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연구하는 학문이 유체역학이다.
대학때 유체역학을 배우고 대학원에서도 또 배우고 연구도 했지만 나는 아직도 흐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것은 세상에서 흐름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동에는 유체뿐만 아니라 물류도 있고 세월의 흐름, 돈의 흐름도 있다. 돈의 흐름을 알 수만 있다면 병목지점에 미리 가서 통발이나 그물을 친다면 재벌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대학3학년 때 실습을 나갔다.
배치를 받은 곳은 해운공사 여수호였다. 여수호는 시마비타입의 총톤수 3800톤 정도로 오래된 배였다.
시마비선은 미국의 2차대전 전시표준선으로 해운공사에는 여수호외에도 비슷한 배가 몇 척 더 있었다.
배에 가서 먼저 익혀야 하는 것은 현황파악이다. 기관실에서는 주기를 비롯한 각 기기의 위치파악과 제원을 파악하고
연료와 윤활유, 냉각수,증기,드레인, 압축공기 등이 어떻게 흐르는지 그리고 조종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급선무다.
각종 파이프 라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기관실 플레이트 밑에 있는 파이프라인을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며 밸브는 어디에 얼마짜리 어떤 형이 붙어 있는지를 백지 위에 그려 가면서 며칠간 고생을 하면서 파악하였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기관실에는 각종 파이프라인 도면이 비치되어 있는데도 상급 기관사들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고생을 하면서 파악을 해야 머릿 속에 완전히 각인된다는 식이었다. 배를 옮기면서 두 세번 기관실 바닥을 기고 나면 그 배의 파이프라인이나 유동 시스템이 머리 속에 훤히 그려진다.
우리 몸의 세포수는 대략 60조라고 한다. 그 많은 세포 하나하나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혈관이 필요하다. 우리 몸의 혈관 길이를 일렬로 세우면 세계의 고속도로 길이(12만km)만큼 된다고 한다.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노폐물로 이송한다. 선박의 기관실에 연료유나 윤활유를 깨끗이 걸러 주는 청정기가 있듯이 우리 몸의 혈관계통에도 피를 걸러 주는 신장이 있다. 신장은 미세혈관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고 하는 데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투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환자들 중에서 신장환자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님은 평소에는 혈압이 낮았다.
그런데 어떤 일로 병원에 가셔서 진찰을 받았더니 고혈압으로 나왔다. 그럴리가 없는데 싶으면서도 의사가 고혈압이라고 하니까 믿을 수밖에, 그리고는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2년 이상을 성모병원 순환기내과를 다녔다.
그러다가 대장내시경 검사결과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서울 삼성병원에서 수술한 후 1년만에 돌아가셨다.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는 경우도 있겠으나 의사가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았더라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 있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