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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노라고 스피노자는 말했다. 웃기고 있네. 칫~ 스피노자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많은 환경론자들이 나에게 돌뎅이를 던지겠지. 아니 솔직히 생각해보자고요. 내일이면 어차피 뽀개져 버릴 사과 나무를 심은들 무엇하겠냐고요. 그럼 넌? 어떤 일을 할건데? 음 좀더 건설적인 일. 그냥 나는 비행기 타고 배낭 여행 갈래요. 구경은 못하겠지만 거기서 무너지는 유럽을 내 두눈으로 보고 싶어요. 재썹써~ 2004년 5월 30일 무지하게 맑음. 내 마음도 맑음. 아뵹~앗싸. 드디어 내일이면 떠난다. 요 며칠 잠을 설쳐서인지 머리가 띵한게 쓸데 없는 잡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머리속의 나와 대화를 해봐도 영 신통치가 않다. "설마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겠지?" " 멸망할때 하더라도 제발 내일 만큼은 참아주길 바래." " 혹시 내일 외계인이 쳐들어 온다면?" " 지구 방위대가 다 알아서 해줄꺼야. 넌 걱정말고 떠나. " "혹 기우인데 내가 갈 네덜란드에 폭탄이 터지면 어떻하지? " "구데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냐?" "그럼 이건 정말 만에 하나인데 내가 오늘 어디가 아프거나 그런 다면 정말 큰일이지 않을까?" " 나가 죽어라." 아니 나가서 가지고 갈 준비물이나 사지 그래. 내 머리속의 또다른 내가 하는 말이다. 하하하. 사실은 내일이 떠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짐을 안 싸 놓았다. 무슨 똥 배짱인지 남들은 여행가기 한달전 부터 배낭을 쌓다 풀렀다를 반복한다는데 나는 아직도 내가 내일 떠나는게 믿기지 않는다는듯 여전히 태평스럽다. 원래 나의 못된 버릇이 또 고개를 내밀었나보다. 나는 미리미리 준비해 놓지 않고 코 앞에 닥쳐야 해버리는 고질적인 나쁜 습관이 몸에 배여 있다. 유럽 여행가서 내가 버리고 와야 할 것들중의 하나도 바로 이놈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친구까지 만나기로 했으니... 도대체 짐은 언제 쌓냐고요. 걱정마 잘될꺼야. 머리속에는 벌써 시간표가 다 그려져 있거든. 친구들 만나고 5시에 들어와서 3시간 동안 짐 싸고 10시까지 목욕탕 갔다가 다시 한번 정리하고 내일을 위해 12시에 일찍 자면 되겠네. 웃기는 소리. 그럴줄 알았지. 유럽가면 못 먹는다고 친한 동생 꼬셔서 유럽에 그 흔한 피자 먹고, 친구 만나 쟁반 냉면 먹고, 하루 종일 먹고 수다 떨다 끝나버렸다. 거기다 벌써 7시다. 난리났다. 잘갔다 오라는 친구에게 살짝쿵 굿바이를 던져주고 집으로 냅다 뛰어 갔다. 집에 오니까 9시다. 언젠가 티비의 씨에프 방송이 생각난다. 바쁘다 바빠 정말 바빠. 제일 급한 배낭부터 싸자. 가방: 작은 가방, 옆으로 맬 가방 옷: 속옷 4벌, 청바지1, 반바지2, 면바지1, 원피스1 티셔츠 5, 야한 나시 흐흐흐 2장 어멋. 잠바 1, 모자2, 양말 4 비키니 수영복^^;;; 세면도구: 수건2, 샴푸와 린스, 치약과 칫솔, 화장품 나만의 비밀 면도기. 매직 패드 일명 생리대. 약: 감기약, 소화제, 반창고 카메라: 수동 카메라. 건전지. 필름 기타: 선글라스, 계산기, 슬리퍼, 식염수, 안경, 씨디 플레이어 먹거리: 라면, 고추장, 김, 뽁아뽁아 책: 달랑 이지유럽 한권. 지랄하고 가져간 물건들: 오카리나, 브라이스 인형, 푸치 브라이스 인형, 여름용 목도리, 두건, 목걸이, 반지, 튜브용 목받침, 얼려서 목에 매는 스카프 환장 하겠네~ 어떻게 싸야 될지 모르겠다. 넣다 뺐다 3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이렇게 놀다가 배낭 쌓으면 나처럼 되는구나. 개미와 배짱이가 따로 없잖아. 으아앙. 보다 못한 울 후니가(신랑) 옆에서 도와줬다. "이거빼고" " 안돼 그건 나이트 갈데 입을 옷이야." 휘리릭~ "저거빼고" " 멈춰 이건 원피스랑 신을 구두인데." 데구르르~ 무슨 패션쇼 하러 가느냐고 울 후니는 신경질이다. 걱정마 다 가지고 갈수 있어. 아자 끌고서라도 가져갈께. 그럼 가기전에 배낭 한번 메 보라는 울 후니의 성화에 못이겨 배낭을 드는 순간 젠장 다 필요없다. 언제 한국에서는 부킹 들어 왔냐. 나이트고 나발이고 나를 빛내줄 최대한의 물건들은 다 빼버렸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인데 가방은 정말로 간단하게가 최고다. 배낭을 싸고 나니 벌써 12시다. 내일 아침 11시 35분 비행기니까 늦어도 10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8시에는 나가야 한다. 나쁜 머리로 또 이렇게 계획을 짜버리고 있다. 그건 그렇고 목욕탕에 가야 하는데.. 샤워는 하겠지만 한달동안 때는 못 밀을텐데 어떻게 하지. 준비성이 철저한(?) 나는 12시가 넘어서 동네 목욕탕에 들어 갔다. 심히 고민이다. 때밀이 아줌마에게 등을 밀것인가? 아예 그렇다면 전신을 미는건 어떨까? 한달동안 못 밀잖아. 자기 합리화에 못이겨 자고 있는 때밀이 아줌마를 깨웠다. "색시 왜 이렇게 늦게 와?" 아줌마의 핀잔에도 그냥 좋다. 입이 근질 거려서 자랑하고 싶어 못 참겠다. "아줌마 저 내일 유럽 가~요~ " "내일 유럽 간다는 색시가 지금 오~냐??" 오로 안 믿네. 괜찮아 그냥 실실 웃음이 나온다. 만사 오케이다. "아줌마 한달동안 나 이제 못 보는데에~" "여름 다 되니까 안올려고 그러지?" 에이씨 아줌마가 안믿으니까 재미 없어. 그래도 마냥 좋다. 내 옷 다 훔쳐간 울 언니 오징어도, 핸드폰 값 한달치 내가 내준 것도 기억 못하는 나쁜 우리 친 오빠라도, 그리고 돼지곰이라고 놀리는 울 후니도 그 어떤 누구라도 지금 이상태로라면 다 용서해줄수 있을것 같다. 목욕탕에서 나오니 2시가 훌쩍 넘었다. 아줌마가 입을 안닦아 줬나 왜 이렇게 근질 거리지. 깜깜한 밤이 무섭지도 않다. 해볼까? 지나가는 사람 없을때 한번 해보는 거야. " 동네 사람들 나 유럽 가~요~으하하하" 드디어 미쳤다. 트럭 밑에 있는 고양이 한마리만 기어 나온다. " 유럽 너만 가냐? 웬 호들갑?" 고양이 놈이 나에게 소리 지르는것 같다. 이거 재미있는데. " 클라라 드디어 유럽 간다~" "유럽을 휘젓고 오겠어. 유럽아 지달려~!" 모션을 취하려던 찰나 앞에 사람인듯한 형상이 보인다. 만화책 보면 꼭 저럴때 사람이 지나간다. 보면서 순 개뻥이라고 생각 했는데 에고 쪽팔려 냅다 집으로 뛰어 왔다. 울 후니는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어 버렸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의식을 거행 해야돼. 초등학교때 부터 여지껏 써먹는 짓거리 이름하여 쨍쨍 해 그리기. 이 의식은 초등학교때 우리 언니 오징어가 가르쳐준 의식이다. 다른 초등학교도 그렇겠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학교는 소풍이나 운동회를 하려고 하면 비가 온다. 그래서 비가 오지 말라는 염원하에 항상 머리 맡에 웃고 있는 햇님 세개를 그려놓고 자곤 했었지. 오늘 밤도 이게 필요하다. 쨍쨍 웃고 있는 빨간색 햇님 세개. 몸은 피곤하지만 여전히 설레임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흐흐흐 |
첫댓글 저 오클라라님 팬할래요 ^ㅡ^
정말요? 저야 너무 좋죠.헤~
ㅋㅋㅋㅋㅋ 글이 너무 재미있네요.^^ 아직 유럽 구경 못한 전 이런 글 읽는것만으로도 설레답니다..^^ 언젠간 꼭~~ 가야할 유럽을 위해.^^
ㅋㅋ 잼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