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암울한 미래 ]
프랑스 사람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프랑스의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은 630.9시간에 불과합니다. 선진국인 스위스의 895.9시간, 미국의 825.7시간, 독일의 724.6시간과 비교해도 일하는 시간이 크게 모자랍니다.(한국 1,910시간)
프랑스는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도 낮습니다. 프랑스의 고용률은 독일보다 9%포인트나 낮은데 이는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일하기는 싫어하는 대신 프랑스 사람들은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기꺼이 노는 쪽을 택합니다. 한국의 근로자들은 정년 연장을 요구하지만, 프랑스 근로자들은 정반대로 정년 연장을 결사 반대합니다.
그렇다면 적게 일하고 일찍 은퇴하는 프랑스 근로자들이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걸까요? 생산성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시간당 부가가치 창출’ 성장률을 살펴보면 프랑스는 전체 선진국 중에서 뒤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일은 안 하고 그마저도 효율이 낮으니 국가 전체가 퇴보하고 있습니다. 1980년만 해도 프랑스의 1인당 GDP는 세계 13위로 미국보다 앞섰지만 2023년에는 25위로 추락했습니다. 구매력 평가 기준(Purchasing Power Parity)으로 오늘날 프랑스의 생활 수준은 미국의 73%에 불과합니다.
일하기는 싫어하면서 소비 욕구는 왕성하고, 세계에서 가장 후한 사회보장제도를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프랑스는 그동안 분에 넘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2024년 누적 적자가 3조 유로를 넘어서면서 GDP의 110%에 달했습니다.
매년 정부 지출의 약 25%를 세입으로 충당하지 못하다 보니 부채는 계속 늘어만 가고 소득세 세수의 절반이 이런 부채에서 발생한 이자를 갚는 데 사용됩니다. 더구나 자체 세원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보니 2024년에 프랑스 국채관리청이 국내외에서 조달한 자금만 무려 2,850억 유로에 달합니다.
프랑스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학생들의 학력 수준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의 중학교 3학년은 평균적으로 1990년대의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학생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합니다.
프랑스의 1976년생 세대 이후 프랑스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 학생 대다수의 수준은 과거 최하위권인 ‘꼴찌 그룹’과 다를 바 없습니다. 1987년 당시 상위 10%가 도달했던 기준선을 뛰어넘는 학생은 2017년 현재 고작 1%에 불과합니다.
이런 참담한 성적표는 인공지능 전환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지적 자원과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프랑스의 쇠락을 알려 주는 분명한 전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프랑스의 ‘교육학 병’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실질적으로 돕기보다는 오히려 그 아이의 낮은 수준을 아예 새로운 표준으로 삼아버리는 기묘한 정신 질환에 불과합니다. 모두를 가장 재능이 뒤처지는 이들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하향 평준화의 논리가 프랑스의 교육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교육의 하향 평준화는 지난 40년 동안 이어진 방임과 형편없는 재정 지원이 빚어낸 참극(慘劇)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던 *바칼로레아 시험에서 분석 대상으로 제출하는 지문의 양은 기존 35편에서 16편으로 반토막이 났고,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이제 제대로 된 논설문 작성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는 프랑스의 중등학교 졸업이자 대학 입학 자격 시험)
프랑스 사회에 뿌리내린 지배적인 정서에 따르면, 모든 부는 정당하지 않으며 엘리트는 전부 사기꾼입니다. 탁월함은 불평등을 낳는다는 이유로 증오의 대상이 되고, 과학은 조롱거리일 뿐입니다.
금번 프랑스의 시위 사태를 보면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자 사회 비평가인 올리비에 바보(Olivier Babeau)의 날 선 지적이 생각났습니다.
“프랑스는 더 이상 시민을 길러내지 않는다. 그저 이미 위태로운 세상에 야만인들을 풀어놓을 뿐이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남의 나라지만, 정신차려야 할것입니다.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