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텅빈 냉장고가 생각나서
바쁜 일정이 있음에도 중앙시장엘 갔습니다.
풋콩도 좀 사고 고구마도 사고 민어도 사고 딸기도 사고 콩나물도 사고 더덕도 사고....
어쨌던 시장 캐리어도 없이 점심도 못먹고 10분도 채 걸리지 않게
눈에 보이는대로 장을 봤습니다.
봉지봉지 들고 무거운 팔을 지탱하기도 힘들었지만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시장엔 드물게 손님들이 없어 보였네요.
속으로 빨리 경기가 좋아져야 할건데 라는 마음이 손에든 봉지만큼이나
무거웠는데 난전에서 바구니바구니 채소를 담아 놓고 파는 할머니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할머니는 이 순간이다 싶었는지
"새댁아~풋마늘 좀 사라.싸게 주꾸마~~"라는 말을 반복하는 할머니.
더 이상 짐을 들 손도 없고 집에 남은 풋마늘이 있어서 못 들은체 패스!!!
하지만 할머니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고요....
한참을 지나왔음에도 목청을 높여서 또 외칩니다.
"싸게 주꾸마...좀 사거라~~"
이눔의 오지랖은 마음이 아파서 다시 되돌아가서 5,000원 짜리 풋마늘 한 단을
4,000원에 사서 팔이 빠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며
왔습니다.
남아도는 이 풋마늘을 어이할까나....
나물로도 해먹었고 고추장 무침도 해 먹었고...
그러다 풋전을 부치기로 했습니다.
<풋마늘전>
재료 : 풋마늘, 밀가루, 참기름, 식용유(카놀라유,녹차씨유),청량고추,후추, 슬라이스햄,
이것이 스스로 사연을 만든 풋마늘 한 단입니다.
꼭지 자르고 겉잎 벗기고
풋마늘은 잎 사이사이에 흙이 많이 끼는 경우가 있으니
다듬을 때 두 세 잎 정도는 떼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다하나 싶었는데 금방 했네요.
5센티 정도로 미리 잘랐습니다.
아마도 우리 친정어머니였다면 꼼꼼하게 다지셨을것예요.
귀차니즘에 빠진 저는 그냥 대충 썰었습니다.
몇 번의 샤워를 거치고 물기는 쪽 빼서 받치고요...
전을 부침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이 있지요?
무조건 얇아야 하고 쫀득쫀득해야 하고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방법은 딱 한가지 입니다.
많이 저어주는 것.
반죽을 거품기로 돌리고돌리고 또 돌리고.....
시골 어른들은 전을 잘 부치는 사람을 보면 요리 수준을 알만하다고 하더군요.
반죽에 후추, 참기름 한 방울, 간은 멸치액젓으로 했습니다.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면 멸치가루나 새우가루를 넣지 않아도
개미가 있습니다.
매운 청량초 다져 넣고
샌드위치 하고 남은 슬라이스햄이 몇 장 있어서 채썰어 넣고요...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요~~
카놀라유 3/2, 녹차씨유 3/1을 두르고
열을 올립니다.
카놀라유와 녹차씨유는 발화점이 높아서 전을 부치는데 유용하다는 것 다 아시죠?
대신 빨리 먹어야 합니다.
전 튀김이나 전을 가급적 피하는 편입니다.
왠지 건강하다는 느낌이 안들어서요.
대신 기름에 신경을 쓰지요.
반죽 묽은 것이 느껴지지요?
채소가 멍이 들지 않도록 섞어 주었습니다.
얇게 펴서 전을 부칩니다.
풋마늘전은 매우 달달합니다.
매운 양파나 마늘을 익히면 달아지듯이 풋마늘도 달달합니다.
오랜만에 해 먹은 풋전.
우울한 날 만들어 먹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단맛이 입에 착착 감겨 오는 것이 자꾸 먹게 될거예요....
풋마늘전은 봄향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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