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경찰활동과 학교폭력
경찰에서는 되고, 학교에서는 안 되는 것.
지난 10월 초등학생 간의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경찰서에 신고되었다.
A와 B사이의 충돌은 운동장에서 시작되었고, 교실 복도에서는 격한 몸싸움으로 커졌다. A와 B는 평소에도 자주 다툰다고 한다. 6개월 전에는 A아버지가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B를 혼내기도 했었다. 다시 몸싸움이 반복되자 A아버지는 학교를 찾아가서 B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만나게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도 요구했지만 개인정보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A아버지가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자, 학폭담당교사는 상대 부모를 만나고 싶다면 회복적 경찰활동제도를 이용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A아버지는 B의 부모를 만나기 위해 B를 경찰에 신고했다.
2020.04~2021.09 기간동안, 회복적 경찰활동에 접수된 1,563건 중에 학교폭력은 356건으로 22.4%를 차지한다. 학교폭력 사안이 회복적 관점으로 다루기에 적합한 사례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안은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학교폭력문제가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모든 해결 과정은 교육적이어야 한다. 회복적 정의가 교육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연구와 경험을 통해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정부의 학교폭력대책은 오랫동안 엄벌주의정책으로 일관해 왔었다. 그러다 2019년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하면서 ‘학교장자체종결제’와 ‘관계회복프로그램’ 조항으로 회복적 접근이 일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현장에서 회복적 과정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아직도 실행에 있어서 많은 걸림돌이 있다.
그러다 보니, 회복적 대화모임이 경찰에서는 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안 되고 있다.
회복적 경찰활동에서 만난 학교폭력
A와 A아버지, B와 B부모는 회복적 대화모임으로 경찰서에 모였다. 대화모임에서 A는 B가 자신에게 엄마가 없다고 놀린 일로 힘들었다고 했다. B는 A가 자신과 동생에게 욕설을 해서 불쾌했고 A아버지로부터 혼난 일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대화모임을 통해 양측 부모는 그동안 서로 만나기를 원했으나, 학교에서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아서 만날 수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A와 B도 처음부터 서로에게 나쁜 감정이 있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취약점을 공격받았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양쪽 부모는 대화모임을 통해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할 것과 아이들 성장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두 가족은 조만간 함께 식사하기로 하면서 훈훈하게 대화모임을 마무리하였다. 그러면서도 양측 부모들은 학교에 대해서는 매우 불만스러워했다.
“왜 아이들끼리 다툰 일로 경찰서까지 와야 돼죠? 이런 대화모임은 학교에서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법기관과 교육기관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A아버지가 B부모를 만나기 위해 아동인 B를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아이들의 발달과 교육적 측면에서 아동‧청소년의 사법적 적용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사례를 통해서 본 회복적 경찰제도의 의미
회복적 경찰활동이 아니었다면, 두 가족과 아이들은 내내 오해를 쌓아갔을 것이다. 서로를 원망하면서 점점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내몰렸을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과 부모들이 대화모임을 통해 서로의 고통을 공감해주고 사과하며 화해할 수 있었다. 부모 간에는 건강한 자녀 양육을 위한 협력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되었다. 회복적 경찰활동이 두 가정과 아이들의 삶을 살린 것이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경찰서에 오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회복적 경찰활동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위축되어 있었다. 가능하면, 아동‧청소년의 사안은 경찰서가 아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외부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사자들이 경찰 이전 단계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학교가 할 일이 많다.
학교의 과제
회복적 대화모임은 학교에서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A아버지에게 B를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할 수 밖에 없었던 교사의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학교는 도대체 어떤 어려움이 있는 걸까?
현 학교폭력예방법은 회복적 접근과 충돌하는 조항들이 존재한다. 「학폭 가해자‧피해자 즉시분리」조치는 갈등 초기에 피해측과 가해측의 만남을 불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 앞의 사례에서 A아버지가 B부모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교사에게 요구했지만 거부된 것은 「비밀누설금지」 조항과 관련이 있다. 이로 인해 피해측은 가해측이 연락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가해측은 사과하려고 해도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억울해 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학교폭력예방법과 충돌하는 조항이 있더라도 융통성있게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의 사정은 또 다르다. 학교폭력문제로 민원이나 법적 소송이 발생하면, 교사의 책임소재는 ‘학교폭력예방법 절차 준수’ 여부에 달려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사들에게 학교폭력대처에 대한 교육적 전문성과 자율성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학교폭력대처에 대한 획일적이고 의무적인 법적 책무성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교사는 학교폭력문제가 발생하면 사안처리 절차와 매뉴얼에 매몰되게 된다. 이것이 회복적 접근을 가장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2019년 개정된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으로 회복적 접근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회복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 부족 문제와 제도의 미비, 그리고 교육 3주체의 동의와 이해 부족으로 인해서 학교 현장에서 회복적 접근은 녹록치 않다. 서울‧경기‧대구‧전북‧전남‧경남 교육청에서는 갈등조정지원단을 꾸려 회복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정책실행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회복적 기회가 주어지고 있지 않다.
경찰과 학교의 협업을 위한 과제
학교와 경찰은 청소년을 위해 협력적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기관에 따라 역할과 과정이 달라서 어떻게 협업해야 할지 혼란을 주고 있다.
학교폭력사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학교와 경찰의 관계가 애매모호하다. 경찰에서는 진행된 학교폭력사안 결과를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사자들이 알리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회복적 경찰활동 이후에 학생을 지도하고 보호하는 일에 학교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학교와 경찰 간에 조치 결과가 달라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조치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되어 있다. 그에 반해 회복적 경찰활동에는 아무 기록도 남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학교의 조치가 학생 당사자들에게 더 불이익을 준다. 학교가 경찰보다 비관용적이고 비교육적이고 더 응보적인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문제는 정부의 현 학교폭력대책이 전면적으로 회복적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인프라 부족의 문제는 학교와 경찰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회복적 경찰활동에 위촉된 대화진행자들 대부분은 교육청의 갈등조정지원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 많은 회복적 활동가의 인프라 구축은 경찰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회복적경찰활동이 3년차 되면서 많은 성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회복적 경찰활동으로 우리사회가 대화와 소통으로 좀 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로 성숙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