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제레미 리프킨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지속된 인간과 소의 밀접한 상호작용과 현대의 육식문화 이면의 잔인함을 폭로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소는 신성한 동물인 동시에 실용적인 동물이었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희랍 등지에서 소는 신의 화신이었으며 제식에서의 소를 먹는 행위는 상징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소는 제의(祭儀)뿐만 아니라 식량과 도구를 되는 인간에게 가장 많은 이기를 제공하는 동물이었다. 소의 신격화는 문화마다 다른 양상을 띤다. 예컨데 인도에서는 밭을 갈 수 있는 황소를 생산하는 암소의 여성적 이미지가 부각된 반면, 목초지가 번성하여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던 이베리아 반도에는 호전적이고 남성적인 황소의 이미지가 부각되었고, 신성성보다는 인간중심주의와 실용성이 강조되었으며 이것이 잘 반영된 것이 투우이다. 훗날 16c에 스페인인들은 아메리카에서 과거 유라시아 유목민에게 당했던 것과 같은 약탈을 자행하게 된다.
당시 가축을 위한 목초지가 부족했던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에 스페인 롱혼을 방목하게 되었고 소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c 냉동선이 발명된 뒤에 이 소들은 유럽인들의 육식욕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스페인의 뒤를 이어 아메리카 대륙에 세력을 뻗힌 영국은 우육을 가장 탐하는 민족이었다. 이러한 탐식 문화는 영국의 식민지가 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아메리카, 호주 등지의 원주민에게 소 사육을 강요했으며 그들로 하여금 감자를 먹게 했다. 영국인들은 지방이 많은 쇠고기를 특히 좋아하였는데 이 지방은 영국인의 윤택함과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성향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원한 곡식 생산 문화와 유라시아의 유목민들의 목축문화를 합쳐지게 했다. 이것이 미국 서부 평원에서 이루어진 기름진 옥수수를 섭취한 소의 사육이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생산된 곡물의 약 70% 이상이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인들의 이러한 기호가 아니었다면, 전세계 곡물들을 소가 아닌 인간이 사용한다면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독립 후 50여년 후 서부의 평원을 정복하였는데 이들은 원주민과 버팔로를 절멸시키고 그 자리에 자신들의 육우들을 들여놓았다. 미 서부의 광활한 목초지는 미국의 목축업자, 유럽인 특히 영국인에게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었으며, 이땅은 특히 영국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옥수수를 먹인 지방이 많은 소를 사육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육방식은 소의 생리에 부적합하여 각종 질병을 불러일으킨다. 쇠고기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혁신적인 방식으로 쇠고기를 가공, 포장하는 기업들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효율성과 신속성을 가장 중시하여 기계화된 쇠고기 해체 공정을 도입하였다.이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초창기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등의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도축되는 소와 작업자들에게 열악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심각한 가축성 질환과 바이러스를 야기하였다.
이렇게 산업화된 축산단지는 전세계를 '육우 기지화'하였다. 이는 중남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대초원이 과거 미국 서부의 대평원과 마찬가지의 과정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쇠고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초지로 변경되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 라틴 아메리카의 소들은 현지의 곡물을 소비하고 도축되며, 먼 타지의 부자들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반면에 멕시코, 브라질 등의 우육 생산국가들에서는 무수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소의 과잉 사육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핵심적인 위협이다. 예컨데 생태 역사학자인 알프레드 크로스비는 유럽에서 건너온 소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식물들을 깡그리 먹어치우고 유럽의 식물들을 퍼뜨렸다고 한다. 또한 중남 아메리카의 목초지는 미국, 유럽의 쇠고기 소비자들을 위해 파괴되었으며, 열대우림은 상당부분 소각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의 과잉 목축과 삼림 벌채는 사막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사막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미 서부와 중남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등지의 주요 소 사육지인데, 소들은 초원의 식물을 박멸시키고 토양을 단단하게 하여 토양 내부의 생태계를 파괴하며, 바람과 물에 의한 토지의 침식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소의 과잉 목축은 다른 동물들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예컨데 미 서부에서 급격히 증가한 소들은 방목지의 식물들을 먹어치움으로써 토착 대형초식동물들과 조류들로 하여금 자취를 감추게 하였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소떼에게 위협을 주는 육식동물들을 철저히 제거함으로써 생태계의 파괴를 촉진시킨다. 소는 담수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미국의 이용 가능한 담수의 상당량은 소를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미 중부의 지하 대수층(帶水層)은 소들에 의해 말라가고 있다. 또한 소 떼의 유기 노폐물은 우물과 강, 개울, 호수 등을 오염시키고 있는데 그 양은 미국에서 배출되는 모든 산업폐기물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소의 축산 단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의 요인인 메탄, 이산화탄소,아산화질소를 대량 배출한다. 예컨데 아마존 삼림은 소 목축용 목초지의 개발을 위해 대량 소각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또한 소 사육용 작물에는 아산화질소 및 온실효과에 일조하는 석유화학 비료가 사용된다.
육식 문화에는 남녀차별,인종차별이 내제되어 있다. 이를테면 예로부터 남성과 여성은 동물과 식물, 구운 고기와 삶은 고기로 비유되곤 했다. 전자는 능동적, 귀족적, 낭비적인데 반해 후자는 수동적, 보유적, 서민적, 절약적이다. 따라서 집안의 경제력은 남편에게 할당되는 구운 고기의 양에 비례하기도 하였고 삶은 고기나 흰 고기(닭고기나 물고기 등)를 주는 것은 남편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구운 고기에 대한 이러한 신념은 고대로부터 면면히 내려오고 있는데 이를테면 고대 로마 병사들이 구운 고기를 먹음으로써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강인함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고 영국, 프랑스 등이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그래서 19세기 진화론자들은 고기를 먹는 유럽인이 곡식을 먹는 아시아인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들은 지배한다는 터무니없는 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작가 제레미 리프킨은 쇠고기를 '차가운 악'이라고 표현한다. 보편적으로 타인의 도덕적 비난을 수반하는 살인이나 폭력 등이 뜨거운 악이라면 차가운 악이란 시장의 목적으로, 제도적으로 인정된 폭력으로 윤리적 비난을 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차가운 악은 제 3세계 국가들의 수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또한 성, 인종차별을 영속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육식의 종말은 인류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우선 소의 과잉 목축과 경작으로 인한 삼림과 생태계의 파괴를 멈추고, 지구의 자연을 대대적으로 회복시키는 '생태계적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육식의 종말에 따른 대규모 축산 단지와 도축업체들의 몰락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의 굶주린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많은 식량을 제공할 것이다. 참고로 1파운드의 쇠고기를 생산하려면 9파운드의 사료가 소모되고 2100만톤의 육류와 달걀을 얻기 위해서는 4500만 톤의 곡물과 콩이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육식의종말은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종식시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대의 신성성을 박탈당하고 무기체로 전락한 소는 그 생명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한 악행의 치부를 들추는 밉살스러운 책이다. 어느 누구도 고기를 먹으면서 자신이 제3세계인들의 기아와 환경파괴, 생태계파괴와 성,인종차별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미국인과 유럽인, 일본인,그리고 우리를 위해 사용되는 쇠고기는 제3세계 사람들과 생태계의 숨통을 죄고 있고 결국 우리의 목까지 조르게 될 것이다. 정말로 육식의 시대가 대단원을 맞음으로써 인간과 소 나아가 지구가 구원을 받고 바람직한 미래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서평을 마칠까 한다.
첫댓글 이책 보고싶은데...사야할까 고민중....
이게 쇠고기를 넘어서,란 작품인가?
이거 교과서에도 나와요~
오 이 책 며칠 전 야심만만... 이었나? 거기서 이혁재씨가 추천한 책이에요! 재미있나요?
네.잼있습니다.ㅋ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