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막내네 식구의 깜짝 귀가
2022년 1월 25일 화요일
음력 辛丑年 섣달 스무사흗날
사흘째 한 자리 숫자의 기온으로 포근한 날씨이다.
영하 5도의 아침인데 오전부터 또 눈소식이 있다.
눈이 그치는 늦은 밤부터는 기온이 조금 떨어질 것
이란다. 하던 일은 궂은 날씨 때문에 또다시 중단을
해야하고 좋은 날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뭐 그리
급한 일은 아니니까 걱정할 것까진 없지만 하다가
멈추게 되면 괜시리 짜증이 나곤 한다. 아직도 그
급한 성격의 조급증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한 이틀 날씨가 좋았지만 나무작업은 얼었던 땅이
풀리기전 오전에만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러다보니
벌여놓은 일의 진전이 좀 더디다. 전날 엔진톱으로
토막낸 통나무를 장작집 앞에 옮겨놓고 땅이 질어
도끼질을 못했던 장작패는 일을 어제 아침나절에
시작했다. 햇볕은 나지않고 가는 눈발이 흩날리는
날씨였지만 그런대로 장작패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손수레로 여섯 번을 실어다 나른 분량이라서 제법
많았지만 굵은 통나무부터 쪼개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다보니 느낌상으로 더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았다. 두어 시간 쪼개놓고 보니 상당한 양이라서
잔가지는 남겨두고 장작집에 쌓았다. 석 줄로 쌓을
생각인데 첫 번째 줄은 거의 다 차가는 것이다.
패놓은 장작을 거의 다 쌓아갈 무렵 조카 딸내미를
데리고 막내네가 도착했다. 깜짝 귀가라고 할까?
설 명절전에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장모님) 면회를
겸해 면사무소에 볼일이 있어 잠시 산골집에 들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경 김장을 하러 다녀간 후
거의 석달만에 산골집에 온 것이다. 사과 과수원을
하다보니 일년 내내 바쁘게 일을 해야 하니까 짬을
내기가 쉽잖은 것 같다. 가끔씩 가서 도와주고 싶긴
하지만 전문적인 일이라서 사과 수확기에 따주러
가는 것 외는 도울 수가 없으니 그저 마음뿐이다.
모처럼 온다고 하여 아내는 이미 조카 딸내미가 잘
먹는 식혜를 준비해놓았고 코로나 시절이라 나가서
외식을 하는 것이 마땅찮아 집밥을 해서 먹이기로
하고 오전내내 열심히 정성껏 음식 준비를 했단다.
조카 딸내미가 좋아하는 전찌개를 끓이고, 갈치를
굽고, 새송이버섯 장조림도 하고, 언젠가 처제가
물파래 무침을 먹고싶어 했었다며 준비하고 그 외
울외장아찌와 김장김치로 산골밥상을 차려주었다.
막내네 세 식구가 밥을 얼마나 잘 먹는지 바라보는
우리 부부의 마음이 너무나 흐뭇하고 좋았다. 특히
조카 딸내미는 큰이모가 해주는 밥과 반찬이 제일
맛있다면서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좀 더 달라고 했고
처제와 장서방도 너무 맛있다며 더 먹어서 아내가
너무너무 좋아했다. 뭐 그리 특별한 반찬도 아닌데
잘 먹어주니 준비한 보람을 느꼈단다.
함께 면사무소에서 볼일을 보고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집에 들어와서 아내가 이것저것 보낼 것들을
챙겼다. 고추장, 시래기, 장아찌, 식혜, 곶감, 고향
친구가 보내준 우리밀 국수와 밀가루, 밀쌀 그리고
며칠전 고향 남해에서 이종사촌 여동생이 보내준
보물초 시금치, 아들 녀석이 이모네 주라며 보내온
식용유까지 챙겨서 보냈다. 아내는 마치 친정집 온
딸내미에게 바리바리 챙겨주는 친정엄마 같았다.
하긴 막내네 덕분에 우리는 일년내내 거의 매일
사과를 먹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챙겨줄 수 있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고맙게도 이번에 또
사과를 잔뜩 가져왔고 오는 설에 조카인 아들 녀석
오면 주라면서 100% 사과즙까지 갖다놓고 갔다.
본 듯 만 듯 반나절을 함께하고 아쉬움을 남겨둔 채
영주로 갔다. 설 지나고 우리도 한번 다녀와야겠다.
첫댓글 촌부님 댁은 어느집보다
가족들이 자두 찾아 주셔서
늘 행복이 넘쳐 나는거 아시지요?!
오늘도 즐거움 속에서 행복 가득 하세요
요양원에 계시는 장모님,
그 외 양가 어르신들이 작고하셔서
양가의 맏이인 저희집이 친정집이고, 처갓집이고, 외갓집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양가 아우들이 이따금씩 산골집을 찾아주어 고맙답니다.
오늘은 눈내리는 날이 될 것 같아 하늘이 주는 휴일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채곡채곡 쌓여가는 장작더미와
가족들간의 사랑스런 모습이 너무 정겹기만 합니다.
산골마을이 아니라 사람들이 충전하는 장소 같아요.
지난 번 들렀을 때 정말로 충전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다시금 스멀스멀 떠 오르기만 할 따름입니다.
어느새 양가의 맏이인 저희가 아우들에게 부모 맞잡이가 되었네요. 이따금씩 찾아주는 양가 아우들이 고맙지 뭡니까. 산골집에 오면 다들 좋아합니다. 박대표님도 그렇게 느끼셨다니 고맙군요. 이 시절이 좀 잠잠해지면 다녀가세요.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행복한 전원 산골생활
아름다운
인간극장인듯요
따라라란라
사람향기
넘 부럽고
넘 보기좋아요^^
아이구~
인간극장이시리나...
과찬이십니다.
자그마한 것에서 느끼는 행복이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