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3년 9월 17일) 새벽 1시 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세필드의 경기를 확인하였다. 그 시간까지 잔 것이 아니고 나는 솔직히 그 경기를 볼 만한 강심장이 아니였다. 한국의 특정 축구선수의 경기가 이렇게 한국인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었던가. 물론 대단했던 차범근선수같은 플레이어도 있었지만 당시 그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는 없었다. 그냥 다음날 뉴스를 통해 전해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계의 모든 경기를 마음만 먹는다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그런 세상에 산다. 그래서 반갑고 즐겁지만 하지만 절박하고 그래서 너무 관심이 가는 경기는 나는 볼 수가 없다. 너무 가슴이 조려서이다. 내 아들도 아니고 내 조카도 아니지만 그가 하는 경기를 실시간 본다는 것에 대한 나의 징크스가 있다. 그동안 내가 직접 시청한 경기중에 승리확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그리고 많은 한국의 멋진 선수의 경기를 직접 시청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괜히 나때문에 부정타서 경기에 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마음에서 이다. 그래서 그시간 다른 채널에서 하는 코미디성 스릴러물을 보고 난 뒤 살며시 채널을 돌렸더니 아직도 동점이다. 그래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고 그 뒤 한시간 뒤 다시 보니 0대 1로 뒤지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요즘 잘 나가고 분위기 좋은 토트넘이지만 리그 거의 꼴찌인 팀에게 잡히는구나. 또 캡틴손을 흉보는 소리가 들리겠구나. 한참 분위기가 올라가고 팀의 쇄신을 이루는 시간인데 새 감독의 지휘체계에 흠집이 잡히겠구나 생각하며 그냥 잠을 청했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홈구장에서 패한뒤 손가락질을 받는 캡틴 손을 포함한 선수들을 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밤을 보냈다. 아침이 오고 너무 피곤했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 것이 이렇게 피곤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닳았다. 나이가 들면 특정팀 보다는 이기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그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주로 시청하는 여러 채널에서 이번 토트넘 경기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니 채널을 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 기록해 둔 여러 화면을 보던 중 갑자기 요상한 것이 보인다. 히살리송과 클루셉스키가 터뜨린 골로 역전승을 이뤘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예전에 있었던 그런 화면이 재생하는 것이라 판단하면서 넘기려는 순간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닳았다. 새감독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보였기 때문이다. 무슨 이런 이야기가 다 있는가. 이게 가능한가. 나는 틀림없이 후반전도 지나 추가시간중간까지 토트넘이 0대 1로 지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단 몇분 사이에 동점골 그리고 역적골이 가능할까.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었다. 사실이었다. 실제로 토트넘 구장에서 펼쳐진 역사적인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토트넘 기적이 이뤄진 것이다. 기적이란 무엇인가. 기적은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을 의미한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98분의 경기동안 뒤진 경기가 대 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상대는 비기기만 해도 최대성과라면서 그야말로 침대축구로 일관했다고 한다. 마치 중동축구를 보는 듯 했다고 한다. 주심도 석연치 않은 경기진행을 일삼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후반전 이후 추가시간 그것도 마지막 몇분만에 그동안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든 경기를 펼친 히샬리송의 동점골 그리고 히샬시송의 도움으로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트린 클루셉스키의 상상하지 못한 대활약이 터져 나왔다.
이번 토트넘의 기적은 새감독인 포스테코글루의 50경기 홈경기 무패 행진의 연속선상이었다. 호주출신의 그다지 각광받지 못한 촌구석 감독의 그야말로 자신의 기록인 일본 요코하마-스코틀랜드 셀틱- 토트넘에 이르기 까지 홈구장에서만은 절대 지지않는 강인한 팬정신의 발호가 바로 오늘 이뤄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1966년이후 개막이후 5경기 연속으로 두골이상 멀티골을 넣은 것은 토트넘 역사에 처음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리고 결정적인 토트넘 역사상 가장 늦게 들어간 극적인 역전 골이란 절대적인 기록도 세웠다.
그렇다면 이런 기록 이런 기적이 그냥 가능했겠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에서 경험하지 않았는가. 기적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지 않는 조직이나 팀에게는 기적은 그냥 신기루일 뿐이라고 말이다. 꿈을 꾸면서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조직에게 기적은 오는 법이다. 물론 오늘 경기 하나 만으로 토트넘과 그 토트넘의 캠틴 손흥민에게 앞으로도 계속 기적이 기록되리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기적이 사라진 세상 그리고 기적이 그냥 신기루인냥 여기는 세상에서 일궈낸 대단한 업적을 그냥 넘기기란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기적같은 동점골을 이뤄낸 히샬리송 그는 정말 힘든 시절을 보내고 천금같은 기적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리고 그 히샬리송의 도움으로 역전골을 터뜨린 클루셉스키는 오늘 정말 잊혀지면 안되는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팬들 앞에 정중히 데리고 나와 팬들의 성원에 감사의 표시를 전하는 캡틴 손흥민도 잊히면 안되는 인물이었다. 마지막 대 역적극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감독과 주장 그리고 선수들 모두 모두 한마음으로 끈끈한 정이 통하는 그런 조직은 그냥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기적이다. 그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 바로 기적이다. 선수들이 이제 뭔가 할 수있다는 대단한 자부심과 그들의 성과를 그들 곁에서 칭찬하고 격려하고 그들의 이룸에 자신의 성과보다 더한 기쁨을 표한 캡틴 손흥민이 존재했다는 것이 오늘 토트넘의 기적의 기쁨을 더하게 했다. 토트넘은 기적을 이뤄냈다.
2023년 9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