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룡스님 자전적 구도소설 천신검 연재 38
이승만과 토종벌 -생지옥과 축생
원실이 고향은 제주도다. 제주도를 혈류도(血流島)라고도 한다.
1948년 4.3사건으로 제주도 사람 3만명 이상이 학살되었다.
대부분은 이유도 모르고 죽은 양민들이다. 당시 제주도에는 게릴라 토벌을
목적으로 군인과 서북청년단이 주둔해 있었다.
처음에는 중산간 부락의 몇몇 양민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우더니 나중에는
그 곳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죽였다. 무법천지에 천인공노할
광기였다.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온 사건이었다. 원한을 풀어야 했다. 원실이는
제주 새미마을 출신으로서 이 단체업을 꼭 풀어야하는 수행자였다.
제주도로 향했다. 수행의 길에 들어서고 나서 처음 밟는 고향땅이었다. 동생집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새미마을로 갔다. 새미마을에는 4.3 위령탑이 있는데 그 때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름들이 모두 쓰여있었다. 노인의 이름, 여인의 이름, 심지어
이름없는 아기들의 이름-박 아기, 김 아기들이 모두 그 명단에 있었다.
아기들을 죽이는 마음은 얼마나 무자비한가. 어른들을 잡기 위해서 일부러 먼저
아이들을 죽이는 만행은 악질 사냥꾼이나 하는 짓이었다. 사냥꾼이 멧돼지나
고래를 잡을 때 새끼를 먼저 쏘면 그 어미가 애달파 어쩔 줄 몰라하며 새끼를
보려고 온다. 그러면 그 때 어미들을 쏘는 것이다. 모성애를 이용한 학살.
4.3 사건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
원실이는 4.3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념관으로 가서 위령탑에 서는 순간 맑던
하늘에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원혼들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그 위령탑 주위에 떠도는
원혼들이 애처로왔다.
'제가 이제 왔네요. 너무 늦었지요?'
원실이는 여의주를 꺼내 들었다.
원실이는 세상에 대한 원한으로 육도의 어디도 들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이 원혼들을
모두 불렀다. 그리고, 이 원혼들에게 여의주를 보여주었다. 왜 이런 일을 당하게 되었는지
여의주는 그 인과를 먼저 보여주었다.
제주도는 똥돼지라고해서 집집마다 인간의 배설물을 먹여 키우는 돼지들이 있다. 알고보면
자신들의 가족이자 일부였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을 이 돼지들을 나무에 목매달아 고통스럽게
죽이고 잡아먹었다.
또한 제주도민들은 굿을 하면서 이 통돼지들을 바치고, 죄없는 수탉의 목을 따서 피를 뿌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돼지와 수탉은 인간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아귀들이 되고 그 아귀들은
피를 보면 달려들었다. 관덕정 마당에서 서북청년단원들이 살인의 광란을 벌인 후 목을 자른
시체들은 바로 푸닥거리후 수탉의 목을 쳐서 피를 뿌린 행위의 결과이고, 죽창과 총검으로
내장이 뽑히는 고통 속에 죽어간 양민들은 통돼지의 내장을 빼고 신에게 바친 결과였다.
더불어서 여의주는 이 4.3 사건의 가해자들의 현재 모습도 보여주었다. 바로 봉침용 토종벌이었다.
지휘 책임자인 이승만과 행동대원들이었던 서북청년단원들, 그리고, 군인과 경찰들은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죽음을 맞이하면서 바로 포승줄에 묶여 염라대왕 앞으로 끌려갔다.
염라대왕이 업경대로 그들이 인간으로 있을 때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염라대왕 앞에서 즉결심판을 받았다. 다음과 같은 죄를 지은 이들은 일곱 번의 재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즉결심판을 통해 지옥으로 간다.
대망어죄 - 성인(聖人, 부처님, 예수님 등)을 팔아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
살생을 많이한 죄- 약이나 덫을 놓아 살아있는 생명을 한꺼번에 몰살시킨 죄. 자기의 권력을 이용해서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많이 죽인 죄
이승만과 그 무리들에게 예상치못한 즉결판결이 내려졌다.
"벌!"
판결을 받은 그들은 잠시 기분이 좋았다. 꿀도 따먹고 꽃도 보고 좋겠다고 생각하는순간
이어지는 염라대왕의 말.
"벌벌 떠는 봉침용 토종벌로 환생하라!"
봉침용 토종벌은 사실 살아있는 지옥이다. 토종벌은 하나의 벌통에 수백 마리가 들어있는데,
그 벌통 속에 대추벌 혹은 말벌과 같은 외래벌 한 마리가 들어가면 벌통 속에 있는
수백 마리의 벌과 벌집에 있는 알까지 모두 물어 죽여버린다. 마치 서북청년당원들이며
군인과 경찰들이 제주도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어린아이, 여자, 노인 가리지않고 다 죽이는 모습과
똑같은 것이다.
토종벌들 중에서도 봉침용으로 팔려가면 다른 벌들에게 공격당해 죽어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
통 속에 있는 벌들은 한 마리씩 골라내어져 침이 핀셋으로 내장째 뽑힌다. 그 침을 사람의 몸에
놓게 된다. 이 때 내장이 뽑히는 고통을 벌통에 있는 모든 토종벌들이 같이 느끼게된다. 페로몬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때문이다. 비록 자기 내장이 뽑히지않아도 다른 벌의 내장이 뽑히면 함께 고통을 느끼는게 토종벌이다. 또한 이는 단체악행의 결과이기도하다.
내장 뽑힌 벌들이 버려지는 쓰레기통에는 이미 죽은 벌들, 지금 던져져서 고통 받으면서 죽어가고 있는 벌들 수백마리가 뒤섞여있다. 그 때 당시 양민들을 학살해서 구덩이에 던져놓은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같은 처지다.
여왕벌은 제주도 사람들 학살사건을 지시한 이승만이고, 그 토종벌들은 군인, 경찰, 서북청년단원들이었다. 그리고, 현재 벌이 된 이들의 모습은 당시 학살했던 모습 그대로 똑같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죽어서 토종벌로 태어나고, 다시 죽어 또 토종벌로 태어나게되어 반복된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원실이는 4.3 사건의 원혼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의 원한이 풀리기 전에는 저들은 저 생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전생의 이승만 대통령은 현생에 여왕벌로 환생했다. 그리고는 수많은 자기 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엄청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여왕벌은 자기 새끼들이 느끼는 고통을
속속들이 다 느낀다. 내장이 통째로 뽑히는 아픔을 수도없이 반복해서 겪는 것이다.
과거 4.3 사건 때 구덩이 속에 아이를 온몸으로 껴앉고 죽어있는 여인들 모습과 같이
모성애의 고통을 똑같이 당한다.
원실이가 여의주를 통해 이같이 보여주자 수만 원혼들이 모두 숙연해졌다. 그리고, 여의주는
관세음보살의 전생인 외딴 섬에 버려져 죽어가는 어린아이의 자비로운 마음도 보여줬다.
'아유, 지랄.. 우리들이 바로 아귀였구나!'
'그래서 벌 받아쿠마..'
'에그, 나무에 목매달려 죽어가는 저 돼지가 꼭 나같다니.. 내 숨이 다 막히네.'
'나도 달구새끼 목 마이 쳤구먼..!'
'내장 뽑혀 죽어가는 저 벌들 봐...., 저기 그 서북청년단원들 환생체라재...
글코 자기처럼 불쌍한 사람 도와주려 마음먹네 그랴. 그리서 관세음보살이
되셨나 보네! 맴이 자꾸만 이상해 질라쿠네. 눈물도 자꾸 나구서시리...!'
그러고나서 허공중에 4.3 사건 원혼들의 대합창이 울려 퍼졌다. 자유의 섬 이니스프리에
처음 울려퍼지는 참회의 노래요, 환희의 노래였다. 그것은 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단박에 치고 올라가는 극적인 비상이었다. 갑갑한 자기 허물에 갇혀있던
번데기들이 화려한 꽃무늬의 수만 마리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대장관이 펼쳐졌다.
진눈깨비는 어느 새 꽃비가 되어 펄펄 내리고 있었다. 참회하는 원혼들의 슬픔이요,
스스로 해원하는 원혼들의 기쁨이었다. 허공중에 향기가 가득했다. 가슴속에서 노랫소리가
울리더니 꽃비 가득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애통해라, 애통해라
우리네 인생사야~
억울케 죽고서
구천을 떠돌다가
이제사 여의주 보았네.
누구를 원망하리.
원망해서 무엇하리.
우리부터 참회해서
지은 업장 소멸하세.
우리 몰살시킨 이들
이제 토종벌로 태어나
내장 뽑혀 죽어가네.
가련하고 가련쿠나.
우리 원한 이제 풀어
저 고통을 덜어주세.
어린 관세음보살 보아!
외딴 섬에 버려져
굶어 죽어가는 저 아이!
그래도 계모 원망않고
저 같이 불쌍한 아이
구하기를 바란다네!
우리도 배워보세.
관세음보살님 마음!
귀신이라도 배워보세.
자비로운 어머니 마음!
그러면 단번에 오른다네.
이니스프리 언덕에...!
원혼들은 하나같이 본인들의 살생업에 대해서 참회했다.
그리고, 4.3 사건의 가해자들이 토종벌로 환생해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가졌던 원한의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관세음보살의 마음을 가지자 이들 모두가 이니스프리의 언덕에
오르게 되었다. 이제 제주도는 더 이상 혈류도가 아니었다.
원실이의 두 볼에 뜨거운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카페 게시글
영성 지성
관룡스님 자서전 부분발췌
무지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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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9 12:4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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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었습니다
가슴아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과를 알았으니 답답함해소는 되었겠어요
4.3사건 확실하게 밝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