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선교사 알폰소 성인(1696-1787)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인간 영혼을 정말 많이 사랑했다. 특히 버림받고 가난한 이들을 더 사랑했는데, 그들에게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전하기 위해 수도회, 구속주회를 설립했다. 소외된 이들에게 성인은 반갑고 사랑스러운 존재였지만, 엄격주의와 얀세니즘에 물든 소위 열심한 교우들과 교회 지도자들에게는 껄끄럽고 불편한 존재였다. 치유 받은 이들은 추종하고, 지도자들은 죽이려고 했던 구속주 예수님을 참 많이 닮았다.
성인은 젊은 시절 변호사였다. 우영우처럼 법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당시 변호사는 그의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좋은 직업이라서 아버지가 선택해 준 것이었다. 요즘 말로 엄친아였던 성인은 의뢰인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늘 승소했다. 그런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패소하고 법조계를 떠났다. 판사가 뇌물을 받고 불의하게 판결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가장 정의로워야 할 법정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 거다. 그 후 그는 틈틈이 하던 병원 자원봉사를 더 했는데, 특히 불치병 환자들, 성병으로 병실 밖에 있어야 하는 이들을 돌보았다. 그때 성인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다. 잘 나가는 법조계를 떠나더니, 이제는 세상을 버렸다. 그는 귀족 신분을 상징하는 칼을 성모상 앞에 놓고 ‘이제 세상은 더 이상 나를 보지 못할 거다.’ 하며 사제가 될 결심을 했다. 서품을 받은 후 성인은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양치기들에게서 다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다. 대도시 나폴리에는 사제들이 넘쳐나서 귀족 집안 개인 사제가 되기까지 하는데, 그곳 시골에는 구원의 진리를 전해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성인은 거기서 그 일을 위한 수도회를 세우라는 사명을 받았다.
성인은 그 당시 팽배했던 엄격주의와 얀세니즘에 맞서 하느님의 차고 넘치는 사랑과 자비를 설교했다.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들었다. 성인은 십자가 위에서 상처 입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아주 뚱뚱하게 그렸다. 반면 얀세니즘의 십자가 예수님은 삐쩍 말랐다. 알폰소 성인이 그린 십자가 예수님이 가득 차서 흘러내리는 하느님 사랑을 표현했다면 그들의 십자가는 인간의 죄스러움을 강조하고 그렇게 더러운 인간이 감히 하느님을 모실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한국 교회도 이 영향을 받았다. 공심제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 영성체 하기 전 날 밤 12시가 넘으면 침도 넘기면 안 되는 걸로 생각하고 손수건으로 혓바닥을 닦아내던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하느님은 정말 어렵고 무서운 존재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거 같다.
성인은 하느님이 부르시는 목소리를 사람들 가운데에서 들었다. 불의한 법조인들, 불치병 환자들 그리고 버림받고 가난한 양치기들이 그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해줬다. 예수님이 산에서 홀로 기도하실 때 말고는 늘 사람들과 함께 계셨음을 기억나게 한다. 예수님은 수백 가지 율법을 지킬 수도 알 수도 없는 서민들에게 단 두 가지, 다시 한 가지 계명만 주셨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그리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이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20원짜리 빵으로 오셔서 내가 매일 당신을 먹기를 바라시는 하느님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외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다고 해서 성인은 하느님을 ‘정신 나간 하느님, 미친 하느님(Dio pazzo)’이라고 불렀다. 나를 이토록 사랑하시는 하느님, 차고 넘치게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과연 몇 명이나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예수님, 엄격주의와 얀세니즘 탓인지 아니면 유교의 영향인지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말씀을 아직도 믿기 어렵습니다. 입으로는 사랑을 말하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그리고 늘 심판과 벌을 두려워합니다. 하느님 사랑이 제 안에서 승리한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인이 이 이콘을 만났더라면 정말 행복했을 겁니다. 하지만 성인은 이미 도와주시는 성모님으로 알고 공경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알고 잘 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이끌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