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사회의 경고 ‘절망범죄’, 해법은?
사회안전망 부재·사회양극화 심화...사회에서 쫓겨난 이들의 범죄
물리적 거세’가 논의됐다. 사형제 부활도 거론되고 있다. 불심검문이 부활한다. 성폭력, 살인 등 강력범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처벌이 미약하므로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것일까.
11일 오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장하나 의원실과 청년유니온, 경제민주화 2030연대 주최로 열린 ‘잇따른 절망범죄에 대한 접근과 대책 수립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을 좌절시키는 ‘병든 사회’가 급증하는 강력범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욕구 좌절을 강요하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 범죄를 ‘절망범죄’라고 지칭했다.
심리학자 김태형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범죄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회가 개인의 욕구좌절을 강요하면서 그 분노가 범죄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생존’과 ‘자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사회에서 범죄의 원인을 찾았다.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생존을 위협하고, 극심한 양극화가 개인의 존엄과 자존을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욕구를 좌절시키고 그 분노를 건강하게 표출할 창구를 마련해주지 못하는 사회에선 범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
조성주 경제민주화 2030연대 대표 역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범죄 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조성주 대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수형자 수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지적하며 경제적 불평등이 범죄를 촉발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대표가 제공한 OECD 지표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증가할수록 강력범죄의 발생률도 높아지는 추이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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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
조 대표는 이어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 시 범죄율이 증가했다는 통계를 언급하며 “고용형태가 불안할수록 경제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에 특별한 사회안전망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범죄에 더 노출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최근 소득불평등이 급격히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 사회적 약자층의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적 약자와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버림받은 또 다른 피해자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지혜 위원장은 “등록금 혹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망한 청년들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경쟁에서 밀려나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망에 이르러도 누구도 관심을 갖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단 한 번도 사회안전망에 들어가 보지 못한 이들이 선택한 범죄와 죽음에 정부와 경찰은 개인의 책임만 강조할 뿐 예방하려는 조치와 대책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입을 모아 제시한 ‘절망범죄’의 해법은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와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사회적 관계망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이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실업대책과 청년고용할당제, 생활임금 보장 등 인간다운 삶을 유지 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주 대표도 “한국사회의 특정집단, 계층에 대한 과도한 경제력 집중, 소득불평등과 사회경제적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절망범죄의 해법을 제시했다. 조 대표는 최저임금, 고용안정 등 최근 제기되는 경제민주화 정책이 사회통합, 사회안전을 담보하는 근본적 대책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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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 |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작금 벌어지는 범죄는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물어봐주세요’ 범죄”라고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엔 사회적 관계에서 내몰린 그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그들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