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홍색
안 순(安筍)
현관문을 열자
신발을 신고 먼저 나서는 풍경소리를 듣는다
퉁퉁 해진 뱃살을 안고 느린 걸음을 걷던 비둘기들
겨우내 꽁꽁 언 푸념을 쪼아 먹더니
날갯죽지에서 툭툭 꽃들을 터트린다
흰 눈이 깔고 앉았던 의자 위엔
새로이 새겨진 발자국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들고 일어설 때
꽃잎을 받아먹는 빨간 부리들
양볼이 푹 꺼진 도시의 겨울을 펴 말니느라
이마 사이로 빛을 끌어들이는 거리
사람들 사이 한 잎 한 잎 기지개를 펴는 새잎이 자란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낭송회 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