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저녁
박제영(1966~ )
바람이 지나간 후에도 시누대가 저리 흔들립니다.
새가 날아간 후에도 댓잎이 저리 흐느낍니다.
내 생애 전부를 흔든 사람
내 생애 전부를 울린 사람
대숲 사이로 옛사랑이, 옛 문장이 스미어
붉은 노을로 번지는 그런 저녁이 있습니다.
모처럼의 산책이라 시 한 수 읊은 것인데
그 사람이 누구냐고 도대체 옛사랑이 누구냐고
그 사람이 자기인 줄도 모르고
옛사랑이 자기인 줄도 모르고
노을 사이로 당신의 얼굴이 노을처럼 붉어지는
붉어도 좋은 그런 저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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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주는 여운]
불치병 환자
정환웅
시인은 허언증 환자인가?
시인은 과대망상증 환자인가?
시인은 뻥튀기 장수인가?
입만 열면 사랑 타령이요.
글만 쓰면 그리움 타령이다.
도대체 누구를 그렇게 사랑하느냐고,
도대체 누구를 그렇게 잊지 못해 그리워하냐고,
다그칠 때면
시인은 스스로 환자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냥 한번 끼적여본 것인데...
그 누구는 특정인이 아니다.
굳이 특정하라고 한다면
바로 당신이다.
그러나 당신은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 타령을 하고,
그리움 타령을 하고 있다.
노을 속에는
사랑이라는 글자와
그리움이라는 글자가
왜 나에게 보일까?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왜 시를 쓰고 싶어질까?
불치병 환자,
바로 나다.
2018. 0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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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의 궤적]
시인의 연상적 사고 (associative thinking) (주)
정환웅
신우대의 흔들림을 보고
댓잎의 흐느낌을 듣는 사람
대숲 사이로 반짝이는 노을을 보고
생애를 흔들었던,
생애를 울렸던,
옛사랑을 생각하는 사람
그가 바로 시인이다.
시적 상상력의 나래를 펴면
신우대가 노을이 되고,
노을은 옛사랑이 된다.
옛사랑은 바로 다름 아닌
지금 내곁의 당신이다.
(주) 연상적 사고 (associative thinking) :
둘 이상의 어떤 사물이나
사건, 형태 등에서 비슷한 특징을 찾아내
관련 짓는 능력을 말한다.
수렴적 사고 (convergent thinking) :
여러가지 가능한 해결책 가운데서
최종적으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이나
답을 찾아가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확산적 사고 (divergent thinking) :
과거에는 없었던 것, 혹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새롭게 떠올리는 능력을 말한다.
2018. 09. 27
囕盈에서
마로니에
from Cafe 마로니에 그늘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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