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들 키우는 ‘진짜 엄마’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사랑 베풀어”
“이 아이들에게도 가정이 있는데….”
11년째 한국SOS어린이마을(본부장 박승재 신부) 대구마을에서 ‘엄마’로서 11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양춘자(파비올라. 43)씨는 사회적 선입견을 염려한다.
SOS어린이마을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을 영구적인 가정 안에서 자립할 때까지 보호, 양육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이 곳에선 5~6명의 아이들이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 한 가정을 이뤄 한 집에서 자란다. 교육 혜택에서 어머니의 사랑까지, 일반 가정과 다를 바 없지만 아직까지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학교에서 ‘너는 가짜 엄마랑 산다’며 놀림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러한 편견은 비단 같은 반 친구 뿐만 아니라 일부 선생님들에게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결국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사회적 풍토는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생명 경시 현상이란 것이 양씨의 생각이다. 단지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소중함의 차이가 있을 수 없으며, 모두가 생명의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이든지 정말 소중한 생명입니다. 사회적으로 버려진 아이들이라고 해서 덜 소중한 생명이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라는 아이,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살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인격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양씨는 강조한다.
SOS어린이마을에 오는 아이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부모에 의해, 또 가정폭력에 의해 버림받은 아이들은 이 곳에서 비로소 ‘엄마’를 만나 사랑으로 양육된다. 처음에는 말도 잘 하지 않던 아이들도 어머니의 꾸준한 관심과 배려에 점차 마음을 열고,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존재, 자신들의 나쁜 점을 고치려 애쓰는 것을 지켜봐 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간다. SOS어린이마을의 어머니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을 가정이란 원초적 질서로 복귀시켜 주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사랑을 베풀 줄 압니다. 이 곳에 있는 아이들이 사랑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커 나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양씨도 기꺼이 짊어진 십자가가 때론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양씨는 하느님을 찾았다.
“신앙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11명의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많은 일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 때마다 신앙이 있었기에 힘든 때마다 잘 헤쳐 나가지 않았나 싶어요.”
이러한 노력으로 양씨는 취업을 한 딸과 대학에 진학한 아들을 두고 있다. 아무 탈 없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아직은 젖병이 필요한 아이까지….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양씨는 뿌듯함을 느낀다.
“은퇴한 뒤에도 아이들이 성장해 각자의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버려지고 소외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양씨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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