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영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이태리어(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의 생리(生理)와
사물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의 우매(愚昧)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공자의 생활난, 1945년 『예술부락』, 1949년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제목 “공자의 생활난”은 공자적 삶 즉 공자가 추구한 삶의 방식으로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공자적 삶의 방식이 무엇인가? 그리고 왜 어려운가? 김수영이 본문으로 설명한다.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1연-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는 일은 없다. 꽃이 피고 수정되어야 열매가 맺힌다. 따라서 첫 행은 자연의 이치 전도를 의미한다. 즉 자연의 이치마저 뒤집힌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삶이 또는 시가 줄넘기 작난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2연-
나는 너에게 감정을 밖으로 드러낸 형상을 요구했으나, 여기서 “형상”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낸 삶이기도 하고 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작전”,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나 방법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즉 “작전”은 당시 세상을 지배하거나, 유행하던 삶의 방식 또는 문예사조를 의미한다. 모든 것이 본질이 아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의 작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수 ― 이태리어(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3연-
이 두 행으로 김수영이 공자적 삶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국수”를 “국수” 또는 이태리어로 “마카로니”라는 하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국수”의 본질은 “먹기 쉬운” 음식이라는 것이 김수영의 생각이고 이것이 본질이고 공자적 삶이고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본질이 반란성이 되는, 자연의 이치마저 뒤집혀 본질이 사라진 어처구니없는 세상이고 어처구니없는 시대라는 깨달음을 김수영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라는 진술로 드러낸다.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의 생리(生理)와
사물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의 우매(愚昧)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4연-
그래서 김수영은 자신의 결심을 밝힌다. “동무”는 독자들 또는 시인들을 의미한다.
“바로 보마”는 결심이고 결단이다. 자연의 이치마저 전도된 세상에서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사물의 수량과 한도와/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 바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을 바로 보려는 공자적 삶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5연-
김수영은 자연의 이치마저 뒤집힌 세상과 시의 시대에 반란하는 본질을 바로 보는 공자적 삶에, 시에 목숨 걸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라는 진술로 시를 끝낸다.
자연의 이치마저 뒤집힌 세상에서 삶의 본질, 세상의 본질, 나아가 시의 본질을 바로 보는 공자적 삶을 사는 것에 목숨 걸겠다는 김수영의 결기를 드러내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