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녀석이 바로 에스컬레이드. 사이드스텝을 밟고 올라 바라보는 창 밖 풍경이 사뭇 새롭다
에스컬레이드는 압도적이다. 길이는 무려 5180, 전폭은 2045, 높이는 1900, 휠베이스는 2946mm나 된다. 크고 높고 넓은 차체가 풍기는 존재감이 실로 대단하다. 단단한 사이드스텝을 밟지 않고서는 실내로 들어서기 어려울 만큼 차체가 높다. 참고로 캐딜락은 이번 플래티넘 모델을 출시하며 크고 작은 변화를 꾀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사이드스텝이다. 에스컬레이드의 앞모습은 커다란 프런트 그릴과 수직으로 긴 헤드램프 등 캐딜락 고유의 디자인을 유감없이 강조했다. 사각형을 컨셉트로 한 디자인의 큰 흐름은 유지하고 그 안에서 세세한 부분을 가다듬어 미적 감각을 더했다. 기존의 굵은 프런트 그릴 가로선 사이에 가는 가로선을 더해 세로로 긴 헤드램프와 대비를 이룬다, 블링블링한 크롬은 이전처럼 넘쳐나지 않아도 그 덩치만으로 위압감은 여전하다. 옆에서 보면 커다란 차체만큼 시원한 휠하우스와 그 안을 메운 22″ 휠의 독특한 디자인이 멋스럽다. 크기는 기존과 같지만 스포크를 더 촘촘하게 다듬어 고급스러운 맛을 살렸다.
실내의 전체적인 레이아웃 컨셉트는 유지하면서 고급스럽고 질 좋은 소재를 사용해 소비자들 변화에 대응했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를 뒤덮은 가죽은 물론 필러와 천장 스웨이드가 미국의 고급차 느낌을 강조한다. 버튼과 다이얼의 플라스틱 질감과 조작감 또한 단정하고 품위있다. 기존에 없던 편의 장비들도 풍성해 반갑다. 천장 가운데 2열 전용 모니터는 물론 1열 헤드레스트 뒤에도 모니터를 달아 2열 좌우에 앉은 승객이 각자 엔터테인먼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생수병 6개가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 거대한 센터 콘솔은 일정한 온도 유지 장치를 더했고, 1열 시트에는 운전 피로를 줄이는 데 유용한 마사지 기능도 담았다.
출발을 위해 운전석에 앉으면 컬럼식 기어 레버가 눈에 든다. 레버를 움직여 D모드로 두고 가속 페달에 무게를 더한다. 6.2ℓ V8 OHV 자연흡기 엔진은 426마력의 최고출력과 62.2kg·m 최대토크로 덩치를 밀어댄다. 주목할 변화는 기존 8단에서 GM과 포드가 함께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다. 7인승 기준 공차중량은 2650kg, 복합 연비는 6.8km/ℓ(도심 5.9 고속 8.5)다. 낮은 회전수부터 제법 강력한 토크가 나오는 OHV 엔진의 특성 덕에 힘 부족은 느끼기 힘들다. 가속 페달을 과감하게 밟으면 2.6t이 넘는 무게를 실감할 수 없을만큼 강력하게 가속한다. 어지간한 움직임은 2000rpm 부근에서 해결된다. 10단 자동변속기는 마치 무단변속기처럼 부드럽고 깔끔하게 톱니를 바꿔 문다. 가족차로 에스컬레이드를 선택한 운전자에게 더없이 큰 장점일 것이다. 한없이 넉넉하고 푸근할 것 같다가도 급가속하면 괴물로 돌변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과 변속기는 고회전을 유지하며 강력하게 달린다. 8기통의 호쾌한 엔진음과 배기음이 미국 머슬카 타는 맛을 만든다.
녀석의 하체는 캐딜락 장점 중 하나인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담당한다. 자성의 특성을 살려 노면과 주행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세팅을 달리해 최적의 승차감과 운동 성능을 유지한다. MRC는 가장 진보한 가변 댐퍼 시스템 중 하나로 부드러운 동시에 탄탄한 승차감을 만든다. 거친 노면이나 요철 등을 지날 때도 충격을 걸러내는 감각이 고급스럽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럭셔리 SUV로써 인정할 만한 승차감이다. 코너링 한계 성능 또한 의외로 높다. 일정 수준의 롤과 피칭은 허용하지만 이는 제한된 범위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제한속도를 한참 넘기는 항속주행에서도 실내는 정숙함을 유지한다.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노이즈 캔슬레이션, 꼼꼼히 채워진 흡차음재가 제역할을 한다.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과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감지 및 이탈 방지 시스템 등을 포함한 ADAS 장비도 품었다. 차선 유지 장치는 60km/h 이상에서 차선을 밟기 바로 직전 작동한다. 에스컬레이드 운전석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기존과 다르다. 커다란 차체와 훌륭한 공간활용성,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과 풍성한 감각을 원한다면 에스컬레이드만한 녀석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