열 무인기(드론)를 운용했으며, 하루 평균 149대, 7월에는 203대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가 드론을 단순한 타격 수단이 아니라, 장기 소모전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의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CSIS는 샤헤드 드론을 비용 측면에서 러시아의 가장 효율적인 타격 수단으로 평가했다. 저렴한 자폭 드론을 반복적으로 투입해 상대의 고가 방공 자산을 소모시키는 러시아의 군사 작전은 비용 효율성과 생산 지속 능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쟁 양상을 보여준다.
출처: Igor Anokhin, “A Comprehensive A nalytical Review of Russian Shahed-type UAVs Deployment against Ukraine in 2025”을 바탕으로 필자 재구성
러-우크라 전쟁은 드론이 더 이상 전장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전력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의 기술적·산업적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 드론의 군사화와 샤헤드 계열 자폭 드론의 대량 도입, FPV 드론의 생산 확대를 통해 드론 전력을 빠르게 재편했다.
드론의 확산은 전선을 넘어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드론을 통한 실시간 감시와 정밀 타격의 결합, 정보전과 심리전의 확대는 단순한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전쟁의 비용 구조, 전술, 전략, 생산 체계까지 혁신하는 '드론 혁명'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러-우크라 전쟁은 21세기 현대전이 더 이상 가장 값비싼 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전쟁이 아니라, 전쟁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국가의 전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