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여름의 전령사~ 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5/26일, 올해의 초여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기억할 것이다.
어제는 보이스톡으로 나라와 한참을 통화했다.
내가 다녀가자마자 애들 아빠가 바로 친구를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9박 10일 동안 호텔방 잡아주고, 중국관광에 럭셔리한 외식까지..
며느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극진하게 대접해서 보냈단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본인의 생일이나 어버이날.. 등이 되면,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냐면서
왜 전화한통이 없냐고 호통을 친단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듣고 있는 나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 어머니 속상해 할까봐 말씀 안 드릴려고 했는데..
하면서 꺼집어 낸 이야기는 더 가관이었다.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자식이 이만큼 자리를 잡기까지
부모는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무슨 염치로 거기가서 큰소리를 치는 걸까?
손톱 끝만큼 남아있던 연민마저도 몸서리를 치며, 멀리멀리 달아나버렸다.
책임감 없고, 비겁하고, 뻔뻔한 남자를 향해, 오늘 부로 당당하게 싱글라이프를 선언한다.
- 나라야~ 같은 부모로서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내가 더 잘할께~
- 아니요~ 어머니, 아버님은 괜찮은데, 풀이 죽은 오빠가 불쌍해요~
- 당장 달려가서 주나를 위로하고 싶지만, 나라를 믿고, 지켜볼 뿐이야 잘 부탁해~!
- 어머니, 저희보러 자주 오세요~ 사랑합니다.
- 나도 나라 사랑한다.
통화 중에 목이 메어 한참을 쉬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든든했다.
나라의 성격이 원체 강직하니, 주나가 거기에 맞춰서 고분고분하게 잘살고 있더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두 아이들을 위해 엄마로써
어른으로써,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첫댓글 며느님을 좋은 분으로 얻으셨네요. 다 박곰님 복인것 같습니다. 자식복 며느리복 아무나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박곰님 인생 열심히 지금까지 사시고 남편분은 그러려니하고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게 하세요. 어쩌겠어요 사람은 변하질 않으니 받아주길 좀 덜하면 덜하시지 않으실까요? 그분은 신경쓰지 마시고 오직 박곰님 행복만을 위해서 사세요! 건강하시고 평안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