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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12
#1. 기획실 앞 복도 (N)
입구에서 보고 있었던 듯한 태준 표정. 씁쓸하게 뒤돌아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또각또각 걸어오는 지애.
헉! 놀라는 태준. 이 일을 어떡하지?? 표정
지애 : (아무 생각 없이 걸어오다가 태준 보고 역시 놀란) 태봉씨! 아니 여긴 웬일이에요? (두리번두리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태준 : (뭐라고 말도 못하고)
지애 : 외부인 출입금진데. 경비아저씨한테 걸려서 혼구멍 날라구!!
태준 : 아줌마 어디 가요?
지애 : 나? 난, 우리 남편 야근한대서 먹을거랑 낼 아침 갈아신을 양말이랑...
태준 : ... 가지 마요.
지애 : 예?
태준 : ..... 가지 말라구요.
지애 : (??? 하는 표정 있다가) 아니, 왜요?
태준 : ... (머리 굴리는)
지애 : 아니 사람을 가지 말라고 하는 거면 뭔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태준 : (힐끗 눈치 보고) 이게 좀 중요한 얘기라, 일단 저쪽으로 좀 가서 얘기해요. (팔 잡고 끌고가고)
지애 : 어머? 왜 이래요!!!
#2. 복도 다른 일각 (N)
지애 : (손 털어내며) 있죠 태봉씨! 그쪽 아무래도 수상하네?
태준 : (뜨끔) 예? 뭐가요?
지애 : 태봉씨 혹시...
태준 : ?
지애 : 나 좋아해요??
태준 : (자기도 모르게 두근...)
지애 : 나 좋아하냐구요. 왜 대답을 못해요?
태준 : (일부러 하... 기막혀하는)
지애 : (그럴 줄 알았다는) 웬일이니. 아니 어쩐지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질 않나. 브랜드 삔을 주질 않나.
여기도 나 쫓아온거 맞죠?
태준 : (표정)
지애 : 그렇지만 태봉씨? 내 말 잘 들어요. 나요, 얼굴이 어려뵈고 아직 미모가 죽지 않아서 그렇긴 하지만! 나 유부녀에요.
아니 아무리 이쁘다구 가정이 있는 여잘 좋아하면 어쩌자는거에요?
태준 : 아줌마.
지애 : 에?
태준 : 나는 원더걸스 소희 좋아하거든요. 그게 내 스타일이야.
지애 : (!)
태준 : 굉장히 어리고 상큼하고 샤방샤방한 그런 스타일! 내 말이 이해가 안되시면 화장실 가서 거울 한번 보시든가.
지애 : (화끈... 어머 별꼴이야. 무안한)
태준 : 자신감 갖고 사는 건 좋지만, 가끔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좀 갖고 살지?
지애 : 아 그럼 뭔데요! 나 쫓아온 거 아니에요?
태준 : (표정 있다가) 쫓아온 건 맞아요.
지애 : 왜요? 아니 원더걸스 소희 좋아하면 소희 집 앞에나 죽치고 있을 것이지! 왜 나를 쫓아오고 난린데요? 스토커야 뭐야?
태준 : 이자 갚아요.
지애 : 에?
태준 : 내가 불가마 동호회 회원이라고 얘기했든가? 내일까지 회비내야 돼서. 급전이 좀 필요하게 됐네.
지애 : 지금 당장요?
태준 : 물론!
지애 : 아니 그거 얼마나 된다구...
태준 : 얼마 안되는 거니까 달라구요.
지애 : 나 지금 택시비 빼면 현금 없단 말이에요.
태준 : 없으면 찾아서 주면 되지.
지애 : 아우 나중에 줄테니까 가요. 남의 남편 회사까지 쫓아와서 웬 행패야 행패가?
태준 : 못주겠으면... (누울 자리 계산해보며) 여기 드러누워야지 뭐. 남편이 알면 좀 창피하겠어요?
지애 : (저놈은 드러눕고도 남겠구나!)
#3. 회사 안 1층 현금지급기 (N)
지애 카드 넣고 비밀번호 누르려는데, 태준이 보고 있는 것 같으면 몹시 경계한다.
손으로 번호판 가리고 힐끗힐끗 보면서 비밀번호 누르고.
잠시 뒤 만원짜리 여러 장 꺼내는.
지애 : (확 내밀며) 여깄어요. 먹고 떨어져요!
태준 : 뒤에 천원짜리도 좀 붙는데, 이것만 받을께요. 그동안의 정도 있고 하니까.
지애 : 어우 진짜 치사해. 그래도 이렇게까지 쪼잔한 줄은 몰랐는데 진짜.
태준 : 내 돈 내가 챙기는데 쪼잔하단 소릴 들어야 되나?
지애 : 역시 사람은 띄엄띄엄 봐선 몰라. 돈 앞에서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 여기서 그 사람의 진면목이 보여지는 거니까.
태준 : 아줌마. 사람은 감사할 줄을 알아야 돼요. 급할 때 도와준 건 생각 안하고. 이자만 아깝나?
지애 : 어머나 네. 그 은혜 정말 각골난방이네요.
태준 : (정색) 지금 나 웃길라구 일부러 그런거죠.
지애 : 에? (뭐가? 말똥말똥)
태준 : (와.. 어이없고) 진짜 몰라서 그런거구나. 각골난방은 무슨.... 각골난망이겠죠 아줌마.
지애 : 한끝 차이잖아요. 뜻만 전달됐음 된 거 아니에요?
태준 : 잘 모르면 쓰질 말아요. 왜 자꾸 틀린 걸 써? 없어 보이게?
지애 : (쳇!) 저기요, 나 여기서 더 지체할 시간 없으니까 그만 가 볼께요. (가려다 돌아보고) 그리구요, 앞으로 우리 남편 회사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요! 우리 남편은 내가 그쪽한테 빚 있는 거 모르거든요?
태준 : 하긴 결혼반지나 팔구 다니는 거 알면 남편 기분이 어떻겠어.
지애 : 그러니까요! 그거 알면 또 우리 남편... 기죽어요. 요새 겨우겨우 기 좀 살아나고 있구만!
태준 : (표정)
지애 : 암튼 나 돈먹고 튀는 그런 여자 아니니까 오늘 같은 행동은 하지 말아줬음 해요. 나 갑니다. (나간다)
태준 : (표정)
지애 다시 졸랑졸랑 안으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보고 있는 태준. 불안불안한 듯 위를 본다.
#4. 기획실 복도 (N)
차가운 표정으로 기획실을 나서는 소현.
그뒤로 따라나오다가 차마 따라가진 못하고 보고 있는 달수.
소현 사라지고 나면. 엘리베이터 쪽에서 나타나는 지애.
달수가 어딘가를 보고 있는 걸 보고, 옆으로 와서 뭘 보나? 같이 보다가. 달수를 쿡 찌른다.
지애 : 뭘 봐?
달수 : (화들짝) 어? 여보!
지애 : 뭘 보고 있었어?
달수 : 아니야. 아무 것도... 웬일이야 전화도 없이.
지애 : 밤새야 된다면서. 먹을거랑 양말이랑 면도기랑 좀 챙겨왔어.
달수 : 뭐하러... 밤늦게...
지애 : (좀 섭섭하고) 나 온 거 안반가워?
달수 : 자꾸 이러면 좀 그래 여보.
지애 : (응?)
달수 : 아니.. 다른 사람들 눈도 있구. 야근할 때마다 당신이 야식 싸다 나른다구 뭐라고들 그럴 거 아냐.
사실 일하는데 자꾸 흐름도 끊기구. 어쨌든 여긴 직장이잖아.
지애 : (!!!) 아... 그래?
달수 : (표정)
지애 : (섭섭) 내 생각이 짧았네. 알았어. 이제 안 올게. (도시락 주며) 그래도 이건 먹어. 간다.
달수 : (좀 미안해지고)
지애 : (간다)
달수 : (도시락 든 채 내가 왜 이러지.. 표정)
#5. 기획실 (N)
달수, 자리에 앉아 있는 표정 위로.
<플래쉬컷들>
소현 만나서 울던 모습부터, 노래 부르는 달수 보며 깔깔대던 소현.
벚꽃길에서 생일축하케익에 그렁해지던 소현.
엘리베이터에서 안기던 소현. 엄마 돌아가셨다며 엉엉 울던 소현.
남이섬에서의 소현. 방금 전 독하게 말하던 소현. 돌아서 가던 뒷모습까지.
달수 머릿속이 복잡하고. 도시락 뚜껑 열어보면 하트콩 이쁘게 박혀 있다. 보는 표정.
#6. 지애 집 거실 (M)
지애, 지애모와 함께 빨래 개고 있다.
지애모 : 뭐어? 기껏 바리바리 싸갔더니 오지 말래?
지애 : 오지 말라는 것 보단, 좀 불편하니까 자제해 달라, 뭐 그거였지.
지애모 : 웃긴다 진짜. 누구 덕에 좋은 회사 취직해놓구, 저 혼자 잘나서 들어간거야 거길?
이래서 남자한테 다 퍼줄 필요가 없다는 거야.
지애 : 엄만~ 그 사람이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지애모 : ...뭐?
지애 : 아 그렇잖아. 남편 회사 제집 드나들듯 드나드는 여자. 내가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뭐.
지애모 : (기막히고)
지애 : 솔직히 어젠 순간적으로 쪼끔 섭섭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온달수가 은근 카리스마가 있어진 게,
이게 내꺼긴 하지만... 멋지더라구 이게.
지애모 : 아이구 멋지긴 뭐가 멋지니. 넌 누굴 닮아 안목이 그 모냥이니.
지애 : 에이 엄만~ 생각해 봐. 불과 몇개월 전의 그이가, 감히 나한테 불편하니까 이런 거 싸들고 오지 마라!
이런 말 할 수나 있었냐구.
지애모 : (어이구! 기막히고)
지애 : 사람이 자신감이 붙으니까 아주 대차졌어. 마냥 귀엽고 착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야성적인 남자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구.
그이가 그러는데약간.. 두근거리더라? (양주먹으로 입 가리며 큭큭 웃는다)
지애모 : (미친년 보듯 보며) 내가 널.. 뭘 먹고 낳았는지, 참... 잘못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쯧쯧거리는)
#7. 소현 집 거실 (M)
태준 커피 마시면서 자동차 잡지 같은 거 뒤적이며 보고 있으면.
2층에서 내려오는 소현. 태준 앞으로 와 앉는다.
태준 : (무뚝뚝) 좀 괜찮냐?
소현 : ...
태준 : 어머니 일은 그냥 그러려니 해. 원래 그러신 분이잖아.
소현 : 원래 그런 분인 거 아니까 하는 말인데.
태준 : (보면)
소현 : 막아줘.
태준 : ?
소현 : 그 남자 가만 안두실거야. 막아달라구.
태준 : (표정)
소현 : 그 사람이 누구냐면...
태준 : 알아.
소현 : 알아?
태준 : (시니컬하게 피식) 그거 알아내는 게 뭐 어려운 거라고.
소현 : (생각하다가 하!) 알아서 그랬어 그럼?
태준 : 뭘?
소현 :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서, 내가 이혼하자고 하는데 싫다 그런거야? 그 사람이... 당신이 좋아하는 여자, 남편이라서?
태준 : !!!! 너 지금 뭔 소릴 하는거야?
소현 : 나도 알고 있었거든. 당신 그 사람 와이프, 좋아하는 거 아냐?
태준 : 누가 누굴 좋아해? 뭘 어떻게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아니거든?
소현 : (보고)
태준 : (횡설수설) 우리는 그 뭐냐, 악덕 사채업자와 채무자 같은, 뭐 그런... 암튼 너는 이해 못하는 그런 관계랄까?
(자기도 모르게 얼굴 빨개지고)
소현 : 좋아하는구나..?
태준 : 아니라니까!!!
소현 : (건조) 지나치게 흥분하네?
태준 : (내가 그랬나? 싶어 표정)
소현 : 다른 건 관심없어. 하라는대로 다 할게. 이혼하자면 하고, 같이 살자면 살고. 이렇게까지 된 거, 뭐 어떻게든 좋아.
그러니까, 그 사람만 다치지 않게 해줘. 부탁해.
태준 : (쟤가 정말 좋아하는구나... 표정)
#8. 호텔 스위트룸 (D)
태준모와 홍식이 마주앉아 있다. 고급잔에 녹차 우려 마시고 있는 둘.
홍식은 태준모의 기에 눌려 어쩐지 눈치를 살피고 있다.
태준모 : 가래로 막을 뻔 한 거 호미로 막게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김이사네서 알려주지 않았으면 까맣게 모르고 있을 뻔 했지 뭐에요.
홍식 : 예? 예.. 집사람이 어떻게 알고 소문이 커질까봐 중간에서 수습한 모양입니다.
태준모 : (매서운 눈빛 감추고) 뭐 우리 김이사 내외가 태준이 부부 위하는 마음이야, 잘 알죠.
홍식 : 그럼요. 당연한거구요.
태준모 : (뼈있는) 어쩌나. 우리 태준이 부부가 김이사한테 큰 약점 잡히게 됐네.
홍식 : (표정 있다가) 흠집이라뇨. 사장님과 저 사이에요. 그런 거 없습니다.
태준모 : 하긴....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은 없으니까. (정면으로 보며) 뭐, 김이사 부부라고 안 그렇겠어요?
홍식 : (!!!! 뜨끔) 예? 아...예....
태준모 : 소현이가 만났다는 남자는 말단사원이라던데.
홍식 : 예.
태준모 : 김이사님이 알아서 잘 해주시겠죠. 믿어요.
홍식 : 아 물론입니다.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녹찻잔 집는 손이 살짝 떨린다)
#9. 사장실 (D)
결재서류 보고 있는 태준. 앞에는 홍식.
홍식 : 부분인사개편이 있어서요.
태준 : (보면)
기획부 온달수 대기발령으로 돼 있고. 태준 표정.
태준 : 기획부 사원이 왜 대기발령입니까?
홍식 : 예? 아니 뭐 꼭 이유라기보다는... 인원조정차원에서...
태준 : (사인 안하고 서류판 탁 덮고)
홍식 : (보면)
태준 : 합당한 이유 없는 낙하산도 반갑지 않지만, 별 이유 없이 사람 내쫓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라서요.
홍식 : (표정) 아..예. 잘 알겠습니다. (가려는데)
태준 : 그리구요.
홍식 : (돌아보며) 예?
태준 : 천연조미료 프로젝트 말입니다.
홍식 : (약간 긴장) 예.
태준 : 최종 책임자가 난데, 너무 손놓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 팀 사람들을 좀 만나봤으면 하는데.
홍식 : 사..장님께서 직접요?
태준 : 안됩니까?
홍식 : (활짝 웃으며) 안되긴요.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직원들의 사기진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일정을 잡아볼까요?
태준 : 됐어요. 생각난 김에 가죠 뭐.
#10. 기획실 (D)
긴장한 채 서 있는 준혁. 양과장. 하대리. 달수. 줄줄이 서 있고.
김과장이며 다른 사원들도 기합 딱 들어서 서 있다.
그 앞엔 태준이 서 있다. 뒤에 홍식과 비서진이 있고.
홍식 : 사장님께서 이번 조미료 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셔서, 직접 회의에 참석하시겠다고 오신거야.
준혁 : 감사합니다 사장님.
태준 : (끄덕하고) 아는지 모르겠는데, 난 자유로운 거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사장인 거 의식하지 말고, 자유롭게 자기 의견 개진했으면 좋겠어요.
홍식 : 예. 그럼 회의실로 가시죠. (움직이려는데)
태준 : (손으로 막으며) 됐어요. 여기서부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김이사님은 가서 일 보세요.
홍식 : (기분 나쁜 표정 감추며) 예.
#11. 회의실 (D)
뒤엔 비서 서 있고. 태준, 준혁, 양과장, 하대리, 달수 앉아있다.
태준은 달수를 은근히 한번씩 쳐다보고. 달수도 태준을 힐끗 본다.
서로 다른 이유로 서로를 의식하고 경계하는 두 남자.
준혁, 서류 내밀며.
준혁 :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입니다. 몇주 안에 베이스가 나오면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구요.
태준 : (서류 대충 훑어보고) 그런데 이렇게 해서 단가 맞출 수 있겠어요?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 쉽지 않을텐데?
준혁 : 아... 그 점 시정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달수 : 그렇기는 하지만.
일동 : (달수 보고)
달수 : 단가 낮추는 걸 먼저 생각하고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기존의 제품과 다를 바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몸에 좋지 않은 화학성분을 없애는 대신 천연성분만으로 맛을 내는 조미료를 만들어 보자는 건데.
단가를 낮추려다 보면 또 화학성분이 들어갈 거고. 그럼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가 퇴색되는 거 아닐까요.
양,하 : (벙쪄서 본다. 니가 미쳤구나...)
준혁 : (어이없고) 온달수씨!
태준 : (달수 보며) 무슨 말인지 잘 알겠는데. 난 돈주머니 쥐고 있는 사장이라서. 싸면서도 좋은 제품.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러라고 머리 좋은 사람들 모아다가 팀 만들어 제품 개발 시키는 거 아닌가?
달수 : (밀리지 않고) 싸면서도 좋은 제품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의 질이냐. 가격이냐! 요즘 소비자들은 현명해서.
제품의 질이 좋다고 입소문이 퍼지면 조금 높은 단가라도 우리 제품을 선택해 주리라 믿습니다.
태준 : (표정 있다가) 그렇게.. 자신 있어요?
달수 : (표정 있다가) 네.. 자신 있는데요?
태준 : 그럼 나랑.. 한판 뜰래요?
달수 : (깜짝) 예???
#12. 실내 농구장 (D)
하대리 호루라기 삑 불면. 경기 시작된다.
나머지 직원들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태준과 달수 두 사람이 치열하게 접전 벌이며 공 넣는다.
달수, 사장 제치고 날아올라서 덩크슛 쏘는 모습.
하대리 : (어이없다는 듯 보며) 닭수의 닭짓은 사장 앞에서도 변함이 없구나! 어쩜 저렇게 닭스러울까. 전생에 쌈닭이었나.
양과장 : (쯧쯧.. 도리도리)
준혁 : (말없이 달수를 보고)
달수, 태준이 몰고가는 공을 확 뺏고 골인시키고.
승부욕에 불타는 태준. 이번엔 달수가 넣으려는 공을 툭 쳐서 빼앗고 골인시킨다.
달수, 태준, 치열한 몸싸움 벌어지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골씩 성공시키고.
태준이 공 넣을 때만 박수 터지는 분위기.
달수와 태준 공중에서 몸이 세게 부딪치고 둘 다 나가떨어지는데.
직원들 우루루 태준 쪽으로만 몰린다. 괜찮으십니까 사장님!!!!!!
반면에 달수, 홀로 저만치에 버려진 채 심지어 우루루 몰려오는 사람들한테 손가락 밟힐 뻔. 겨우 피했는데.
준혁이 꾹 밟고 간다.
준혁 : (힐끗) 어. 미안. (달려간다)
달수 : (아파 죽는)
#13. 락커룸 (D)
달수 땀에 젖은 채 들어오는데.
벌써 깔끔하게 옷갈아입은 태준, 달수를 본다.
달수 가볍게 목례하고 옷장 문 여는데.
태준 : 소현이.. 대학 선배라던데...?
달수 : 네.
태준 : 소현이가 온달수씨 얘길 하더라구요? 좋은 사람이라고.
달수 : !!!!
태준 : (표정 있다가 나가려는데)
달수 : 소현이.. 아니 사모님도...
태준 : (멈칫하며 표정)
달수 : 좋은 분이십니다. 겉은 차가워 보여도 여리고 순진하고... 아마 사장님께도 좋은 아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태준 : 부부라는 건 참 이상하죠?
달수 : (표정)
태준 : 가장 비밀이 없어야 할 사이인데, 큰 비밀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가장 거짓말 하지 말아야 할 관계인데. 누구보다 서로에게 많이 거짓말을 하잖아요.
달수 : (표정)
태준 : 그래도 온달수씨는 좋은 남편일 거라고 생각해요. 비밀도 없고. 거짓말도 안하는.
달수 : (!!!)
태준 : (어깨 툭툭 쳐주고 나간다)
#14. 락커룸 앞 (D)
태준 나오다가 문득 뒤돌아보며 혼잣말.
태준 : 확.. 우즈베키스탄 지사로 보내버려? 너무 먼가? 거제도? (갸웃하다가) 안되겠네. 아줌마한테 빚 받을 게 아직 많이 남아서.
(피식 하고 간다)
#15. 영숙 집 거실 (D)
영숙 이젤 앞에 둔 채 이상한 추상화 같은 그림 그리고 있고.
이슬이 옆에서 물감 섞어주며 시중 든다.
영숙 : 퍼플하고 레드를 한번 섞어볼까?
이슬 : (열심히 섞으며) 네 사모님. 아주 판타스틱한 색상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요?
영숙 : 뭐 지난 얘기 다시 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때 기분이 참 그렇더라? 양과장네가 사장 와이프 뒤에 딱 붙어서 나오는데?
이슬 : 사모님. 그 일은 제가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영숙 : 난 하루빨리 양과장네를 양부장네라고 부를 날이 오길 바랬는데. 아직은 요원한건가...
이슬 : (물감 가열차게 섞는데)
벨소리 들리고. 이슬 ‘제가...’ 하며 일어나서 문 열어주러 나간다.
나갔던 이슬,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들어오면.
이슬 : 사..사모님.
영숙 : (돌아보며) 누군데?
소현이 들어온다. 영숙 헉 놀라서 일어나면.
이슬은 뒷걸음질로 주방으로 들어가고.
소현 : 앉아도 될까요?
영숙 : 그럼요. 뭐 마실 거라두..
소현 : 됐어요. 할 말 있어서 잠깐 들렀어요.
영숙 : (찔리는 것도 있고) 네. 무슨 말씀이신지.
소현 : 고맙다는 얘기 하려구요.
영숙 : (!)
소현 : 덕분에 나.. 정신 차렸거든요. 제자리도 확실히 찾았고. 모든 게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뼈있는) 정말 고마워요.
영숙 : !!!
소현 : 게다가, 저희 어머님이 이번 일로 좀 더 확실히 아신 것 같더라구요. 김이사님 부부가 우리 부부에게 어떤 존재인지.
제가 그렇게 말씀드려도 잘 모르시더니.
영숙 : (여유로운 미소) 사모님.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소현 : 뒤에서 쓸데없는 짓 꾸미는 데 힘빼지 말라는 얘기에요. 싸우고 싶으면 곁가지 건드릴 게 아니라, 나랑 제대로 붙어야죠.
안그래요?
영숙 : (표정 있다가 당당하게) 제가 사모님과 싸울 주제나 되나요?
소현 : 아! 주제를 알고 계신다니, 참 반가운 얘기네요. 앞으로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영숙 : (미소) 그럼요 사모님. 암튼 이번 일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구요. 앞으로도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성심성의를 다하겠습니다.
소현과 영숙 미소로 서로를 보는데, 둘의 카리스마가 팽팽하다.
#16. 이사실 (D)
홍식과 준혁 앉아 있다.
홍식 : 온달수 말야. 대기발령 내려고 했는데, 사장이 리젝트했어.
준혁 : ....대기발령요? 저는 모르고 있었는데요.
홍식 : 어어.. 그게 담당부장한테 먼저 얘길 했어야 했는데. 이게 저 위에서 떨어진 지시였거든.
준혁 : .... 예.
홍식 : 사장 논리는, 아무 이유 없이 대기발령 낼 수 없다, 뭐 그거야. 그런데 말야.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나? 안 그래?
준혁 : (표정)
홍식 : 한번 털어보지 뭐. 응?
#17. 부장실 (D)
준혁 앞에 김과장.
김과장 : 그러니까, 온달수씨의 약점을 잡아봐라 그런 말씀이신거죠?
준혁 :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하는데서)
#18. 지애 집 거실 (N)
지애, 등짝에 파스 딱 붙여주다가 헉 놀라고.
지애 : 그러니까 사장이랑 붙었다가 다친거란 말야?
달수 : 응. 내가 진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덩크슛도 쏴주고. 암튼 뭐 한마디로 눈부신 활약이었지.
지애 : (등짝 쫙소리 나게 때리고)
달수 : 아!!!!
지애 : 내가 못살아. 저번에 축구할때도 그냥 분위기 파악 못하고 산통 다 깨놓더니. 또 그랬어?
사장님 골 넣으시게 무등을 태워드려도 시원찮을 판에, 덩크슛이 웬말이니 진짜!!
달수 : 이번엔 그런 거 아니거든? 사장이 남자 대 남자로 나랑 한판 뜨길 원하는 눈빛이더라구. 내가 그 눈빛을 딱 읽었지.
지애 : 참... 그 사장도 어떤 사장인지.... 할 일 없네. 아니 근무시간에 말단 직원들 불러다놓고 그런 짓이나 하고 앉았고.
달수 : (적개심) 원래 왕날라리에 바람둥이로 소문 난 인간이야.
지애 : 그래두 어떻게... 눈도장 좀 확실히 찍지 그랬어. 사모님이랑 당신 관계 얘기도 좀 하고.
달수 : (표정 있다가) 알고 있던데 뭐.
지애 : (표정 확 펴지고 사르르) 어머나. 알고 계셔? 사장님이 당신 존재를...?
달수 : (기막혀 보며) 좋냐?
지애 : 좋지 그럼! 우린 이제 한낱 하찮은 말단사원이 아니야. 사장님의 직속 라인인거지! (음하하하~)
달수 : (표정)
#19. 휘트니스 클럽 (D)
이슬,정란,향숙 입 딱 벌어진다.
이슬,정란,향숙 : 사..사장님이?
지애 : 네에. 우리 사모님이 도대체 뭐라구 얘길해 두신건지. 암튼~ 얘기 잘 들었다 그러시믄서~
막 골 잘 넣는다구 칭찬도 해주시구 그랬나봐요.
이슬 : 자긴 진짜 좋겠다. 어제두 보니까, 역시 사장부인이 이사부인보단 열끝은 높드라.
이사님 사모님이 아주 꼼짝을 못하시더래니까?
정란 : 그래애?
지애 : (거만) 그런데 사모님? 오늘 무슨 일로 저 보자고 하신건지?
이슬 : 아! 곧 퀸즈직원 전시회 있잖아. 이사님 사모님 작품도 전시될 예정이라서 우리가 도울 일은 좀 나눠서 도울까 하구...
아우 그런데 자긴 신경 안써두 돼.
정란 : 그럼. 하대리네는 뒀다 어따 써.
향숙 : (시무룩)
이슬 : 그래. 오픈식에만 얼굴 살짝 내비치면 돼. 그리구, 사장님 사모님이랑 식사 약속 트라이 해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지애 : 아우, 내 정신 봐. 언제 봐서 말씀드릴께요.
정란 : 그래. 우리 다같이...
이슬 : 뭘 다같이야! 어따 밥숟가락 슬쩍 올리려구! (신경전 벌이고)
지애 : (왠지 으쓱.. 흐뭇하고)
#20. 퀸즈팰리스 로비 (D)
지애,이슬,정란,향숙 수다 떨면서 나오는 길인데.
소현이 여비서와 함께 들어오면서 뭔가 얘기하는 중.
지애 : (반가움에) 어머나, 사모님.
일동 : 안녕하세요 사모님. (하는데)
소현 : (싸늘하게 여비서에게) 일단 전시회 오픈 때는 민준동 화백님 정도는 모셔서 인사말을 들을 수 있게 짜보구.
여비서 : 네.
지애 : (날 못봤나? 싶어 얼른 앞으로 가고, 웃으며) 사모님~~ 어디 나가시는 길이신가봐요?
소현 : (차갑게 보고) 뭐죠?
지애 : (민망) ...예? 아니 저기...
소현 : (여비서 보면)
여비서 : (손으로 약간 밀며 제지시키는)
지애 : (!!!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아...바..바쁘시구나... (뒷걸음질로 제자리에 오고)
이슬,정란 : (눈 휘둥그래서 보고)
소현 : (싸늘한 시선 거두며 다시 또각또각 걸어가며) 그리구 윤화백님 스케쥴도 좀 알아보고.. (어쩌고 얘기하며 사라지고)
지애 : (벙쪄서 있는데)
이슬 : (뜨악한) 어떻게... 된거야? 자기 뭐, 사모님한테 찍힐 짓 한 거 있어?
지애 : (너무 당황스러워) 아니.. 그런 거 없는데...
정란 : (지애에게 한걸음 슬쩍 떨어지더니) 자기는 전적도 있잖아. 이사님 사모님한테두 처음엔 예쁨 받다가 나중엔 콱 찍히더니.
이번에두 혹시 그런 거 아냐?
이슬 : 에이... 설마... 잘 못 보셨겠지 뭐. 그렇지?
지애 : (울상되고)
#21. 기획실 (N)
모두 퇴근한 뒤의 사무실. 김과장만 있다.
슬쩍 달수 자리로 오더니 책상을 마구 뒤지기 시작하는 김과장. 영수증이며 종이쪽지까지 모두 모으는데.
들어오는 달수.
달수 : 어? 김과장님. 아직 퇴근 안하셨어요?
김과장 : (헉 놀라 후다닥 감추며 발로 책상 서랍 닫는) 어 달수씬 이 시간에 웬일이야?
달수 : 핸드폰 두고 가서요. (책상 위에 핸드폰 집고)
김과장 : 아... 그랬구나. (뻘쭘)
달수 : (약간 이상해서 보며) 그런데 제 자리에서 뭐하세요?
김과장 : 응? 먼지 터느라구.
달수 : 예?
김과장 : 책상에 먼지가 많더라구. 그래서 먼지 좀 털어주느라구. 하하하!
달수 : 아아... (같이 하하하 웃고)
#22. 지애 집 외경 (N)
#23. 지애 집 주방 (N)
지애와 달수, 정원 밥 먹는다.
지애 : 아니 사모님이 왜 그러셨을까? 뭐 때마침 안좋은 일이 있거나 그랬던거겠지?
달수 : .....
지애 : 그러지 않고서야 하루아침에 그렇게 쌩하니... 내가 뭐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거든?
달수 : (속상)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연락하지 말랬잖아.
지애 : 연락한 거 아니고, 우연히 마주친거라니까? 다른 땐 그렇게 다정하시더니. 완전 찬바람이 쌩쌩부는 게...
왜 그러신거야 도대체. (머리굴리는)
달수 : (표정 있는데)
지애 : 혹시 그거 아닐까? 덩크슛?
달수 : 뭐?
지애 : 아니 당신 덩크슛에 사장님이 직원들 앞에서 면도 안서고 빈정이 상하신 거지.
그래서 사모님한테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얘기했다든가?
달수 : 에이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지애 : 그른가?
정원 : 왜? 엄마 말에도 일리가 있는데.
지애 : (또 바로 흔들려서) 그렇지 정원아! 엄마 말 설득력 있지!
정원 : 응. 나 다니던 유치원에도 꼭 그런 애들 있었거든.
지애 : 그렇지? (뒷담화 분위기) 어딜 가나 그런 애들은 있어. 그지?
정원 : (끄덕끄덕) 뭐, 좀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지.
달수 : (좀 어이없게 둘 보다가, 표정)
#24. 지애 집 안방 (N)
달수, 눈치 봐가면서 들어온다. 핸드폰 열고. 문자 찍는. “소현아. 잘 지내고 있는...” 찍다가 닫아버린다.
달수 : 물어봐서 뭐하냐. 잘 지내고 있겠지. (애써 털어내며 미소. 침대에 벌렁)
#25. 봉순 집 거실 (N)
준혁, 안방에서 나오며 몸이 찌뿌드드한가보다.
봉순, 텔레비전 보고 있다.
준혁 : (예의 카리스마) 여보. 나 반신욕 좀 하게 준비 좀 해줘.
봉순 : 수도꼭지 돌릴 줄 몰라요? 당신이 물 틀어서 직접 해요.
준혁 : (기막히고) 뭐?
봉순 : (드라마 볼륨 살짝 키우고)
준혁 : (꾹 참으며) 목욕타월 어딨어.
봉순 : 직접 찾아봐요. 혁찬이도 그 정돈 해요.
준혁 : (에이 표정 있다가 그냥 서재로 간다)
#26. 준혁 집 서재 (N)
준혁, 일하다가 에이.. 볼펜 내던지는 표정 위로.
<플래쉬컷> 1부에서 편안하게 반신욕 즐기던 자신의 모습.
그 때가 먼 옛날인 것만 같고. 조금은 서글픈 표정.
#27. 수영장 (D)
소현 수영하고 있고. 고운이 브리핑 자료 들고 서 있다.
입구 쪽으로 지애 들어온다. 조금 떨어져서 이슬 정란도 따라들어오고.
여비서 : 무슨 일이십니까?
지애 : 아.. 네. 천지애라구요. 온달수 사원 와이프가 찾아왔다구 좀 전해주시겠어요? 제가 뵙고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소현 : (물에서 나오고)
여비서 : (소현 보면)
소현 : (지애를 힐끗 보더니 의자에 앉고 고운에게) 작품 목록 줘봐요. (지애쪽 외면)
지애 : !!!
여비서 : 돌아가 주시죠.
이슬,정란 : (완전히 텄구만 텄어! 실망하는 눈초리로 슬쩍 돌아서고)
지애 : (표정)
#28. 부장실 (D)
김과장이 준혁에게 보고하고 있다.
김과장 : (주변 경계하며) 계속 살펴보고는 있는데. 잔챙이도 너무 잔챙이라 딱히 흠잡을 게 없기는 합니다.
준혁 : (표정)
김과장 : 영수증이랑 진행비 받아간거랑 다 대조도 해 봤는데, 오히려 지 돈을 더 썼더라구요.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술버릇도 깨끗한 편이구요. 참! 지난주 금요일에 온달수씨가 마지막으로 퇴근하면서 소등을 안하고 가서,
경비실에서 뭐라 그랬다던데. 그런 건 좀 그렇죠?
준혁 : (어이없어 표정) 지금 장난해?
김과장 : 죄송합니다.
준혁 : 알았으니까 더 알아봐.
#29. 갤러리 (D)
소현 고운과 작품 보면서 뭔가 얘기하고 지시하는데.
괜히 저쪽에서 팔짱 끼고 작품 보는 척 하고 있는 지애.
이때 문득 고운이 지애를 발견하고.
고운 : 어? 언니.
지애 : (약간 놀라는척 하고) 어? 고운씨. 어머나. 사모님도 계셨네요. (쪼르르 온다)
소현 : (표정)
지애 : 나 요근처 왔다가 갑자기 그림 감상이 하고 싶어져서 잠깐 들른건데. 우리 사모님 계실 줄은 꿈에도 모르고.
소현 : (여전히 차갑게 보고 있고)
지애 : (눈치 슬쩍 보고) 아 그리구요. 이건 제가 집에서 만든 악세서린데. 지금 보니까 사모님께 더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이거...
(앙증맞은 선물상자 내밀면)
소현 : (안받은 채 보며) 난, 내 개인 쥬얼리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물건 아니면 안해요.
지애 : (손이 부끄럽고) 아.. 그러시구나. (슬쩍 집어넣으며) 그러시겠죠. 제가 그 생각은 못하고. (어색하게 웃는데)
소현 : 그리구 여기 불쑥불쑥 드나드는 거 삼가줬으면 해요. 여긴 내가 일하는 공간이에요.
지애 : (민망) 네. 죄송해요.
소현 : (고운에게) 저녁 만찬이 몇시라 그랬지?
고운 : 네. 여섯십니다. (따라가다가 지애 돌아보고) 갑자기 왜 저러신대? 암튼 언니 나중에 봐요. (간다)
지애 : (표정)
#30. 준혁 집 주방 (N)
봉순, 혁찬에게 돈가스 먹여주고 있다.
준혁, 들어오는데. 식탁 위에 김치와 멸치볶음 김 같은 거 밖에 없다.
준혁 : 반찬이 이게 다야?
봉순 : 네. 바빠서요. 돈가스라도 먹을래요?
준혁 : 나 기름진 거 싫어하잖아. 뻔히 알면서. 굴비라도 좀 구워와.
봉순 : (쳐다도 안보고) 이제 구워서 언제 먹게요. 그냥 먹어요.
준혁 : 아니 뭐 먹을 게 있어야 먹지. 국 하나도 안끓여놓고.
봉순 : 당신이 애에요? 국 없으면 밥 못먹어요?
혁찬 : 아빠. 대충 먹어. 경우네 아빠는 엄마가 밥 안차려줘서 맨날 굶구 다닌대. 그거보단 낫잖아.
준혁 : (표정 있다가, 에이..하고 일어나면)
봉순 : 왜요? 또 가출하게요?
준혁 : 당신 왜 그래? 사춘기야? 아니지. 사춘기라기엔 너무 늙었고. 갱년기야?
봉순 : (찌릿)
준혁 : 왜 안하던 반항을 하냐고!
봉순 : 가출에 외박에 사춘기짓 다 하고 다니는 게 누군데?
(준혁 밥을 밥통에 부어 버리며) 먹기 싫음 먹지 말고, 나가고 싶음 나가고 맘대로 해요.
준혁 : (하! 표정 있다가 확 나간다)
봉순 : (밥 먹다가 어찔하는 표정)
혁찬 : 엄마. 왜 그래?
봉순 : 아니야. 먹어.
#31. 기획실 (N)
컵라면 뚜껑 위에 두꺼운 사전 같은 거 올려놓고 익기를 기다리며 자료 입력하고 있는 달수.
이때 들어오는 준혁. 달수 보고 흠칫 놀란다.
준혁 : (표정 있다가 다가오며) 아직 안갔어?
달수 : (엉거주춤 일어나며) 예. 테스트 자료 정리할 게 좀 남아서요. 그런데 부장님은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준혁 : 어? 나는... 일 처리할 게 좀 남아서.
달수 : 아... 저 지금 저녁을 못먹어서 컵라면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드실래요? 하나 더 있는데.
준혁 : (먹고 싶고) 아니 됐어. (돌아섰다가 다시 돌아보며) 혼자 먹기 영 그러면... 하나 줘보든가.
(컷튀면) 준혁과 달수, 마주보고 앉아서 컵라면 먹고 있다. 꼬마김치 같은 거 집어먹으며.
준혁 : (무심한 척) 준비는 잘 돼 가?
달수 : 예. 처음엔 천연재료만 투입이 되니까 맛이 좀 떨어졌었는데요. 수정 샘플은 많이 좋아졌어요.
준혁 : 그래? 잘됐네.
달수 : 그땐 말씀 못드렸는데요. 어쨌든 이렇게 큰 일을 맡겨주신 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준혁 : (표정) 뭘...
달수 : 처음엔 부장님이 공과사도 구분 못하는 쪼잔한 분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 싫어하는 저한테 이런 일 맡겨주시는 거 보고,
역시 대기업 부장님은 통이 크고 대범하시구나... 뭐 그런 생각도 잠깐 했었습니다.
준혁 : (찔린다)
달수 : 솔직히 진짜 쪼잔한 놈 같았으면, 눈에 거슬리는 저 같은 놈. 짤라내려고 별의별 수를 다 썼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부장님은 쪼잔한 놈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하하! 해맑게 웃고)
준혁 : (라면 후루룩 먹다가 콜록콜록 기침하고)
달수 : (생수병 건네며) 물 드릴까요?
준혁 : (아니라고 손 내젓고 콜록콜록)
#32. 부장실 (N)
준혁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표정.
<플래쉬컷>
준혁 : 아직 이렇다할 약점을 찾지 못해서요.
홍식 : 털어서 먼지가 안난다...? 그럼 먼지를 만들면 되지. 세상에 쌓이고 쌓인 게 먼진데. 안 그래? (털털하게 웃고)
부장실 의자에 앉은 준혁. 바깥을 슬쩍 내다보면, 혼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달수 모습.
마음이 무거운 준혁.
#33. 지애 집 거실 (M)
달수 옷 입는 거 도와주는 지애.
지애 : 나 이따 회사 가.
달수 : 왜?
지애 : 오늘 퀸즈가족 전시회 있잖아. 평강회 여자들은 다 가는 모양이더라구.
달수 : 당신은 평강회도 아니잖아.
지애 : 그럼 어떡하냐? 사장님 사모님 빽만 믿고 평강회도 안 들어가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 완전히 끈 떨어진 연이 됐으니...
달수 : 그런 거 신경 쓰지 말랬잖아.
지애 : 나 왕따인 거야 상관 없지만 당신 회사생활에 안좋을까봐 그렇지. 당신 사모님 왜 그러시는지 진짜 짚이는 거 뭐 없어?
달수 : .... 없다니까.
지애 : (혼자 헉 놀라며) 혹시 내가 사모님보다 더 예쁘게 하고 간적이 있었나?
달수 : 뭐?
지애 : 그게 좀 빈정이 상하셨나? 여자들은 그런 거 있거든. 자기보다 예쁜 애랑은 같이 안 놀라 그러는 거.
달수 : 넥타이나 주세요.
지애 : (넥타이 척 주고) 안 그럼 뭐지 도대체? 섭섭한 것도 섭섭한 거지만, 궁금해 죽겠어. 그 이유가.
달수 : (표정)
#34. 회사 로비 (M)
소현, 태준, 비서진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오고. 출근하던 직원들 홍해처럼 쫙 갈라지면서 인사한다.
달수, 하대리와 함께 들어오다가. 소현을 본다.
소현도 달수를 슬쩍 보고. 달수 의식해서 태준의 팔짱을 가만히 낀다.
왜 이래? 태준 표정.
달수 가볍게 목례한 채로 그 모습 본다.
소현, 단 한번도 달수에게 눈길주지 않고 싸늘히 지나쳐 가는 모습.
달수, 소현 뒷모습 보고. 걱정 떨구려는 씁쓸한 미소 정도.
#35. 전시회장 앞 (D)
<퀸즈가족전시회 오픈 경매이벤트> 안내가 돼 있고.
봉순 정란 이슬 뭔가 쑥덕이며 작전모의하는 분위기였다가 지애가 꽃다발 든 채 나타나면. 뚝 멈춘다.
이슬 정란, 지애에게 어색하게 눈인사하고 먼저 전시회장 쪽으로 가면.
지애 :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었길래 내가 오니까 뚝 그쳐?
봉순 : 별 거 아냐. 니가 사장님 사모님한테 까였단 얘기.
지애 : 뭐? 까..까이기는.
봉순 : 너두 참, 어쩌려구 그러니? 이사님 사모님께 까여.. 사장님 사모님께 까여.. 애가 왜 자꾸 여기저기 까이고 다녀?
지애 : 그런 거 아니거든?
봉순 : 아니긴. 양쪽 줄에서 다 까여서 이제 너 어떡하면 좋니?
지애 : 니가 내 걱정을 왜 하니? 난 아무렇지 않거든? 난 괜찮아!
#36. 전시회장 (D)
전혀 괜찮지 않은 지애. 영숙 앞에서 한없이 비굴하다.
지애 : 사모님. 전시회에 작품 출품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꽃다발 내미는) 이거...
영숙 : (눈짓하면)
정란 : (얼른 꽃다발 대신 받고)
영숙 : 나한테? 웬일이야? 사장님 사모님이 아니구?
봉순 : 사모님 모르시는구나. 지애가 사장님 사모님께 까여가지구. 급히 노선 변경 하려구 지금 꽃까지 사들구 찾아온건데.
지애 : !!!! (이년이...)
영숙 : 노선변경은 무슨... 지금 음주운전해? 1차선 갔다 2차선 갔다? 음주운전의 끝이 뭔 줄 알아? 면허말소야!
다시는 운전대 못잡게 만드는 거지. 다들 알아두라구. (하고 우아하게 가면)
얼른 영숙 뒤 따라가는 여자들. 남은 지애 막막하고.
(컷튀면) 전시장 다른 일각. 오픈식 케익 컷팅하는 소현, 영숙, 홍식 정도. 박수치는 모습 있고.
케익컷팅하고 자리로 가는 소현과 애써 눈마주쳐 보려 하는 지애. 하지만 눈길도 주지 않는 소현은 차갑기만 하고.
고운 : (사회보는) 퀸즈푸드 가족전시회 오픈 경매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일동 박수 치고.
고운 : 경매 수익은 모두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쓰여지는데요. 오픈식의 이벤트로 몇 작품을 경매에 부치는 순서가 있겠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퀸즈푸드 김홍식 이사님의 사모님이신 오영숙님의 작품입니다.
일동 일어나서 박수치고.
우아하게 박수 받으면서 나가는 영숙. 천을 탁 뜯으면, 금장 두른 화려한 액자에 걸린 그림.
하지만 뭔가 추상적인 것이, 초등학생이 그린 것도 같은 졸작이다.
영숙 : (진지) 이 그림의 제목은 ‘쇼핑’입니다. 쇼핑을 나설 때 전 생각하곤 하죠. 백을 살까, 선글라스를 살까. 구두를 살까.
그 혼란과 혼돈 속에서 백화점에 도착하지만, 일단 그 공간 안에 들어서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분명해지죠.
그날 제 영혼을 끌어당기는 물건을 향해 자석에 쇠붙이가 이끌려가듯이 가보면,
그것이 바로 그날 제가 사야 할 물건이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심리상태를 작품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홍식, 자기가 생각해도 약간 쪽팔리고.
여자들, 브라보~ 하며 손뼉치고 난리가 났다.
지애 어이없다는 표정 있다가 하는 수 없이 박수치는데.
고운 : 네. 경매는 삼십만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서 있는 순서대로 금액 부른다.
이슬 : 삼십오
정란 : 사십
향숙 : (눈치 보다가) 사..사십오.
여1 : 오십.
여2 : 오십오.
영숙 : (흐뭇하고)
봉순 : 육십.
고운 : 네. 육십까지 나왔습니다. 더 없으신가요?
봉순 : (노골적으로 옆에 있는 지애를 본다)
지애 : (왜? 나?)
다른 여자들도 모두 고개 돌려서 지애를 보고.
지애 : (무언의 압박이 당황스럽고)
영숙 : (너 뭐니?하는 표정으로 가만있는 지애를 보는)
다들 지애만 보고 있는 눈빛들,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은 지애.
지애 : 육십오.
고운 : 네. 육십 오만원 나왔구요. 더 없습니까?
침묵.
놀란 지애, 얼른 옆에 여자 보는데. 옆에 여자는 외면하는.
지애 : (헉!! 안돼!!)
고운 : 하나. 둘. 셋. 네. 그럼 이 작품은 육십오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지애 : (폭탄 맞은 표정)
여자들 : (가식적으로 아깝다는 반응들)
영숙 : (흘낏 지애를 보면)
지애 : (가식적으로, 너무 좋다는 표정으로 여기저기 인사하고)
#37. 전시회장 앞 (D)
태준모와 태준, 그리고 뒤에 비서진들 함께 오고 있다.
태준모 : 가기 싫어도 이런 자리엔 참석을 해야지! 모양새도 그렇고! (속삭) 딴소리들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기횐데!
태준 : (영 가기 싫고)
이때 커다란 액자 들고 낑낑대면서 전시회장에서 나오는 지애.
태준은 지애 보는데. 지애는 액자에 치여서 태준 쪽 보지 못한다.
액자 때문에 앞에 있는 무리 보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걸어가는 지애.
이 때문에 태준모를 비롯해 비서진들까지 모두 어어.. 하며 비키는 꼴 되고.
지애, 무거워 죽겠네. 이게 무슨 육십오만원이야.. 궁시렁대며 걸어간다.
태준모 : (약간 불쾌한 표정 있다가, 다시 옆을 보며) 그리구... (!)
태준이 없다. 태준모, 태준 부르려다가 보는 눈들도 있고. 다시 우아하게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38. 회사 뒷쪽 (D)
지애, 그림 끌어안고 낑낑대며 걸어가는데. 액정 보면, “날백수”
가슴 덜컹 내려앉는 지애.
지애 : 뭐야.. 이 백수가 왜 또 전화야. 뭘 또 뜯어갈라구! (짜증나는 표정있다가) 여보세요?
태준OFF : 아줌마 어디에요.
지애 : 나요? (표정 있다가) 나 지금 지방에 좀 내려와 있는데? 좀 멀리...
지애 바로 옆으로 슬슬 운전해가고 있는 태준. 선글라스 낀 채 핸즈프리로 통화중.
태준 : (씩 웃고) 아 그렇구나. 내가 생각해 봤는데요. 우리 아직 차용증도 안썼더라구.
지애 : 차용증요?
태준 : 아줌마가 오리발 내밀면 나는 법적으로 호소할 곳이 없잖아.
지애 : (기분 나쁜) 아니 날 그렇게 못 믿어요?
태준 : 당연하지.
지애 : 아니 왜?
태준 : 지금도 뻥치고 계시잖아요.
지애 : 뻥은 무슨 뻥!
하는데, 빵빵 하는 소리 들려서 옆을 보면. 태준이 창문 내리고 씩 웃는다.
너무 놀라 비틀...하는 지애.
태준 : 여기가... 지방인가? 제주도야? 독도야?
지애 : (쪽팔린 표정으로 전화기 닫고)
#39. 아이스크림 가게 (D)
태준 앉아 있고, 지애 삐딱하게 앉아서 아이스크림 막 퍼먹는다.
태준 : (차용증 쓱 내민다) 싸인해요.
지애 : (보고 헉 놀란다) 아니... 이게 뭐에요? 반지값 팔십만원 내가 십개월 할부로 갚는다 그랬잖아요!
태준 : 내가 찬찬히 생각해 봤더니 아줌마가 나한테 빚진 게 그 뿐이 아니더라구요. 병원비도 아직 정산이 안됐어.
지애 : 네에? 벼..병원비는 그쪽이 해주기로 한 거 아니였어요?
태준 : 난 그러겠다고 한 적 없는데?
지애 : 아니 그게 언제적 일인데 이제 와서!!
태준 : 있잖아요 아줌마. 시간이 흐르면 사랑은 변해두요, 빚은 안변해. 그건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거에요.
갚지 않는 한. 영원히. 대물림까지 해가면서.
지애 : 그래두요.
태준 : 보험사기는 사회악인 거 알죠? 그리고 나는 사회정의를 바로잡는데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지애 : 사채도 사회악 아닌가?!!!
태준 : 내가 왜 사채야? 나는 딱 원금하고 은행이자만 받는 사람이에요. 자, 여기 차용증에 서명하시고.
지애 : (이씨 진짜...)
태준 : 보험사 직원을 불러야 되나.... 일이 복잡해지는데?
지애 : (에씨 표정 있는데)
이때 태준 전화벨 울리면. 전화 받는 태준.
태준 : 여보세요? 아~ 맞아요. 떼인 돈 받아드리는 일도 해요.
지애 : (겁 집어먹는 표정)
태준 : 저희는 폭력은 안쓰거든요. 말로 해결할 수 있는데 왜 폭력을 씁니까.
지애 : (더 겁먹고)
#40. 회사 로비 (D)
비서 : 사장님! 사장님! (끊겼는지) 이런 또라이.. 이제 아주 정신줄을 놓는구만!
#41. 아이스크림 가게 (D)
지애 : (겁먹은 거 감추려 애써 쎄게 나가는) 태..태봉씨. 그냥 건전한 백수가 아니었네요? 어쩐지 놀고 먹는 주제에 차도 좋고..
뭔가 이상하다 했어.
태준 : 아~ 내가 이쪽에 좀 재주가 있어서. 알바 삼아서 가끔 뛰어요. 어떻게.. 사인 안하실래요? 그럼 내 방식대로 해결을 하고.
지애 : (표정 있다가) 어디다 하라구요? 요기다? (읽는 척 하다가 냅다 튄다)
태준 : (기막혀서 보다가 그림 발견)
#42. 거리 (D)
뛰어가다가 뒤를 보는 지애. 아무도 없다. 휴~ 안심하고 가는.
#43. 지애 집 앞 (N)
지애, 장봐서 룰루랄라 오는데. 그림 들고 기다리고 있는 태준.
헉!!! 놀라는 지애.
지애 : 여기까지 쫓아온거에요?
태준 : 뭘 쫓아와요. 아줌마 갈 데 뻔한 것 같아서 와본 거지. 이거 놓고 갔잖아.
지애 : 아 맞다. (받고)
태준 : (종이 내밀며) 사인이나 해요. 존말로 할때.
지애 : 에이 진짜! (열받는 거 꾹 참으며) 그래요. 합시다 해! 내가 진짜 드러워서.... (차용증에 사인하는)
태준 : (완전 만족하는데)
이때 지애에게 전화 오고.
지애 : 여보세요? 화자냐? 어 나 지금 태봉씬지 뭔지랑 같이 있는데.
태준 : (안색 싹 변하고)
#44. 점집 (N)
화자, 라면 먹고 있다가 바로 뱉으며.
화자 : 나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전해줘. 우리 태봉씨한테.
#45. 지애 집 앞 (N)
지애 : 온다고? 여길? (하고 보면)
태준 차 벌써 부웅 출발한다. 지애, 오호라... 표정.
#46. 가라오케 (N)
달수 들어오면 멘실모 남자들 모두 열화와 같은 환영.
달수 : 형님들. 웬일이세요? 우리 멘실모가 이렇게 비싼 데서 모임을 다 하고?
형님1 : 따지고 보면 다 달수 니 덕분이지 뭐.
달수 : 네?
형님2 : 야 한잔 해라. 그리고 오늘 우리가 쏘는 거니까 재밌게 놀고!
달수 : 형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복권 당첨이라도 되셨어요? (해맑게 하하 웃고)
형님2 : 복권? 당첨됐지!
(컷튀면) 질펀한 분위기 이어지고 있고. 달수도 노래 부르고.
형님2 옆으로 오더니 달수 가방에 돈봉투 집어넣는다.
달수 자리로 오면. 형님2, 달수에게 술 따라주고.
형님2 : 너 요즘 회사에서 대형 프로젝트 맡았다면서?
달수 : 어?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형님2 : 나 아는 사람 중에 다시마 납품하는 사람이 있거든? 어떻게 계약 연결 좀 안되겠냐?
달수 : 어? 어쩌죠. 재료 계약은 벌써 다 끝났는데.
형님2 : 임마. 아는 사람 좋다는 게 뭐야.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달수 : 죄송해요. (하려는데)
형님2 : 어? 저거 내 노래다. (나가버리고)
달수 :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표정)
#47. 준혁집 거실 (N)
준혁 생각에 잠긴 채 멍하게 앉아 있는데.
옆에서 영어학습기 보며 공부하는 혁찬.
혁찬 : (영어로) 당신은 비열한 사람입니다. (한국말로) 당신은 비열한 사람입니다.
준혁 : (헉!)
혁찬 : (영어로) 당신은 배신자입니다. (한국말로) 당신은 배신자입니다.
준혁 : (깜짝 놀라 일어나 도망치듯 서재로 얼른 들어간다)
그뒤로 혁찬 계속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등등의 문장을 읽는다.
#48. 기획실 (M)
달수, 가방에서 자료 꺼내다가 돈봉투 툭 떨어지면 놀라고. 김과장 돈봉투 줍는다.
김과장 : (연기 티나게) 이게 뭐야 온달수씨? (열어보면 수표가 가득)
주변 사람들 모두 놀라고.
#49. 부장실 (D)
달수, 죄인처럼 서 있고. 김과장 옆에서 이르고 있다.
준혁은 무표정하게 얘기 듣고 있는 중이고.
김과장 : 수표추적 결과, 우리 쪽과 계약을 시도하고 있던 업체쪽에서 흘러나온 걸로 조사됐습니다.
준혁 : (표정)
김과장 : 어제 온달수씨가 그쪽 사람들이 만든 접대 자리에 참석한 걸로도 조사가 됐구요.
거기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한 것 같습니다.
달수 : 전 정말 그런 일 없습니다 부장님. 믿어주십시오.
준혁 : (표정)
달수 : 저도 이 돈이 어떻게 제 가방 속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준혁 : 나가보세요.
달수 : 부장님!!
준혁 : (돌아앉으면)
김과장 먼저 나가고. 달수, 망연자실해 있다가.. 돌아서 나간다.
달수 나가고 나면 돌아보는 준혁.
#50. 지애 집 주방 (N)
달수, 힘이 하나도 없이 밥을 깨작대면서 먹고 있고.
지애, 그런 달수가 이상하다. 옆엔 정원 밥 먹고.
지애 : 여보? 밥을 왜 그렇게 먹어.
달수 : (젓가락 놓고)
지애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달수 : (표정 있다가 애써 웃고) 아니. 봄이라 그런지 입맛이 없어서.
지애 : 하긴.. 요새 너무 과로했지. 그냥 7년 동안 방구석에 죽치고 앉아 놀고만 먹다가 일다운 일을 하니까, 몸이 놀랠만두 하지.
달수 : (표정)
지애 : (아하하 웃고)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당신이 멋지고 자랑스럽다 이거지. 안 그러니 정원아?
정원 : 응! 맞어! 우리아빠가 짱!
지애 : 그럼 짱!! 당신 짱 먹어! (웃고)
달수 : (더 미치겠고)
#51. 휘트니스 클럽 휴게실 (D)
지애, 화들짝 놀라는.
지애 : 말도 안돼요! 뇌물수수라뇨? 우리 그이가요?
옆에 이슬과 향숙은 풀이 팍 죽어있고. 정란은 의기양양.
정란 : 우리 김과장님이 그러시는데. 지금 아주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지 뭐야.
이슬 : 자긴 지금 재밌어 그게?
정란 : 누가 재밌대? 난 그렇다, 이 말이지 뭐. 혹시 사장님 사모님두 온달수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거 알고 싹 돌아서신 거 아닐까?
지애 : (갑자기 싸늘해지고) 그런..사람이라뇨?
정란 : 아니 뭐. 나쁜 마음으로 그랬겠어? 솔직히 경제적으로 궁핍하기도 하고 하니까. 사람이 죄 짓나? 돈이 죄 짓지?
지애 : (벌떡/버럭)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함부로 하세요? 우리 그이가 그럴 요령 있었으면요! 지금까지 그러고 안 살았어요!
그런 잔머리나 있는 사람이었으면! 차라리 좋겠네요!!!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함부로 다 뱉는 거 아니거든요!!!!
정란 : (기세에 깜짝 놀라 기죽고) 아니...난....
지애 : (후! 입으로 머리칼 불어 넘기고, 입술 꾹 깨물며 걸어나간다)
여자들 : (표정)
#52. 회사 앞 일각 (D)
지애, 전화하고 있다.
지애 : 여보. 어떻게 된 건데 도대체! 당신이 그런 거 아니지? 잠깐 나와!
달수OFF : 나 지금 좀 바빠서. 나중에 통화해 여보.
지애 : 여보! (하는데 띠링 끊기고 표정)
이때 저만치 앞으로 차가 멈추고. 청경들이 문 열어주면.
거기서 소현이 나온다. 리무진 앞으로 다가가는데.
지애, 소현 보는 표정 있다가. 뛰어가는.
지애 : 사모님! 사모님!
소현 : (본다)
청경들 : (제지하는)
지애 : 사모님! 저한테 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저 한마디만 들어주세요. 급한 일이라서요. 네? 한마디면 돼요.
소현 : (표정 있다가 돌아선다) 무슨 일인데요?
지애 : 저희 남편이 뭔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 같아요. 어디서 뇌물을 받았다는데....
소현 : (무표정으로 듣고 있고)
지애 : 아시잖아요. 저희 남편.. 온달수.. 진짜 바보거든요. 그런 바보가 없거든요. 길에 떨어진 천원 짜리 한 장도 주인 찾아줘야
발 뻗고 자는 인간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인간이 무슨... 말이 안되잖아요.
소현 : 그래서요?
지애 : ....네?
소현 : 그런 얘길 왜 나한테 해요? 뭘 어쩌라구?
지애 : ....사모님.
소현 : 이래서 내가 사람을 가까이 안두려는 거에요. 이렇게 피곤하게 구니까. (싹 돌아서 차에 오른다)
지애 : ...... (망연자실)
#53. 호텔 스위트룸 (D)
태준모와 마주앉아 있는 소현.
태준모 : 니가 웬일이냐? 나 일하는 데까지 찾아오고?
소현 : 어떻게 해드릴까요.
태준모 : 뭐?
소현 : 이혼하라고 하시면 아무 조건 없이 이혼하구요. 그냥 살라 그러시면 죽은 듯이 엎드려서 살께요.
뭘 어떻게 해드리면 그 사람 내버려 두실 건가요?
태준모 : (쏘아보는)
소현 : (마주본다)
#54. 지애 빌라 앞 일각 (N)
달수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누군가 앞에 서 있고. 소현이다.
달수 : (보고 놀란) 소현아.
소현 : (싸늘한 표정)
달수 : 너... 괜찮아? 잘 지내?
소현 : (쏘아보는)
달수 : (표정 있는데)
#55. 지애 빌라 앞 다른 일각 (N)
지애도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오다가, 저만치 앞에 서 있는 소현과 달수를 본다.
믿을 수 없어 다시 봐도 소현과 달수다.
지애 : (환희의) 어머나~ 사모님이잖아! 아깐 내 말 들은 척도 안하시더니... 역시.... 그래도 걱정돼서 오셨구나!!!
아유 살았네 살았어! 사모니임~
지애, 좋아서 막 뛰어간다.
#56. 지애 빌라 앞 일각 (N)
달수 :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
소현 :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달수 뺨을 철썩)
달수 : !!!!
지애 : (뛰어오다가 너무 놀라서 멈추고.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