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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빙점] 향 연기
요코가 도오루와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있던 게이조와 나쓰에가 삿포로에 있는 다카기의 집으로 달려간 것은 여덟 시가 넘어서였다. 병원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고, 전등불이 환히 켜진 복도를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조문객 몇 사람이 무료한 듯이 앉아 있는 방을 지나 빈소에 들어가니 다카기가 혼자 멍하니 어머니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돌아가실 거면 돌아가신다고 한 마디 해주셨으면 좋잖아?”
게이조와 나쓰에를 보고 다카기가 말했다.
이날 오후에 다카기는 회진 중이었다. 마침 토요일이라 도오루와 기타하라가 놀러 와 있었다. 두 사람에게 방석을 권하던 다카기의 어머니가 일어서려고 하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무엇에 걸려 넘어졌나 하고 생각한 도오루가 달려가 왜 그러시냐고 물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기타하라가 놀라서 다카기를 부르러 방에서 뛰쳐나갔다. 다카기가 달려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숨이 끊겨 있었다. 뇌일혈이었다.
“난 불효자인가봐. 어머니의 임종도 보지 못했어. 한 지붕 밑에 살면서도 말이야.”
평소와 달리 다카기는 힘없이 말했다. 그때 부원장인 세도이가 들어왔다.
“원장님, 내일 불공드릴 준비는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스님 다섯 분이면 되겠죠?”
얼핏 보기에 정력이 넘치는 사나이였다.
“아, 수고했어요. 모든 일은 부원장이 좀 알아서 해줘요.”
다카기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도이는 방에서 나갔다.
“여전히 활기차군. 도움이 많이 되지?”
“응, 일을 잘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바로 광고사에 전화를 걸고 장의사에도 연락을 하고…….”
다카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런 사람이 옆에 있어 주면 도움이 많이 되지. 이럴 땐 집안 사람들은 허둥거리기만 하거든.”
뒤따라 기타하라가 들어왔다. 나쓰에는 놀란 듯 눈을 내리떴다. 굳이 시선을 피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나쓰에는 기타하라를 은근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요코가 약을 먹은 뒤 오늘 처음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었다. 기타하라는 게이조와 나쓰에를 보자 놀란 듯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하고 인사를 했다.
“참 오랜만이군. 오늘은 여러 가지로 수고가 많겠네.”
“네. 다카기 선생님의 어머님께서는 도오루의 팔에 안겨 운명하셨어요.”
하고 기타하라는 구김살 없는 표정을 지었다.
기타하라가 다카기에게 뭐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고 방을 나가자, 나쓰에는 그제서야 얼굴을 들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은 기타하라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을까 하고 나쓰에는 생각해 보았다. 요코가 약을 먹기 전날 기타하라는 나쓰에를 맹렬히 비난했다. 나쓰에 역시 기타하라를 비난했다. 그러나 그 후 기타하라는 요코를 간호하며 나흘 동안이나 자기 집에 함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별로 꺼림칙한 마음으로 헤어진 것도 아닌데 나쓰에에게는 웬일인지 자신을 비난하던 기타하라의 인상만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 헤어진 이후로 기타하란에게서는 요코에게 몇 번 편지가 왔을 뿐 나쓰에에게는 아무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그런 당연한 일에도 나쓰에는 웬일인지 신경이 쓰였다.
게이조와 다카기를 남겨 두고 나쓰에는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부엌에 들어가 보니 앞치마를 두른 몇 명의 여자들이 차를 준비하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나쓰에를 보자 그녀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제가 뭐 좀 거들 게 없을까요?”
하고 나쓰에가 말했을 때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인은 다카기 씨 옆에 계셔 주세요.”
무라이였다. 무라이는 나쓰에의 등에 손을 갖다대고는 부엌에서 밀어내듯이 했다.
“어머, 언제 오셨어요?”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나쓰에는 정답게 말했다.
“지금 막 왔어요.”
“자동차로요?”
“네.”
여전히 무라이는 나쓰에의 등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대로 두 사람이 부엌에서 나왔을 때 도오루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어머, 도오루 수고하는구나.”
도오루는 얼굴을 홱 돌리고 바쁜 듯이 병원 쪽으로 가 버렸다.
“장례식 때까지 계시실 건가요?”
“네.”
방금 도오루가 보인 태도가 마음에 걸려 나쓰에는 얼굴이 어두워져 있었다.
“돌아가실 때 모셔다 드리지요.”
“고마워요.”
나쓰에는 병원 복도에 나가 보았다. 전등이 켜져 있는 사무실 안에서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전화를 걸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틈에 도오루가 혼자 멍하니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기타하라가 밖에서 현관으로 들어왔다. 나쓰에를 보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나쓰에도 안도의 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카기 선생님의 누이동생들이 와쓰카나이에서 차로 오시는 모양입니다.”
“어머, 피곤하시겠네요.”
“도오루는 만났습니까?”
“방금 만났어요.”
기타하라가 거침없이 말을 걸어 주자, 나쓰에는 조금씩 마음이 풀어졌다. 키타하라는 다시 다카기의 살림집으로 들어갔다. 나쓰에는 아직도 턱을 괴고 있는 도오루를 창 너머로 바라보고 잠깐 망설이다가 가까이 다가갔다.
“도오루.”
문을 연 채 나쓰에게 불렀다. 도오루를 흘끔 나쓰에를 바라보았다.
“요코에게 전화 좀 걸어 줄래?”
“어머니가 직접 거시면 되잖아요?”
말도 붙여 볼 수 없을 만큼 차갑고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이튿날 저녁 일곱 시부터 근처 절에서 다카기의 어머니를 위한 불공을 드렸다. 다카기는 꽤나 발이 넓은 듯 5백 명 가까운 조문객들이 이층 본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오루는 불공드리는 자리에도 잠시 앉아 있을 틈이 없을 만큼 이것저것 잔심부름에 쫓기고 있었다. 도오루는 오늘 밤 절에서 묵을 친지들의 수를 알려주기 위해 안내석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서면 현관이 있고 그 오른쪽에 조문객을 맞이하는 안내석이 있었다. 이웃 사람 대여섯 명이 그곳에서 조문객의 부의를 접수하고 답례품을 건네 주고 있었다.
현관 왼쪽은 신발을 맡기는 장소였는데 그곳에서도 담당자 네댓 명이 일하고 있었다. 도오루가 안내석에 가서 절에서 묵을 인원수를 보고하고 아침 식사 주문을 확인하고 있을 때, 검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접수계원의 어깨 너머로 그 여자가 내민 부의금 봉투를 무심코 들여다 본 도오루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봉투에는 미쓰이 게이코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도오루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유심하게 게이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 게이코는 부의 답례품을 건네받고는 조용히 안내석 앞을 떠났다.
도오루는 허둥지둥 안내석에서 나왔다. 방금 본 게이코의 얼굴이 요코의 얼굴에 겹쳐 눈앞에 어른거렸다. 눈이나 코는 요코를 닮았으나, 인상은 완전히 달랐다. 요코에게서 볼 수 있는 밝고 심오한 아름다움을 게이코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는 베일을 통해 보는 것 같은, 어딘지 요염해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불과 몇 초 동안에 그 표정이 실로 미묘하게 몇 가지로 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도오루는 계단을 올라가는 게이코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양쪽 팔꿈치를 몸에 살짝 붙이고 천천히 올라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도오루는 문득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연상했다. 도오루는 용기를 내어 계단을 하나씩 건너뛰어 올라갔다.
“어머!”
앞을 가로막듯이 넓은 층계의 중감참에 선 도오루를 보고 게이코는 미소를 지었다.
“저……..”
도오루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게이코의 미소가 도오루를 부드럽게 감쌌다.
‘신비한 눈매다!’
“아니, 실례했습니다. 제가 잘못 보았어요.”
“잘못 보다뇨? 저하고 비슷하게 생긴 분인가보죠?”
목소리는 요코와 아주 비슷했다. 다소 코가 막힌 듯하지만 윤기 있는 목소리였다.
“네, 그래요. 하지만……나이가 틀려요.”
“그래요?”
게이코는 부드럽게 대답하고 그대로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다. 스님이 경을 읽는 소리가 한결 크게 들려왔다.
“저…….정말 많이 닮았어요.”
도오루는 게이코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미안해요. 불공이 끝난 다음에 얘기할까요?”
게이코는 도오루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정말이세요?”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도오루는 멍하니 게이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도오루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토록 마음 쓰이던 요코의 어머니를 지금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지난해 6월, 도오루는 마쓰이 게이코가 사는 집을 찾기 위해 오타루까지 갔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다시 가보고 싶었으나 꾹 눌러 참고 있었다. 가끔 아사히가와 집에 돌아가 요코의 모습을 보고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도오루와 기타하라는 요코의 일이 무슨 금기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전혀 입밖에 내지 않고 있었다. 요코에 대해 말하는 것이 피차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불안했다. 두 사람은 다른 얘기만 두서없이 지껄였다. 그리고 헤어질 때마다 도오루는 언제나 요코의 얘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기타하라에 대해 초조라고도 할 수 없고 불안이라고도 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껴왔다.
길기도 한 것 같으면서 짧았던 1년이었다.
도오루는 본당 입구에서 게이코가 앉아 있는 장소를 확인했다. 창문을 통해 밤바람이 불어왔으나 조문객들로 가득 찬 본당 안은 사람의 훈기로 후끈거렸다. 맨 뒤에서 경건하게 합장하고 있는 게이코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도오루는 차분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촛불 모양의 전등이 여러 개 켜져 있는 제단에 놓인 다카기 어머니의 영정이 조그맣게 보였다. 도오루는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 잡담을 하고 있는 사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들은 어떻게 다카기의 어머니 혹은 다카기와 알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한 자리에 모인 이 5백여 명의 사람들과 다카기와의 관계를 물어 보고 싶었다. 특히 게이코와 다카기가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요코의 출생에 대해 의논하는 사이가 되었을까? 도오루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게이코를 바라보다가 게이코 바로 옆에 기타하라가 무릎을 꿇고 숙연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렸다.
도오루는 기타하라에게 게이코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당장 불러내어 알려 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만두었다. 요코에 관한 한 아무에게도 알려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어쩌면 비열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오루에게는 이런 중대한 비밀을 혼자서만 가슴에 묻어 두고 싶었다.
불공 의식이 끝나자, 사람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주인 다카기에게 인사를 하려는 사람들은 제단 근처에 있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들 중엔 두세 마디 입속으로 뭐라고 말하고 머리를 숙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카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의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게이조와 나쓰에는 다카기 근처에 앉아서 조문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여보, 사키코 씨에요.”
게이조가 나쓰에의 귓속말을 듣고 유심히 보내 흰색의 수수한 옷에 검은 하오릴르 걸친 사키코가 다카기 앞에서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게이조에게는 뜻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더 생각할 피요도 없이 사키코가 조문을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라고 말하던 사키코가 제단 앞에 나가 분향하고 일어나 돌아가려고 할 때 나쓰에가 말을 걸었다.
“사키코 씨, 오랜만이에요.”
사키코는 놀라는 듯했으나 곧 반가운 표정으로 게이코와 나쓰에 옆에 앉았다.
“저번에는 일부러 오시게 하여 폐가 많았어요.”
사키코는 중매를 섰던 게이조 부부에게 이혼 절차 때문에 삿포로까지 오게 한 데 대한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잘 자라고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 ‘아빠는?’하고 물으면 못할 짓을 한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파요.”
꾸밈없는 말투였다.
“여기 와서 만나 보셨나요?”
나쓰에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만났어요. ‘뭐야, 와 있었어?’ 그러더군요.”
사키코는 소탈하게 말했다. 헤어진 부부란 저런 걸까 하고 게이조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나쓰에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후 어디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자신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아마도 증오에 찬 눈초리로 나쓰에를 노려보고 말도 걸지 않을 것이다.
“어머, 그 말밖에 안 해요?”
“네, 그 말뿐이었어요. 저도 ‘그래요, 오면 안 되나요?’ 하고 말했을 뿐인걸요.”
“아이들에 대해 묻지 않든가요?”
“아무 말도 없었어요. 잘 있느냐고 물을 법도 한데 그런 걸 묻는 게 억울한가봐요.”
“사키코 씨가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요?”
게이조는 눈으로 무라이를 찾으며 말했다. 여기저기 친지들이 몇 사람식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꽃바구니며 화환이 주위에 죽 놓여 있었다. 그 옆에 책상다리를 하고 혼자 멍하니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무라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 저기 있군요. 얘기라도 좀 하고 가는 게 어때요?”
게이조는 무라이 쪽을 보면서 사키코에게 말했다.
“싫어요, 할 얘기가 뭐 있어야죠.”
“그러나 전에도 말했지만, 사키코 씨도 아이들의 엄마니까 애들 일도 생각해야 해요.”
그때 다카기와 미쓰이 게이코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게이조와 나쓰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라이와 사키코에게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저도 여러 번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원장님!”
사키코는 아사히가와에 있을 때 쓰던 호칭으로 게이조를 불렀다.
“애들 엄마인 제가 이런 길을 걷게 된 것을 아이들에게도 확실히 알려 주려고 해요. 경박한 결혼에 얼마나 지독한 형벌이 내려지는가를 딸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사키코는 멀찌감치 있는 무라이를 흘끔 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원장님, 그 사람은 대학을 나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여성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인간 쓰레기예요. 아이들도 크면 그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게 될 거예요.”
어딘지 자기 본위의 주장이 농후한 말이라고 생각되었으나, 무라이를 나쁘게 표현하는 사키코의 말이 게이조에게는 기분 좋게 들렸다. 그는 루리코가 살해당한 날 나쓰에와 무라이가 한 짓을 생각하기만 해도 그녀가 무라이에게 더욱 심한 욕설을 퍼부었으면 싶었다. 만일 무라이라는 인간이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루리코는 그 날 살해당하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자신의 가정은 아주 평온하고 무사했을 것이다. 그러면 유카코도 지금쯤 몇몇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원장님, 만일 제가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제 아이들이 아버지에 대해 완전히 환멸을 느꼈을 거예요. 요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고약한 부모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대요. 오히려 죽어 버리는 편이 자식들이 굳세고 올바르게 자란다는 거예요. 죽은 부모는 미화되기 때문일까요?”
게이조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식의 눈으로 보아도 경멸해 마지않는 부모는 지식을 잘못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 게이조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다. 자기들 부부도 훌륭한 부모는 못 디ㅗㄴ다. 그래도 아직 무라이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게이조는 사키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보았나?”
다카기가 게이조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앉은 채 저만큼 걸어가는 사키코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게이조는 다카기를 돌아보았다.
“뭘 말이야?”
그때 앞치마를 두른 여자들 대여섯 명이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좀 드시겠어요?”
스무 살 안팎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다카기와 게이조 앞에 쟁반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니, 준코(順子), 이렇게 늦게까지 일을 거들고 있었어?”
다카기가 술병을 들고 게이조에게 따름녀서 말했다.
“아직 그렇게 늦지 않았어요. 아버지와 함께 갈 거예요.”
웃을 때 양 볼에 깊은 보조개가 생기는 귀여운 얼굴의 아가씨였다.
“준코, 이 아저씨는 나와 제일 가까운 친구인데, 이 아저씨도 의사야.”
준코라는 이름의 그 아가씨는 다시 깊은 보조개가 패게 웃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저 아가씨의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야. 약사인데, 코토니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지…..참, 그보다 아까 나하고 얘기를 나누던 검은 옷차림의 여자를 자네도 봤지?”
“검은 옷의 여자? 아니, 못 봤는데……”
“그래? 그럼 됐네.”
다카기는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어머, 궁금해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죠, 여보?”
“아니, 보지 못했으면 됐어요. 아무튼 상을 당하니까 뜻밖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군.”
“그야 그렇지, 결혼식이라면 참석자들을 알 수 있겠지만, 장례식에는 상주도 예측하지 못하는 손님들이 있을 거야. 나도 사키코 씨를 만나게 된 건 뜻밖이었어.”
“쓰지구치, 나쓰에 씨도 놀라지 마세요. 오타루의 그 사람이 왔어요.”
“오타루의 그 사람?”
게이조와 나쓰에가 동시에 반문했다.
“그럼 저기, 요코의……?”
“그렇다니까………”
게이조와 나쓰에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뭐 굳이 만날 필요는 없겠지.”
다카기는 내뱉듯이 말하고 나서 잔과 술병을 들고 일어섰다.
“어머니를 잊고 있었어. 이걸 좋아하셨는데…..”
다카기는 제단 앞에 앉아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 놓고 합장을 했다.
‘그래, 요코의 어머니가!’
바로 눈앞에 있던 게이코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 게이조에게는 몹시 의미심장하게 여겨졌다. 문득 게이조는 나쓰에를 보며 웬일인지 새삼스럽게 자기들은 역시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오루는 절 입구에 서서 미쓰이 게이코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내의 주차장에서 헤드라이트를 켠 차가 잇따라 도오루의 앞을 지나갔다. 도오루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여덟 시 반이 지나 있었다. 벌써 요코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도오루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도오루를 비추더니 차가 멈춰 섰다. 미쓰이 게이코였다.
“타시죠.”
도오루는 시키는 대로 운전석 옆에 앉았다. 차는 오른쪽으로 돌아 밝은 전차길로 나왔다.
“어디 가서 차라도 할까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 듯 친밀한 목소리였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오타루까지 돌아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도오루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순간 당황했다.
“오타루?”
게이코는 약간 놀란 듯이 옆에 있는 도오루를 바라보았다.
“역시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겠군요. 이 근처에 있는 산아이(山愛) 호텔 로비가 어떨까요?”
입을 다물고 있는 도오루에게 게이코가 말했다.
도오루는 눈치 채지 못하게 게이코에게 접근할 심산이었다. 게이코에 대한 예비 지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무심코 입을 열어 그 계획은 빗나갔다.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나갈까 하고 도오루는 바쁘게 생각을 짜냈다. 오가는 차를 바라보는 도오루의 마음은 초조했다.
“당신도 오타루에서 왔나요?”
차가 산아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게이코가 물었다.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넓은 호텔 로비에는 외국인의 모습도 보였다. 호화로운 샹들리에를 쳐다보면서 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정원의 푸른 잔디밭이 수은등에 환히 드러나 보이고, 낮지만 폭이 넓은 폭포가 물보라를 뿌리고 있었다.
“난 오타루의 미쓰이라고 해요, 당신은?”
게이코는 가볍게 깍지 낀 양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것이 도오루에게는 매우 우아하게 보여 알 수 없는 중압감을 느꼈다.
“전…….”
도오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게이코는 한 손을 들고 보이를 불러,
“난 커피, 당신은?”
하고 도오루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도 커피. 아니, 아이스크림 부탁합니다.”
보이가 사라지자 게이코는 미소를 띄운 채 분명하게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내가 오타루에 산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도오루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추궁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음을 결정한 도오루는 게이코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계획은 실패했어요. 실은 부인이 오타루에 사는 분이라는 걸 제가 모르고 있는 걸로 하려고 했었어요.”
“…………”
게이코는 눈을 살며시 내리떴다가 다시 도오루를 바라보았다.
“저는 쓰지구치 도오루라고 합니다.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도오루는 새삼스럽게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쓰지구치 도오루? 좋은 이름이군요. 어떻게 나에 대해 알게 되었죠?”
도오루는 잠자코 있었다. 미쓰이 게이코는 대충 짐작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이렇게 묻는 것일까? 만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은 지금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어떻게 된 거예요, 쓰지구치 씨?”
“한 마디로 간단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차례로 묻겠어요. 당신은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고 아까 말했었지요? 무척 진지한 표정이었어요. 그것부터 들려주세요.”
카피에 밀크를 넣으면서 게이코가 말했다.
“제 여동생입니다. 여동생이 부인을 꼭 닮았어요.”
“여동생? 올해 몇 살인데요?”
스푼으로 커피를 젓고 있던 게이코의 손이 멎었다.
“가을이면 열아홉 살이 돼요.”
“열아홉 살요?”
게이코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도오루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자신은 지금 잔인한 일을 하려는 중이다.
“제 여동생은 양녀입니다.”
게이코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나서 도오루를 바라보았다. 말할 수 없이 슬픈 표정이었다. 도오루는 가슴이 찔린 듯했다.
“알겠어요. 대강…….”
“죄송합니다. 전 이런 말씀을 드리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코는…..이것도 간단히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도오루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 돌아가실 시간이군요?”
“아니, 전 절에서 묵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부인께서 돌아가셔야 할 시간이…….”
“내 일은 걱정 말아요. 삿포로의 어머니 집에서 묵을 거니까.”
‘어머니 집?’
이 사람의 어머니라면 바로 요코의 외할머니가 아닌가.
“그럼 좀더 말씀드리지요.”
“그러세요. 이런 얘기를 하다 말고 헤어진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게이코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도오루는 끊임없이 표정이 바뀌는 게이코를 보며 풍부한 아름다움을 지닌 부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겨울에 여동생은 자살하려고 했어요.”
“자살요?”
게이코는 눈을 크게 떴다.
“왜요?”
도오루는 루리코가 살해당한 일에서부터 요코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막을 간단히 이야기하고, 자신이 오타루로 찾아갔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게이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다가 이야기가 끝나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서운 일이군요.”
감회가 깊은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쓰지구치 씨, 내가 무습다고 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예요. 그래요, 난 분명히 딸아이를 낳았어요. 스미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는 다카기 씨에게 부탁해서 유아원에 맡겼어요. 난 자식보다 나 자신의 일을 먼저 생각했던 거예요. 내가 져야 할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고……..말하자면 그 애를 버린 거예요.”
“……….”
“난 절도도 없는 여자예요. 남편 미쓰이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이가 출정한 사이에 나카가와 씨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땐 나카가와 씨를 더욱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카가와 씨는 그 애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어요. 이윽고 남편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난 나카가와 씨보다 남편 미쓰이를 더 사랑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게다가 나한테는 이미 사내아이가 있었어요.”
도오루는 작년에 오타루의 이로나이 거리에서 만났던 친절한 청년이 머리에 떠올랐다.
“쓰지구치 씨, 나란 여자는 정말로 지독한 여자예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이후 남편과 오늘까지 행복하게 살아왔어요. 아주 행복하게 말이예요. 물론 그 애를 잊은 것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분명히 가슴 아파하면서도 옆에 있는 자식들에게만큼 마음을 쓰지는 않았어요. 나의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삶이 당신 집안을 큰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그 애를 자살까지…….”
게이코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너무나 솔직하게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그녀에게 도오루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변명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요코도 갖고 있는 성격이었다.
“쓰지구치 씨, 난 어떡하면 좋지요?”
호소한느 듯한, 의지할 데 없는 눈길이엇다. 그 눈빛은 순간 그녀를 어린 아이처럼 보이게 했다.
“요코의 일을 마음에 새겨 주시기만 함녀 됩니다.”
“요코? 어떻게 쓰지요?”
“태양 양(陽)자 입니다.”
게이코는 쓸쓸하게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오루는 거의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나기 전에는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느껴지던 게이코에 대한 적의가 너무나 깨끗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오타루에 갔을 때 미쓰이 상점 옆의 담배 가게 소녀가 게이코를 만나 보면 누구나 그녀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했었다.
“지금은 괜찮나요?”
“몸은 괜찮아요. 그러나 그 일 이후에 요코는 많이 변했어요.”
“그래요?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섭섭하게 생각지 마세요. 요코는 부인을 만나고 싶지 않대요.”
“당연하겠죠. 어떤 사정이 있었든 남의 손에 넘긴 것은 버린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어머니란 키우는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아무리 괴로워도.”
요코와 똑같은 말을 하는 게이코를 도오루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죠.”
“좀 더 얘기해요. 부모님도 장례식에 와 계신다고 아까 말했지요?”
“와 계세요. 하지만 전 아무한테도 부인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왜죠?”
“전…….요코를 위해서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요?”
게이코는 밤의 폭포로 눈길을 돌려 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보였다.
“부인도 다시는 뵙지 않으려고 해요.”
“왜요?”
게이코는 도오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도오루는 게이코의 눈매가 요코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부인의 평화를 더 이상 깨뜨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난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 애에 대해 좀더 알고 싶구요.”
“알아서 뭘 어쩌시겠습니까?”
“어떻게도 할 수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아는 것만으로도 뭔가 나 자신의 생활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밤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도오루는 갑자기 피로를 느꼈다.
“절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전 택시로 가겠어요. 걸어가도 금방이고요.”
게이코가 일어섰다.
“그보다도 제가 부인의 차를 운전하여 모셔다 드릴까요?”
“난 구제불능인 여자예요. 오늘 밤 일로 운전을 잘못하거나 하진 않았요.”
게이코는 다시 쓸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쓰에는 게이조에게 얼굴을 돌린 채 기차의 차창 밖으로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라이의 차로 아사히가와까지 함께 가게 되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다. 그러나 게이조는 무라이의 권유를 거절했다.
“고맙지만 기차로 가면서 자는 편이 편할 것 같군요. 그럼 피곤해서 이만 실례하겠소.”
부드럽게 거절했으나, 무라이는 빈정거리는 듯한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억지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운전에 자신이 없으니까요.”
나쓰에는 게이조를 질투가 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무라이는 아사히가와까지 백사십 킬로나 되는 길은 혼자서 운전하고 가야만 했다. 혼자 운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함께 타고 있는 편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게이조는 무라이와 나쓰에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것을 거부했다. 나쓰에는 왠지 자신이 언제나 게이조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 같아 불만스러웠다.
“무라이 씨는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요?”
나쓰에는 옆에 앉아 있는 게이조의 표정을 살피면서 말했다. 그에 대한 반발심에서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
“글쎄, 다카기도 쓸쓸하겠군.”
“…………”
“이번에야말로 결혼할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는걸.”
나쓰에의 감정을 무시한 채 게이조가 말햇다.
“언젠가 다쓰코 씨에게 청혼했었다던데………”
“어머, 다쓰코에게요?”
무심코 나쓰에가 대답했다.
“아니, 반은 농담이었던 모양이지만 다쓰코 씨도 언제까지나 혼자 살 수는 없지 않겠소.”
“다카기 씨와 다쓰코라면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
“두 사람 다 나무랄 데 없는 어른이니까 좋은 한 쌍이라고 생각되지만, 다쓰코 씨가 많은 제자들을 아사히가와에 남겨 두고 삿포로에서 살고 싶어 할지……”
“……..다카기 씨의 어머니가 가엾어요. 손주도 하나 못 보시고….”
“응, 그렇지. 그건 그렇고 무라이와 사키코 씨는 어떻게 될까? 사키코 씨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회복 불능인 것 같아요.”
게이조는 매정하게 말하는 나쓰에를 흘끔 바라보고 나서 신문을 폈다. 1면에서부터 차례로 훑어보던 게이조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나쓰에! 미쓰이 게이코 씨가…….”
“네? 어떻게 됐나요?”
게이조가 가리킨 기사를 보고 나쓰에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상가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한 여성 운전자가 추돌로 중상’이라는 제목에 이어 어젯밤 열 시 좀 지나 미쓰이 게이코가 운전하는 차가 트럭을 추돌해 중상을 입었다는 내용이 간결하게 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