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배우다보면 계속 고난도 스텝으로 향하게 된다. 가르치는 곳마다 다르겠지만 스텝의 단계는 계속 뻗어 나간다. 일반인들이 따라하기 힘들므로 그 중에 기본스텝이나 중급위주로 가르치는 곳이 많다. 스텝만해도 이러한데 단체반에서 자세나 춤의 멋까지 가르치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조금 익숙해지면 사람이 건방을 떨기 시작한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이는 고생끝에 얻은 성취감의 표현이므로 사실 건방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춤한번 춰 본적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스텝자체가 춤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는게 전부인 듯 같이 배우는 동료를 부정확한 지식으로 훈수두듯 해서는 안된다. 이는 마치 병아리가 장닭보고 훈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설사 오만가지 스텝을 다 안다하더라도 춤을 잘추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스텝은 멋있는 춤을 만들기 위한 몸동작의 기본순서일 뿐 그 자체가 춤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스텝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그 다음을 논하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오로지 스텝만 놓고 보기로 하자.
자기딴에는 누구보다 스텝(휘겨)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데 대한민국 학원을 다 다녀보고 하는 소린가. 학원이 차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학원마다 수강생에 따라 가르치는 범위가 있기 마련이다. 설사 웬만한 학원의 최상급코스 다 겪어보고 인터넷 다 뒤져 스텝이란 스텝은 나름 머리속에 있다 할지라도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 춤의 스텝에 무슨 한계가 있으랴. 더구나 스텝만 알 뿐 춤을 제대로 춰보지도 배워보지도 않은 주제에 건방을 떨 일은 아니다.
스텝을 죽어라 고시공부하듯이 배웠는데 어느날 갑자기 펄펄나르는 뉴페이스가 나타난다면 어찌하겠는가. 그것도 아주 간단한 스텝으로 멋을 부린다면 당신의 기가 죽지 않겠는가. 한 종류의 춤만으로도 이러한데 춤의 종류는 부지기수로 많다. 과연 내가 춤 잘춘다고 큰소리 칠 수 있겠는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춤을 배우다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가 춤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건방짐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실 건방짐이 아니고 성취감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인데 말을 건방짐으로 표현해 죄송하다. 누구나 다 몇번씩은 겪는 일이니 딱히 탓할 일도 아니다.
자 그렇다고 겸손해진다고 남 눈치본다고 숨죽여가며 춤을 배워야 하겠는가. 그럴리도 없고 그래서도 안될 일이다. 춤은 즐겁게 배워야 한다. 하나 둘 즐기며 배워나가면 그만이다. 골프를 배우면 타이거우즈처럼 잘쳐야 하는가. 그렇다면 아마추어 싱글치는 사람은 찍소리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가.
춤이란 골프와 달리 초보라 할지라도 프로와 같은 공간에서 춤을 출 수 있고 또 초보의 눈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잘춰도 그 잘추는게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힘들다. 초보가 고수라 칭하는 사람들은 사실 중수나 하급고수가 대부분이다. 말이 길었지만 내가 춤을 잘춘다하는 건 좋은데 다만 춤의 일부분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하면 쓸데없이 춤자랑할 마음은 수그러 들 것이다.
무궁무진한 춤의 바운더리에서 그저 한구퉁이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즐겁게 춤을 배우자. 분위기 따라 농담도 하고 재미있게 놀기도 하자. 그건 건방을 떠는게 아니다. 춤뿐아니라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