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의 포근한 봄날씨를 보였던 지난 주말, 전라남도 여수로 사촌 여동생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비행기로, 광주에서 미리 준비된 관광버스를 타고 여수로 이동하는 머나먼 여정이었지요.
광주에서 2시간을 달려 남쪽 끝 여수에 도착해서 결혼식장에 도착하자 마자 어머니로부터 특명이 내려옵니다.
"영선아, 오늘 늬가 하객들 부조 받아야한다."
"예, 엄마 참 미리도 알려주는 구려, ㅠㅠ"
축의금 받을 사람도 없는데 이미 결혼식장 앞에 하객들이 먼저 와 계시더라고요.
"여기 돈 받는 사람 어디갔부렀디야, 나 바쁘당게"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옵니다.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하고 서둘러 축의금을 받고 식권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얼마정도 흘렀을까요? 어르신이 봉투 3개를 주시더라고요.
결혼식장에 참석 못하는 분을 대신해서 내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식권을 받으시더니 갑자기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식권 안 받는 사람한텐 뭘 주요? 봉투를 주요?"
"예?, 식권이 아닌 다른 걸 드린다고요?"
" 거 내 말은, 오늘 여기 안 온 사람한테 봉투를 주냔 말이요?"
"예?"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저는 도통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듯하여 황급히 이모를 불렀습니다.
"이모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모르겠어요ㅠㅠ"
이모의 설명을 요약하면,
1. 전라남도 여수에서는 축의금을 내는 하객이 식권과 현금,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 즉, 식권을 받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도 되고, 현금(15000원)을 받아
다른 식당에 가서 직접 사먹을 수 있다.
3. 직접 오지 않고 한 명의 대표자에게 여러 명이 축의금을 보낸 경우,
대표자가 사람 수 만큼 현금을 가져가서 나눠준다.
4. 혼주는 이 현금을 담을 봉투도 따로 준비해 놓아야 한다.
이것은 여수의 관례이다.
그러니까 아까 그 어르신의 말씀은 본인은 식권으로 식사를 하고 나머지
축의금의 주인들에게 줄 봉투(현금)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던 것이죠.
결혼식이 다 끝나고 이 현금 봉투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식권과 현금,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하객들 입장에선 편리하겠더라고요. 일반 결혼식장에서
뷔페같은 경우 어르신들 입장에선 입에 안 맞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곳은 해산물의 천국이라
부르는 남도의 끝, 여수 아닙니까! 밖에 나가면 맛집 들이 서울에서 보는 김밥천국처럼 지천에 널려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풀리지 않더라고요.
결혼식에 참석 안한 타지역 사람과 여수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수 하객은 나중에 현금으로 점심값을 받지만 타지역 사람은 그 현금을 못 받는 다는 것이지요.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이런데서 또 언론인의 예리한 감각이 음하하하^^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쉽게 풀렸습니다. 여수 하객들은 받을 현금을 고려해 돈을 더 넣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3만원 할 사이라면 5만원을 보낸다는 것이지요.
여수의 결혼 문화, 참 독특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