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이전 권주가는 중국 시인 이하(李賀)의 <장진주(將進酒)>의 영향을 받아 한시로만 남아 있다. 대표적인 작품인 고려 시인 이규보의 <속장진주가(續將進酒歌)>다.
그런데 한글이 창제된 조선에 이르러 이러한 풍토를 완전하게 뒤바꾼 작품이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선조 대의 유명한 주당 송강 정철이 지은 <장진주사>다.
한 잔(盞) 먹새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그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들 엇더리
정철의 이 노래는 권주가의 귀감으로 조선을 관통하였다.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가 정철 이후 발간된 조선의 노래책이다. 그 처음이 숙종 대 최고의 가수 김천택이 펴낸 『청구영언』이다. 그 책에는 시조로서 시대를 울린 유행곡들이 주로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장진주사>가 독립적으로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의 술 권하는 노래는 이 작품이 전부일까. 그렇지는 않다. 고전문학계 이름 있는 작가인 박인로의 가사 작품 <권주가>와, 문인 신흠, 노래꾼 김천택 등의 권주 시조 작품도 세력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또 숱한 권주 시조와 가사가 여기저기에서 불렸음이 여러 자료에서 보인다. 즉 다양한 장르의 권주가가 조선 시대 내내 술자리에서 행세했던 것이다.
또 18세기 이후 색다른 권주가 작품도 나타난다. 즉 12가사류 <권주가> 두 편이 그것이다. 구별하여 구행 권주가와 현행 권주가로 부르는데 이 작품들은 주로 생신 장치에서 그 기세를 크게 떨쳤다. 특정 현장에서 불리다 보니 이 권주가는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처럼 조선 시대 내내 <장진주사>, 가사, 시조, 잡가의 다양한 노래가 술자리에서 권주의 목적으로 불렸다. 누군가는 좌중에 건배를 제안하기 위해, 누구는 술 앞에서 머뭇거리는 동료를 격려(?)하기 위해 한껏 소리 높여 이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노래꾼들에게 이 노래를 불러 혹여 있을 동료의 이탈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목적으로 이 노래들을 불렀을 것이다. 다양한 노래가 있으니 술자리의 목적, 구성원, 규모 등에 따라서 무엇을 부를지 결정했을 수도 있다. 즉 우리 술자리에서 권주가는 필수 요소였다는 것이다.
조선의 주당들이 술자리에서 권주가를 불러 흥취를 돋우었음을 보았다. 그러니 현대의 우리가 술자리에서 권주가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다.
■ 경기민요 노래가락제 권주가
받으시오 받으시오 이술 한 잔을 받으시오
이술은 술이 아니라 먹고 놀자는 불로주요
이술을 마시고 나면 만수무강 하오리다
받기는 받소이다 이술 한 잔을 받습니다
이술을 마시고 나서 술에 취하면 어찌 하나
취할 때 취할 망정 이술 한 잔을 받습니다
받으시오 잡수시요 이술 한 잔을 받으시오
이술은 술이 아니라 먹고 놀자는 흥불주요
마시고 또 마시어 술에 취하여 놀아보세
받기는 받소이다 이술 한잔을 받습니다
이술을 마시고 나서 술에 취하면 어찌 하나
취할 때 취할 망정 이술 한 잔을 받습니다
받은 술이 불로주라 마신 술이 신선주라
선녀가 빚으셨나 오색 향기가 완연하다
마시고 또 마시어 신선 선녀가 되어보세
한 잔 술에 초면이요 두 잔 술에 구면이라
일배 이배 삼배주에 야월삼경 깊어가니
근심을 다 떨쳐버리고 술에 취하여 놀아보세
니가 살면 천년을 사나 내가 살면 만년을 사나
오늘 같이 좋은 날에 아니 놀고 무엇 하리
마시고 또 마시어 흥드렁 흥지고 놀아보세
노래가락 권주가 - 이명희 명창
첫댓글 아고 멋드러진 권주가~~
역시 정철샘은 천재군요. 장진주사속에 인생 뭐 있냐는 철학이..ㅎ
..
♬♪마시자 한잔의 술
마시자♬ 마셔버리자♪♬ 라는 노래가 생각나지만 장진주사 보다는 멋이 없네요.ㅎ
그래요 맞아요
옛것이 멋있죠
시절이 그랬고
시대가 그렇죠~
그렇긴 하여도
우리도 저처럼
맛있게 멋있게~
살다가 가야죠...
@춘수 와우 3언 율시 답글믓져요!!
권 : 커니 받거니 이밤이 녹아나네
주: 당은 신선인가?
가: 무가 함께하니. 신선놀음 이곳일세~~
ㅎㅎ 권주가로ㅠ엉터리 3행시 해봅니다요~
해피위켄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01 08:26
권주가 없는 요즘 술자리를 생각하니
옛사람들의 멋스러움이 대단하다 생각 됩니다.
누군가 멋진 권주가를 만든다면 대히트 칠것 같은데...
가수 이장희의 노래 한잔의 추억이 있지만 권주가는 아니고...
글 고마워요.
밥은 바빠서 못먹고
죽은 죽어도 못먹고
술은 술술 들어간다네요..ㅎ
오늘 월드팝에서 권주가로 일배 시작 하는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