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는 원래 이야기의 도입부만 해야되는데 스토리 진행을 조금 해 버려서,
1, 2편 넣는 참에 프롤로그까지 넣어버렸습니다. 전에 읽으셨던 분들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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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이름은 김여민이었다. 나이는 열두 살, U. A(동아시아 연방)의 서울 F89 학교에
다니던 평범한 아이였다.
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다녀오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아침에 책가방을 메고 실내화 주머니와 체육복 가방을 챙겨서 그녀는 학교로 향
했다. 스쿨버스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하지만 어린 그녀의 걸음으로도 몇 분이 채 안 걸리
는 곳에서 멈춘다. 친절한 어머니의 배웅을 받고 여민은 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을 향해 걸어
갔다. 이미 먼저 스쿨버스 타는 곳에 서 있는 아이들이 몇 명 보인다. 여민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지만 나이는 여섯 살에서 열 여덟 살까지 다양하리라. 횡단보도를 건너 여민
은 그 무리에 합류했다. 학생들은 저들끼리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고 우두커니 서 있던 여민
에게도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어이, 여민.”
“이태길.”
같은 반 친구인 이태길이라는 소년, 별로 친하지는 않은지 여민은 살짝 손을 들어 인사를 하
고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태길은 대화를 계속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인지 다시 여
민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미술 준비물 가져왔어?”
“아!... 깜빡했다.”
여민은 잊고 있었다. 오늘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준비물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화선지와 붓, 먹물과 벼루였던가. 아마도 서예 수업을 할 것이
다.
“준비물이 뭐 뭐 있지?”
태길이 물었다. 아마 그도 준비를 해 오지 않은 듯 하여 여민은 그에게 준비물을 일러 주었
다. 그리고 ‘아닐 수도 있어‘라고 자신 없는 말투로 덧붙였다.
“학교 앞 가게도 없으니까.. 지금 얼른 가서 사 올 건데 버스 오면 기사 아저씨한테 좀만
기다려달라고 해줘.”
“그래."
"저기.. 여기 가방 좀 맡아줘.“
가방을 내려놓고 여민은 바로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횡단보도로 튕겨나가듯 달려나갔다. 태길
은 밝은 옥색 그녀의 가방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그 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급한 마음에 넓은 횡단보도를 될 수 있는 한 빨리 가로질러나갔다. 미술 선생은 꽤
나 깐깐하고 완벽주의자인 사람이다. 준비물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평가 점수에서 1점 감
점, 그것도 안 가지고 온 물건 하나당 1점. 그대로 가면 4점 감점이다. 여민은 그렇게 공부
를 잘 하는 편이 아니고, 그렇게 점수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린 마음으로는 벌
을 받기 싫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필사적이었다. 깜박거리는 신호등의 불이 빨갛게 변했
다.
빵빵 하고 크락션 소리가 도로에 시끄럽게 울렸다. 우스운 광경이다. 몇 개나 되는 커다란
쇳덩어리가 길 한가운데서 달려가고 있는 어린 소녀 하나 때문에 꼼짝도 못 하고 있다니. 차
에 타고 있는 직장인 중 하나가 머리를 손으로 짚고 중얼거렸다. 부장한테 또 깨지겠군, 이
라고. 건너편까지는 몇 걸음 남지 않았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죄송하다는 말도 못
한 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민은 달렸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밝은 노란색의 스포츠카였다. 순식간에 여민을 치고 망설임 없이 달아나 버린 그 차는 결국
찾지 못했다.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주위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도 번호판조
차 보지 못하였다. 소녀 김여민은 즉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다시는 돌아오
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작은 소녀일 뿐이었지만, 너무도 허무한 죽음이었다고 생각된다. 참
고로 말하자면, 그녀는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하였으며 장례식을 치르고 며칠 후 서해에 뿌
려졌다. 그리고 금세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하얀색, 하얀색으로 온통 칠해진 이상한 건물이다. 어쩌면 멋있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엄청 수상하게 여기기 충분한 곳이다. 그리고 이 건물 안에 들어있는 사람 역시
보통 수상한 게 아니다. 네다섯 명의 사람들이 있지만 온통 연구원들이 착용하는 하얀 가운
을 입고 있어서 무슨 비밀 조직 같은 느낌도 준다. 그들 중 하나인 흰색 머리카락의 중년인
이 한 남자에게 뭐라고 공용어로 말했다. 그는 사실 아직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어째
서 머리가 눈처럼, 솔직하게 말하자면 할아버지처럼 하얗게 세었을까. 맘 편하게 염색이라
고 생각하자.
“김여민은?”
“아, 성공적입니다. 완벽합니다. 예상대로 그녀의 수치가 가장 높은데다가 동조율도 상상
을 초월합니다. 여전히 대단하십니다, 칸 박사님.”
“시끄럽네.”
왠 일인가. 분명 여민은 몇 개월 전에 죽었다. 교통사고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져
버린 작은 꽃, 그녀를 시적으로 표현하면 딱 이런 풍이 될 듯 하였지만 그 꽃은 아직 지지
않았다는 말일까? 이상한 설명은 그만두자. 다른 사람은 모두 잊었어도 여민의 부모님이라
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민은 이미 바다로 하늘로 사라졌다는 것을. 하지만 건물 안
에 있는 유일한 여성인 젊은 연구원이 흰 머리의 중년, 칸 박사의 손짓을 받고 커다란 캡슐
로 다가가자 그 곳에는 분명히 죽었어야 할 여민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액체가 가득 채워진 그 캡슐 안에 호흡기를 착용하고는 마치 동물의 박제처럼
축 늘어져 온 몸을 전시하고 있는 여민이었지만 어떤 정신나간 놈이라도 행위예술이라고 생
각하진 못할 것이다.
“아저씨. 다 됐어.”
“뭐가 다 됐다는 말이냐? 이년아.”
“여민이 다 됐어.”
“그러니까 뭐가 다 됐냐니까?”
“그거 다 됐어, 그거 있잖아.”
“그게 뭐야! 뭐가 됐다는 거야!”
아, 박사님 화낸다. 간단하게 박사를 도발시켜 잔뜩 분위기 잡고 무슨 조직의 보스라도 된
양 굴던 그를 바보 만드는 데 성공한 그녀는 그제서야 활짝 하고 해맑은 웃음을 얼굴에 띄우
고는 박사에게 자뭇 진지한 어투로, 정말 표정과 말투가 안 어울리게도 말했다.
“거짓말.”
“후우....”
늘 이런 일을 겪어왔는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만 건물 안에서 하늘
이 보일 턱이 없었고 그저 계속 보고 있으면 정상인이라도 돌아버릴 듯 한 느낌의 무섭게 하
얀 천장만이 보일 뿐이었다. 박사는 오랜만에 이 연구소의 색상 배색에 대해서 환멸을 느꼈
다. 도대체 왜 이런 빌어먹을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일까? 한동한 하얀색 바탕을 보고
있자 어지러워진 그는 당장 젊은 여성 연구원을 존내 패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그녀
에게 물었다.
“이봐. 카스미 연구원. 그러면 김여민의 완성도는 몇 퍼센트이지?”
“100%입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그 여인, 박사를 완전히 새 만들어 버린 전설의 그 여인은 바로 아까 전 박사의 반응에 실망
한 것인지 화가 난 것인지, 샐쭉한 태도가 되어 딱딱하게 말했다. 역시 박사는 늘 그런 반응
을 보아 온 듯 별로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100%라... 100%..... 다 됐잖아, 인마!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냐!”
“흥흥.”
“으악. 이제야 100%인데 다른 놈들 다 뭐 하고 있나! 이봐, 리! 미카엘! 카스미! 빨리 여민
을 꺼내지 못하겠나!”
혼자서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박사의 모습에서 아까까지 뒷짐을 지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냉철하게 눈을 빛냈던 그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중요한 프로젝트
를 완성했지만 흥분하고 있는 것은 사실 박사 혼자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 발광하는 그를
모두들 방치해두고 있다가 조용히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던 금발의, 혼혈로 추측되는 일단 동
양인인 미카엘이 안경을 쓱 올리며 중얼거렸다.
“시끄러워요.”
“........”
그 말에 박사는 미카엘 연구원, 들어온 지 1년 남짓된 신참 때문에 조용히 짜져 계셨다. 경
력 30년의 베테랑 박사가 꼬마에게 꼼짝도 못 하고 산다니, 이래서 세상은 오래 산다고 좋
은 게 아니리라. 조용히 모두가 자신의 일에 몇 분 정도 골몰하고 있던 중, 카스미가 온 얼
굴에 희색을 띄며 와, 하고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확인 버튼이 눌렸다.
달칵.
이로서 WEAPON CHILDREN PROJECT의 첫번째 완성품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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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누가 이 버튼을 눌렀는 지는 모른다. 몇 개월 동안 실행된 이 알 수 없는 프로젝트는 그 동
작으로 인해 끝났다.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여민이 들어 있던 시험관의 액체가
전부 밖으로 빠져나갔다. 연구소는 그 액체에 잠겨 바닥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는 거짓
말이고 물론 시험관 안의 파이프가 개봉되면서 그 쪽으로 액체가 빠져나갔을 것이다. 액체
가 사라지자 그 안에서 둥둥 떠 있던 여민은 바로 축 늘어져 시험관 바닥에 떨어졌고 시험관
의 유리와 여민에게 부착되어 있던 산소 호흡기라던지 패드들은 놀랍게도 바닥의 벌어진 틈
사이로 회수되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장치들이 있던 곳에는 알몸으로 몸을 웅크리고 바닥
에 누워 있는 여민 뿐이었다. 약간 마른 몸의 중국계의 젋은이인 리 류호는 그 모습을 바라
보며 생각했다. 마치 요정 같다고. 카스미는 그 하얀 가운을 벗어 들고 여민에게 다가가며
혼잣말인지, 아니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게 가볍게 말했다.
“아~ 아무리 봐도 귀여운 아가씨야. 피부 좀 봐, 역시 젊은 게 좋다니까.”
그 말이 들리고 몇 초, 부드럽게 여민의 몸 위로 흰색 가운이 떨어트려졌다. 떨어트려지다기
보다는 덮어졌다는 느낌일까. 카스미의 겉옷이 몸 위에 덮어지자 여민은 몸을 뒤척이면서 불
편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미카엘이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다가 슬쩍 충고했다.
“카스미 씨. 싫은 것 같은데 그냥 두는 게 낫지 않습니까?”
“어머, 여자애를 알몸인 채로 둘 수 없잖아?”
당연한 듯 끝소리를 높혀 가볍게 대답하는 카스미를 빤히 바라보며 미카엘은 어이없는 표정
을 지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아이의 몸은 연구원 모두가 질리도록 보기만 한 것도 아
니고, 칼로 째고 기계 장치를 몸 속에 설치하는 등 자세히 관찰 및 실험을 수십 번이나 거듭
하였는데 갑자기 무슨 알몸 타령인가. 류호는 그 차가운 표정에 미미한 변화를 일으키며 (아
마도 자신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한심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애 몸이라면 벗긴 채로 업고 다니기도 했으니 그만 좀 하시오.”
“리, 저질~”
그리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완료했는데도 저질 농담이나 지껄이고 있는 3인조를 바라보면서
칸 박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들. 그 멍청한 놈들에게 자신은 더 얼간이 취급받았
다는 것을 인간에게 내려진 망각의 축복으로 까맣게 잊고 있는 그였다. 멍청한 놈들 대신 자
신이 이 프로젝트의 결과를 확인해야겠다는 의무감에 휩싸인 박사는 바닥에 누워 뒤척이는
바람에 하얀 가운으로 둘둘 말린 여민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자. 바보짓은 그만 하고. 일어날 시간이다... 아침이야, 김여민!”
박사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굽혀 여민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살짝 해서야 일어날 리가 없잖습니까.”
“알았어. 알았어. 자- 여민아!”
여민은 드디어 그들의 바람대로 무언가 큰 손바닥이 자신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그 손바닥은 자신을 건드린 게 아니라, 짓누르고 있었다. 칸 박사의 흔히 솥뚜껑만하
다고 비유되는 커다란 손은 그녀의 코와 입을 막고 있었다. 누가 그런 무식한 수단을 생각해
냈는지는 깊이 헤아려보지 않아도 뻔하지만 여민이 그것을 알 리는 만무하고, 지금 소녀가
다급히 해야 할 일은 재빨리 눈을 떠 그 무거운 손바닥을 치워내어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것
이다. 하지만 여민이 딱히 가느다란 팔로 힘껏 칸 박사의 손을 끌어내리기 위해 애쓸 필요
는 없었다. 박사는 그녀를 죽일 작정이 아니었으니 스스로 그녀에게서 손을 떼었으니까. 여
민은 금새 얼굴이 새빨개진 채 숨을 크게 들이쉬며 일어났다. 몸에 둘둘 감긴 카스미의 결
이 고운 흰 가운이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안녕, 눈은 잘 보이니?”
상냥한 남자 목소리, 미카엘이었다. 여민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
였다. 너무 오래 잠이 들어 있었고 하다 보니 눈이 매우 부셨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양쪽
0.4이던 자신의 시력이 수십 배 이상 좋아졌다는 것을 아직 알아채지 못했고 아직 워낙 당황
스러웠기에 상황 판단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듯 하였다. 정신을 차리고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가까이 보이는 남자 둘과 여자 하나, 멀리 한 명의 실루엣이 더.
“여긴 어디에요...? 저 학교 가야 되요.”
중얼중얼. 들릴 듯 말듯 속삭이는 여민에게 멀찍이서 무언가를 들고 류호가 천천히 걸어왔
다. 여민은 눈의 초점을 멀리 두고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는 칸 박사와 미카엘, 그리고 카스
미를 깨끗이 못 본 채 하고 (실제로 보지 못했다.)류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후 조용히 물었
다.
“아저씨이. 지금 몇 시에요. 학교 가야 되는데. 지각하면 혼나...”
“여민아. 학교는 이제 가지 않아도 되.”
카스미가 류호 대신 여민의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전혀 달리 낮고, 느낌
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슬프게 들렸다. 그런 카스미의 어조를 알아차렸는지 아직인지, 여
민은 그제서야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저 무뚝뚝한 아저씨보다 이쪽의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여긴 어디에요? 병원?”
“세계 지구방위연맹 동아시아 지부. 보통 일반인은 지구방위대라 부른다.”
이번에는 카스미의 높고 가는 목소리 대신 류호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아무도 어째서 대답하는 이가 매번 바뀌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제서야 정신
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해하는 여민에게 칸 박사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다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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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박사는 역시 하얀 방, 예의 그 연구실은 아니었지만 계속 앉아있다 보면 언젠가는 돌아버
릴 것 같은 그 배색의 방에 여민과 단둘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어디부터 말하면 좋을까, 그래. 몇 년 전 외계로부터의 메시지가 왔었다는 건 알고 있
니?”
“네.”
“그들은 자신들을 ‘크라헨’이라 부른다. 우리가 우리를 인간이라고 하는 것처럼.”
“네...”
“그런데 그들이 우리에게 침략을 시도하고 있어.”
“예?”
“당장 우주 전쟁이 난다는 것은 아니란다. 지금은 일단 평화 상태지. 하지만 크라헨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든 접촉하려고 한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박사는 최대한 여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했다. 열 두 살짜리 아이가 정치나 군사, 자
신도 그쪽 세상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복잡한 세계에 관해서 이해하면 얼마나 이
해할까? 간략하게, 하지만 그녀를 설득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만. 이것이 이 대화의 최종 목
적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무기를 개발했지. 웨폰 칠드런. 이것이 그 프로젝트의 이름
이다.”
“에에...”
칸 박사는 생각했다. 정말 짜증나게 질문 안 하는 꼬마라고. 무섭게 조용하고 얌전하고, 말
잘 듣게 생겼다. 대화는 계속됬다.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성장이 덜 끝난 10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들. 그 중 적절
한 조건을 가진 이... 신체조건이 충분한 아이를 선발해 생물병기로서 개조한다.”
거기까지 말하고 그는 여민의 얼굴을 살폈다. 이쯤 되면 아마도 그 이야기를 이해할 텐데 아
무 반응도 없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남의 이야기
를 듣는 것만 같은 태도였다. 박사는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물론 인륜적인 문제는 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공립병원에서 큰 사고를 당하여 살아
날 가능성이 없는 소년소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여... 만약 적합한 신체를 가졌다면 그
대로 비밀리에 지구방위본부로 이송시켜.. 개조한 것이란다.”
이런 말을 하면서 박사의 목소리는 매우 떨렸다. 자세하게는 모르는 이야기지만 적당적당히
부드럽게 유화시키고 거짓으로 살도 조금 붙이고.
“그런 체질을 가진 인간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공식적으론 넌 죽은 걸로 되어 있
다. 껍데기뿐인 네 클론(:복제)을 대신 장례 치렀겠지..
걱정 마라. 부작용은 없을 거다. 여민아. 너는 살아날 수 없는 부상이었어. 그러니까 일단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거라. 너는 이제 병기兵器다. 앞으로는 지구방위대에서도 비밀리에
있는 특수 활동을 명령받을 거야. 생명을 받은 대가로.“
긴 대화가 끝났다. 아니.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칸 박사의 설명일 뿐이었다. 처음 여민
이 몇 번 ‘예’라는 대답을 한 것 빼고는 전부가.
여민은 이미 예상했다. 눈을 뜨자 보인 장면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괴상했으니까. 그리고
박사의 이야기 초반부부터 이미 알아차렸다. 놀랍지는 않았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았다. 이
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마 죽었을 테니까. 솔직히 말하면 여민은 갑자기 병기가 되어 전쟁
터에서 사람을 죽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살고 싶었다. 슬픈 열두 살. 죽기에는 아직 이르니
까.
“미안하다. 하지만.. 누구에도 선택권은 없었다. 친구들, 너와 같은 동료들도 생길테고 다
른 행성과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보통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
“네.”
“훈련 같은 것도 없어. 그냥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것 뿐이다.”
박사의 위로 비슷한 말을 여민은 듣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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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죠... 아니. 정말 진행하면서 점점 재미있어질겁니다. 스토리는 재미있게 짜 두고
있지만 문체가 저런 지루한 서술식이라서 보장은 못하지만요-_-;;; 죄송합니다.
아직 습작이고 많이 미숙한지라, 읽고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카페 게시글
BL소설
S.F
-WEAPON CHILDREN 프롤로그 + 1,2-
에테루나
추천 0
조회 48
05.08.16 23:5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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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재미있는데요 ? 생물병기라 -_-..좀 섬듯한 ㅎㅎ 잘 봤습니다 다음편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