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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13
#1. 지애 빌라 앞 일각 (N)
소현, 달수 기다리고 있는데.
달수 터덜터덜 걸어오고. 막 아는 척 하려는데.
보면, 한쪽에 검은 차 서 있고. 그 안에 황비서가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소현을 뒤따라 온 듯한.
소현 표정.
달수 가까이 오고, 소현을 발견한다.
달수 : 소현아.
소현 : (비서 의식해서 달수 차갑게 보고)
달수 :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
소현 :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달수 뺨을 철썩)
달수 : !!!!
지애 : (뛰어오다가 너무 놀라서 멈추고. 표정에서)
달수 : 은소현 너 이게 지금...
소현 : 나한테 와이프 보냈어?
달수 : 뭐?
소현 : 와이프 보내서 나한테 구걸 시켰냐구. 회사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나한테 선배 억울한 거 풀어달라고 부탁하던데?
달수 : 무슨 소리야 그게!
지애 : (열받아 확 나서려는 순간)
소현 : 왜? 내가 선배 좋다 그러니까 그렇게 들러붙어도 될 것 같았어? 사람들 앞에서 내가 뭐가 될 지 그런 건 생각 안해?
지애 : (!!!!)
달수 : (열받은) 그런 거 아니거든! 그리고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너한테 들러붙을 생각 없어! 그러니까 너도 신경 꺼!!
지애 : 누가.. 누굴 좋다 그래요?
달수 : (돌아보고 지애 발견하면 헉!)
소현 : (보고 표정)
지애 : (떨리는) 아니... 내가 잘못 들었나? 누가.. 누굴 좋아해요?
달수 : 여..보...
지애 : 아니 잠깐만 여보... 누가... 누굴...
소현 : 내가요.
지애,달수 : !!!!
소현 : 내가, 달수 선배를 좋아한다고 그랬거든요.
지애 : (달수 보면)
달수 : (헉!)
소현 : 그런데 걱정마요. 불량식품 같은 거였으니까.
지애 : 뭐라구요?
소현 : 어렸을 때부터 그랬거든요. 다른 애들 다 먹는 불량식품, 나도 한번 사보고 싶은 마음 같은 거.
지애 : (표정)
소현 : (달수 힐끗 보고) 허전하고 심심해서 그래서 잠깐 관심이 생겼는데. 이젠 아니에요. 내가 좀.. 변덕이 심해서요.
지애 : (파르르..)
달수 : (표정) 그만하고 가줄래?
소현 : 얼 거 없잖아? 선배가 나한테 해준 게, 거절밖에 더 있어?
달수 : (표정)
소현 : 심각하게 생각 안해도 돼요. 난 최선을 다해 유혹했는데. 그쪽 남편은 단 한번도 넘어온 적 없었으니까.
한번도 나랑 같은 마음인 적도 없었구요.
지애 : (표정)
소현, 차 타더니 사라지는.
지애, 달수 노려보면. 달수 움찔..
#2. 동네 다른 일각 (N)
한적한 일각. 옆에는 대형 쓰레기 봉투 같은 거 좀 쌓여있는 공터 정도.
지애 팔짱 끼고 걸어오고. 달수 눈치 보면서 쫓아온다.
달수 : 여보. 집에.. 안 가고 어디 가.
지애 : (멈추고)
달수 : (표정)
지애 : (조용히 돌아본다)
달수 : ....
지애 : 소문이 사실이었어?
달수 : 여보... 그게 아니구...
지애 : (하! 기막히고)
달수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지애 : (홱 노려보며) 그쪽만 그런 거 맞어?
달수 : 어?
지애 : 그쪽만 당신 좋아한 거 맞냐구.
달수 : (표정)
지애 : 솔직히 말해. 당신 솔직한 거 빼면 시체잖아. 솔직히 말하면 (호흡 고르고) 이해해줄게.
달수 : (미치겠고)
지애 : 솔직하게 말하면 정상참작 해준다고 하잖아! 어떻게 된건데!
달수 : 당신이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니까, 말할께.
지애 : (흔들리는 표정)
달수 : 마음이 조금 흔들렸던 건 사실이야.
지애 : ....!
달수 : 소현이가 많이 힘들어하니까, 걱정도 되고 위로도 해주고 싶고... 가끔 생각도 나고....
지애 : (표정)
달수 : 그렇지만 여보. 그게 다야.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뿐이야. 내가 어떻게 당신 두고... 다른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지애 : (옆에 쌓여있던 쓰레기 봉지 들고 확 치려는 동작) 야아아아아!!!!!
달수 : (깜짝)
지애 : (때리기 직전에 멈추고, 쓰레기 봉지 툭 떨어뜨리는. 눈물 후두둑...)
달수 : 여보...
지애 : 솔직하게 말하란다고, 다 말하냐?
달수 : (황당 표정) 아니.. 솔직하게 말하라고...
지애 :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뗐어야지! 그쪽만 그런거라고! 너는 한번도 흔들린 적 없다고! 끝까지 잡아뗐어야지!
이제 나는 어떡하라고! 널 어떻게 보라고! 널 어떻게 믿으라고!
달수 : (표정)
지애 : 너만 아니라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단 말이야.
너만 아니라고 해주면... 세상이 다 너를 미친놈이라고 해도 난.... 믿을 수 있었단 말이야. (엉엉 울고)
달수 : (미안함에 눈물 가득해지고) 여보....
지애 : (눈물 닦아도 자꾸 난다, 뒤돌아 걸어가는데)
달수 : (따라가는) 지애야....
지애 : (홱 돌아보고) 따라오지마! 따라오면 진짜 죽여버릴거야!!! (엉엉 울면서 간다)
달수 : (차마 따라가지도 못하고 지애 울며 가는 거 보니 미치겠는)
#3. 지애 집 안방 (N)
지애 침대에 얼굴 묻은 채 대성통곡.
<플래쉬컷>
달수, “창식이 형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대”
소현,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요”
이제야 알겠다. 억울함에 몸부림치며 더 크게 으앙 우는 지애.
#4. 시댁 거실 (N)
달수 난처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시모, 형과, 큰동서도 있다.
시모 : 아 오밤중에 왜 온거냐구.
달수 : 그..그냥...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고 싶어서 왔대니까? 형은 웬일이야?
형 : 아버지 밤낚시 가셨대서, 어머니 적적하실까봐.
동서 : (호기심에 눈 반짝) 그런데 동서는요..아주버님?
달수 : (티나는 거짓말) 예? 아.. 그 사람은 몸이 아파서...
형 : 니댁은 몸이 아픈데 넌 여기서 자고 가겠다구?
시모 : (의심스럽게 째려보고)
달수 : 어? 그..그른가? 그르네? 그럼 그냥 집에 가야겠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일어나려고 하면)
시모 : (달수 뒷덜미 거칠게 잡아 끌어앉히고) 어떻게 된건데? 무슨 일이야?
달수 : (미치겠고)
시모 : 니 댁이 너 쫓아내디? 그래서 갈 데 없어 여기 온거니?
달수 : 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잘못을 해서...
시모 : 니가 잘못을 해? 아니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남편을 감히 쫓아내? 니가 돈을 못벌어와? 바람을 펴?
달수 : (찔리는 표정)
동서 : (바로 눈치 채고) 어머나 서방님. 혹시... 진짜 바람 피셨나?
시모 : 뭐어? 설마...
달수 : (죽겠는 표정)
동서 : 어머.. 진짠가봐요 어머님.
시모 : 너 진짜야?
달수 : 그게 있잖아 엄마...
시모 : 이런..미친놈. 이제 하다하다 별짓을.... (쿠션이며 두루마리 휴지며 막 집어던지고 패고 하는) 니가 아주 돌았구나?
니댁이 너한테 그동안 어떻게 했는데... 니가 돌았어! 이런 미친놈아. 니 아버지도 젊어 그러더니, 집안내력이야 뭐야!
(이거저거 던지는데)
동서 : (슬그머니 재떨이 밀어주는)
달수 : (헉!)
시모 : (얼결에 받아서 확 던지려다가 동서 홱 째려보고)
동서 : (어색한 미소)
시모 : (재떨이 내려놓고) 아이구 내가 못살아 정말!! 어떤년이야? 술집년이야? 다방년이야?
달수 : (괴롭다) 그런 거 아니에요. (후.. 한숨)
시모 : 으이구! (하며 쿠션으로 머리 세게 탕 때리고)
달수 : (맞고나서 에씨.. 표정)
#5. 집무실 (N)
태준모가 앉아 있고. 소현 들어와 태준모 앞에 앉는다.
소현 : 부르셨어요.
태준모 : 그새 그놈 만나러 갔더구나? 너 이제 아주 막가자는 거니?
소현 : 저 잘하는 거 있잖아요 어머니. 사람 정 떨어지게 하는 거.
태준모 : (표정)
소현 : 그거 하러 갔었어요. 그리구 이제 더는 볼 일 없어요.
태준모 : 그럼, 내 말대로 할거니? 이혼 소리 다시는 입밖에 안 낼거야? 애두 만들거구?
소현 : ...네 어머니. 시키시는대로 다 할게요. 어머니께서 제 부탁 들어주신다면요.
만약에 못들어주시겠다면, 진짜 막가는 게 뭔지 보여드리구요. (본다)
#6. 영숙 집 안방 (N)
영숙이 홍식 귀청소 해주고 있다. 홍식은 영숙 무릎 벤 채.
영숙 : (조심스레) 황비서가 그러는데 둘이 완전 깨지는 분위기더라는데? 은소현이 온달수 싸대기를 날리더래.
홍식 : (심기 불편) 그러게 내가 뭐랬어! 괜히 회장 사모한테 얘기하는 바람에. 냅뒀으면 둘이 불 확 붙었을지 누가 알아!
영숙 : (가볍게 애교) 지나간 얘기 하면 뭘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해 봐야지. 회사 분위긴 어때? 온달수 진짜 짤려?
홍식 : 위에서 시킨 일은 처리해야지 어떡해. 온달수는 가만 놔두면 언제 써먹어도 써먹을 수 있는 패 같은데.
영숙 : (표정) 천지애 생각하면 확 짤라버렸음 좋겠는데. 써먹을 데가 있다니... 또 아쉽네.
홍식 : 은소현이랑 온달수 둘이 다시 붙여놀 방법 없나 그거나 좀 연구해 봐.
영숙 : 알았어요. 아무래두 은소현 그 여우가 지 딴엔 온달수 보호한다구 꼼수 쓰는 거 같은데... (생각하는)
홍식 : (귀 찔리고) 아야!! 아 조심 좀 해.
영숙 : 어머나, 쏘리.
#7. 감사실 (D)
달수 청문회 당하듯 가운데 앉아 있고. 감사위원들 앞에 있다.
홍식이 맨 끝에 고문처럼 앉아있고.
감사1 : 온달수씨 가방에서 나온 수표가 다시마업체에서 나온 게 맞던데. 그 사실에 대해서 한번 설명해 보시죠?
달수 :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그날 선배들을 만나러 가서 술을 마셨는데
그 자리에서 누군가 제 가방에 넣어둔 것 같긴 한데요...
감사2 : (비아냥대듯) 내가 알고 받았다는 놈 본 적이 없네.
달수 : (억울) 전 정말 몰랐습니다.
감사1 : 그럼 그날 접대는 왜 받은 겁니까?
달수 : (답답하고) 그 자리 역시 접대 자리인 줄 모르고 나간 겁니다. 사적으로 친한 선배들이 술 먹자고 불러서 그냥....
감사2 : 이 사람이.. 순진한 척 하면서 아주 선수구만? 그날 접대비가 삼백이 넘게 나왔던데! 그런 자리인 줄 모르고 나갔다고?
그게 말이나 돼?
달수 : (미치겠고)
홍식 : (감사위원들 쓱 한번 훑어보는)
#8. 기획실 (D)
준혁 부장실에서 나와 괜히 이런서류 저런서류 들춰보고. 괜히 남의 볼펜도 한번 들어서 잘 나오나 쓱 그어보고 하다가.
준혁 : 온달수씨.. 감사실에서 아직 안왔어?
양과장 : 네. 부장님.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 제가 얼른 가서 언제 끝나나 물어보고 올까요?
준혁 : 됐어요. 그냥 한번 물어본 겁니다. (다시 들어가는)
하대리 : 그냥 한번은... 벌써 다섯 번째 물어보는 거면서! 왜 저래?
양과장 : 내가 아냐?
하대리 : 그런데요. 진짜 우리 달수가 그런 짓을 했을까? 아니 김과장님이 이런 일을 꾸몄다면 내가 믿겠는데,
우리 달수가 그랬다는 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
김과장 : (찔리기도 하고 해서 버럭) 뭐가 어째!
하대리 : (깨갱해서 바퀴 굴려 지 자리로)
#9. 어느 집 앞 (D)
서민스런 분위기.
달수, 여자와 실랑이 벌이고 있다.
달수 : 형님 진짜 집에 안 계세요?
여자 : 안계신다니까 왜 자꾸 와요.
달수 : 전화도 안받으시구, 꼭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요.
여자 : 달수씨 정말 왜 이래? 그이 지방 갔다니깐? 그만 가줘. (문 닫으려고)
달수 : 잠깐만요 형수님!
여자 : 아 왜!!!
달수 : (과자상자 건네며) 민욱이 이거 좋아하잖아요.
여자 : (표정 있다가 받는다) 뭐.. 주는 거니까 받을께요.
달수 : 그리구요, 형님하고 연락되시면 말씀 좀 전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었든, 이해한다고. 그러니까 저한테 부담 갖지 말라구요.
나중에... 술 한잔 하자구요.
여자 : (표정)
달수 :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하고 걸어나간다)
달수 사라지고 나면, 삐쭉 나오는 형님2 (돈봉투 찔러넣었던)
형님2 : 갔어? 뭐래?
여자 : 아 몰라 인간아! (과자상자 팍 안겨주고 들어간다)
형님2 : (과자상자 보면서 좀 미안한 표정이고)
#10. 지애 집 거실 (D)
지애 조금 멍하게 앉아서 벽에 걸린 영숙 그림을 보고 있다. 옆엔 정원이 그림 그리고 있고.
정원 : 엄마. (자기 그림 보여주며) 저거보단 내가 그린 게 더 이쁘지 않아?
지애 : 그러게. 우리딸 그림이 훨씬 낫네. 그런데... 저걸 육십오만원씩이나 쳐들여 샀으니... (하는데 울컥하고)
정원 : (약간 당황) 엄마...
지애 : (꾹 참고 웃는) 어 미안. 엄마가 그림값 생각하면 속이 상해서. 그래서 그래.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구, 저런 걸 샀나.
내가 뭘 위해서... 그러구 다녔나... 뭘 위해서...
정원 : (빤히 보면)
지애 : (정원 머리 쓱쓱 쓸어주며 애써 웃는)
#11. 퀸즈팰리스 내 커피숍 (D)
봉순, 지애 마주앉았다.
봉순 : (보고 여유로운 미소) 너... 소식 듣고 온거니?
지애 : (본다)
봉순 : 니 남편 또 짤릴지도 모른다며? 그래서 또 왔어? 왜. 또 무릎이라도 꿇게?
지애 : 내가 돌았냐?
봉순 : (!!) 뭐?
지애 : 그럴 일 없으니까 김칫국 마시지 마라. 내가 무릎이 백개라도 너한테 꿇을 무릎은 이제 없거든?
봉순 : (표정) 그럼 왜 온건데!!
지애 :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 말이야.
봉순 : 무슨 이야기?
지애 : (떨리는) 우리 남편이랑 사장님..사모님... 관계.
봉순 : 응. 왜?
지애 : 그거 사실이니?
봉순 : 사실이라고 몇 번을 말해.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본 사실이야.
지애 : 증거 있었다면서! 증거가 뭔데!
봉순 : 그래. 그 증거를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아쉽다 얘.
지애 : (표정)
봉순 : 그렇지만 내 말은 믿어도 돼. 내가 너한테 못되게 군 적은 있었지만, 없는 걸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은 안쳐.
지애 : (표정)
봉순 : 그런데 왜? (표정 있다가) 너 뭐 알아낸 거라두 있니?
지애 : (표정 있다가) 아니? 그런 거 없어.
봉순 : 아니긴! 귀신을 속여라. (호기심) 둘이 같이 있는 현장이라도 본거야?
지애 : 현장은... 무슨 현장!
봉순 : 난 여러번 봤는데?
지애 : .... 뭐?
봉순 : 엘리베이터에서도 봤구. 지난번에 사장님 사모님이 쓰러져서 한국병원 응급실 간 적 있었거든.
그때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아? (미소)
지애 : (표정)
봉순 : 니 남편.
지애 : (파르르)
봉순 : 정작 사장님은 코빼기도 안비치는데 니 남편이 제일 먼저 병원으로 달려오다니. (훗...) 나두 깜짝 놀랐지 뭐니.
아마 사람들이 봤으면 니 남편이 사모님 보호자인 줄 알았을걸?
지애 : (표정)
봉순 : 딱 보기에두 보통 사이는 넘어 보이던데... 둘이 어디까지 갔다든? 캐 봤니?
진짜 깊은 사이면 넌 어떡하니. 닭쫓던 개 꼴도 아니고.
지애 : (확 열받아) 사장 사모가 우리 남편 혼자 좋아했다드라. 뭐, 그쪽에서 혼자 좋아하는 것까지 누가 말리겠니? 안 그래?
봉순 : (피식)
지애 : (약오르고, 뼈있는) 니 남편이 아직까지 나한테 미련 갖고 있는 거랑, 크게 다를 거 없지 않니?
봉순 : (파르르) 뭐? 누가 누구한테 미련을 가져?
지애 : 아닌가? 아님 말구. (벌떡 일어나 나가 버리면)
봉순 : (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12. 차 공장 (D)
지애 차를 가지고 나온 공장 직원.
직원 : 앞에 깨진 건 다 고쳤는데요. 워낙 오래된 차라 여기저기 손 볼 데가 많던데요?
태준 : 그래요? 어디어디가?
직원 : 브레이크도 그렇고 엔진도 그렇고... 에이 뭐 그런데 그거 다 고칠려면 차를 한 대 새로 빼는 게 낫죠 뭐.
태준 : 다 고쳐주세요.
직원 : 예?
태준 : 아 브레이크 고장 나서 어디 막 박고 다니면 어쩔거야. 이 차 주인이 굉장히 맹해서 안돼.
엔진이며 브레이크며 다 새로 싹 갈아주고. 아 맞다. 에어백도 하나 달아주고. 비싼걸루.
직원 : 그걸.. 다요?
태준 : 제일 빨리하면 몇시쯤 가능한가? (벌써 수표 꺼내고 있고)
#13. 봉순 집 거실 (N)
준혁과 혁찬, 자장면 먹고 있다.
준혁 : 니 엄만 왜 이렇게 늦냐.
혁찬 : 아빠. 이제 엄마가 아빠 안사랑하나봐.
준혁 : (표정) 뭐?
혁찬 : 엄마가 아빠 밥도 잘 안해주고, 아침에 쥬스도 안갈아주잖아. 아빠가 맨날맨날 엄마한테 화만 내니까, 엄마도 이제 화났나봐.
준혁 : 임마. 아빠 엄마한테 화 안낸다니까 자꾸 왜 그래.
혁찬 : (표정) 화냈으면서 뭘.
이때 들어오는 봉순. 잔뜩 굳어 있다.
준혁, 표정.
준혁 : (버럭) 어디... (혁찬 눈치 보며 급방긋) 갔다 와. 기다렸잖아.
봉순 : 일이 좀 있어서요. 애 밥을 먹이지.
준혁 : (또 버럭) 밥이... (혁찬 눈치 보고 급방긋) 있어야 먹지. 밥통이 텅 비었던데?
봉순 : 한끼 자장면 먹는다고 어떻게 안돼요. (하고 홱 들어가버리면)
준혁 : (표정 있다가 혁찬 보고 웃으며) 맛있다. 그지?
#14. 봉순 집 안방 (N)
방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준혁.
준혁 : 당신 말이야! (제대로 한소리 하려는데)
척 내밀어지는 무언가. 보면, 양말,칫솔,면도기 등이 든 투명백.
준혁 : 이게 뭐야?
봉순 : 또 나갈 거 아니에요? 오늘은 어디로 가요? 찜질방? 아니면 사무실? 미리 챙겨놨어요.
준혁 : (진짜 화난)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봉순 : 나오면요?
준혁 : 에이 진짜! (분노에 차서 티슈곽을 확 던지는데)
봉순 : (협탁에 있던 도자기를 든다)
준혁 : (움찔... 그거 비싼건데! 하지만 티 안내고 강하게 쏘아보는)
봉순 : (보란 듯 툭 떨어뜨리고 쨍강 깨지는)
준혁 : 당신 정말.
봉순 : (더 크게) 뭐 한준혁!!!
준혁 : (하!) 한준..혁?
봉순 : 그래! 한준혁! 너랑 나랑 동갑인데 꼬박꼬박 존대말 해주니까 지가 무슨 진짜 윗사람이나 되는 줄 알구! 까불구 있어 진짜!!!
준혁 : 양봉순 너 술먹었냐?
봉순 : 아니? 나 맨정신이야! 맨정신에 못 들을 소리 듣고 와서, 내가 지금 아주 돌기 직전이거든?
준혁 : ...뭐?
봉순 : 니가 날 옆집 똥개취급도 안해주니까, 지애 그 기지배가 날... (파르르 떨고)
준혁 : (자기도 몰래 순간 표정 애틋해지고) 지애가..왜.
봉순 : (더 열받고)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구!!! 안나가? (하며 베개 확 던지고)
#15. 시댁 주방 (N)
달수, 이래저래 힘없다. 밥맛도 없고.
마주앉은 시모, 깨작대는 달수 보니 속상하고.
시모 : 너 오늘도 집에 안들어갈거야?
달수 : 하룻밤만 더 자고 갈게.
시모 : 으이구. 안먹을 거면 일어서! 아 일어나라구!
#16. 지애집 거실 (N)
지애모, 지애를 달달 볶고 있고. 옆엔 정원.
지애모 : 왜 그런건데! 온서방은 어제부터 왜 안들어오고 있구. 니들 싸웠니?
지애 : (힘없고) 나중에 얘기할게. 엄만 그만 집에 가.
지애모 : 니가 이러구 있는데 내가 집에 가게 생겼니? 무슨 일인데 그래?
이때 들어오는 달수와 달수모.
달수모 : (찔리는 게 있으니 다정한 톤) 얘, 에미야. (하다가 지애모를 보고 흠칫) 어머나, 안녕하셨어요 사돈.
지애모 : (딱딱) 네. 오셨어요 사돈? (달수 보며) 자네 어젠 왜 외박했나?
달수모 : (얼른) 아유~ 제가 간만에 우리 달수 얼굴이 보고 싶어서 하루 자고 가라 그랬어요.
지애모 : 그러셨군요. (달수 보며) 그런데 얜 왜 이러나? 어젯밤 내내 아주 대성통곡을 하더니. 오늘 한끼도 안먹고 이러구 있네!
달수 : (속상하고) 당신 밥 안먹었어? 한끼만 굶어도 난리나는 사람이.. 왜 밥을 굶구 그래!
지애 : (쳐다도 안보고)
지애모 : 무슨 일인데!
달수모 : (얼른) 뭐.. 애들끼리 툭탁툭탁 싸웠나본데요. 살다보면 부부지간에 싸우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사돈~
정 없음 싸움도 안하잖아요.
지애모 : (삐죽)
달수모 : (눈치 보다가) 아유 안그래두 제가 우리 달수 야단 쳤습니다. 남자가 여자 맘 이해해주고 져줘야 된다구 혼구녁도 냈구요.
지애모 : (저 여자가 웬일이래?) 뭐.. 할 소리 하셨네요.
달수모 : 요즘 우리 에미 같은 부인이 어딨다구요. 살림 똑부러지게 잘해. 애 잘 키워. 손재주 좋아 가정경제에 도움도 돼.
거기다가 안사돈 닮아 얼굴까지 이쁘니....
지애모 : (뭐 기분 나쁘진 않고) 그건 그렇죠! 솔직한 말로 온서방한텐 아깝죠.
달수모 : (빈정 상하지만 웃으며) 아유 그럼요. 아깝죠. 아깝다마다요. 아이구 맞다 에미야! (보자기로 싸온 거 내미는)
이거 간장게장이야. 너 이거 좋아하잖니.
지애 : (무뚝뚝하게 받고) 어머님이 웬일이세요?
달수모 : 웬일은~ 너 주말에 와서 은갈치 좀 가져가. 내가 소금에 맛있게 절여놓을테니까. 응?
지애 : (표정)
달수모 : 저기, 우리는 애들 화해하라고 자리 좀 비켜주는 거 어떨까요 사돈?
지애모 : (지애 보며) 너... 괜찮겠어?
지애 : 네. 가요 엄마.
지애모 : 정원이는 내가 데려가마. 뭔 일인지 몰라두 얘기 잘하고.
달수모 : (잘하라는 듯 달수 꼬집고, 지애모와 눈 마주치면 좀 비굴하게 웃는)
지애,달수 : (표정들)
#17. 지애 집 안방 (N)
지애는 침대에 꼿꼿하게 앉아 있고. 달수는 엉거주춤 서 있다.
달수 : (용기내어) 여보...
지애 : (묵묵부답)
달수 : (굳은 결심 한 듯 다가서며) 당신 화가 풀릴 때까지 날 때려. 그럼 안될까?
지애 : 너... 맞아서 죽는 게 뭔지 체험하고 싶니?
달수 : (헉! 해서 한발 물러서며) 그래. 폭력보다는 말로 푸는 게 낫겠다.
지애 : (표정)
달수 : 나... 당신이 얼마나 화났을지 잘 알아. 그런데....
지애 : (파르르) 잤니?
달수 : (깜짝) 뭐어?
지애 : 둘이 잤냐구!
달수 : 에이 진짜 그런 거 절대 아니야 여보.
지애 : (표정 있다가) 내가 짚이는 게 있어서 하는 말이야!
달수 : (헉) 짚이는 거.. 뭐!
지애 : 지난번에 외박했던 날!
달수 : (!!!)
지애 : 한강다리에서 떨어지겠다고 쌩쑈했던 날 말이야! 그날 어디서 뭐했어! 밤새 한강다리에 있었던 거 아니지?
달수 : (표정)
지애 : 그 여자랑 있었지!
달수 : (자신감 없이 도리도리)
지애 : 솔직히 말해!
달수 : ....솔직히 말하지 말라며...
지애 : 알아보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어! 그래도 니가 니 입으로 실토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거야! 둘이, 그날 잤니?
달수 : 아니... 절대 그런 건 아니구. 그날 소현이 갤러리에 갔다가 와인 먹고 취해서... 깜박... 잠이 들긴 했지만...
지애 : (!)
달수 : (잡아먹을 것 같은 지애 눈 보고 화들짝 놀라) 그런데 여보! 다른 일은 없었어. 진짜 아무 일도 없었거든?
(당당) 이건 내가 정원이 걸고도 맹세할 수 있어!
#18. 지애 집 거실 (N)
달수 튕겨져 나오듯이 안방에서 튀어나오고. 그 뒤로 지애가 화장대 의자를 번쩍 들고 쫓아나온다.
달수 : 여보. 내려놓고 얘기해.
지애 : 너 그래서 나한테 그거 물어봤었니? 사랑이 왜 하나냐고? 왜 둘이 아니고 하나냐고?
달수 : 그게 아니구...
지애 : 너 다시 태어나면 꼭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태어나길 바란다, 이 쒸레기 같은 놈아!!!! (의자 들고 달려들면)
달수 : (도망) 무슨 소리야 여보. 나는 진짜 다음 세상에도 당신만...
지애 : 그 말을 믿은 내가 미친년이지. 나가! 나가라구!
달수 : (빙글빙글 돌며) 여보오...솔직히 말하라며! 난 진짜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구하려고 그런건데...
지애 : 안 나가?
달수 : 여보. 제발...
지애 : 안나가지? 좋아! 그럼 내가 나간다!
화장대 의자 쾅 놓더니 그대로 나가 버리고.
달수 : 여보... (문 쾅닫히면 표정)
#19. 거리 일각 (N)
슬리퍼 신은 지애 맨발. 옷도 제대로 안입고 나와 좀 써늘하기도 하고. 눈물도 나고.
쓱 닦아가면서 그냥 하염없이 걷는데. 전화가 온다.
가디건 주머니 속에서 전화기 꺼내는 지애.
지애 : (표정 있다가 받고) 여보세요.
태준OFF : 아줌마. 나 태봉이.
지애 : 지금 댁이랑 장난 칠 기분 아니니까 끊어요.
태준OFF : 장난칠려고 건 거 아닌데? 아줌마 차 돌려주려구.
지애 : (표정)
#20. 거리 다른 일각 (N)
지애 차 서 있고. 지애 태준 그 앞에.
태준 : 내가 기름도 가득 채웠거든요?
지애 : (키 건네받으며) 뭐.. 고마워요.
태준 : 근데 아줌마. 꼴이 왜 그래요?
지애 : (표정)
태준 : 아줌마. 혹시 가출했어요?
지애 : 가출은 무슨....
태준 : 아니 나이가 몇인데 가출을 해? 가출소녀도 아니고, 가출아줌만가 그럼?
지애 : 그런 거 아니라 그러잖아요! 그냥 뭐 좀 생각할 거 있어서 나온 거에요. 암튼 가세요. 고마웠어요. (차쪽으로 다가가면)
태준 : (표정 있다가) 나 지하철 역까진 데려다 줘야지. 아줌마 때문에 차도 놓고 왔는데.
지애 : 그냥 좀 걸어가지?
태준 :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나? 내가 아줌마 차 고쳐줘, 기름 넣어줘... 그것도 엔진 보호해준다는 고급휘발유로다가....
지애 : (시끄럽고) 아 그럼 타든가...
#21. 지애 차 안 (N)
지애 운전하고 있고. 태준 옆자리.
태준 : 차가 좀 부드럽게 잘 나가는 거 같지 않아요?
지애 : (앞만 보며) 똑같은데 뭐.
태준 : (짜증) 완전 둔녀야. 뭘 알아채는 게 없어.
지애 : 뭐라구요?
태준 : 아니에요.
지애 : 그런데 태봉씨.
태준 : 네?
지애 : 저번에 뭐라 그랬죠? 남자가 바람이 나면 뭐 어쩐다구?
태준 : 아 그거. 뭐, 여러 가지 증상이 있겠죠. 핸드폰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거나.
<플래쉬컷> 달수 핸드폰에 락 걸려있던.
태준 : 별 거 아닌 일로 괜한 짜증을 내거나.
<플래쉬컷> 달수, 왜 이래! 궁상맞게!! 하던.
태준 : 갑자기 귀가 시간이 늦어지거나, 외박을 하거나.
<플래쉬컷> 달수 늦게 들어와 깜짝 놀라며. 당신 아직 안 잤어? 하던
태준 : 아니면 아무 이유도 없이 괜히.. 미안하다고 막 그러거나.
<플래쉬컷> 달수, 미안해... 라고 하던.
지애 : (표정 있다가 끽 멈추고)
태준 : 왜 이래요?
지애 : (멈추고) 지하철역 다 왔네. 내려요.
태준 : (표정 있다가) 밥은 먹었어요? 뭐 먹을래요? 내가 쏠게.
지애 : (싸늘) 됐어요. 내리기나 해요.
태준 : (표정 있다가 내리고)
#22. 거리 일각 (N)
태준 내리면 지애 차 부웅 출발하고.
태준 : (좀 걱정되는) 뭐야 저 아줌마.. 뭘 안거야 만거야... (보다가, 두리번)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냐..
(표정 있다가 전화거는) 황비서! 여기가 어디지?
#23. 지애집 거실 (N)
달수, 초조하게 왔다갔다 하다가 전화거는. 꺼져있다는 안내음.
달수 : 여보. 지금 어디야. 장모님댁에도 안갔다 그러구. 내가..잘못했어. 내가.. 미친놈이었어. 빨리 집으로 와.
나, 나갈께. 나 나갈테니까, 집에 와서 자. 알았지! 어디 이상한 데 가서 자면 진짜 나 화낸다!! (해놓고 너무 쎘나?)
아니... 내가 화를 진짜로 내겠다는 건 아니고. 암튼 들어와 자. 꼭!
#24. 기획실 (N)
달수, 비장한 표정으로 프린트를 누르면 지이잉... 인쇄돼 나오는 종이에 커다랗게 사직서라고 쓰여져 있다.
달수 표정 위로.
<플래쉬백>
달수 면접 보던/ 인턴합격통보 받고 좋아하던/ 프리젠테이션하던 / 복직통지받던 /
계약성사되고 좋아하던 등등의 모습들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달수, 복잡한 감회로 사직서를 보는데.
준혁 : (얼굴 쑥 들이밀며) 뭐야 그게?
달수 헉 놀라 돌아보면.
준혁 양치질하고 오는지 칫솔 들고 있다.
달수 얼른 사직서 구겨 버린다.
준혁 : 뭐냐고.
달수 : 아닙니다. 아무것도... (숨기는데)
준혁 : (억지로 뺏어서 보고 표정) 왜. 쫓겨나기 전에 그만두게?
달수 : 그건 아니고. 사직서를 쓰면 어떤 기분이 드나... 궁금해서.
준혁 : 별... (기막혀 웃고) 그래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데!
달수 : 아주... 드러운 기분이요.
준혁 : ....
달수 : 이런 거 다시는 쓰고 싶지 않다는, 그런 기분입니다.
준혁 : (표정 있다가) 그런데 이 시간에 여긴 왜 있어?
달수 : ..... 부장님은요?
#25. 포장마차 (N)
준혁과 달수, 꼼장어에 소주 먹고 있다. 살짝 취기도 돌았고.
달수 : 부장님.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여자들이 솔직히 말하라는 건, 무슨 뜻이죠?
준혁 : 뭐?
달수 : 아니.. 솔직히 말하라고, 솔직히 얘기하면 정상 참작 해준다고 꼬셔놓고, 그래서 솔직히 말했더니 왜 솔직히 말했냐는거에요.
준혁 : 아직 여자를 모르는구만!
달수 : 네?
준혁 : 미스코리아 뽑을 때 봐. 마지막에 두명 남았을 때, 누가 진 됐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자기 옆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 그게 여자야.
달수 : 네?
준혁 : 못알아 들어? 새로 바꾼 헤어스타일 어떠냐고, 이상하지 않냐고, 괜히 바꾼 거 같지 않냐고 물어봐서,
솔직히 그렇다고 하면 열흘을 삐져 있는 게 여자라구!
달수 : (약간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하고. 갸우뚱.)
준혁 : (궁금) 그런데, 뭘 솔직히 말했는데?
달수 : 예? 그냥...
준혁 : (헉!) 혹시.... 사장 와이프 만나고 다닌 거?
달수 : 솔직히 말하라고 하길래. 전 더 이상은 숨기면 안되겠다 싶어서...
준혁 : 이런... (뒷통수 빡 때리고)
달수 : (얻어맞고 기분 나쁘고) 에이 진짜! 왜 때리세요!
준혁 : 넌 왜 니 생각만 해! 니 와이프 생각은 안해?
달수 : 제 생각만 한 거 아닙니다. 전 그래도 진실되게 고백하고 싶어서...
준혁 : 지애를 몰라? 지애 성격 몰라? 그거 다 알고도, 아 그랬냐. 그래 알았다. 하고 받아들일 성격이야 그 성격이?
달수 : 제가 간과한 부분이 그 부분이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팰 줄은 몰랐는데...
준혁 : (흠칫) 패? 지애가?
달수 : 부장님이 지애를 띄엄띄엄 아셔서 그렇죠. 우리 지애 장난 아닙니다. 완전 다혈질에 열받으면 욕도 잘하구요.
손때는 또 얼마나 매운지.
준혁 : 솔직히, 지애가 학교 다닐 때도 한성깔 했지. 좀 안하무인이기도 했고...
달수 : 그뿐입니까 어디? 가끔 상상을 초월하게 무식해서. 놀랄 때 많습니다.
준혁 : 그건... 그렇지. 과학고가 인문계 떨어진 애들만 가는 데라면서, 미팅 안하겠다던 애니까.
달수 : 사람 쉽게 안변하거든요. 솔직히 부장님은 첫사랑이라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있겠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는 걸 아셨으면 합니다.
준혁 : (표정 있다가) 그래서 바람 폈어? 지애 성격이 좀 드럽고 약간 무식하다고?
애가 그걸 다 알아버렸으니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어! (안타깝고)
달수 : (발끈) 그건 제가 걱정할 일이죠. 부장님이 왜 열받아하십니까?
준혁 : (할말 없고 소주 원샷하고)
달수 : (질새라 원샷하고)
둘이 동시에 마지막 남은 꼼장어 집는데. 젓가락 싸움 한치 물러섬 없고.
#26. 오락실 펀치 기계 앞 (N)
준혁, 멀리서부터 달려와 펀치를 날린다. 점수 올라가고.
준혁, 봤지? 표정인데.
달수, 살짝 코웃음치고 준혁 보다 더 멀리 물러나서 있는 힘껏 달려와 펀치 기계 박살낼듯이 후려치고.
점수는 더 올라가. 준혁 점수보다 더 나온다.
달수, 여유롭게 미소 짓고.
준혁, 더 멀리 가더니 목 풀고 어깨 풀더니 기합까지 넣고 다다다 달려와 펀치를 치면. 달수 점수를 넘어서고.
달수 끝나기가 무섭게 또 한번 치면. 삐삐삐 점수 올라가다 멈추고 기계 에러난다.
오락실 주인 뛰쳐나오고. 준혁 달수 전력질주하는.
#27. 찜질방 (N)
달수 준혁 찜질방에 앉아서 다큐멘터리 류의 프로그램 보고 있다. 서로 어색하고.
준혁 : 자넨. 아프리카 기아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달수 : 시급히.. 해결해야죠.
준혁 : 그렇지?
침묵. 멀뚱하게 텔레비전 보는 두 사람.
이때 준혁의 등을 세게 치는 손바닥. 에씨.. 해서 돌아보면.
양락 반갑게 준혁을 보고 있고.
양락 : 역시..! 난 그쪽 얼굴 딱 보는 순간, 아... 이 사람은 여기 잠깐 머물 사람은 아니구나... 우리 쫓남모의 정예멤버가 되겠구나.
내가 그런 아우라를 느꼈다구.
준혁 : 정예멤버는 무슨! 그런 거 아니거든요?
달수 : 쫓남모가 뭐에요.
준혁 : (쪽팔린, 속삭이는) 쫓겨난..남자들의.. 모임.
양락 : 옆에 분은?
달수 : (찬찬히 보고) 어? 혹시... 족발?
양락 : 족발은 무슨 족발... 이분도 상태 안좋으시네. 집에서 내쫓길만 해.
달수 : 예? 아니..
양락 : 가자구. 다들 기다리는데!
(컷 튀면) 정모 자리에 끼어 앉아 있는 준혁, 달수, 양락, 그리고 다른 남자들.
양락 : 곰국을 한솥 끓여놓고 나가면 이놈의 여편네가 소식이 없는거야. 그냥 1년 365일을 곰국이야. 토나올라 그래 내가 아주.
일동 : (맞아맞아 동조하는 분위기고)
달수 : 솔직히. 와이프 입장에선 365일 매일 국 끓이고 반찬 만드는 거 자체가 힘들 수 있죠.
가끔은 남편이 대신 해줄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일동 : (저놈은 뭐야!!하는 험악해지는 분위기)
양락 : (진정시키며) 아직 처음이라 뭘 몰라 그러는 것 같은데 이해들 하고. (준혁 보며) 어떻게.. 그 후로 분위기 좀 어때?
준혁 : (망설이다가) 내버려 뒀더니 점점 심해지는 거 같아요. 오늘은 별 말도 안했는데 있는대로 성질을 부리면서
막 나가라구 베개를 던지더라구요!
일동 : (저런저런! 반응들)
양락 : 그거 냅두면 안돼. 그거 지금 눌러주지 않으면 내 꼴 나. 초강수를 써서라두 기선제압을 해야 된다니까?
준혁 : (그런가...싶은데)
달수 : 솔직히. 부장님이 평소에 너무하셨죠. 부인이 아랫사람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대접만 받고 살려고 하셨으니,
폭발하게 된 거 아닐까요.
일동 : (저거 뭔데!!!)
양락 : (얄밉고) 그러는 자넨? 자넨 왜 쫓겨났는데?
달수 : 예? 저는....
준혁 : (진지하게 이르는) 바람 폈답니다.
양락 : 니가 젤 나쁘네! 아주 죄질이 즈질이야!
일동 : (와글와글 욕하고)
달수 : (기죽는)
(컷튀면) 다른 일각. 달수, 준혁 잠들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서로 몸 위에 다리도 올려놓고 껴안고 잠들어 있는 모습.
#28. 화자 점집 (N)
단촐 하게 차려진 밥상.
지애 : (볼 터져라 먹으며) 밥 고슬고슬하니 잘됐다야. 찌개도 맛있고. 김치 니가 담근거니 이거?
화자 : (물잔 턱 놓으며) 입맛 없다더니....
지애 : (표정 있다가) 내가 진짜 입맛은 없는데... 그래도 살아야 되니까 억지로 먹는거야 억지로!
화자 : 난 딴놈들은 다 몰라도 니 남편이 그럴 줄은 몰랐다. 우리 태봉씨도 나중에 그러는 거 아냐?
지애 : 내가 생각할수록 분해! 난 둘이 그런 줄도 모르고 사모님 사모님 해가면서 우리 남편 잘 봐달라고...
(눈물 그렁해져서 밥 막 퍼먹는다)
화자 : 야! 내가 복수해줄까?
지애 : (울먹) 어떻게?
화자 : (인형을 번쩍 들더니, 다른 한손엔 무시무시한 대바늘)
지애 : 뭔데?
화자 : 장희빈이 썼다는 저주바늘!
지애 : 뭐?
화자 : 이걸로 (허리를 가리키며) 여기를 그냥 팍! (금방 찌를 듯)
지애 : (눈 커져서 확 뺏으며) 이 기지배가 미쳤나! 왜 하필 찔러도 허리를!!!
화자 : 왜! 나쁜놈은 벌을 받아야지! (뺏어서 찌르려고 하면)
지애 : (확 뺏고 고래고래) 돌았나봐 이 기지배! 하지마 너! 죽을 줄 알아 너!
화자 : (흠칫 놀라 본다) 그럼 욕을 하질 말든가.. 망할년. 니 남편 쉽지 않아.
지애 : ! 뭐?
화자 : (밥 먹으며) 쉽지 않을 것 같애. 불여우가 몸을 뺏어간건 아닌데. 맘을 뺏어갔어.
지애 : (불안해지는 표정)
#29. 소현 집 거실 (M)
태준, 우유에 간단한 토스트 먹으면서 신문 보고 있는데.
2층에서 내려오는 소현.
소현 : 오후에 병원 예약했어.
태준 : 난 안 가.
소현 : 나도 가고 싶어 가는 건 아니야. 어머니랑 같이 가기로 한거야.
태준 : 암튼 안가 난.
소현 : 그래 그럼. 나는 갈거니까. (다시 2층 가려는데)
태준 : 그런데 너, 들켰냐?
소현 : 뭐?
태준 : 혹시, 너 그 남자랑 연애한 거. 그 남자 부인한테 들켰냐구.
소현 : (표정) 왜?
태준 : 아니 뭐... 그냥... 그런 거 같아서.
소현 : 천지애씨가 뭐라고 해?
태준 : (얼결에) 그 여자는 그런 말 하는 여자 아니거든?
소현 : 그래? 그럼 어떤 여잔데?
태준 : (생각하다가 피식) 맹하고 공짜 좋아하는 여자.
소현 : 또?
태준 : 또는 무슨 또야. 그런 여자야. 완전 속물덩어리!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지 남편 흉보는 건 또 엄청 싫어해요.
뭐 암튼.. 그렇다고.
소현 : 천지애씬, 당신이 사장이라는 걸 알아?
태준 : 미쳤냐? 내가 그런 얘길 뭐하러 하냐? 보나마나 찐드기처럼 들러붙어서 지 남편 잘봐달라고 난리칠 거 뻔한데!
소현 : (표정) 그럼 당신은 들키지 마. 난 들켰어.
태준 : (깜짝) 뭐?
소현 : 내가 그 사람 좋아하는 거. 그 여자한테 들켜버렸다구.
태준 : (뭐? 표정)
소현 : 왜. 걱정돼?
태준 : 걱정은.. 그런 거 아니야. (해놓고 왠지 소현 눈치도 봐지고)
#30. 휘트니스 클럽 (D)
봉순과 영숙 함께 운동하며 은밀히 얘기 중.
영숙 : 이따 집에 잠깐 들러.
봉순 : 네 사모님.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영숙 : (은밀) 지난번에 자기가 말한 거 있잖아. CCTV 파일 사본.
봉순 : (눈빛) 네 사모님.
영숙 : 그거 줄게. 어디 쓸 데 있는 것 같던데.
봉순 : .... 정말요 사모님?
영숙 : 그래. 자기랑 나 사이에.... 필요하면 갖다 써야지. (표정 있는데)
#31. 지애 집 안방 (D)
지애 열심히 청소하고 있다. 바닥도 박박 문질러 닦고. 그러다가 가족사진 보고. 확 떼서 다른 방에 가져다 놓는.
(컷 튀면) 지애 노트북 펴놓고. 타닥타닥... 어느 주부 사이트에 글 남기고 있다.
지애OFF : 안냐세염? 서울 사는 34세 주부임다. 넘나 기막힌 일이 있어서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고 싶네염.
저희 남편한테 여자가 있었던 거 같애염.... (하고 뭐라뭐라 글을 남긴다)
잠시 뒤, 글 아래에 달린 리플을 읽고 있는 지애.
지애 : 님의 심정 백퍼센트 이해합니다. 내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니. 그것만큼 기막힌 일이 어딨겠어요.
(눈물 훔치며 끄덕끄덕)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답니다. (오호라 해서 읽는다)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밥도 먹을 수 없었어요. (맞다는 듯 끄덕)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죠. (공감) 그리고 학교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어요?
(엥? 갸웃해서 본다) 중요한 시기인 육학년이기도 하고 곧 중학교에도 진학해야 할 텐데... 싶어 엄마 졸라
학원도 몇 개 더 끊고... (여기까지 읽다가 노트북 확 덮어 버리는) 아놔 초딩 진짜! 아 초딩이 주부 사이트를 왜 들어와!
사이트 관리 어떻게 하는거야 진짜!
#32. 기획실 (D)
달수 앉아있고. 하대리 양과장이 그 옆에.
조금 떨어져서 김과장 주의깊게 듣고 있고.
하대리 : 내가 사내게시판에 도배했잖아. 달수는 그럴 놈이 아니라고.
양과장 : 도배는 무슨. 익명으로 글 하나 남겨놓고.
하대리 : 에이. 난 마음으론 이미 도배를 했어.
양과장 : (위로) 힘내라. 내가 우리 집사람한테도 시켰잖아. 니네 집사람 불러 맛있는 거라도 사주면서 위로해 주라구.
달수 : (깜짝) 예에? 과장님. 지금 그 분위기 아닌데.
양과장 : 아니야?
#33. 아이스크림 까페 (D)
지애,이슬,정란,향숙 앉아있다. 지애는 무표정.
이슬 : (조금은 진심인) 오랜만이다~ 우리 애아빠두 걱정이 많더라구. 달수씨 때문에.
향숙 : 저희 남편 말로두 아무래두 누명인 거 같은데 이게 돈 찔러준 사람 증언 없이는 밝혀지기가 힘들대요.
이슬 : 어떡해? 이제 겨우 회사에서 자리 잡아가는 판에? 아주 재수가 없어두 드럽게 없는 케이스 같애.
지애 : 전 상관 없어요.
정란 : 아니.. 지애씨답지 않게 왜 그래? 남편이 짤려도 그만이라는 거야?
지애 : (싸늘) 짤리면 짤리는거지, 그게 무슨 대순가요?
정란 : (피식) 일부러 쎄게 나올 거 없어.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면서.
지애 : 제 속이 탈 게 뭐 있어요? 짤려도 그게 지 인생이지. 내 인생은 아니잖아요?
정란 : (당황) 아니.. 그거는 그렇지만...
지애 : 뭐 다른 할 말 있어서 부르신 건 아니죠?
이슬 : 아니 저기... 우린 지애씨 위로하려구...
지애 : 괜찮거든요. 그럼 전 바빠서 이만. (홱 일어나 나가면)
정란 : 충격이 너무 커서... (손가락 빙글빙글) 이렇게 된거 아닐까?
이슬 : (손가락 접어주며) 자기 정신줄이나 좀 잘 잡고 있어.
#34. 거리 (D)
걸어가던 지애 뭔가 생각하는 표정 있다가, 돌아서서 간다.
#35. 퀸즈팰리스 일각 (D)
봉순, 씨디 손에 든 채 빙긋 웃으며 걸어오다가 고운 만난다.
봉순 : 고운씨, 얼굴은 몇 번 봤는데 제대로 인사 한번을 못했네?
고운 : (새초롬) 네. 뭐 우리가 특별히 인사하고 말고 할 사이는 아니죠.
봉순 : 왜 그래? 나한테 뭐 섭섭한 거 있어?
고운 : (기막힌 듯 보며) 섭섭한 게 없으면 사람이겠어요? 솔직히요, 저희 그때 그렇게 조용히 떨어져 나가준 거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걸요? 우리가 입만 뻥긋했어두, 그쪽두 무사하진 않았을테니까.
봉순 : (미소) 그래서 사장 사모 쪽으로 가서 붙은거야? 어떻게 갤러리에 들어갈 생각을 다했어?
고운 : 나는 먹고 살려구 취직한 거거든요? 남편 짤리고 놀고먹는데 뭘 못하겠어요?
봉순 : 사장님네 부부 요즘 어때? 불화설 있던데.
고운 : 잘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안다고 해도 입도 뻥긋하기 싫구요.
봉순 : 막말루 두분이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사모님이 계속 그 갤러리 맡아서 할 수 있을까? 그쪽두 라인이 다 바뀔걸 아마?
고운 : (돌아보는)
봉순 : 두 번은 짤리기 싫을 거 아냐. 잘 생각하란 얘기야. 라인은 바꿔타기 타이밍이 제일 중요한 거, 알지?
고운 : (표정 있는데)
봉순 : 언제 우리 이사님 사모님이랑 해서 밥이나 먹자. 수고해! (산뜻하게 간다)
#36. 지애 동네 슈퍼 앞 (D)
쮸쮸바 꺼내는 태준. 당당하게 천원짜리 꺼낸다.
태준 : 칠백원 맞죠? 여기, 천원.
아줌마 : 네. (거슬러주려고 하면)
태준 : (멋지게 손들어 제지하며) 거스름돈은 그냥 넣어두세요.
아줌마 : (바로 친절해지며) 아유 예. 거기 앉아서 시원하게 드세요.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태준 : (당당하게 의자에 앉아 다리 꼬고 두리번 두리번하다가 전화하고) 아줌마? 나 태봉이. 어디에요?
지애OFF : (힘없는) 나중에 통화해요. (띠링 끊기고)
태준 : 아 뭐야... 아줌마답지 않게 착 가라앉아서. 충격이 크긴 컸나보네. (걱정스럽다)
두리번 두리번 기다리는 태준의 모습 몽따쥬 보여지는.
(시간경과) 아이들 한꺼번에 하드 사러 오면 약간 구석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초딩들 딱지치기 하는 거 구경도 하고. 좀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오는 지애 모습 보이면. 확 밝아지는 태준 표정.
태준 : 아줌마!
지애 : (무표정)
태준 : 나 일수 찍으러 왔는데?
지애 : (힘 하나도 없고) 나중에 줄께요.
태준 : 안돼요. 지금 줘요.
지애 : (화도 안내고) 미안해요. 나중에 줄께요. (가려고 하면)
태준 : (턱 막으며) 에이..
지애 : (다른쪽으로 가려고 하면)
태준 : (또 턱 막고) 왜 이러시나..
지애 : 나 진짜.. 화낼 힘도 없거든요? 귀찮으니까 그만 가요 좀.
태준 :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오늘 일수 제해줄테니까, 대신에 나랑 어디 좀 가요.
지애 : (힘없고) 어딜 가요.
태준 : 아.. 나 이렇게 무기력한 아줌마 모습 너무 낯설어. 더는 못보겠어. 같이 가요. 네?
지애 : 싫어요.
태준 : 에이.. 같이 가요. 예?
#37. 스튜디오 외부 (D)
지애 태준 들어오면. 작업하고 있던 엔지니어 보고 인사하고.
엔지니어 : 어? 사장님 오셨어요?
지애 : (보면)
태준 : 우리 아부지가 여기 스튜디오도 월세 놓고 계시는데. 가끔 놀러와요.
지애 : 참... 다방면으로 월세를 주고 계시네요.
태준 : 여러번 강조했다시피, 있는집 자식이라서요. 안에 들어가 볼래요? 사운드 죽이는데.
지애 : (아무 의욕도 없고)
#38. 스튜디오 내부 (D)
편해 보이는 의자 갖다 주고.
태준 : 앉아요.
지애 : (주저앉듯 털썩 앉는)
태준 : 내가 원래 꿈이 가수였거든요. 그런데 울아부지가 내가 공부쪽으로 너무 재능이 있다구 노래를 못하게 하셨어.
그래서 취미로 가끔 여기 와서 노래 부르구 그래요.
지애 : (자기 생각에 빠져 묵묵부답)
태준 : 에이 안되겠다. 내가 오늘은 쳐져있는 우리 아줌마 위해서 특별서비스 해야지.
아줌마가 힘이 나야 열심히 일해서 내 돈도 갚을 거 아니에요.
지애 : (그러거나 말거나)
태준 : (바깥 향해서 신호 주고)
노래 전주 흐르면. 헤드폰을 지애 귀에 씌워주는. 지애 표정.
태준, <네버엔딩스토리> 불러주고.
지애, 노래 듣는 표정 위로. 달수 지애 회상씬들 플래쉬백.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난다.
노래 부르는 태준, 그 모습 보며 마음이 안좋고.
#39. 거리 (D)
태준 지애 같이 걸어간다.
태준 : 사람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주면, 잘했다든가 고맙다든가 무슨 말이 있어야지.
내가 여러 여자한테 노래 불러줘봤지만 이런 무반응은 첨이네.
지애 : 노래를 뱃심으로 불러야지, 목으로만 불러요? 목에 핏줄 선 게 무슨 지렁이 일곱마리가 꿈틀거리는 것 같더구만!
태준 : (이제 조금 지애 같고) 무슨 소리야? 나 이래뵈도 백수계의 이승철이에요.
지애 : 이승철은 무슨. (자기도 모르게) 노래는 우리 남편이 훨씬 잘하네요 뭐! (했다가 갑자기 우울해지는 표정)
태준 : 아줌마. 남편이랑 싸웠구나?
지애 : 그런 거 아니거든요?
태준 : 딱보니까 그러네 뭐. 오밤중에 가출을 하질 않나. 아줌마답지 않게 목소리가 다 죽어가질 않나.. 남편이 뭐... 속 썩여요?
지애 : 사람이 살다보면 싸우고 그러는 거지. 아 태봉씬 몰라요. 결혼도 안해봐놓구 뭘 안다구.
태준 : 근데요 궁금한 게, 아줌마는 왜 내가 결혼 안했을 거라고 단정을 해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지애 : 결혼했나 안했나는 눈을 보면 알지.
태준 : 눈이요?
지애 : 태봉씨 눈은 책임감이라곤 없거든. 그냥 해맑기만 해.
태준 : 책임감?
지애 : 유부남들의 눈은, 뭐랄까 조금은 세파에 찌들었달까? 가족에 대한 책임감. 어떻게든 버텨나가야 한다는 절박함?
뭐 그런 게 깃들어 있거든.
태준 : 오오.... (끄덕이고) 아줌마 남편 눈은 어떤데?
지애 : 우리 남편 눈? 우리 남편 눈은.... (뭔가 생각하는 표정 있다가) 나 그만 갈께요. 잘가요. (하고 휙 가버린다)
태준 : (뒷모습 보는 표정. 씁쓸한 미소)
#40. 지애 집 거실 (N)
지애 싸늘하게 앉아 있고. 달수 정원 그 앞에.
달수는 눈 못마주치고 손가락으로 방바닥에 그림 그리고 있고.
지애 : (싸늘) 왜 들어왔어! 내가 또 나가?
달수 : 아니? 아니야 여보. 나 보기 싫으면 내가 나갈게. 난 그냥.. 당신 어떻게 하고 있나 걱정도 되고.
지애 : (표정)
달수 : 얼굴 봤으니까 됐어. 정원아, 아빠 나중에 다시 올게.
정원 : 어디 갈라구 그래 아빠.
달수 : (표정) 딱히 갈 데는 없지만... 일단 나가봐야지. (하고 지애 눈치 슬쩍)
정원 : (옷깃 딱 잡고) 나가지 마 아빠.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
달수 : 어? (하고 못이기는 척 서 있으면)
지애 : (표정)
정원 : 응? 엄마. 아빠 집에 있으라 그래.
지애 : (표정 있다가) 거실에서 자.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달수 : (기쁜) 정원아!
정원 :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 내밀면)
달수 : (확 들어올려서 하이파이브하고 뽀뽀 쪽) 고맙다 내딸! 역시 키워놨더니 사람 구실 하는구나! (비행기 쓩 태워주고)
정원 : 그런데 아빠. 엄마가 왜 저렇게 화났어?
달수 : (곤란) 어? 아빠가 뭘 좀 잘못해서.... 미안하다 정원아.
정원 : (토닥토닥) 괜찮아.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그러는거랬어. 양다리만 아니면 되지 뭐.
달수 : (표정)
#41. 지애 집 안방 (N)
지애 혼자 자고 있다가 벌떡 일어난다. 도저히 잠이 안오고.
#42. 지애 집 거실 (N)
달수 자다가 뭔가 음산한 기운이 돌아서 돌아보고 헉 놀란다.
지애가 귀신처럼 옆에 앉아 있다.
달수 : (일어나며) 여..여보. 뭐해?
지애 : 당신 그거 기억나?
달수 : 어? 뭐?
지애 : 당신이 처음으로 회사 짤리고 오던 날. 그날 나는 그래도 당신 안쓰러워서 삼겹살 구워줬었다?
달수 : 알지 여보.
지애 : 그런데 어떻게 그런 나한테, 당신이 이럴 수 있어!
달수 : (무릎 꿇고 진심) 미안해 여보.
(컷튀면) 달수 조금 졸린다. 지애는 여전히 분한 표정.
지애 : 그날은 기억나? 나 정원이 낳기 전날. 그날두 어머님댁에 생활비 타러 갔다가 그냥 오기 뭐해서 김치 담그는 거
돕는다고 하다가 양수 터져서 병원 실려가고. 내가 진짜 그날만 생각하면.... 진짜 혈압이...
달수 : (졸려서 하품 참으며) 미안 여보.
지애 :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래!
달수 : 그러게. 내가 죽일놈이야. (허벅지 꼬집으며 잠을 참는)
(컷튀면) 달수, 꾸벅꾸벅 졸고 있다.
지애 : 그날은? 내가... 양봉순한테 무릎 꿇던날? 그날 정말 분하고 치욕스러웠거든?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어.
참을만은 했어.
달수는 이미 벽에 기대 자고 있고.
지애는 그거 알면서도 계속 대사.
지애 : 그런데 지금은 진짜 못참겠다. 당신 마음이 날 배신했었다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있는 피가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애. 나는 정말, 할수만 있다면, 어디다 머리라도 확 박고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려버렸음 좋겠거든?
그렇게라도 용서할 수 있으면 그러고 싶거든?
#43. 감사실 (D)
달수 앉아 있고. 감사위원들 앉아 있다. 옆엔 비서 정도가 노트북으로 기록하고 있고.
홍식은 맨 끝에.
감사1 : 온달수씨 마지막 변론기회니까 하고 싶은 얘기 해 보세요.
달수 : (사직서를 꺼내서 떡 내려놓는다)
일동 : (보고 표정들)
달수 : 예전 같으면 벌써 이거 던져놓고 도망갔을 겁니다 저. (하더니 쫙쫙 찢는다)
일동 : (뭐하는거야? 표정들)
달수 : 그런데 이번엔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안도망가려구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제 잘못이 없다는 걸 밝히고 말겠습니다.
감사2 : 허..참. 똥배짱이야 뭐야?
달수 : 똥배짱이 아니구요. 그냥... 남들처럼 살고 싶을 뿐입니다.
일동 : (표정)
감사1 : 참고인으로 온달수씨의 지인인 변수철씨를 모셨습니다. (눈짓하면)
비서 : (문 열어주고)
형님2 : (들어와 달수 보고 눈 못마주치는)
달수 : (표정)
감사1 : 와주셔서 감사하구요. 상황에 대해서 직접 증언해 주시겠다구요?
형님2 : 예. (달수 시선 피하며) 아는 사람이 다시마를 판매하는 업체 쪽에 있었는데요.
그분이 달수가 대형 프로젝트를 한다는 걸 알고, 연결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접대 자리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 달수가 왔습니다. 제가 청탁을 했구요, 달수에게 돈봉투를 줬습니다. 달수는 알았다고... 자기가 해보겠다고....
하면서 돈을 받았구요.
달수 : 형님!
감사2 : 아 거 조용히 해요.
형님2 : (표정 있다가) .... 이렇게 말하는 조건으로, 제가 돈을 받았거든요. 저한텐 좀 큰 돈이라서 거절 못하고...
일동 : (표정들)
형님2 : (돈봉투 내놓는다) 제가 좀 어려워서요. 잘나가는 대기업 다니는 후배 좀 팔아 식구 좀 멕여보자... 그랬는데요.
이거는 암만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서.
달수 : (표정)
형님2 :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달수 보더니) 미안하다 달수야.
달수 : (울컥하는 표정)
홍식 : (오히려 잘됐다는 듯한 표정)
#44. 복도 (D)
형님2 가는데. 달수가 쫓아온다.
달수 : 형!
형님2 : 야. 쪽팔리니까 쫓아오지 마.
달수 : 괜찮아요 형. 그리구..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형님2 : 누가 니 얼굴 보구 그런 줄 알아? 너만 생각했으면 그냥 먹고 입 씻었어 임마. 내 마누라가 당장 가서 돈 돌려주고 오라더라!
달수 : 예?
형님2 : 어제 니 마누라가, 내 마누라 찾아왔었어!
달수 : (표정 위로)
<플래쉬컷>
지애, 형님2의 집앞에 서 있고. 여자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지애 : (울지는 않고) 언니. 알잖아요. 그 인간이 얼마나 융통성 없는 인간인지. 얼마 전에 그 인간이 꼴에 바람이 났는데요.
내가 솔직히 불라고 하니까 그걸 다 불고 앉았더라구요. 그런 인간이에요. 온달수가. 그래도 그 인간이, 지 돈 못벌 때도
민욱이 생일 되면 과자박스라도 들고 꼭꼭 여기 찾아오고. 언니네 가족 무지 챙겼잖아요. 이대로 회사에서마저 까이면...
그 인간 인생이 너무 불쌍하잖아요. 온달수.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건. 그래도 처음이거든요.
얘기 다 들은 달수, 표정이 멍하고.
형님2 : 니 형수가, 그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고. 얼른 갖다주고 튀어오라더라. 나 간다. (가면)
달수 : (표정)
#45. 지애 집 거실 (D)
지애 봉순 마주앉아 있고.
지애 : 왜 왔어?
봉순 : 니가 꼭 봐야 할 게 있어서.
지애 : (표정) 뭐?
봉순 : 지워진 파일 복구하느라 애 좀 썼다 얘. (미소 지으며 씨디 들어 보인다)
지애 : (표정 있다가) 신경써줘서 고마운데 됐다. 뭔지 몰라도 안볼래.
봉순 : 그럼.. 내내 궁금할텐데? 이런저런 상상도 하게 될거고?
지애 : (멈칫)
봉순 : 너 그거 굉장히 괴로운거야. 뭐하러 그런 지옥을 자청해?
지애 : (표정)
봉순 : 볼 자신 없니? 없으면 관두구. (집어넣으려고 하면)
지애 : 도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건데 그러니? 그래 보자! 봐! 봐줄께!
(컷 튀면) 노트북 화면 가득히 소현이 달수에게 안기고.
달수, 어쩔 줄 몰라하다가. 가만히 소현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아주는 모습.
지애, 아찔하고. 눈을 감아 버린다.
그런 지애 흘낏 보며 피식 웃는 봉순.
봉순 : 이제 알겠니? 내가 너 괴롭히려고 일부러 거짓말 한 게 아니라는 거?
지애 : (눈 뜨고 표정)
봉순 : 거봐. 내가 뭐랬어. 너무 자신만만해하지 말랬잖아.
지애 : (참으려 해도 눈물 주르르 흐르고)
봉순 : (!)
지애 : (입술 깨물다가) 니가 보고 싶었던 게, 내 이런 표정 맞지. (똑바로 봉순 보며) 그래. 마음껏 봐. 나 지금.. 진짜 비참하다.
진짜 슬프고. 진짜 죽고싶다.
봉순 : (표정)
지애 : (서럽고) 됐니? 좋니? 이제 만족해? 너 이제 진짜 행복해도 돼. 나 정말로.... 정말로 불행하거든?
나 이제 내 손에 남은 거 하나도 없는 기분이거든? 내가 여태 뭐하고 살았는지 진짜 모르겠거든?
봉순 : (통쾌할 줄 알았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46. 회사 로비 (D)
달수 뛰어나간다. 전화해 보지만 안받고.
#47. 지애집 거실 (D)
달수 뛰어 들어오는데. 아무도 없고.
달수 : 여보! (표정)
#48. 지애 집 안방 (D)
안방 문 열어보지만 역시 아무도 없고.
어디 나갔나? 싶어 나가려다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옷장 문을 열어보면. 텅 빈 옷장.
화장대 위를 보면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하고.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표정으로 혼자 남겨진 달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