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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12:27-36 /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으라
(요한복음 12장)
27.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
28.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 하시니 이에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 하시니
29. 곁에 서서 들은 무리는 천둥이 울었다고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고도 하니
3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소리가 난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요 너희를 위한 것이니라
31.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
32.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 하시니
33. 이렇게 말씀하심은 자기가 어떠한 죽음으로 죽을 것을 보이심이러라
34. 이에 무리가 대답하되 우리는 율법에서 그리스도가 영원히 계신다 함을 들었거늘 너는 어찌하여 인자가 들려야 하리라 하느냐 이 인자는 누구냐
35.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직 잠시 동안 빛이 너희 중에 있으니 빛이 있을 동안에 다녀 어둠에 붙잡히지 않게 하라 어둠에 다니는 자는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하느니라
36. 너희에게 아직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으라 그리하면 빛의 아들이 되리라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떠나가서 숨으시니라
{묵상/요 12:27-36)
◆ 주님의 괴로움
(27)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간의 행적 기록에 9장(총 21장 중)이나 할애했다. 무려 43%나 된다. 오늘 본문은 마지막 일주일 중 화요일에 있었던 사건이다. 이제 금요일에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을 아시는 주님의 심정은 말도 못 하게 착잡하셨을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일지라도 마음이 괴로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감정을 보이시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단순히 사람의 겉모양만 가지신 하나님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시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와서 인간의 모습만 빌려서 지내신 분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서 태어나셔서 진짜 인간으로 살아내신 참하나님이시다.
주님께서 괴로워하심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에 대한 인간적인 공포가 아니다. 제자들마저 그런 것을 잘 극복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행 5:29), 하물며 주님께서 그런 공포를 가지실 리가 없다. 주님의 고통은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지시고 하나님께 버림받는 극심한 심적 고통이다. 어떤 인간도 체험하지 못했고, 체험할 수도 없는 고통과 죽음이다.
27절의 기도는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와 동일한 기도다. 그때와 동일하게 주님은 이런 상황을 면하게 되기를 구하면서도 여전히 순종하려는 의지를 보이신다. 이런 주님의 모습이 성도의 영원한 본이다. 종종 너무나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내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내가 사역자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상황이 있다. 그럴 때마다 주님을 생각하면서 견뎌야 할 것이다. 주님은 성도의 영원한 표준이시다.
◆ 내가 땅에서 들리면...
(32)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 하시니
'땅에서 들리면'이란 말씀은 십자가에서 죽으심을 의미한다고 요한은 해석한다(33).
십자가는 모든 사역이 끝장나고, 모든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사건이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시작이다. 그 이후에는 주님께서 더는 사람들을 피하거나 숨지 않으실 것이다. 온 천하에 전파되며 왕으로서 통치하실 것이다. 더는 그리스도이심을 숨기거나 하나님의 아들 되심을 감추려고 하지 않으실 것이다.
유대인들은 '땅에서 들리면'이란 말씀을 예수께서 이 땅에서 떠나시게 됨으로 알아듣고는 반박했다. 그리스도는 그의 나라를 영원히 통치하시는 분(사 9:7)인데 당신이 그리스도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는 반박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 속한 이스라엘이 아니다. 땅 한 평 없어도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 세상에 명백하게 하나님 나라를 존재하게 하시고, 분명하게 드러내실 뿐만 아니라 날마다 확장해 가도록 하시는 이 놀라운 상황을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오, 놀라운 하나님 나라여, 놀라운 믿음의 비밀이여!
'아직 잠시 동안 빛이 너희 중에 있으니'(35)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동안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주님께서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승천하신 후에도 이 빛을 거두지 않으셨다. 아직 하나님께서는 구원의 은총을 마감하지 않으셨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그러나 영원히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이 빛이 갑자기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고, 믿는다고 떠들어대도 더는 은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바로 지금,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어야 한다.
주님, 제가 믿습니다. 이 빛 가운데서 늘 행하게 해주십시오.
◆ 숨으시니라
(36)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떠나가서 숨으시니라
예수님께서 '숨으시니라'는 이 말씀은 매우 흥미롭다.
지금 시점이 예수님의 마지막 주간에서 화요일에 해당한다. 예수님의 마지막 주간의 행적을 살펴보면 수요일 행적이 안 보인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수요일에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고 주장하는 사람마저 있다. 그러나 오늘 요한의 이 기록은 수요일 행적이 왜 없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예수님은 화요일 저녁에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숨으셔서(감람산으로 짐작됨) 수요일과 목요일은 온전히 제자들과만 마지막 시간을 가지셨다.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간의 행적을 잠깐만 살펴보자.
▷토요일 저녁 - 나사로 집에서 잔치,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기름 부음(요 12:2-8).
▷일요일 - 예루살렘에 나귀 타고 입성하심 (마 21:1-11)
▷월요일 -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심 (마 21:18-20), 성전을 깨끗게 하심(마 21:12-13), 성전에서 병자를 고치심(마 21:14).
▷화요일 -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마른 것을 보고 베드로가 질문하자 예수님께서 믿음에 대해서 교훈하심(막 11:20-24), 성전에서 과부의 두 렙돈을 칭찬하심(눅 21:1-4), 헬라인이 예수님을 찾아옴(요 12:20-23).
▷수요일 - 숨으심(요 12:36). 제자들에게 마지막 때를 대비한 각종 교훈을 남기심(마 24장, 25장, 26:2).
▷목요일 - 제자들의 발을 씻기심(요 13:1-17), 성찬(마 26:26-29),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심.
▷금요일 - 십자가에 못 박히심. 무덤에 묻히심.
▷일요일 - 부활하심.
복음서를 연구하다 보면, 너무나 생생하고 조각 조각이 맞추어진다. 그래서 예수님을 가상의 인물이니, 예수님의 기적과 교훈을 후대에 조작한 것이라니 하는 주장이 얼마나 정신 나간 소리인지를 알게 된다. 얼마나 믿기 싫으면 그런 억지를 부릴까?
하나님의 아들께서 인간들과 함께 거하시고, 여러 교훈을 남겨주신 것이 인간들에게는 말도 못 한 영광이며 복이다. 이 지구가 복 받은 별임은 물과 대기와 환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실 정도로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님 아버지,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시니 감사,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빛을 믿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믿습니다.
믿음의 세계를 제대로 알게 해주셔서, 늘 믿음으로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출처] 요 12:27-36 /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으라|작성자 야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