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이 맞모금Diagonal보다 빠릅니다 무엇이 빠르냐고요 하강의 힘이 빠르고 빗물의 흐름이 빠르고 활강의 속도가 빠릅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설명이 필요하지요
일본 문화는 직선 문화입니다 그런데 오사카죠城의 건축양식 만큼은 다른 건축에 비해 약간 다른데 내가 보기에는 지붕의 흐르는 선이 우리 건축문화의 영향을 받은 게 거의 십중팔구는 확실합니다 끝이 가볍게 치고 올라가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보이거든요
지상 55m 5단 8층짜리 오사카죠 1585년에 처음 지어진 이후 내전과 낙뢰로 인해 2번이나 완전히 소실되었는데 현존하는 텐슈카쿠天守閣 건물은 지금으로부터 86년 전 서기 1931년에 재건된 것입니다 이 건물 8층 전망대에서 일본의 아름다운 도시 오사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텐슈카쿠를 보지 않고는 오사카를 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나는 1989년 11월 초 해인승가대학 총동문회 300여 명 스님들을 비롯하여 비슷한 수의 우바새 우바이들과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왔습니다 오사카 보현사 주지이며 고려사 주지 태연스님의 초대로 단체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당시 오사카죠 텐슈카쿠에 올라 바라본 오사카 시내 조망보다도 나름대로 곡선의 아름다움을 지닌 일본 특유의 건축물 이 텐슈카쿠를 보면서 느낀 인상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프레션Impression입니다
우리 문화는 곡선의 문화지요 경복궁 근정전이나 경회루 숭례문과 흥인지문 지붕의 흐름에서 유명고찰의 대웅전 지붕에서 한 껏 흐르다 치켜 오르는 사이클로이드 곡선 바로 이 곡선의 아름다움이 시각적 아름다움과 예술적인 것만 고려했다면 우리의 건축양식의 한 면만 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울기角度Angle를 맞모금對角線으로 유지하면서 흘러내리는 지붕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 지붕이 빗물을 떠 빨리 내려보내면서 빗물이 떨어지는 그 자리에서는 안정감 있게 낙숫물이 처리되지요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멈춤 세계에서가 아니라 움직임의 세계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가령 자전거나 자동차 바퀴를 제자리에서 돌릴 경우 둥근 원입니다 휠 얼라인먼트Wheel Alignment를 볼 때 정비소에서는 둥근원이 맞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타이어는 공간의 이동 때문에 타원입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법칙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배회하던 독수리가 지상에 있는 먹이를 발견합니다 그때 독수리는 날개를 접고 직선으로 떨어지거나 맞모금으로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 활강하지요 직선으로 수직으로 떨어지면 먹이를 더 빨리 낚아챌 수 있을까요 독수리는 먹이가 가까워지면서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 활강의 모습을 전환합니다
왜냐하면 높은 하늘에서 먹이를 향해 직선으로 활강할 경우 어디 먹이가 한 곳에 붙박혀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은 위험을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달립니다 도주거리Flight Distance때문입니다 위험을 감지한 먹이가 재빨리 공간을 이동합니다 그럴 때 독수리가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수리는 활강할 때 거의 수직에 가깝게 내려오다가 지상에 거의 도달할 때쯤이면 수평에 가까워지는 곡선을 그립니다 위에서 덮치는 독수리보다 맞모금에서 덮쳐오는 독수리 기세에 사냥감은 그자리에 얼어붙지요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독수리의 안전한 활강과 함께 먹이에게서 도주거리를 빼앗는 사냥효과를 동시에 누리기에 독수리 사냥은 실패율이 적습니다
수행자나 학인이 공부를 지어감에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법칙을 따릅니다 화두를 들고 용맹정진을 하거나 학위 논문 심사를 앞두고 온갖 에너지를 다 쏟았다고 한다면 마지막에 가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숨고르기로 들어가야 합니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부의 마지막 효과를 얻어야 하니까요
자동차가 멈춤 지점까지 같은 속도로 계속 달린다면 충격량을 흡수하지 못해 관성과 중력에 의해 산산히 부숴지겠지요 먹이와의 충격량을 줄이는 것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법칙입니다
독수리의 활강 비행기의 착륙 수행자의 공부 고건측의 지븡 선線 뭔가 좀 닮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인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