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3월 5일에 제가 써 두었던 글입니다. 다음 '아고라' 카페 가입 기념으로 제가 2023년 정월부터 써 두었던 글들 중 10편을 골라 올리고 있습니다. 8번째 글입니다.
[1] 2022년 합계 출산율이 재작년보다 0.03명 줄어 0.78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2020년 출산율 0.8명대 국가가 된 지 불과 2년 만에 0.7명대로 내려가며 불명예 세계 기록을 또 경신한 것입니다. OECD 38국 중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뿐이라고 합니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합계 출산율 1.59명의 절반도 안 됩니다.
[2] 더 심각한 것은 하락 속도라고 합니다. 2000년 한국 출산율은 1.48명으로 일본보다 높았는데 2018년에 0.98명으로 1명대가 무너진 뒤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의 대표 국가인 일본조차 2021년 합계 출산율이 1.3명 수준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입니다.
[3] 전 세계 최악의 인구 쇼크가 덮쳤지만 속수무책입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뒤 280조를 쏟아부으며 실시했던 모든 대책들이 다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10년 만에 절반이 됐습니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까지 문을 닫고, 지방 대학은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소아과가 속속 폐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4] 저출산과 고령화는 나라를 수축 사회로 만들어 갑니다. 생산 인구 감소로 세입은 줄고 노인 복지와 의료비 등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납니다. 국가가 총체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상 망한다는 뜻입니다. 젊은이들 취업이 힘들어지고, 터무니없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이 힘들며,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저출산국을 만들었습니다.
[5]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이유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입니다. 2020년 대한민국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26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총인구 5180만 명 가운데 50%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 면적은 전국 면적의 12%밖에 안 됩니다. 서울의 인구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교통의 발달로 이제는 경기도가 모두 서울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6]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것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결혼을 늦추거나 안 하는 결혼기피 현상으로 귀결되는 것이 인구감소 문제의 핵심입니다. 행정수도를 만들고 중요한 공공기관들을 상당수 지방으로 이전해 보았지만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7] 예를 들어 매월 3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젊은이들이 원룸에 혼자 살면 빚 없이 약간의 저축까지도 하면서 살 수 있겠지만 결혼하게 되면 수억 원의 은행 빚을 지고 가족들이 살아야 할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은행 빚을 갚아나간다고 해도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까지 감당하려면 벅찰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결혼으로 마주하게 될 가난에 대한 공포인 것입니다.
[8] 많은 경제인들이 인구가 감소하면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구매력 감소는 내수시장 침체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경제위기와 함께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현재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9]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청년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마을들. 농촌 이곳저곳 즐비한 빈집들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오늘의 시골 풍경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는 비관론자입니다. 단기처방 보다는 2050년 정도를 목표로 장기적인 처방을 구상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른바 한반도개조론입니다.
[10]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뒤적거려 보던 중에 우연히 인구감소 축복론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구감소는 과연 재앙일까요 아니면 축복일까요? 다양한 언론 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지만 축복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도처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이 과도기를 지나 인구가 대폭 감소하면 도시와 지방의 격차가 줄어들고 쾌적한 환경이 형성된다는 것이 축복론의 근거입니다.
[11] 저출산 문제는 한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 상황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미래 세대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낸다면 인구감소 사회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저성장 시대를 맞이해 축소되고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성장만 고집하던 모든 체제에서 한발 물러나 사람이 생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구상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12] 한반도개조론의 첫 단추는 2050년까지 명문대학들을 모두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봅니다. 서울대학교는 세종시로, 고려대학교는 광주로, 연세대학교는 대구로, 이화여대는 원주로 분산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본사도 모두다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할 것입니다. 삼성은 부산으로, 현대는 춘천으로, SK는 대전으로, LG는 광주로 이동하는 식입니다.
[13] 독일의 경우, 베를린 인구는 350만 정도이고 함부르크가 170만, 뮌헨이 130만, 쾰른이 100만,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이 70만, 슈투트가르트ㆍ뒤셀도르프ㆍ도르트문트ㆍ에센ㆍ브레멘이 60만, 하노버ㆍ라이프치히ㆍ드레스덴 등이 50만 정도입니다.
[14] 그리고 대한민국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보다 더 개방적인 이민정책도 필요합니다. 독일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을까요? 이민 배경을 가지고 사회구성원으로 독일에 살고 있는 2000만만명이 넘는 사람들은 모두 누구이며 그들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인구의 4분의 1이상인 26.7%가 다른 곳에서 태어났거나 적어도 한 명의 부모가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거의 2200만 명에 이릅니다.
[15] 한편, 2020년 말 기준 약 1140만 명의 외국인이 독일 여권 없이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고 조사 됐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12.6%에 해당됩니다. 나머지, 1530만 명이 다국적 가족 출신의 독일 국적자들 입니다. 독일에 가장 많은 이민자는 튀르키예 출신 이민자들입니다. 튀르키예와 독일 간의 오랜 역사적 유대로 인해 튀르키예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이 독일에서 가장 큰 그룹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약 150만 명의 튀르키예 계 외국인이 독일에 살고 있습니다 .
[16] 튀르키예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의 이민자 그룹은 러시아와 폴란드 출신들입니다. 2020년 말 기준, 이민자 배경이 있는 사람 10명 중 1명 이상이 이웃 폴란드 출신으로 무려 220만 명에 달합니다. 또한 러시아 배경이나 국적을 가진 이민자는 약 140만 명으로 이주민 인구의 6.6%를 차지합니다. 독일 통일 이전에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공산주의 동독에 정착했고, 그 이후에는 훨씬 더 많은 수의 러시아인들이 러시아와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했습니다.
[17] 또 다른 외국인 거주자 그룹은 유럽연합 EU를 통해 자동 거주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전환 기간 마감 직전에 독일로 급히 이주한 많은 영국인들의 이주 이유는 대부분이 그동안 누려왔던 자유로운 이동권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EU 시민권은 대부분 유럽연합국가에서 무제한의 거주권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18] EU 시민권자 500만 명이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이탈리아ㆍ크로아티아ㆍ불가리아 및 루마니아와 같은 국가에서 대규모 이주가 있었습니다. 한편, 비 EU 시민권자 중 약 250만 명이 독일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약 25만 명은 학생ㆍ프리랜서 또는 취업 비자와 같은 임시 거주 허가로 독일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