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상상인작품상 조선의 시인 선정
제2회 상상인작품상에 조선의 시인의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이 선정됐다. 상상인작품상은 상상인 게재 작품의 문학성을 높이고 시인들의 사기 진작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따라서 제2회 상상인작품상은 2022년 제4호(7월), 2023년 제5호(1월), 2023년 제6호(7월)까지 수록된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조선의 시인은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하였고 시집으로< 반대편으로 창문 열기>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 등이 있고 김만중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수상 작품에 대해 조선의 시인은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 상처 받지만 그 상처가 인간관계를 통해 회복한다는 것을 믿는다. 박차고 나가야 할 길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린 나에게 길이 되묻는다”고 한다.
올해 심사는 마경덕 시인과 전해수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은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에 대해 “익숙한 언어를 낯선 언어로 변형시켜 이해 가능한 언어가 되었을 때 언어는 시적 기능을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상상인작품상의 상금은 300만원이며 시상식은 2024년 3월 30일 종로 낙원상가 [엔피오피아홀 520호 ]에서 오후 4시에 열린다.
제2회 상상인작품상 수상작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
언어에는 미분된 현재가 묘파되어 있다
달아나는 시간의 꼬리를 붙잡고도 나는 과거의 습관을 따랐다
발성을 거부한 침묵이 내면의 망각을 조장하고
그것들이 사소한 슬픔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는 발랄의 형식으로 언어를 축약한다
표정 속에 박혀있는 언어의 잔해들은 드러난 비밀
예감하지 못한 의심은 어디서 확신을 잃을까
입술은 오랫동안 신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도달하지 않은 실체에 앞서 변설되는 문장들
내가 세상을 향해 으르렁거려도
그림자보다 더 무거운 근심은 뒷짐지고 있는 묵언을 겨냥했다
사유가 시작되는 처음 소절은
전심을 다하는 태도를 취했으나 입 밖으로 사라진 말에는 마음 두지도 집중하지도 않았다
수많은 생각의 방식에는 끝말잇기가 변수
바스락거리는 기억을 다독이면 모든 소문이 궁금했다
뱉어낼수록 더욱 깊어지는 침묵의 성소
삶의 촉수인 입은 반복되는 환청에도 쉽게 고립되지 않는다
심사평
총 150여 편의 작품 중에서 1차, 2차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5편이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체화시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었다. 개성적인 언어를 형성할 루틴을 찾아 “언어의 깊은 밑바닥”까지 내려간 흔적이 역력했다.
한 편의 작품을 선정했지만 함께 올라온 작품들이 각자의 고유의 색깔들을 가지고 있어 선정의 과정에서 나름의 고심이 깊었다.
조선의 시인의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은 익숙한 언어를 낯선 언어로 변형시킨다. 언어는 이해 가능한 범위에 들었을 때 시적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다.
조선의 시인이 끊임없이 갈구하는 시의 언어는 ‘발화’와 ‘질문’과 ‘침묵’으로 압축된다.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에서 아직 발화되지 않은 내재된 침묵은 “시의 싹”일 것이다.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시는 발아되고 의심은 밑거름이 되고 결국 세상에 대한 질문은 문장이 되어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할 것이다.
몸 안에 숨어 발굴하지 못한 숱한 문장들이 “침묵의 성소”에 쌓여 있다. “사유가 시작되는 처음 소절은 전심을 다했지만 입 밖으로 사라진 말은 부질없었다”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끝말잇기 방식에서 입 밖으로 나온 “언어의 잔해들”은 시가 될 수는 없었다. 하여 예감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시 쓰기에 대한 확신을 잃기도 한다. 오랫동안 신의 물음에 답하지 못한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인에게 기어이 발설되어야 할 문장이 도착한 날은 시의 꽃이 활짝 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심사위원- 마경덕 시인(글) 전해수 문학평론가
[출처] 제2회 상상인작품상 조선의 시인 선정|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