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학림 장학회(學林獎學會) 설립 9주년을 맞이하며~
교직 34여 년을 마칠 무렵 우연히 졸업반 학생의 개인 가정사를 들으니 같이 붙들고 밤새워 울어도 시원치 않은 기구한 운명의 가정형편이 너무 안타까워 약소한 금액을 익명의 대학입학금으로 도와준 경우가 있었다.
그 뒤 퇴직을 하고 생각하니 그 장학금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나를 일으켰다. 그래서 학림 장학회(學林獎學會-여기서 學林은 내가 서예를 시작하면서 주위에서 붙여준 나의 호이다)를 만들어 전북 도내 3학교를 정하여 올해까지 9년째 나의 연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장학수여 학교를 늘려 볼까 고려 중이다.
주위에서는 내가 혹시 정치 진출이나 다른 꿍꿍이 생각이 있어서 하는 짓 인양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 속이 상할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면전에서 쓸데없는 짓이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올해는 학림 장학회의 발원지(發源地)였던 군산여자고등학교에서 오해받기 좋은 감사패를 수여한다기에 극구 사양했으나 끝까지 사양하면 방문하여 수여한다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학금 수여식 자리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이 나이에 무슨 출세와 부귀영화가 탐이 나서 그랬으면 날벼락을 맞아도 싸다.
내가 반평생을 몸담았던 삶의 터전들을 가끔은 굽어보아도 여운의 손길을 놓아주질 않아 그렇게라도 해야 나에게 인연을 주었던 임들에게 보은을 실천하는 길로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