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사도우미가 아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요양보호사 권익찾기에 발벗고 나섰다. 최근 불거진 요양시설 보호사의 전염병 감염사례가 이들의 권익찾기 운동에 도화선을 당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정금자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을 만나 요양보호사 제도화 1년을 돌아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행으로 요양보호사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1년간을 평가한다면.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기존의 취지에서 벗어나 생활도우미 또는 파출부라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다. 보호사는 환자의 질병에 대한 간호를 바탕으로 그 사람이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생활적인 부분을 도와주는 것이 주 업무지만 대부분이 집안일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집안일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케어받아야 할 환자가 또 소외받고 있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상노인들은 복지속에서 또다시 소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노인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요양시설의 안전관리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요양시설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요양시설은 아직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인력 등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 자체가 부실하다. 특히 현재 시설의 경우 요양보호사 한명이 2.5명의 대상자를 관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평균 보호사 1명이 10명의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는 곳이 많다. 밤에는 한 사람이 20~30명씩 돌봐야하는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자 개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는 힘든 것 아닌가. 어떤 시설에서는 와상환자의 경우 기저귀 가는 시간도 정해놓고 그 전에 아무리 대상자가 대변을 보고, 소변을 많이 봐도 갈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더라. 이래서야 위생관리가 되겠나. 요양보호사 1인당 0.75명의 환자를 볼 수 있도록 기준을 높여야 현실적으로 3명의 환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나.
“한 사람이 여러명의 대상자를 관리하다보니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보호사들이 많다. 하지만 보호사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센터에 산재신청을 한다던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센터에 이런 부분을 요구할 경우 그만두라고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는 아무런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한 요양보호사가 대상자의 기저귀를 갈다가 손가락 골절을 당해 기브스를 했지만, 원장은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며 발뺌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은 요양보호사들의 권익을 대변해주는 협회가 나서 같이 논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
요양보호사 과다배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안은 없는가.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43만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시장경제 논리를 도입한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민간양성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이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보호사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요양보호사도 정기적인 보수교육이나 실무교육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인력기준을 향상시켜 요양보호사의 지위를 다져야나가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격시험제도의 강화도 필요하다.”
요양보호사가 과다 배출되는 반면 취업률은 낮고 이직율은 높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재가보호사들의 시급은 평균 6000~7000원 수준으로 하루 4시간 기준 6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한마디로 이 급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본인이 돌보던 대상자가 사망을 하거나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등 불가피하게 이직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종사자에 대한 기본급이 없기 때문에 비자발적 이직도 높고, 생계불안으로 자발적 이직도 높다. 앞으로는 월급제로 전환해 기본급을 두고, 센터로 출근하고 현장방문을 하는 등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수가조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가장 어려운 것은 요양보호사의 업무범위다. 대상자를 돌보기 위해 집을 방문해도 막상 그 집에 가게 되면 대상자 가족들에 대한 서비스까지 다 하게끔 돼있다. 노부부가 사는 집일 경우 대상자인 할머니 빨래만 한다거나, 할머니 이부자리만 정리할 수 없다. 그리고 대상자들도 만약 그렇게 되면 센터로 전화를 해 제대로 안한다고 사람을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센터의 공공운영화로 기본 모델을 제시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요양보호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홍보도 필요하다.”
바람직한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이 생활하는데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런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될 때 대상자도 행복감을 느끼고 요양보호사도 그런 대상자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심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 같다. 대상자의 신체적 서비스, 가사서비스, 정서 서비스 3박자가 고루 맞을 때 바람직한 요양보호사로서 자리매김 할 것이다.”
향후 계획 및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요양보호사의 근로조건과 대상자의 복지는 함께 가는 것이다. 어느 한 토론회에 갔더니 어떤 시설장이 ‘요양보호사도 많은데, 골라 쓰면 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 말은 요양보호사의 인권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굉장히 분노스러웠다. 요양시설쪽에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정도는 일반 국민은 어떻겠나. 그래서 우리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가 찾아나갈 계획이다. 7월 1일을 요양보호사의 날로 지정,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핵심노동력인 ‘요양보호사’들을 격려하고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요양보호사 권리찾기 서명운동과 제도개선 캠페인 사업도 준비중으로, 9월 중 법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