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간은 하루 하루 엄청난 도박을 벌이고 살아가고 있다. 물론 판돈의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 누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경우도 있고 남는 돈 조금 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상당수의 인간들은 자신 결정에 자신의 앞날 즉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경우도 상당하다. 특정 사안에 대해 연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한 뒤 내리는 결단에 대해 뭐라 할 이유는 없다. 그런 결단으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채 망가뜨린 사람은 별로 없다. 비록 일시적인 고난은 겪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고 그런 실패를 거울삼아 더 낳은 미래로 향할 수 있는 디딤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시류에 편승해서 결정하는 요상한 판단은 그야말로 도박과도 같을 수가 있다. 도박에 무슨 확률과 의미가 있으랴. 그냥 감으로 하는 것 아닌가. 요행에 편승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잘 되면 대박이요 잘 못되면 쪽박이라는 그런 개념 아니겠는가. 요즘 인구에 회자하는 영끌족이 대표적이다. 물론 모든 것을 다 쓸어부어 대박을 이루면 횡재가 날 것일 것이다. 하지만 도박판에서 돈 따기란 그다지 아니 엄청나게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밤중에 불을 보면 뛰어들고 싶어 안달이 난 불나방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
나는 한국이 배출한 걸출한 젊은 축구선수 이강인을 무척 좋아한다. 이른바 그의 광팬이다. 요즘처럼 희망이 사라진 그리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시대에 그래도 이강인 그리고 손흥민 그리고 김민재같은 선수들이 있어 하루 하루를 버티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 이강인 선수와 관련된 보도를 보면서 과연 이강인 선수와 그의 주변인들이 제대로 판단을 하는 것인가 의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강인 선수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국내의 이런 저런 조직들이 행하는 일은 참으로 우려를 낳게 만든다. 아니 이강인이 없으면 어떻게 하려 했던가. 그냥 이강인이다. 무조건 이강인이다. 그들이 언제 이강인에게 밥이라도 산 적이 있던가. 그 힘든 발렌시아 시절에 그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이라도 건넨 적이 있던가. 지금 아시안게임 축구관계자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강인이 없었으면 아시안게임 출전하지 않으려 했던가. 그냥 조금 이름을 알리니 여기서 이강인 저기서 이강인 하는 세태가 두렵기까지 하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우승하면 병역이 면제가 된다고 한다. 스포츠를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병역의 의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정기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자연히 도태되는 것이 상식이니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그 아시안게임에 올인한다는 것도 참으로 어리석은 판단으로 보인다. 아시안 게임 축구에서 금메달은 보장되어 있는 것인가. 이강인이 출전하면 그냥 금메달 따는가. 아무리 약체라고 해도 아시아 나라의 축구가 한국에게 모두 진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이 있고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이란이 있다. 물론 어린선수들이 주축이 되니 상대적으로 이강인같은 세계 클라스급에 해당하는 선수가 출전하면 상대적으로 이득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그리고 인간이 하다보니 그 결과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지금 이강인 선수가 소속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의 상황이 좋은가. 오늘(2023.9.16) 새벽 파리 생제르맹의 경기를 보았는가. 프랑스 리그앙의 중위권에 해당하는 팀에게 끌려다니다 결국 2대3 패배로 끝난 경기를 말이다. PSG 엔리케 감독의 표정을 보았는가. 그의 모습은 병자를 보는 것같았다. 너무도 야위었다. 그말은 엔리케 감독이 너무 신경이 예민하다는 뜻이다. PSG의 상징인 음바페가 두골을 넣었지만 결국 패했다. 리그 우승도 힘들게 생겼는데 무슨 챔피언스 리그 우승인가. 모든 선수를 다 투입해도 힘든 리그인데 누구는 부상으로 누구는 팀의 앞날을 위해 쓸 수 없게 되다보니 그냥 맥빠진 경기 그 자체이다. 물론 엔리케 감독의 요상한 고집스런 전술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입단할 때 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며 모든 것을 걸고 팀의 승리에 앞장 서겠다던 바로 그 이강인이 리그 시작과 함께 부상당해 결장하고 좀 나을 만 하니 이번에는 유럽사람들의 인식에도 없는 아시안 게임에 차출하겠으니 몇주를 비우겠다고 하고 조금 더 있으면 아시안컵때문에 빠지겠다고 하면 감독입장에는 정말 난감할 것이다. 입단 초기에 그 대단했다던 이강인 강풍은 지금은 그야말로 없는 듯 하다. 파리의 PSG매장에서 이강인 유니폼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용하고 싶을 때 옆에 있는 선수가 가장 믿음직하고 편한 법 아니겠는가. 좀 쓸만 하면 부상당하고 좀 활용하고 싶으면 자신의 병역 면제를 위해 스페인 출신입장에서는 듣보잡한 아시안게임 차출을 주장하면 감독은 그 선수를 신뢰하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강인 선수 활약하는 것을 요즘 유일한 위안 거리로 삼는 사람이다. 결코 이강인 선수의 선택을 뭐라는 것이 아니다. 너무 잘 생각하고 판단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그가 팀을 이적하고 자리도 잡기전에 너무 무리해서 이것 저것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늘 경기후 음바페의 표정을 보았는가. 그는 멀티골을 작성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무능력과 감독의 판단에 그는 좌절된 모습을 보였다. PSG의 실제적인 구단주라고 비아냥을 받는 그가 이강인선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들은 죽으라 그라운드에서 뛰는데 그는 부상에서 회복되자 마자 그의 병역 면제를 위해 그야말로 듣보잡한 아시안게임에 가겠다고 설친다고 볼 것 아닌가. 음바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리그도 그렇지만 프랑스 리그앙에서 초반 기선제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감독 이하 모든 선수들이 초긴장 상태이다. 물론 이강인 선수가 병역 면제를 받으면 그가 소속된 팀을 위해 마음 놓고 활동을 해서 앞으로 팀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감독과 소속된 다른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팀에 헌신하지 않고 적극적이지 않은 괘씸한 놈이라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 슬프게도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강인이 빠진 뒤 유럽챔피언스 리그 경기등 중요한 경기가 잇따라 있다. 그런 경기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이강인의 존재는 점차 그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서 병역면제를 받고 팀에 복귀한다고 해도 그의 자리가 그렇게 탄탄하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 처음 일부 매체의 예측대로 벤치신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은 따논 당상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축구는 실력으로 결정되지 않을 경우가 많다. 우연과 요행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다른 팀에서 다 알고 있다. 하도 현 아시안게임 한국 축구감독이 떠들어대서 아시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한국팀에서 이강인만 막으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면 이런 저런 타국의 수비수들이 이강인에게 달려들 것이다. 악을 쓰고 태클을 하는 그들을 어떻게 당할까. 유럽 축구에서는 그래도 서로 동종직업 선수들끼리 양심이라는 것이 조금은 있다. 하지만 아시아권 아마투어들의 그 맹렬한 조국애를 어떻게 당할까. 정말 그러다가 큰 부상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까. 앞으로의 그의 선수생활은 어떻게 될까. 한국의 축구협회나 현 아시안게임 감독이 앞날을 책임질까. 외국의 스타플레이어들도 부상때문에 조기 은퇴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았다.
이제는 이미 결정되어 이래저래 아시안게임에 이강인 선수가 합류하는 것이 확정됐다고 한다. 지금와서 아니 그냥 PSG에 남아 팀의 승리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겠습니다 할 수도 없게 됐다. 아시안 게임에 참가해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상을 당하면 그냥 끝이다. 팀을 이탈해 자신의 병역면제를 위해 나갔다가 부상당하고 돌아온 패잔병을 환영해 줄 PSG가 결코 아니다. 정말 부상당하지 말고 너무 욕심내지 말고 영리하게 경기하고 팀으로 복귀하기를 정말 바란다. 이번 이강인 선수의 결정이 정말 도박이 아니기를 마음속 깊이 바란다.
2023년 9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