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사용이 재허가된 북한의 휴대전화 서비스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 최근에는 그 수가 12만명에 이른다고 홍콩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홍콩의 중경만보(重慶晩報)는 북한이 지난 2008년 12월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 텔레콤'과 75대 25 비율로 합작해 '고려링크'를 설립했는데, 현재 북한 전체 인구의 200분의 1수준인 12만명의 주민들이 이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03년 유럽에서 많이 쓰는 GSM 방식으로 휴대전화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었다. 그러나 2004년 4월 용천역에서 폭발 사고가 난 이후 내부 정보 유출과 체제 안전 위협 등의 이유로 휴대전화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시킨 바 있다.
신문은 주로 중국산인 휴대전화로는 북한 관영 '여명망'이라는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하고,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노래를 듣는 것은 물론 신문도 볼 수 있으며, 문자 메시지 주고 받기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측 요구로 북한에 수출되는 휴대전화 기기에는 전화를 켜면 김정일이라는 이름이 고딕체로 굵게 뜨도록 설계돼 있다"며 "내장한 일정표 상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생일 외에 다른 명절은 명시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두 사람의 생일을 '大金(대김)' '小金(소김)'으로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오라스콤 텔레콤 측은 최근 발표한 '2009 실적보고서'에서 "지난 한해 북한에서 2천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북한내 휴대전화 사용자는 작년말 현재 9만1천704명으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탈북자 최영철(43세, 2006년 탈북) 씨는 "2002년 당시에는 도당 비서나 인민위원회 부위원장급까지 휴대전화를 무상으로 공급했었다"며 "도와 중앙의 무역일꾼들에게도 사용하게 했지만 휴대전화를 사려면 북한 돈 17만원이라는 거금을 줘야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사용을 꿈도 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낼셜타임스도 최근 보도에서 "현재 북한의 휴대전화 가격이 195달러(약 23만원)에 달해 일반 주민들이 구입할 엄두를 내기 힘들며 이용 가능한 서비스도 음성과 문자 정도로 국제통화나 로밍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북한은 휴대전화 서비스를 재허용하면서 비밀 유출을 막기 위한 규정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탈북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간부들에게 비밀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발설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고, 이동통신 기지국에는 도청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주민들은 당국의 전화 도청이 두려워 휴대전화를 이용해 큰돈을 벌 수 있는 장사 거래나, 긴급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