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투수 강병규(29)가 연예인으로 전업했다. 프로야구선수출신 연예인 1호인 셈이다. 체력이나 능력을 감안할 때 아직 한참 더 뛸 수 있는 선수가 연예계로 진출한 것은 여러 배경이 있었지만 어찌됐든 새로운 무대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강병규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91년 OB(현 두산)에 입단해 9년간을 활약(54승 61패)하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추진되면서 특유의 입담을 과시, 동료들에게만 알려졌던 말재간을 만천하에 알렸고, 선수협 대변인을 지내며 시사프로에 패널로 출연하는 등 조직의 대외활동에 있어 입 역할을 했다.
그런가 하면 팀 동료들과 모 방송의 연예프로에 수차례 등장해 연예인 뺨치는 말솜씨를 자랑했고 훤칠한 외모까지 겸비해 선수협 때문에 소속 선수들이 야구를 못하는 극한 상황이 온다 해도 '강병규만큼은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것이다'라는 우스게 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강병규는 두산구단과 선수협 활동으로 마찰을 빚었고 급기야 신생팀 SK 유니폼을 입는 과정에서도 자존심이 상했다. 구단의 보호선수 명단에 끼지 못한 것. 이후엔 SK와의 마찰이 시작됐다. 비교적 순조로왔던 연봉 계약까진 좋았지만 코앞에 닥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이 아니었기 때문.
꼴찌팀 SK로선 팀내 최고연봉인 강병규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성적은 고사하고 몸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 퇴출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는 코칭스텝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강병규는 두산시절부터 양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자율적인 훈련방식을 선호해온 만큼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신생팀의 새로운 분위기는 그가 적응해야할 숙제였다. 하지만 SK의 퇴출 이후 다른 구단에서 강병규의 영입의지가 전혀 없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두산 시절부터 많은 열성팬 들을 확보했던 만큼 연예계 진출에 큰 포부를 밝힌 강병규는 야구장에서 자신을 성원해준 팬들에게 보여줬던 예리한 슬라이더 대신 새로운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