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선, 2012 대선과 ‘닮은 꼴’
2024/01/31
갈라진 구름의 틈새로 따듯한 햇살이 미국인 소비자들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한 해 동안, 경제 지표와 체감 경제 사이에는 설명하기 힘든 간격이 존재했다. 각종 경제지표는 지극히 양호했다. 실업률은 2년 연속 4%선 아래에 머물렀고 대량 해고도 거의 없었다.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인 반면 경제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상대적 측면에서도 미국 경제는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다수의 선진 경제국들은 우리보다 심각한 인플레를 겪고 있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경제 전문가들이 1년 전에 내놓은 리세션 전망을 보기 좋게 뒤집었을 뿐 아니라 팬데믹 이전의 성장 예상율까지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실업률이 9%선을 넘나들던 경기 대침체기(Great Recession) 당시와 다를 바 없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2023년 중반 현재, 미국인 대다수는 마치 호경기인 양 지출을 하면서도 실질적인 자료가 안닌 그저 막연한 느낌에 의지해 경기둔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경기를 낙관하는 쪽으로 확연히 바뀌었다. 예를 들어, 미시간대학의 장기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11월 이래 29%의 누적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2개월 단위 증가율로는 1991년 이래 최대치를 작성했다. 장기 소비자 심리지수 역시 2021년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민간 싱크탱크인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도 상승했다. 유거브와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서베이 역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믿는 미국인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를 바라보는 집단적인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이유와 함께 객관적이고도 확실한 자료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각종 이론이 난무하고 있다.
바이든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미디어, 그중에서도 특히 우익 뉴스 매체와 틱톡을 탓한다. 필자 역시 언론인들이 부정적인 뉴스에 편향성을 보인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최근의 소비자심리 반등이라든지 그동안 민주당 유권자들까지 개인적 재정상태에 불만을 표시했던 점 등은 편향적인 언론보도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최근 몇 달 사이의 가시적 개선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 우선 개솔린 가격이 지난여름 이후 갤런당 80센트 이상 떨어졌다. 금리인하 기대가 부분적인 이유로 작용하면서 주식시장은 지난 월요일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의 기세가 한동안 누그러지면서 소비자들은 물가고에 적응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 이는 식품점에 갈 때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스티커 쇼크’가 약해지고, 믿을 수 없는 가격 하락에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이제 갤런당 4달러의 우유가격은 그저 새 기준인 ‘뉴 노멀’일 뿐이다.
한편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율이 물가 상승율을 앞지르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마침내 인플레이션의 고비를 넘겼다고 믿는 듯 보인다. 새해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2020년 12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팬데믹 이전 2-3년 사이에 기록된 범위 안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바이든의 재선 캠페인에 호재로 작용한다. 현직 대통령에게 경제가 갑작스레 승리 요인으로 전환되지는 않을지라도 더 이상 목에 걸린 맷돌의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다.
2024 대선은 2012 대선과 상당히 흡사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에 한껏 짓눌린 상태였다. 선거를 1년 남짓 앞두고 오바마는 열두 개 경합주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주자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물론 그의 재선 전망은 지극히 어두웠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유권자들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선거에서 오바마는 완승을 거두었다.
물론 2012년 이후 미국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024 공화당 대선 후보지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는 2012년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롬니가 전혀 갖지 못했던 추종자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경제상황이 크게 왜곡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실시한 서베이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더 이상 임박한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나 미미한 경제성장률로 인해 소비자들은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으로 점쳤다.
게다가 경기회복이 균등하게 공유되지 않은 탓에 일부 업종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경합주에 편중된 제조업은 이 분야의 회복을 자신의 최대 경제적 성과로 삼으려는 바이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스 가격과 같은 가시적 척도 역시 전쟁 등 바이든이 통제할 수 없는 변덕스런 글로벌 이벤트에 종속되어있다. 그렇다고 해도 개선된 분위기나 느낌도 개선이기는 매한가지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미주 한국일보 /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