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3년(영조 39년) 일본에 가던 조선통신사 조엄은 대마도(쓰시마섬)에서 재배 중이던
고구마를 발견하고는 제주도를 비롯한 섬에서 구황작물로 제베하면 좋겠디고 생각해
종자를 파발선에 실어 부산진 첨사에게 보냈다.
이듬해 돌아오는 길에 또 고구마를 들여와서 동래부사 강필리에게 전했다.
그와 동생 강필교는 고구마 재배에 성공해 종자와 재배법을 퍼뜨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일본에서는 '사쓰마이모'라 불리는 고구마를 당시 대마도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게 해주는 감자'(효행우)라 했다.
일본어 발음은 '고코이모'다.
조엄은 이를 '고귀위마'라고 발음한다고 '해사일기'에 써서 알렸다.
국경을 넘어가면서 발음이 달라지는 건 귀화어의 운명이다.
그런데, 한나라 안에서도 말의 와전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평안북도 '벽'동군과 '창'성군의 소는 크고 억세서, '벽창우'라 하면 우둔하고 고집 센 사람을 가리켰다.
이런 어원을 모르고 '벽창호'라 발음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점차 퍼졌다.
지금은 다들 벽창호라 한다.
벽에 창틀을 내고는 다시 막아버린 벽창호도 '앞뒤 꽉 막힌' 사람을 가리키기에 안성맞춤이니,
이런 와전은 진화라 할 만도 하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의 적송은 곧게 자라고, 껍질이 얇고, 결이 부드러워 목수들이 한옥을 짓는데 최고의 목재로 쳤다.
같은 소나무라도 '춘양목'은 명품 값을 했다.
다른 지역 소나무를 춘양목이라고 속여 파는 것에서 '억지 춘양'이란 말이 나왔다.
그걸 모르는 요즘은 '억지 춘향'이라고 쓰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소나무 목재를 거의 안 쓰는 세상이 됐다.
'억지 춘향'이라고 쓰고, 춘향전에서 나온 말 아니냐고 오해하더라도 크게 흠잡지 말 일이다.
'윤 똑 똑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만 혼자 잘나서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서 '윤'은 음력의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윤달의 윤이다.
가짜라는 뜻이다.
정통이 아닌 임금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윤 똑똑이라 말하면, 방긋이 웃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성씨에 '똑똑이'를 갖다 붙여 '윤 똑똑이'란 말이 나온 것 아니냐고 한다.
단연코 오해다.
그렇지만, 최근 2년간 윤석열 정부가 해놓은 일을 보면, 장차 그런 뜻으로 굳어갈 가능성이 없다고는 장담 못할 것 같다.
정남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