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은 하루
글 · 그림 김져니
7] 마법 손바닥 · 김져니
횡단보도가 있다는 사실과, 길을 건너는 동안 초록불이 반짝여
준다는 사실에 감사해 본 적이 있으신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유학하던 시절, 4차선 도로를 두고 도무
지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발견하지 못해 쩔쩔매던 날들이 있
었다. 당시 나는 아랍에서의 삷이 처음이었기에 - 타지 생활
도 처음이었지만 -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
은 생활에 무척이나 놀랐다.(지금은 아랍에서 횡단보도를 찾
지 않는다. 그런 것은 없다는 전제로 길을 건너는 편이 빠르
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길을 건너는 행인을 배려할 여유가 없는 나라였을
까? 당장의 빵이 먼저인 나라였을까? 아무튼 지금 빵 이야기
를 하는 것이 아니니 줄여보자면, 그 무렵부터 손바닥 신호를
보내며 길을 건너는 습관이 생겼다. 신호등이 없으니 나라도
나를 지켜야겠다는 의미였다. 도로를 건너며, 언제 행인이 도
로 위로 뛰어들지 몰라 긴장상태로 운 전 중 일 - 혹은 그랬으면
하는 - 운전자에게, 내가 건너고 있으니 멈춰달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웃긴 것은 한국으로 온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횡
단보도를 건널 때면 나도 모르게 오른 손바닥이 운전자를 향
해 올라간다는 점이다. 당연히 빨간불에 브레이크를 밟고, 당
연히 정지선에 멈추어, 당연히 초록불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
는 운전자로서는 얼마나 재미있는 관경일까.
오늘도 손바닥을 들이밀고 길을 건넌다. 마치 내가 마법사라
도 되는 양. 웃기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나의 무의
식은 횡단보도가 있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다.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나온 본능일지도. 안전운전합시다.
첫댓글 책속의 한줄
좋은글 잘보며 다녀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