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바그너에게나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나 무척이나 획기적인 작품이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부터 바그너가 오페라의 수법을 지양하고, 소위 악극이라는 이름의 무대 교향악을 쓰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이렇게 육감적인 음악은 고금에 없다는 의미에서 획기적인 것이며, 또 이만큼 작곡자가 자신을 적나라하게 털어놓은 예도 없다는 의미에서 획기적인 것이다.
사건의 진전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어느 장면이나 중심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관능적인 대화로 황홀경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작곡자인 바그너와 부유한 오토의 아내인 마틸데와의 대화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바그너 자신은 제1막의 작곡이 다 되었을 때 “이것은 놀라운 작품이 된다”고 했으며, 제2막이 다 되었을 때 ‘나의 지금까지의 예술의 최고조다.”라고 자신을 갖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은 과거의 외면적인 사건을 뒷바라지하던 오페라와는 달리, 인간심리의 내면세계를 파고든다.
이 작품의 뛰어난 완성도는 이후 작곡될 모든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담한 하모닉 구조와 매혹적인 관현악편성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창조하는데 성공하였으니 바그너 자신은 그것을 기존의 오페라와 구별하여 악극이라고 명명 하였다.
내용은 기사 트리스탄은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의 약혼자를 전투에서 살해했으나 자신도 중상을 입는다. 트리스탄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의학에 능통한 이졸데를 찾아가 치료해줄 것을 청한다. 이졸데는 그가 약혼자를 죽인 사람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복수를 하려다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복수에 실패하게 된다.
트리스탄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숙부인 왕에게 이졸데를 왕비로 삼을 것을 간청해 허락을 받고 이졸데를 데리고 오는 경호를 맞게 된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사랑하지만 그가 왕에게 자신을 받친 것을 증오하며 극약을 타서 같이 죽으려 하였으나 이졸데의 시녀가 눈치를 채고 독약 대신 사랑의 미약을 타게 된다.
왕비가 된 이후에도 이졸데는 여전히 트리스탄과 밀회를 거듭하는데, 결국 모든 것이 들통나고 중상을 입은 트리스탄은 자신의 고향으로 숨어 들어간다. 이졸데는 성을 몰래 빠져 나와 트리스탄에게로 가지만 이미 때는 늦어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품에서 죽는다.
이졸데도 “사랑의 죽음”이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따라 죽고, 뒤늦게 쫓아 온 왕은 둘의 사랑을 맺어주려고 했다며 안타까워한다. 연주시간 4시간.
이 작품의 내용들은 단순히 평가할 소재들은 아니다. 그 만큼 하나하나가 문제를 삼을 만하고 논쟁을 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단순하게 선악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은 인간의 심리나 세상사를 모르는 소치일 것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충실한 걸작이다.
참고로 바그네리안이란 바그너의 추종자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바그너 메니아들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와 비슷하게 모짜르티안, 부르크너리안, 말러리안 등이 있지만 사실 바그네리안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지는 못한다. 이는 바그너의 매니아들이 어떤 깊이를 가지고 있는가를 말해주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독일의 바이로이트는 성지를 의미하며 그곳에서 바그너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일생 일대의 목표로 정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고 한다.
첫댓글 자료감사합니다.소중히모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