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역전마라톤에서 달리다
가야지 초기에 나의 달리기 인생에 딱 한 번뿐인 색다른 달리기대회를 경험한 적이 있다.
한국일보가 주최한 경부역전마라톤대회에 가야지 대표 선수로 내가 참가했던 것이다.
역전(驛傳)마라톤(구간마라톤이라고도 함)은 전체 거리를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이어달리는 장거리 계주인데, 부산시청 앞을 출발하여 김해 삼계초등학교까지 약 30킬로미터를 다섯인지 여섯 구간인지로 나누어 달렸던 것 같다.
흔하지 않은 대회라서, 부산의 이름있는 달리기클럽들이 각기 에이스 선수들을 총출전시켜 치열하게 일합을 겨룬 색다르고 재미있는 대회였는데, 우리 가야지에서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누어 그 대회에 참가하였다.
A그룹은 달리마, 꾸니, 달하니 등 가야지 에이스들로 진용을 갖추었고, B그룹은 나와 타이곤, 3S 등 준 에이스(?)급으로 구성되었다.
A그룹은 뛰어난 기량으로 다른 기라성같은 클럽들을 제치고 혼합부 우승을 차지했다. 내가 속한 B그룹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지만, 대회 참가에 그 의미를 두었다.
이 역전마리톤에서의 특별한 기억 중의 하나는 3S님의 못말리는 질주본능의 확인이었다.
B팀의 1번 주자였던 3S님은 출발지인 부산시청 앞에서, 출발 총성이 울리자마자 총알같이 앞으로 뛰어나가 압도적인 단독 선두로 주변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그러나 그 단독 선두는 딱 300미터까지만이었다. 초반의 초과속 질주는ᆢ
어쨌거나, 3S님의 본인도 못말리는 질주본능은 이 대회가 그 시작이었다^^.
나도 B그룹의 2번 주자로 가야에서 모라입구까지를 열심히 달렸다. 그 때 마침 엽기하니님이 승용차를 몰고 응원단으로 참여하였는데, 그 응원에 고무되어 순간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숨 끊어질뻔하였다.
대회를 마치고 우리 회원들 대부분은 간단한 점심 후 집으로 돌아갔는데, 우리 B조의 타이곤, 김정학, 엽기하니, 그리고 나까지 이렇게 네 명은 무슨 일로 그랬는지 서로 의기투합하여, 덕천동과 만덕일대를 밤 늦게까지 배회하였다. 김정학의 끼와 엽기하니의 흥으로 밤이 짧았던 그 날은 정말 즐거운 추억으로 아직도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의 역전마라톤대회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매년 4월에 경주에서 열리는 코오롱역전마라톤대회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마라톤의 부활을 위해서, 그리고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엘리트들 뿐만아니라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전마라톤대회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경부역전마라톤에 대한 단상과 엘리트 선수들의 역전경기에 대한 소회는 탁견입니다...
가야지 A,B팀 참가의 추억이 아련합니다...
달릴 때 입은 한국일보 마크 찍힌 푸른색 상의를 아직까지 내의(?)로 입고 있으니 ㅋㅋ
A조에서 달린 것같기도 한데, 신라대 앞 간선도로를 달렸다는 희미한 기억이 ..
뚜렷하지 않네요. 늙으면 죽어야지..^^
코오롱이 주관했던 고교역전마라톤
TV에서만 보았다. 바톤터치를 봉 대신 어깨에 두르고 있던 띠로써 주고받고 했지요. 참 멋 있어 보였다
우리나라 마라톤의 산실이 아니었을까요
그 멋있는 역전마라톤을 길손형님도 하셨구나. 길손이니까 그럴 수 있었겠다.
서성수선생님의 출발 달리기, 김정학선생님과 엽기하니님과의 밤 늦은 뒷풀이 등은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겠습니다
아, 뒷풀이에 타이곤형님까지 네 분이셨네요
듣기만 하여도 숨이 차서 가슴이 터질 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민주씨가 1등으로 제게 바통을 넘겨 주었는데 상대팀 남자 선수에게 추월 당했고 가야지 남자 선수들이 다시 역전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청소기를 상품으로 받았던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