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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제작 / 국내미개봉 / 110분 / 미성년자관람불가>
=== 프로덕션 노트 ===
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출연 : 글렌 클로즈 & 존 말코비치 & 미셸 파이퍼
- 1988년 아카데미 각색상(크리스토퍼 햄튼), 미술상(스투어크 크레그), 의상상(제임스 아케슨) 수상
- 1989년 제41회 미국 작가 조합상 각색상(크리스토퍼 햄튼) 수상
- 제4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크리스토퍼 햄튼), 여우 조연상(미셸 파이퍼) 수상
- 1990년 제10회 런던 비평가 협회 작가상(크리스토퍼 햄튼) 수상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18세기 파리 귀족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988년에 제작된 이 작품 <위험한 관계>는 원작을 리메이크한 것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 소설을 리메이크한 작품 중에는 89년 <발몽>, 99년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2003년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주연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가장 최근작으로는 장동건이 주연한 <위험한 관계>가 있다.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만들어 낸 강력한 흡입력: 발몽 역의 존 말코비치, 투르벨 부인 역의 미셸 파이퍼, 메르떼이유 후작 부인역의 글렌 클로즈 등 당시 쟁쟁한 배우들이 몽땅 출연한 영화! 조연 당스니 역과 세실 역에는 지금은 헐리우드 최고 스타 중의 하나인 키아누 리브스와 우마 서먼을 만나볼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전야의 파리 귀족 사회. 사람들은 사치가 극에 달한 감미로운 생활에 취해 쾌락을 추구한다. 사교계의 여왕인 메르퇴이유 부인(Marquise de Merteuil)은 바람둥이로 유명한 비콩트(Viscomte de Valmont)과 계약을 맺고, 자기를 배신하고 떠난 애인 바스티드가 불랑쥬 부인(Madame de Volanges)의 딸 세실(Cecile de Volanges)을 신붓감으로 점 찍고 있으니, 세실의 순결을 빼앗아 바스티드를 웃음 거리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비콩트는 그보다는 자기 고모의 성채에 묶고 있는 덕망과 신앙심 깊은 투르벧 부인(Madame de Tourve)에게 더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비콩트는 능숙한 언변과 기질을 발휘해서 끈질기게 투르벧 부인을 유혹하고, 투르벧 부인은 마음의 갈등으로 번민에 싸인다. 그러나 끝내 비콩트를 물리치지 못하고 넘어가고 만다. 그녀의 선의는 비콩트의 악의를 악의로 분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순수하기 그지없는 세실을 소심한 청년 당스니(Chevalier D'arceny)와 사랑에 빠진 것을 이용하여 결국 임신까지 시킨 악독한 비콩트가 투르벧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 그도 인간이기 때문에 철저히 악할 수만은 없어 투르벧 부인의 선의와 덕성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메르퇴이유는 점점 더 잔인한 조건을 내걸고 비콩트를 애타게 한다.
처음에 메르퇴이유는 이 대결을 튜르벧 부인과의 경쟁으로 생각하고 비콩트를 통해서 그녀에게 승리하는 쾌감을 즐기려고 했었지만, 비콩트가 투르벧 부인에게 마음이 향할 수록 양상이 달라져 그것은 비콩트와의 대결이 돼간다. 메르퇴이유가 내건 마지막 조건은 투르벧 부인과 결별하는 것. 비콩트는 메르퇴이유 부인에게 허영심으로 눈이 멀어 진정으로 사랑하는 투르벧 부인에게 냉혹한 결별을 선언한다. 하지만 메르퇴이유 부인은 세실의 순결을 빼앗고, 투르벧 부인을 유혹하는데 성공하면 자신과 하룻밤을 잘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 투르벧 부인을 사랑하는 비콩트의 마음을 도저히 되돌려올 수 없음을 알게 된 그녀의 자존심이 이제 그런 비콩트에게 자신을 값싸게 내던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로 정복하고자 하는 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싹트고 그녀의 마지막 거절에 둘 사이에는 전쟁이 선포된다. 비콩트는 메르퇴이유에게 빠져있는 당스터를 다시 세실에게 돌아가게 하고, 메르퇴이유는 당스니에게 비콩트와 세실과의 관계를 폭로하여 당스니와 비콩트의 결투로 이어진다. 비콩트는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 같은 시각에 배신의 상처로 죽어가고 있던 투르벧 부인에게 자기의 진정한 사랑을 전해달라고 당스니에게 부탁한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백을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비콩트가 죽기 마지막에 당스터에게 남긴 그간의 맥클린 백작 부인의 이중 성격을 폭로할 수 있는 편지들에 의해 그녀는 사교계에서 발도 못 들여놓을 비웃음 거리가 되고 만다.
=== 참고 자료 ===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 책
위험한 관계
쇼들로 드 라클로, 1782 출간
앙시앵 레짐의 프랑스 귀족 세계에서 사랑의 감정이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불합리한 짓은 없을 것이다. 결혼은 정략적이었고 그후엔 불륜의 세계가 열렸다. 파리 사회에서 사랑의 모험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모두가 누구나 사랑의 모험을 즐기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또한 누구나 비밀리에 그 모험을 즐기지 않으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사회적인 죽음을 의미함도 알고 있었다. 이 점은 특히 여성들에게 더욱 그러한데, 여성들에겐 죄 없음보다도 명예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파리 사회는 불륜을 드러나지 않게 행했지만, 사랑은 사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적인 일이었다. 사랑은 사회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었다(바로 그 때문에 사랑은 가능하면 비밀에 부쳐졌다).
앙시앵 레짐의 프랑스 사회에서 사랑이란 복잡한 사회적 게임이었다. 그 게임의 지침은 바로, 너의 격정의 고비를 결코 풀지 말라는 것이다. 그 게임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는 계산과 전략, 위선과 조작의 능력이 필요했다. 개인적인 명성이 투입되고, 얻는 것은 권력과 연적을 파멸시킬 때의 보상심리와 허영의 만족이었다. 이때 규칙은 아주 복잡하다. 그 규칙이 근거하고 있는 잠언은 그들이 보여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목표는 격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에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격정에 사로잡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누구든 이 게임에서 함께 참여하여 이기려고 한다면 가면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참가자는 누구나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다른 참가자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약점을 인식하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구든 이런 자제를 잃게 되면 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제와 자제력 상실의 연결고리는 미약한 것임을 알고 있다. 사랑이란 열정과 격정이기 때문이다.
메르퇴유 후작부인은 당대의 간계의 명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녀는 뛰어난 지성을 갖추고 자부심에 차 있었지만 동시에 양심의 가책이란 없는 인물이었다. 이미 결혼 전 어린 소녀였을 때부터 그녀는 만약 자신이 적당한 남자들을 애인으로 삼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얻게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인식으로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의 대가가 되었다. 남자들은 그녀의 발 밑에 무릎을 꿇었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매달리다 적당한 때에 파멸당하고 말았다.
이 후작부인의 옛 애인인 발몽만이 그녀에게 필적할 수 있었다. 그 악명 높은 방탕아에게 파리의 모든 여자들이 홀렸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발몽에게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유혹하여 파멸시키는 대상일 뿐이다. 때문에 발몽은 후작부인에게는 자신의 한 가지 간계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상적 후보자다. 그녀는 자신의 수많은 옛 애인들 가운데 한 명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 옛 애인의 명예를 해치는 일을 하려는 것이다. 그 남자의 장래 신부인 순진한 세실의 순결을 빼앗고 결혼 첫날밤을 맞게 하리라는 음모였다. 발몽은 계획대로 착수한다.
그런데 발몽은 그 사이에 시시한 처녀들을 정복하는 데 싫증이 나 있었고, 정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보이는 여자만이 탐욕의 대상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그는 탐욕의 대상으로 미덕을 갖춘 투르벨 부인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여자들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보면 그녀는 '점잖빼는 귀부인'에 속했는데, 이들은 유혹에 전혀 넘어가지 않거나 아니면 엄청난 물량공세를 통해서만 겨우 유혹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후작부인과 같이 유혹하는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후작부인이 보기엔 이리저리 거부하는 투르벨 부인의 태도는 아무리 여러 번, 여러 방식으로 거절한다고 해도 사실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에 단지 약간의 시간을 끌면서 도달하는 것일 뿐, 결국은 남자가 여자를 얻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발몽은 위선을 떨어 차츰차츰 투르벨 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다. 그는 편지를 보내고 투르벨 부인은 열어보지도 않고 다시 돌려보낸다. 그런데 그 편지는 사실 투르벨 부인이 자신의 미덕을 지키기 위해 그의 편지를 받아 읽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은 발몽이 딱 하나의 연애편지로 작성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편지가 예상대로 개봉되지 않은 채 돌아오면 다시 새로운 봉투에 넣어 보내곤 했다. 이런 일은 당시의 관습에 따르면 정말 사악한 일이었다. 편지란―더군다나 사랑의 편지인 경우에―당시에도 교양 있는 집단의 사람들에겐 정직함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루소).
투르벨 부인이 양심의 가책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동안에도 발몽은 세실과의 연애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투르벨 부인의 이러한 확고함은 오히려 발몽의 연애감정을 더욱 자극시켰다. 그는 지치지 않고 투르벨 부인을 포위하고 쫓아다닌다. 발몽은 후작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행위를 전투적인 용어로 표현한다. 마침내 투르벨 부인은 굴복하고―발몽과 사랑에 빠져―그에게 몸을 맡긴다. 발몽은 승리에 도취하여 "이건 아름다운 후작부인을 단순히 항복시킨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진정한 승리'야" 라고 말한다. 이런 '힘든 출정' 이후에 '신중한 전술적 행동'이 결정된다.
자신의 탐욕 대상을 굴복시키는 서술은 전형적인 전략적 행동의 예를 보여준다. 발몽은 전투의 시점을 골랐고, 전투지를 정했으며, 기만적 행동을 보여주었고, 가장 적당한 순간에 돌격해 들어갔다. 연애에서 전쟁 기술의 용어를 쓰는 것에는 전통이 있다. 중세 후기의 문학과 르네상스의 서정시에서 벌써 이러한 용어를 찾을 수 있다. 그곳에서 도달할 수 없는 숭배자는 공격해야 하는 요새처럼 포위된다. 하지만 중세 봉건사회에서는 전쟁의 은유법을 통해 숭배의 대상인 귀부인을 취할 수 없음과 남자의 영웅적 용기를 표현한 반면에, 발몽의 경우는 진지전에 대한 냉정한 계산과 상대편의 전멸을 표현한다.
투르벨 부인과의 애정행각으로 발몽과 메르퇴유 후작부인 사이의 연대는 결국 끝나고 만다. 발몽이 미덕을 갖춘 여성인 투르벨 부인을 쫓아다니는 흔들림 없는 집요함을 보고 후작부인은 그가 자제력을 상실하여 정말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이런 의심으로 후작부인은 화가 난다. 질투가 아니라 발몽이 약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후작부인의 시각에서는 모반죄와 유사하다. 그녀가 볼 때 발몽은 자기 자신의 유혹 기술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발몽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것을 꿰뚫어 본 것인데, 투르벨 부인을 유혹하겠다는 것이 자신을 유혹한 셈이 된 것이다. 말하자면 발몽은 투르벨 부인을 유혹하고자 하는 자신의 감정에 휘말려 격정에 대한 나르시스적인 쾌락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가 사랑한 것은 투르벨 부인이 아니라, 그녀를 보고 느끼는 격정이라는 감정인 셈이었다.
발몽의 이러한 약점은 후작부인을 격노시켰고, 후작부인은 마침내 그를 파멸시키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결투가 벌어져 발몽은 죽게 된다.
이 소설은 파괴로 끝을 맺는다. 그 파괴는 후작부인과 발몽의 애정행각과 간계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발몽은 결투에서 쓰러지고, 투르벨 부인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죽는다. 세실은 수도원으로 들어가고 메르퇴유 후작부인은 전 재산을 잃을 뿐 아니라, 이어 홍역에 걸려 아름다움마저 없어지고 만다.
당대 프랑스의 고위 귀족들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라클로의 소설에서 사랑은 간계를 의미한다. 후작부인과 발몽의 세계에서 사랑은 이기적이고 부정직하고 파괴적이다. 그것은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데 이용될 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러한 사랑의 냉소적인 승리와 그 파멸을 보여준다. 발몽은 유혹자로서 실패한다. 이 인물의 아이러니는 그가 애인으로 나타나기에는 너무 악하고, 유혹자로서 인상을 주기에는 너무 유혹적이라는 점이다.
『위험한 관계(Les Liaisons Dangereuses)』는 세련된 유혹의 전략들로 이루어진 게임으로서의 사랑에 대한 개념이 끝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17, 18세기 유럽의 고위 귀족의 세계에서 사랑은 수사학의 대가가 보이는 능력으로 여겨졌다. 즉 사랑은 습득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피상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편람의 도움을 받아 습득할 수 있는 기술 같은 꾸며낸 태도이기도 했다. 17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한숨 편람』이라는 책이 발간되었다. 그 편람의 도움으로 젊은 처녀들은 섬세한 뉘앙스로 그들의 절망이나 절제된 응낙의 표현법을 배울 수 있었다.
18세기 말에 와서야 사랑은 당사자의 내면적인 일로 인식되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사랑은 감정이라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정직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험한 관계』는 계산할 수 있는 의사소통(수사학)의 신뢰성을 믿는 문화의 끝을 보여준다. 라클로의 소설은 사랑의 간계가 펼쳐지는 세계를 악하고 부패하며 그에 더하여 비효율적인 것으로 폭로한다. 『위험한 관계』가 사랑이 수사학이라는 유럽의 오랜 관념이 끝났음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동시에 한 시대가 마감했음을 나타낸다. 최고의 전략가인 발몽이 결국은 자신의 유혹 기술에 굴복하여 생명을 잃고 만다. 이 소설이 출판되고 난 몇 년 후 발몽이 속했던 프랑스 사회 전체가 죽음에 처한다. 그것도 단두대에서.
[네이버 지식백과] 『위험한 관계』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 책, 2010. 3. 26., 도서출판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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