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이민철 씨는 미용실에 간다.
혼자 가실 때도 있고 직원이 동행할 때도 있는데
오늘은 이민철 씨가 먼저 함께 가자 말씀하셔서 오랜만에 함께 미용실 간다.
“안 된다.”
주차하고 차에서 막 내리던 참이었는데, 먼저 내려 미용실에 갔던 이민철 씨가
저 멀리서부터 오늘은 안 된다며 손을 흔들고 있다.
곧 설이라 이민철 씨처럼 연휴 시작되기 전에 이발하러 온 손님들이 많은 듯했다.
“압구정으로 갑시다.”
잠시 고민하던 이민철 씨가 예전에 다니던 미용실이 있다며 그곳으로 가자 말한다.
직원은 처음 들어보는 미용실인 거보니 꽤 오래전에 다니셨던 곳인듯하다.
이민철 씨 가라는 대로 가다 보니 어느새 압구정에 도착한다.
“여기도 사람 많은지 보고 올게요.”
차에서 먼저 내린 이민철 씨가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손님이 없어 곧바로 이발하시는 듯하다. 직원도 주차하고 미용실로 간다.
멀리서부터 미용실 통유리 너머로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이민철 씨 모습이 보인다.
오랜만이라고, 설이라 그런지 다른 미용실에는 사람이 꽉 찼다고 이야기하는 듯 보였다.
“다음에도 와.”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랜만에 온 이민철 씨에게 다음에도 오라고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이야기를 잠시 들어도 두 분이 꽤 오랜만에 만났고, 꽤 친한 사이임을 알게 된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아직 거기 살아? 대평빌라?”
“아니요. 얼마 전에 이사 나왔어요. 창남초등학교 거기 살아요.”
“그렇구나. 오랜만에 왔네. 안 까먹고 찾아왔네.”
“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정대호 집사님 다니시는 곳 아닙니까.”
“어, 맞아. 거기 이사 왔지? 군청 앞에.”
“네, 남하에 있다가 이사 왔습니다. 팥들었슈.”
“이제 몇 살이야?”
“이제 제가 서른여덟, 서른아홉 됩니다.”
“띠가 뭐야?”
“내가 띠로는 범띠입니다.”
“아, 그래? 우리 딸이랑 동갑이네. 서른아홉 범띠.”
“아, 그렇습니까.”
“명절인데 어디 안 가? 고향이 어디야?”
“고향은 부산입니다.”
“부모님은 고향에 계시고?”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래? 다른 가족은? 형제 없어?”
“형님이 계십니다.”
“설에 형님 보러 가나?”
“형님은 제주도에 있어서 잘 보지는 못하고, 그래도 연락은 하고 삽니다.”
“그렇구나. 누나는, 누나나 동생은 없어?”
“네, 누나는 없고 내가 막둥이라예. 우리 아버지 42살에 낳은 막둥이 아입니까.”
“막둥이구나.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셔? 막둥이라고?”
“네.”
“어머니, 아버지 보고 싶지?”
“네. 생각이 많이 나네요. 돌아가시니까 생각이 더 많이 나요.”
“그래, 그렇겠네.”
“사장님은 고향이 어디십니까?”
“나는 여기 주상이야.”
“부모님은 잘 계시지예?”
“아버지만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잘 계시지.”
“그럼 설에 고향 가시겠네요.”
“그래, 가야지.”
옆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던 아저씨가 이민철 씨에게 말을 건다.
“나 기억하나? 오랜만이네.”
“아, 모르겠는데 누구시지예?”
“파마를 해서 못 알아보나. 예전에 몇 번 보고 나랑 전화도 몇 번 했는데.”
“제가 전화를 많이 하긴 하는데, 누구시지예?”
“하하하, 전화를 많이 하긴 하지. 잘 기억해봐.”
오랜만에 들른 단골 가게라 그런지 사장님 말고도 이민철 씨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이민철 씨와 사장님, 손님이 나누는 대화가 참 정겨워 가만히 듣다 보니 명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게 이민철 씨의 설 인사지, 이게 사람 사는 풍경이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 고마워. 설 잘 보내.”
“네, 설 잘 보내이소.”
나오는 길에는 이민철 씨 소개로 직원도 사장님께 인사드린다.
이민철 씨와 설 명절 잘 보내시라고 다음에 또 오겠다 말하며 미용실을 나온다.
2024년 2월 8일 목요일, 박효진
이민철 씨 기록에는 유난히 대화가 많고, 동행한 직원과는 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아는 게 많은 것처럼 느껴져요. 사는 모습과 글이 닮은 거겠죠? 최근 들어 박시현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자기 삶’을 곱씹으며 생각해 봅니다. 오늘 이 기록이 이민철 씨의 ‘자기 삶’에 맞닿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진호
오랜만에 본 미용실 사장님이 민철 씨 기억해 주고, 반갑게 맞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제목 보고 서울 압구정으로 놀러 간 줄 알았어요. 역시 민철 씨가 모르는 곳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하하! 월평
이민철, 가족 24-1, 새해이니까
첫댓글 반갑게 인사하시는 이민철 씨 모습이 떠오르는 기록이었습니다. 앞으로 민철 씨께서 전화 주시거나 인사하실 때 더욱 반갑게 화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사장님이 민철 씨에 대해 궁금한 게 많으신가봐요. 동네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하며 수다 떠는 풍경이 정겹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