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더 소문나면 못 먹는다고. 회무침, 모둠생선조림 진심 감동이네요. 남편과 감탄하며 먹었습니다.”
지난 1월 19일 서울에서 방문했던 고객이 네이버 ‘후포식당’ 안내 페이지에 남긴 후기이다. 요즘 후포식당은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힘들어졌다. 토요일 12시 반에 갔지만 재료소진으로 못 먹고, 다시 일요일 점심때 일찍 가서 이미 줄을 서는 바람에 간신히 먹었다는 탐방후기도 있다. 지역주민들에게 착한가격의 맛집으로 소문 난 후포식당이 이제는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식당이 되었다. 후포식당은 국내 맛집을 안내하는 블루리본 서베이로부터 ‘재방문하고 싶은 곳’을 의미하는 블루리본 1개를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연속으로 받아왔다.
후포식당은 60년 동안 3대째 이어온 속초의 대표적인 수산물 음식점이다. 1965년 경북 후포에서 온 박분재 씨가 부두 선술집으로 후포집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2년에는 며느리 강금옥 씨가 시어머니를 이어 후포식당을 맡아 운영했다. 그리고 지난 2020년부터는 강금옥 씨 딸 라희영 씨(51세)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1992년 후포집에서 후포식당으로
1970년대 찍은 사진을 보면, 후포집 간판 아래 왕대포와 생선회라는 글자가 보인다. 후포집에서는 뱃사람들이나 인근 연탄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술과 생선회, 라면, 백반 등을 팔았다. 라희영 씨 어머니 강금옥 씨는 1972년 결혼해 이곳에서 신혼살림을 하면서 시어머니와 함께 후포집을 운영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73년 장녀인 라희영 씨를 낳았다. 라희영씨는 1남2녀 중 장녀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식당에서 살았던 라희영 씨에게 후포식당은 단순한 사업장 이상으로 소중한 공간이다.
“제가 어릴 때 여기 앞에 연탄공장이 있었고. 바로 앞 부둣가에 배가 많이 들어왔어요. 뱃사람들이나 공장 삼촌들에게 대포 그러니까 잔술 한 잔씩 팔고 그랬어요. 공장 삼촌들에게 라면과 백반도 팔았어요. 공장도 잘 돌아가고, 수협 냉동공장도 있어, 사람들이 항상 북적북적했지요. 옛날에 여기가 시내 중심가였어요”
1992년 11월 20일 강금옥 씨가 식당 대표를 맡으면서 상호를 ‘후포집’에서 ‘후포식당’으로 변경했다. 이때 후포식당은 주로 백반을 파는 밥집이었다. 라희영 씨 기억에는 어머니가 백반을 4천원에서부터 6천원 할 때까지 백반집을 했다. 백반이 돈도 안 되고, 반찬도 매일 바꿔줘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당시 후포식당은 지금 주방을 중심으로, 현재의 1/3정도 크기였다. 그러다 2009년경에 식당 바로 옆에 있던 원경수산 사무실 자리까지 합쳐서 확장했다. 식당을 확장할 무렵 강금옥 씨는 밥집에서 수산물음식점으로 바꾸었다. 주 메뉴도 생선조림으로 바꾸었다. 이때부터 라희영 씨도 어머니를 거들었다. 당시 강금옥 씨는 주방을 맡고, 딸 라희영 씨가 서빙을 하며 모녀가 함께 식당 일을 했다.
예전에는 아침 8시부터 밤 11시나 12시까지 식당일을 했다. 근처 한국통신 직원들이 저녁 8~9시에 퇴근해 후포식당을 찾아오기도 했다. 밥 먹으며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러다 보면 밤 12시를 넘겼다. 마지막 손님이 가면 그때가 문 닫는 시간이었다. 좀 일찍 저녁 9시30분경에 마감해도, 설거지며 반찬 정리 등을 하다 보면 새벽 1시에 들어갔다. 라희영 씨가 어머니와 함께 일할 때는 1년에 딱 이틀 명절날에만 쉬었다. 10여년 동안은 생일날에도 가족들끼리 밥 한 번 제대로 먹지 못했다. 유일하게 가족이 밥 먹는 날은 어머니와 아버지 생일날이었다. 그런데 라희영 부부 둘이 하니 너무 힘들어서 요즘은 일주일에 하루씩 쉬고 있다. 요즘은 배에서 생선들이 늦게 들어와 오전 11시30분 경에 가게 문을 연다.
식당이 자리한 청학동 부둣가 일대는 예전에는 제법 북적이는 번화가였다. 연탄공장, 대원극장, HI대 선박대, 롤러스케이트장 등이 있어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다 교동 먹거리단지가 생기고, 청초호 엑스포공원 일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 상권이 크게 위축되었다. 그래도 오래된 식당인 만큼 후포식당은 지역 단골이 많다. 요즘도 평일에는 지역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많아 찾아온다.
제철 생선으로 내놓는 조림 인기
후포식당 인기 메뉴는 조림이다. 손님들이 주로 조림을 많이 시킨다. 겨울에는 도루묵이나 도치알탕도 잘 나가고, 평소에는 조림이 잘 나간다.
일반 식당들은 생선 어종에 따라 가자미조림, 코다리명태조림 등의 생선이름으로 조림 메뉴명이 정해지는데, 후포식당은 그냥 조림이다. 강금옥 씨가 그렇게 제철 생선을 이용해서 모둠으로 조림을 만들어 내어 지금도 후포식당의 주 메뉴는 생선조림이다. 계절마다 여기서 많이 나는 생선으로 푸짐하게 모둠으로 한 냄비 끓여내어 준다. 생선조림 양념은 강금옥씨가 친정 어머니가 해주신 양양 바닷가 스타일을 기본으로 해서 지역사람 입맛에 맞게 개발했다.
“생선 조림 양념을 만드는데, 외할머니가 맨날 이렇게 지져 주시던 거를 기본으로 해서 엄마가 한 일주일 걸려 만들었다고 했어요. 공장 삼촌들 공짜로 밥 주면서 ‘먹어봐, 어때?’ 이러면서. 그래서 삼촌들이 ‘아,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양념을 개발했어요. 이렇게 해서 양념 소스가 만들어진 거라고 해요. 저도 지금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 양념을 해요.”
장치조림은 장치만 들어간다. 장치는 살이 두터워서 다른 생선과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장치만은 별도의 조림 메뉴로 내놓았다. 망챙이(물망치)는 맑은탕과 매운탕으로 나온다. 망챙이는 아구, 삼숙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국물 맛이 시원해 지역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후포식당 메뉴에는 특이하게도 생태 메뉴가 눈에 띈다.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 음식이 메뉴로 남아있다. 언젠가는 국내 연안에서 생태가 잡힐 거라 생각에 생태 메뉴를 안 지우고 남겨두고 있다. 명태가 많이 나던 속초의 기억을 후포식당은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강금옥 씨는 몸이 아파 더 이상 식당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이후 라희영씨 부부가 후포식당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라희영 씨가 어머니가 하던 주방일을 맡고 있다.
“우리 식당은 오래되고, 또 엄마가 워낙 손님들한테 잘해서, 잘 닦아놓은 가게예요. 엄마가 손님들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했어요. 물가가 너무 비싸 음식 가격을 좀 올릴까 생각해 봤는데, 엄마는 ‘여기가 오래된 식당으로 어르신들도 많이 오고 그러는데 너무 야박하게 하지 말라’고 하셔요. 그래서 가격을 안 올리고 있어요.”
후포식당은 다른 동종 업소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한 음식점이다. 라희영씨는 할머니가 맡아 할 때부터 푸짐하게 양을 많이 주어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라희영 씨는 “엄마도 그렇고, 할머니도 그렇고, 우리는 어느 정도 먹게 푸짐하게 음식을 내줘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60년간 일하는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기운을 북돋아 준 후포식당. 지금도 넉넉한 인심으로 3대의 노포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