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결승에서 만나 뜨거운 경기를 보였던 FC서울과 광저우의 리턴 매치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약화되 있었다. 그렇기에 패배가 더욱 쓰리다. 예전의 무시무시한 상대가 아니었고 충분히 이길만 한 상대다.
하지만 서울이 광저우를 잡기에는 서울 역시도 공격력이 약화되어 있었다. 아쉬운 경기를 다시 되짚어 본다.
선발라인업

(예상 라인업과 완벽히 일치한 라인업. 하지만 이 공격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장수 세인티로 이적한 에스쿠데로의 공백이 다시금 느껴지는 경기였다. 서울은 하노이전과 관련해 이적한 에스쿠데로 대신 이석현이 선발로, 그리고 벤치에는 이석현의 자리에 최정한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하노이전과 완벽하게 같은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이에 맞서는 광저우는 유로파 리그 득점 선두 알란을 필두로, 엘켄손, 굴라트 등 특급 외인 선수들을 앞세워 서울의 골문을 노리기 시작했다.
전반 8분, 광저우의 위한차오의 위력적인 슈팅이 먼저 터졌으나 김용대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서울도 즉각 반격했다. 전반 21분, 윤일록이 수비 실수를 틈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넘겼고 29분엔 김치우가 2대1 패스로 측면을 완벽하게 허문 뒤 에벨톤에게 크로스를 올려 에벨톤에 헤더슈팅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에 맞았다.
1분 뒤, 아쉬운 순간이었다. 굴라트의 슈팅을 김용대가 막아내며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전북에서 뛰며 K리그팬들에게도 익숙한 황보원의 코너킥을 알란에 헤더 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굴라트가 머리로 재차 밀어넣으며 광저우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전을 뒤진 채 마무리한 서울은 공격형미드필더 이석현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현성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0분 윤일록이 상대 견제를 뚫어내며 슈팅을 시도했으나 허공을 갈랐고, 8분 뒤에 윤일록이 다시 한 번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6분 수비수 김진규를 빼고 미드필더 이상협을 투입한 서울은 2분 뒤 에벨톤의 위협적인 헤더슈팅이 있었으나 오프사이드로 무효화되었다. 서울은 3분 뒤 윤일록을 빼고 최정한을 투입하며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후반 43분엔 엘켄손의 위력적인 프리킥을 김용대가 멋지게 막아내며 추가 실점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결국 추가골은 나오지 않은 채 광저우가 1점차 승리를 가져갔다.
날카롭지 못한 에벨톤
이전 하노이전에서 무려 7골이나 터뜨렸던 서울이지만 광저우전에서는 모두 득점없이 침묵했다. 하노이전에서 나온 공격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제일 큰 아쉬움이다.
수비진에서 오스마르, 이웅희, 김용대 등이 연신 감탄이 나오는 세이브 장면이 나온 반면 공격진에서 해결해주지 못한 모습은 광저우전 패배의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에벨톤의 움직임이 제일 아쉬웠다. 에벨톤은 공격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몇몇 파울 유도를 이끌어내기도 하였고 최전방에서 몇 차례 위협적인 헤더 슈팅을 연결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무엇보다 윙플레이어로써 측면에서 해결해줘야 할 에벨톤이 정작 측면에서 보여준 모습이 없었다. 윤일록과 함께 좌,우를 번갈아가며 광저우를 흔들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개인적으로 에벨톤에 제일 실망하긴 했지만 사실 부진했던 공격진 모두 아쉬웠다. 하노이전에서 MOM으로 뽑은 정조국 역시 슈팅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이번 경기 주목할 플레이어로 선꼽은 윤일록도 기대한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한 채 최정한과 교체 아웃 되었다.
그나마 눈부신 선방을 보여준 김용대, 첼시의 마티치를 연상케한 오스마르, 그리고 철벽같았던 이웅희 등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두세 점은 더 내주며 대패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축구는 골로 이기는 스포츠다. 수비진에서 아무리 슈퍼 세이브를 계속 해주더라도 공격진에서 공격이 통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 다시금 데얀이 떠오르게 되는 부분인데 다음 경기 전까지 서울이 가장 먼저 해결할 숙제이기도 하다.

(에벨톤을 비롯한 서울 공격진들의 부진. 서울이 올 시즌 잘나가려면 공격진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희망은 있다, 탄탄한 수비
앞서 말했듯이 공격진의 아쉬움 속에도 수비진은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김용대는 3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야 말로 '미친' 선방쇼를 보여주었다. 특히 후반 43분 엘켄손의 프리킥을 막는 장면은 엄지 손가락을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웅희 역시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었다. 김주영의 이적으로 플랫4로 변화된 수비진에서 김진규의 짝으로 호흡을 맞춘 이웅희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비를 보였다. 파트너 김진규가 발이 느린 상황에서 발 빠른 이웅희의 수비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제일 눈에 띈 건 오스마르다. 공격진의 부진 속에서 오스마르는 전방으로 연결하는 오픈 패스는 물론이고, 상대의 공격을 중원에서 미리 끊어내는 역할까지 완벽했다. 그야말로 첼시의 마티치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이미 지난 시즌에도 서울 수비진은 상당히 호평 받았다. 사실은 그래서 더 질타받았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수비축구를 하는 것은 서울답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공격이라는 게 팀이 수비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더욱 활발하게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서울의 훌륭한 수비진은 공격하는 데 있어 부담을 줄여주게 된다.
건물을 지을 때도 기초 공사가 탄탄해야 건물을 튼튼하게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확실히 공격진의 분발이 촉구되는 사실이지만, 수비진의 맹활약은 분명 공격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Next match : ACL 조별리그 2차전 VS 가시마 앤틀러스
1라운드 광저우전 키워드가 복수혈전이었다면, 2라운드 가시마전 키워드는 명예회복이다. 서울이 1라운드에서 패한 것 처럼 가시마도 홈에서 웨스턴 시드니에 1-3으로 패했다. 2라운드에서 두 팀 모두 승리를 노리는 결정적인 이유다.
명예회복 외에도 서울이 이 경기를 잡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한일전이라는 것이다. 물론 국가대표 한일전의 느낌과는 다르지만 클럽 한일전 역시 뜨거운 매치이긴 마찬가지.
서울은 이미 2011년 가시마를 홈으로 불러들여 3-0으로 꺾은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우리가 광저우를 상대했던 마음가짐대로 가시마 역시도 이번 경기를 복수의 기회로 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홈경기인 만큼, 광저우전의 아쉬움이 씻길 정도로 공격진의 풍성한 공격이 이어져야 팬들도 만족할 수 있다. 이미 팬들은 에스쿠데로를 판 구단에 실망할 대로 실망한 상황.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가시마전 승리는 꼭 필요하다.
더불어 16강 진출을 위해 추진력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2라운드가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서울은 과연 광저우전 패배의 쓰라림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첫댓글 요상하리만큼 이번경기는 2선이 모두 부진했음...+믿었던 고명진의 부진까지...와신상담해서 홈에서는 이겼으면 ㅋㅋㅋ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