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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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깨끗이 씻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할 짓 없이 뒹굴뒹굴 거리고 있는 불쌍한 한 소녀.
그 소녀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똑똑.
" 빈궁마마, 전화 왔사옵니다. "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전화를 건네는 김상궁에게서 전화를 건네받고 난 아주 잠시동안
지상에서 천마일정도 떨어진 하늘 상공에 붕뜬 느낌을 받았다.
혹시…엄마일까 라는 작은 희망에.
부풀어오는 가슴을 감싸안고 김상궁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 누…누구한테 전화왔어요? "
" 제 2공주 마마시옵니다. "
푸우우우우우우……….
제 2공주라면 시은이….
아…뭐…시은이에게 전화온 게 싫다는 것이 아니지만….
에구에구, 이 바보.
또 혼자 헛된 망상을.
" 그럼 쇤네는 이만. "
쾅.
김상궁이 문을 닫고 나갔고.
나는 조심스레 전화기를 귀에 갖다대었다.
" 시은이니? "
- 응! 은새야, 나 시은이 ~ 잘 들어갔어?
" 당연한 말을. 으음, 어디야, 지금? "
- 아, 나! 지금 학교에서 막 나와서 입궁(入宮) 하려고 가는길이야 ~
" 아, 시은아! 살짝 늦게나마…아까 음악 꺼버린 사건 나름대로 고마웠어…(;;) "
- 이히히! 그럴 줄 알았어 ~ 오늘 채시윤한테 열도 받은 겸 겸사겸사 해서 오늘 밤 시준이 휘어잡아봐 ~
휘어잡다니, 아우~ 시은이도 참……(;;)
시은이는 그저 장난으로 한 말인데도 내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 어어? 은새 굳었구나~ 헤헤… 장난이였어! 아니, 뭐 진담 반 농담 반 이였지만 은새 화이팅!
" 유시은아!! 그만……? "
- 으히히. 알았어.
장난꾸러기 유시은.
하여간….
- 아, 맞다! 나 오늘 별관가서 점술사 하고 왔는데 엄머엄머! 글쎄!!!
" 점술사? 하고 갔어? "
- 으응~ 아~ 글쎄……나 오늘 너무 좋아서 잠을 못 잘 것 같아! 아아악! 나 어떡해!
" 왜, 점술사가 뭐라 하길래 그러는거야~ 어여 말해봐. "
좋아서 당장이라도 까무러칠듯한 시은이의 음성이 내 귀를 간지럽게 했고
시은이는 한동안 지혼자 꺄르륵 꺄르륵 대더니 이내 혼자 심호흡을 하면서……(;;)
맘을 가다잡는 듯 하였다, 하여간 특별한 공주같으니.
- 아! 글쎄! 어머! 으히히. 난 몰라몰라~
" 저……(;;) 말 안할거면 나 이만 끊는다! 바뻐서…(바쁘긴!) "
- 아우 ~ 알았어! 점술사 학생한테 가서 글쎄 내가… 맘 속 깊이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그 애랑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봤더니…글쎄 뭐라는 줄 알어?
" 잘 될수 있을거라 했으니까 시은이 니가 지금 이렇게 기분이 좋은거겠지? "
- 으응! 아……비록 1분도 안되서 끝난 점술이였지만! 아, 나 이 점술 믿고 싶어!
남들이 보기에는 분명 0.001% 의 가능성도 없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내겐 이 점술사 학생의 신빙성 없는 짧은 긍정의 말이 아주 큰 희망이였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그런 기분이야…히히. "
하월이도 무심하지.
이런 간절한 시은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바보 한명 더 있네.
유시준, 유하월.
둘다 바보같아!
" 그래! 좋게 잘 될거야! 축제 마지막날 생각하니까 내가 더 떨리네~ "
- 아핫…(;) 아무튼간 이거 얘기해주려고 너한테 전화했어, 너무 좋아서.
흐음, 별로 놀랄만한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호들갑 떤 거 같네, 휴우.
그럼 은새야 잘자!
" 아니야, 호들갑은 무슨……으음, 응! 알았어! 오늘밤엔 하월이 나오는 꿈 꾸길 바래! "
- 응! 고마워 ~ 그럼 안녕!
뚝.
내가 시은이 때문에 힘을 낸다!
어쩌면 나와 시은이는 너무나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서로 맘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거겠지.
내일은 학교도 안가고 일찍부터 자서 내일 아침까지 늦잠 자줘야 하는데.
잠도 안 오구…….
나 불면증 걸린 거 아냐? 흑흑.
베개를 등받이처럼 받친다음 다리를 쭈그려 턱을 무릎에 괴었다.
으아, 심심해라.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하필이면….
무대에서 춤을 추던 시준이와 채시윤의 모습만이 클로즈업되어 너무나 선명하게
내 눈 앞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서로에게 손을 뻗고 서로에게 몸을 밀착시킨 채 너무나 위험하게 춤을 추던 그들.
저 둘만의 무대인 듯… 남의 시선 따윈 신경쓰지도 않고 서로의 감정을 발산해내는 듯한 그런 동작.
…으아아아아….
뭐…채시윤 그 재수없는 것은 그 장기자랑 나온 심사가 처음부터 그거였어.
시준…이 무대로 데리고 나와서 내 눈 앞에서 둘이 얼마나 진득한 사이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짓을.
윙크 한 것도 모자라서 아주 공개적으로 나 개망신 시키고…내 꼴이 뭐냐고…그게…내 꼴이 뭐가 되겠냐고.
이미…왕립고의 학생들도 시준이와 채시윤 그 둘을 공개커플로 인식하고 있던데.
…나 같은건 없는 셈치고 그렇게 생각하던데.
후우, 그래, 채시윤 넌 그렇다 쳐.
……채시윤이 그렇게 온갖 요염한 춤 추면서 무대로 나오길 이끈다고 기다렸다는 듯 홀라당-
나가버리는 유시준 너는 뭐냐고….
내가 그 다음에 어떤 기분일지, 어떤 맘일지는 생각은 할 생각도 없었고 해야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춤을 추러 나갔겠지.
정말…화가 나.
조금 더 덧붙여서 질투도 많이 나고.
그러는 너희들 보면서 난 뒤에서 항상 요런 꼴을 방안에 감추며 혼자 울었지.
바보 같이………….
……………번쩍-
하아, 내가 맨날 당하고만 사니까 채시윤 이 기집애가 날 무시하는 건가…?
내 기분 그 까짓거 하나 짓밟는다 해도 돌아오는 거 없으니까 눈에 뵈는게 없는 모양인데.
후우….
그래, 좋았어.
…채시윤, 니가 날 무시못하게 앞으로 철저히 대응해줄께.
시준이 맘부터 잡아야지!
그러기 위해선……………………….
난 그렇게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정리해나가기 시작했고,
혼자 좋아하면서 수줍게 웃었다.
그래, 나하고 시준이는 부부(;) 니까……(!!)
채시윤 니가 껴들 자리 없다는 걸 보여주지! 으히히.
시준이 마음이야! 내가 어떻게든 잡는다.
" 좋았어! "
이불을 휘릭- 걷어내고 충동적인 생각을 이행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했어, 으히히히…(;)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벅벅 씻고 방문을 걸어잠궜다.
아! 우선 화장부터 하자….
가볍게 파우더를 바르고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올렸다.
그리고 볼에 반짝반짝 거리는 펄을 와장창- 발라주고……(;)
립스틱은 아주 쌔빨간색으로(!!) 열심히 바르다 못대 문지르고 있었다.
흐음, 나름대로 섹시했다.
그리고 내 긴 머리를 한 곳에 모여 묶이게 해놓은 머리끈을 휙 잡아 던져버렸고,
이내 치렁치렁 길게 늘여내려진 머리를 빗질하였다.
아! 그다음에 제일 중요한……(!!)
" 아! 장롱! "
장롱에 가서 옷을 뒤적뒤적거렸다.
옷을 헤집어내고 끄집어내고 그러다 제 풀에 지쳐 헥헥(;) 대다 드디어………(!!)
깊숙히 숨겨져 있던 야시시한……(;) 얇은 속옷을 발견하였다.
좋았어, 바로 이거야!
개어져있는 옷을 좌아악 펼치니…….
오우, 혼자 있을때도 민망하여 감히 혼자 입어보지 않았던 그런 속옷.
얇은 끈나시같이 된 윗부분에 살짝 레이스가 달려있었고 나의 아름다운 어깨선…(;;) 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고,
가슴선도 훤히 보이는…(;) 뭐 굳이 말하자면 아까 채시윤이 입었던거랑 비슷비슷하다.
치마 같이 달린 레이스도 그렇고, 완전 채시윤 옷이네, 이거? 디자인만 다르고….
미친미친, 채시윤 어디서 속옷 나부랭이를 입고 와가지고는! 흥.
좋아! 채시윤! 내가 이걸 입고 가서 시준이를 유혹하겠어.
채시윤 너보다 내가 더 훨 섹시하다는 걸 알려주지! 흐흐흐흐흐…. (미친)
그렇게 그 야시시한 거 까지 입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와……(;;) 이걸 입고 시준이한테 간단 얘기지……(;;)
후우.
이건 완전 내가 아니잖아?
내가 잠시 미친 생각을 한것인가!!?
너무 유치한 것일까, 흐윽.
그래도 시준이도 남자야, 흐응.
자기 부인이 이렇게 섹시하게 하고 유혹하러 친히 왔는데 가만히 있을까나~? 호호호….
휴우.
두근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얇은 목욕가운 하나를 걸치고……(;;)
방문 고리를 잡아돌려 거실로 나왔다.
지금 시각 현재 10시 30분.
흐음, 딱 좋아.
김상궁과 다른 상궁들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거실도 불이 꺼진채 어두웠다.
어두컴컴한 거실의 어둠을 뚫고 시준이 방 앞에 도착하였다.
쿵쾅쿵쾅쿵쾅.
심장이 미칠듯이 팔딱대었고…….
아, 내가 미친 짓을 하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에 잡았던 문고리를 돌릴까 말까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내가 오죽했으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는지……….
그래, 그 녀석이 나한테 먼저 날 덮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덮치는 수 밖에, 흠. (응?)
시준이방 문이 살짝 열려 방 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자식, 아직 안 자고 뭐하나 보네?
후아후아………(!!)
떨린다, 떨려.
후아후아.
잠깐 심호흡 좀 하고.
이렇게까지 만발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채시윤의 얼굴을 떠올리자?! 그리고 더불어 나보다 더 섹시했던 채시윤을 생각하자고.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난 내 낭군님을 오늘 확실히 내꺼다! 라고 도장찍어놓기 위해 이 미친짓거리를 하러 간다.
바로 유.혹(!)
시준이도…….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좋아할꺼야(!!)
유시준 저 녀석 비욘세 따라한 애들 보고도 눈을 못 뗐는데.
날 보면 오죽할까? 하하하하하하…(;;)
유시준, 놀랄 준비나 해라!
벌컥.
문을 확 열어버렸다.
" 누구야. "
문을 엶과 동시에 책을 탁 덮는 소리와 함께 시준이의 목소리가 나즈막히 흘러나왔다.
좋아…………………하은새……작전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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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콩닥콩닥콩닥.
두근두근두근두근.
쾅당쾅당쾅당쾅당.
가슴이 미칠듯이 뛴다!
아, 민망해서 미칠 것 같아………(두둥-)
가운으로 가리고 있는데도 진짜 초민망이다….
나 어떡해…온 몸이 녹아 내릴 것 같아! 으아악.
덜덜덜덜.
떨리는 발을 한두발자국 정도 옮겼을까.
나를 아주 빠아아아안-히 쳐다보는 시준이의 시선을 느낄 수 있있다…(!!)
악(!!) 쪽팔려………….
시준이의 뜨거운 시선 덕에 난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했고 뻘줌하게 10초간 서있었을까?
하은새! 니가 이 방에 온 목적이 뭔줄 알지?
그리고 채시윤 그 오만방자한 기집애를 생각하라고!
거기다가 이미 물은 반쯤 엎질러진 거 같은데 그냥 앞으로 돌격하자고.
만발의 준비까지 다 갖추고 왔잖아.
" …그 옷차림은 뭐냐? "
살짝 안색이 변한채 나를 묘하게 쳐다보는 시준이의 날카롭고 뜨거운 시선에 정신을 차리고,
고갤 살짝 옆으로 기울면서 발 한발자국 내딛어 시준이가 앉아있는 침대에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자 ' 뭐하는거야, 너 지금 ' 이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시준이.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맨발인채로 사뿐사뿐 가볍게 한 발 두 발 요염하게 내딛고 시준이 바로 옆에 놓여져있는
책을 스윽 발로 밀었다.
투두두둑.
책 3권이 펼쳐지면서 침대 밑으로 낙하해버렸다.
요란스럽게 책들이 떨어졌다.
그리고서 원래 책이 놓여있던 그 자리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살짝 앉았다.
' 허- ' 하는 표정으로 그대로 표정이 경직 되어버린 시준이.
" 뭐…하냐, 너 지금? 그 옷차림은 뭐고, 얼굴은 그게 또 뭐야, 하는 행동은 왜 이래. 너. "
시준이는 무척이나 당황하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으히히.
요거요거 재미가 꽤 쏠쏠한데?
유시준, 표정 봐! 으히히히.
저런 표정 처음이야!
너도 신선한 나의 모습에 좀 놀랐나보구나? 으히히히.
그럼 우선 일단계는 성공이다.
나는 대답대신 씨이익- 웃어주었다.
그런 내 유혹의 미소(!) 를 받은 시준이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살짝 얼굴을 찡그렸고,
자꾸 스믈스믈 엉덩이를 끌어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날 보면서 고개를 살짝 젓더니,
관자놀이를 누른 채 눈을 감아버리는 시준이.
으아.
이불속 너무 따뜻해!
시준이의 체온으로 따스하게 달궈진 이불속이었다…으하하하…(음흉-)
이불속에서 한 쪽 다리를 시준이 다리에 올린 채 씨익 웃었다.
오우(!) 내가 이런짓을 할 줄이야…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꼼지락꼼지락.
우리는 아무 말도 서로 하지 않은채 있었다….
하지만 다리 까지만 덮어진 이불 속에선 …………………….
지 발로 내 발을 거세게 밀어내고 있는 시준이와 다시금 발을 올려버리는 나 때문에,
다리 밑 이불 속에선 아주 전쟁이였다.
" ………… "
" ………… "
퍼억.
퍽.
그렇게 처음에는 요염스럽게 살짝 시준이 다리에 올려놓은 내 다리가 이제는 반복해서 밀어져 밀려나더니,
기어코 다리 밑 이불 속에서는 이제 조용히 다리들끼리의 티격태격도 종료되어버렸다.
서로 이젠 감정이 실려서 다리를 척- 하니 올러놓는 나와 그 다리를 거세게 밀어내는 시준이의
다리 싸움이 점점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 야, 너 미쳤냐? 너 오늘 왜 이래?! "
짜증으로 한 톤 높아져버린 시준이의 음색.
그래그래.
내가 이러면 미친 행동이였구나, 하긴 뭐. 내가 언제 이런 적 있었나?
그래도 그렇지…… 내가 하면 미친거고 왜 이래?!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고,
채시윤 그 기집애가 하면 이쁘고, 섹시하고.
시준이를 흘겨보면서 난 입술을 꾸욱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 왜 가만히 있어……… 그런 말만 하지 말고 다른 반응 보여주면 안되는거야? 응? "
" 뭐? 푸하하하하. "
내 말에 웃어제껴버리는 시준이.
뭐…지, 내가 그렇게 웃기냐!
내 옆의 시준이는 몸을 살짝 틀더니 두 손으로 내 양 어깨를 꽉 잡는다.
어어… 드디어 요 녀석도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야!
꽉 움켜잡힌 어깨가 살짝 아파오긴 했지만 난 내게 어울리지도 않은 최대한의 색기를 띄곤 살짝 웃었다.
" 푸풉. "
시준이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더니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 보였고.
내 움켜잡은 어깨를 옆으로 넘어뜨린다.
으악………(!!) 내가 생각했던데로 하나하나 실현 되고 있어……(!!)
후아후아후아.
심장은 미친듯이 팔딱되었고 얼굴은 화끈거릴정도로 뜨거워져만 온다.
털썩.
시준이는 내 양어깨를 잡고 그대로 눕혀버렸고…….
난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소리를 최대한 진정시키려고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해가며.
눈을 꼬옥- 감아버렸다.
그래, 이미 각오하고 왔어!
그래! 그래! 시준아, 고대로 날………… 덮쳐주려무나…….
제발……(!!!)
시준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눈을 감고 있어도 시준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후아후아….
지금 이 애는 날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눈을 뜨고 싶었지만 차마 그 용기까지는 나지 않는다…….
" 오늘따라 너무…도발적인데? "
시준이의 짙게 깔린 중저음 보이스가 방안에서 나즈막히 떠돌았고, 나는 시준이의 그 매력적인 음성에….
난 더 눈을 꼬오오옥 감아버리고 말았다.
시준이의 손이 내 이마의 앞머리를 살짝 만지더니 그대로 시준이의 손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너무나 부드러운 시준이의 손 감촉이 내 얼굴피부에 그대로 전해져온다….
두근두근두근.
이마를 지나 코로 점점 내려오더니 살짝 내 턱 주변을 맴도는 시준이의 손길.
으아아아……………………………………(!!!!)
이런 걸 바라고는 왔지만……저…정말 너무 미치겠잖아, 이거!!
아, 증말.
왜 이렇게 서두가 긴거야 ~ (?!)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 ……정말 매력적이야, 훗. "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시준이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여 들려져 왔고,
난 입가에 연하게 번지는 웃음을 애써 감추며 팔을 뻗어 시준이의 목을 감아안으려 했다…….
시준아…….
너도 날 받아주는거니…(!)
……그래그래, 너도 은근히……나를 원하고 있던 거였어, 흑.
요 녀석……….
" 너도 이런 반응 원하고 있었지? "
그래… 오늘은 우리 같이 멋진 밤을 보내자구………(!!)
…………………………………어?!!!!!!!!!!
데구르르르르르르르.
내 몸뚱아리가 굴르고 굴러 ~ 아싸 구르고 ! 으아! 잠깐 이게 아닌데……?!!
그대로……………
콰아아아앙.
" 아악!!!!! "
아……….
내 꼬…꼬리뼈어어어어…….
흐악…….
꼬리뼈에서 스믈스믈 밀려오는 그 잔잔한 고통…하지만 진하고 찡하게 퍼져오는 그 아픈 느낌.
아……내 꼬리뼈…아우…아퍼………(!!!!!)
꼬리뼈를 손으로 짚으며 눈을 떴다….
허어어억…………………….
뭐…뭐야(!!) 내가 언제 침대 밑으로 다이빙을 한거야?!
눈이 휘둥그레하게 변한 채 손으로는 열심히 꼬리뼈를 문지르며….
침대 위의 시준이를 올려보았다.
한 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시준이의 여유로운 미소가 내 눈앞에 펼쳐져왔고….
씨이….
…………실패한건가….
꼬리뼈의 잔잔하게 밀려오는 고통과 함께 쓰디 쓴 민망함까지 물결치듯 밀려온다.
악……(!) 민…민망해라….
씨이이….
아, 민망해, 민망해!!!!!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그렇게 그대로 땅바닥에 철푸덕 엎어져 있었다….
" 하여간 웃겨요, 하은새. 피식- 아 진짜! 푸하하하하! "
시준이는 방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릴만큼 호탕한 웃음을 시원스럽게 뿜어댔고,
나는 그 밑에서 울상만 지으며…………두 손으로 얼굴을 폭 - 가려버리고 말았다.
아씨, 쪽팔려……(!!!)
" 아우…진짜아아… "
혼자 나즈막히 안타까움의 소리를 내뱉고 벌게진 얼굴을 두 손으로 연신 문지르면서,
애꿎은 가운만 꼬옥 움켜잡았다.
" 설마 날 유혹하러 오려 했나? "
" ……………(;;) "
여전히 고개는 푹 숙인채.
붉어진 두 볼만 감싸쥐었다.
내 얼굴은 울상….
" 피식- 근데 어쩌냐, 애석하게도 니 유혹은 실패로 돌아간 거 같은데? "
" ……………………………(;;;) "
알어! 안다고! 이 자식아!
그러니까 그 쯤에서 스톱해둬!
악! 쪽팔려서! 더는 못 있겠어!
초민망으로 다리까지 후들후들 거렸고, 시준이가 뻥! 하니 밀어서 굴러떨어질 때 침대 모서리에 부딪친
꼬리뼈의 아픔이 더 알싸하게 밀려오는 나머지 쉽게 걸음을 뗄수가 없었다.
" 쿡쿡쿡…. "
웃겨 죽겠단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시준이.
저 여유로운 미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내 마음을 더더욱 크게 만들어버렸다!
꼬리뼈를 짚은 채 열심히 방문까지 걸어갔고 방문고리를 돌리며 나가려는 찰나.
들려오는 장난기어린 시준이의 목소리.
" 정말이지 엄청난 쇼킹이었다, 피식- "
" ………… "
후아후아.
얼른 나가자……(!!!)
저게 인제 저걸 꼬투리 잡고 날 놀리겠구나, 흑흑…….
" 아, 그리고 말야, 넌……………………………… "
쾅………(!!!!!!!!!)
시준이가 입술을 달싹이며 한마디 더 하려던 것을 듣기 전 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다….
후아후아….
또 무슨 소리 들으려고….
굳게 닫혀져있는 시준이 방문에 등을 기댄 채 나는 목욕 가운 자락만을 애꿎게 잡아 늘어뜨리다가,
다시한번 일파만파 밀려오는 민망함덕에…두 손으로 얼굴을 폭 가리고 방을 동동 굴렀다……!!!
" 아이씨……쪽팔려……!! 흐응…유시준, 나쁜 자식…내 마음 어떻게 그렇게도 몰라주냐, 아씨……!!! "
괜시리 울컥함에 발을 바닥에 감정을 실어 세게 내딛으며 쿵쾅쿵쾅.
내 방으로 들어왔다….
목욕가운을 휙 - 벗고 이 민망한 옷까지 벗고…….
분홍 돼지가 그러져 있는 하늘색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후우….
바닥에 널부러져 나뒹구는 민망한 이 속옷…(;) 을 집어들고 채시윤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그 속옷을 꽈아아아아악(!!)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흐으, 짜증나, 짜증나……(!!)
휘리릭.
그 속옷을 장롱에다 쳐박으며 콰당- 하고 장롱문을 거세게 닫았다.
에휴, 그래그래.
내 주제에 저런 야시시한 속옷이 어울리기야 하겠니…(!!)
그래, 하은새.
니가 무모한 도전이다 못해 미친 도전을 했던 거야….
몸매도 쭉방도 아닌게…흑흑.
괜히 미친 짓 했다가 요렇게 개쪽만 당하구…….
내가 다시는 이딴 거 입나 봐라!!!
그래 ~
몸매 끝내주지도 않는 이 하은새는 돼지 잠옷이나 입고 그냥 잠이나 자렵니다!!
흥……(!!!)
유시준……(!!!)
정말 매몰찬 놈……(!!)
어떻게 눈 하나 깜박 안하고 저렇게 여유로울 수 있지?!
그래도……그래도……나도 한 섹시했었는데…(퍽)
누가 콧대 높다고 안할까봐, 증말….
예라이, 이 콧대높은 자식아……(!!)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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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어…? 언제 들어온거니, 너. "
" 방금 왔어. "
오랜만에 방에서 침대 위에 앉아 열심히 독서를 하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에 오랜만에 겨우 가진
독서의 흥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시준이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내 침대에 살짝 걸터앉는다.
악, 두근두근.
이…이 자식….
스믈스믈.
스므믈스믈.
" 뭐…뭐야…(;) 너 왜 그래. "
" 너야 말로 왜 그래, 쿡. "
자꾸 날 살짝 밀치며 이불 안으로 스믈스믈 밀려들어오는 시준이.
으아아……(!!) 얘…얘 왜 이래……(!)
징그럽게.
안하던 짓은 왜 갑자기 하고 난리냐고!
그렇게하여 한 침대에 나란히 앉게 된 나와 시준이.
묘한 분위기가 철철철- 흐르는 이 상황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읽고 있던 책을 저 쪽으로 던져버렸다.
" 피식- "
시준이가 옅게 웃음을 내는 소리가 들려왔고 난 그런 시준이를 힐끗 돌아 쳐다보며,
두근두근 거리는 맘을 감추기 위해 이불끝을 살짝 잡고 시준이 곁에서 조금씩 조금씩 눈치를 보며 피했다.
스믈스믈 밀려오는 시준이와 달리 나는 시준이가 다가오는 만큼 스믈스믈 비켜물러나고 있었고,
그런 나를 살짝쿵 쳐다보며 내 손목을 잡아버리는 녀석.
다른 한 손으론 내 턱을 들어올리더니 자신의 얼굴과 밀착시킨다…(!!)
이 놈이 오늘 저녁에 상한 음식을 먹었나, 하는 꼬락서니가 왜…왜 이런다니(!)
…뭐………뭐 나야 싫진 않지만 갑자기 이러니까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들잖어…(!!)
" 오늘따라…못생긴 니 얼굴이 왜이리도 이뻐보인다냐- "
" …허어어어…(;) 너…너! 드디어 실성을 했구나!! "
두근두근두근.
손목은 잡혀있고 얼굴은 밀착되어있고 저 감미롭고 달콤한 말까지.
요 녀석……………………날 유혹하러 온 건가……?!!
자꾸만 다가오는 시준이 녀석을 한 손으로 스윽- 밀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내 턱을 잡고 있던 시준이의 손에 의해 고개는 다시 들려졌고….
" 널 그냥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도 난 너의 치명적인 유혹에 당하고 있다는 거…. '
" ………아…저… "
다가오지마.
다가오지마.
두근대는 내 가슴의 뜀박질이 너한테 들킬까봐 두려워, 그니깐 더이상 다가오지마.
" …날 유혹한 건 너야, 그니깐 넌 아무도 원망할 자격 없어. "
" ……야! 너 무슨 말………………………(!!!!!!) "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시준이의 따뜻한 입술이 내 입술을 강하게 짓눌러왔고,
그 달콤한 입술과 혀로 내 입술을 점차 점령하더니, 내 정신이 아찔해질만큼 잔뜩 혼미하게 해놓는 시준이….
정신을 감히 차릴수도 없을만큼 날 어지럽게 하는 녀석의 화려한 테크닉에 난 눈을 감아버렸다….
그냥……녀석이 이끄는데로……(;)
" ……사랑해. "
그리고선……………………….
19세 모드로 돌입해버렸고 우린 그렇게 서로의 장벽을 하나하나 허물어갔다……(?)
………………………
…………………
" 악!! 이제………그…그만… "
두 손을 뻗어 시준이 녀석을 팍 밀쳐내었다.
번떡(!!!!!!!!)
아…뭐…뭐지…(;?)
눈을 뜨니 익숙한 전통문양 천장이 내 눈에 쏟아져 들어올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에…엥……?
제기랄 ~
" 꿈이였어. "
그렇다…….
시준이와 함께 아름다운 밤(?) 을 보내고 있던 것은 죄다 모두 꿈이였다 이 말이여.
푸우우우우우우우-
갑자기 풍선 바람 빠지 듯 허탈감이 밀려오는 건 무엇인지….
아니, 것보다도……(!!)
으이이익. 아무리 꿈이여도 그러지! 어떠…떻게 그…그런짓을! 꺄악-
시…시준이하고………………(;)
도리도리도리도리.
빨개져서 이젠 금방이라도 녹아들 것 같이 변해버린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자꾸 민망하게 그 꿈은 무한재생되고 있었고……(!!)
푸욱.
그냥 이불을 푹 뒤집어 써버렸다….
으아악.
나 변녀인가봐 (!)
어떻게 그런 꿈을 꿨을까.
이…이런…(;) 평소에 그런 미친 생각은 한번도 한적 없었는데, 민망하게, 이씨-
아이, 몰라몰라몰라몰라 (!!!!!) (퍽)
그저 벌겋게 달아올른 얼굴을 감싸쥐고 어쩔줄을 모르는 한심한 한 미친 소녀의 모습이
방안에 덩그러니 놓아져 있었다.
벌컥.
" 빈궁마마! 어서 기침하시옵소서, 벌써 9시나 되었나이다. "
" 네?!!!!!!!! 9시요? 으아악! 학교!! "
김상궁의 충격적인 소식에………(!)
이불을 당장 걷어내고 씻으로 화장실로 튀어갔다.
" 저…마마…오늘은 휴업일이옵니다. "
" ………………… !!!!! 아, 맞다! "
그런 나를 황당하게 바라보는 김상궁을 뒤로하고, 애꿎은 내 머리통만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방안으로 걸어들어왔다.
" 마마! 빈궁마마… 아침문후 드리러 가는 거 잊으신것은 아니셨겠지요? "
" …………안 잊었으니까 걱정 마요, 김상궁! "
흐응.
김상궁 맨날 나보고 문후 드시러 가셔야지요 ~ 이러고, 흑흑.
이젠 지겨워 죽겠어, 문후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어, 흑흑.
하루에 2번이나 드리러 가고, 정말 왕실의 법도는 왜 이렇게 바른거야…(!?)
울상을 지으며 세수를 하고 참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었다.
오늘은 길게 그냥 머리를 틀어올리거나 묶지 않고 자연스럽게 길게 늘어뜨렸다.
세자빈 패션 디지아너 김은지 씨가 디자인 해준 퓨전개량한복을 입고 동궁빈궁전 문으로 나왔다.
" 아주 일찍도 온다? 하금새, 오늘도 어김없이 꾸중을 듣을 것 같다? "
허겁지겁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나오는데 아주 배배 꼬이고 꼬인 녀석의 심술난 목소리가 들려왔고,
휙- 녀석을 째려봐 주었다.
저 자슥이 증말……(!!!!!!!)
……………………아이, 어제 꿈 생각나서 시준이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겠어, 난 몰라 (!)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녀석 앞에 떡하니 서서 발꿈치를 들어 녀석과 엇비슷하게 눈높이를 맞춘 후
인상을 강하게 찡그려 주었다.
" 내 이름은 은새야, 은새! 금새가 뭐냐, 금새가……진짜 촌스럽게……중얼중…얼! "
시준이는 그런 날 보며 재밌다는 듯 픽- 웃더니 날 지나쳐서 먼저 앞장서더니,
교연전 쪽으로 향하고 있다.
나는 그런 녀석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가고…….
" (궁시렁궁시렁) 흥, 좀 다정하게 은새야 이렇게 불러주면 안되나…맨날! 야! 너, 이봐, 어이, 금새!
요러기만 하고……언제 내 이름 한번 다정하게 들어보나 ~ "
" 그만 궁시렁 대고 좀 빨리 쫓아오지 못하냐, 우리 금새- "
" ………뭐…무어라. "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온다, 후후후후후후.
저게 이제 날 아주 갖고 놀고 장난치는데 재미 들렸단 말야, 흑흑.
금새가 뭐냐고, 금새!!!!!
" 아, 진짜 촌스러워! 금새라고 한번만 더 부르기만 해봐, 콱- "
" 금새. 야, 한번 더 불렀는데 어떻게 할꺼냐? "
" 이…이이익! "
저 녀석이 정말……………(!!!!!!!)
내 염장을 아주 뒤집어 놓을라고 작정을 했고만 아주!
금새가 도대체 뉘 집 처녀 이름인데 그렇게 불러싸!
이씨, 금새란 이름이 그렇게 이쁘냐……?!
이 참에 나도 금새라고 이름을 개명할까? 그럼 맨날 시준이한테 이름 듣고 살텐데, 킬킬. (철없는 망상)
" 이 봐, 금새야. "
" 응……왜 불렀냐(!!!!!) "
그래, 니가 이제 나한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줬구나.
하.금.새.
그래 ~ 이제 금새가 너한텐 내 이름이 되었으니 대답하는 수 밖에.
시준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유유히 앞으로 걸어간다.
나를 전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장난기서린 말들, 금새금새- 요런 싹퉁머리 없는 말만 중얼중얼 거린다.
" 니가 금새냐? 나 너 안 불렀는데…… 왜 대답하고 그러냐? "
" ………………………(;;) "
" 푸…풉……. "
저 새키가 증말……………(!!)
요번엔 사람 무안주기냐………아우, 정말 ~
금새… 나한테 하는 말 아니였어? 아, 쪽팔려.
내가 아니래, 내가 ~ 흑흑흑.
기분 나쁘게 계속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기만 하는 얄미운 자슥.
" 이씨! 한번만 더 금새라 불러봐, 이 자식아……넌 그 날로 나한테 멍청이로 불린다! "
" ~ 맘대로. "
저 여유로운 자태.
으아아아아악!!!! 그래서 내가 더 열이 받는 것일지도 몰라………(!!!!!!!)
저 여우보다도 얄미운 시준이!! 완전 얄미워 죽겠네…….
왜 저래! 갑자기, 나한테 무슨 장난바람이 불었길래 아침부터 저 짓거리냐구요.
아무튼간.
교연전에 어느덧 다다랐고.
" 침수 평안히 드셨나이까, 아바마마, 어마마마. "
" 호오, 어서오세요, 우리 세자와 빈궁. "
가볍게 절을 올리고 국왕전하와 중전마마와 마주 앉았다.
후아, 국왕전하…점점 날이 갈수록 젊어지시는 것 같사옵니다.
중전마마… 정말 날이 갈수록 미모의 빛이 더 찬란해지시는군요(!)
" 우리 빈궁과 세자도 이제 19세가 될 날이 바로 코 앞입니다그려.
청유국 법에 따르면… 이제 세자와 빈궁도 성인이 아닙니까- "
" 아, 예…그렇사옵니다. "
으허허허!
그러네, 벌써.
이제 새해가 몇일 밖에 남지 않았다구.
으흐흐, 나도 이제 주민등록증을 받는 것인가……(!!) 곧.
" 그래서… 말인데. "
" 말씀하시옵소서. "
뜸들이시는 전하.
" 전하, 무얼 망설이십니까, 어서 이 기쁜소식을 세자내외에게 전해야지요. "
" 하하하, 알겠습니다, 중전. 내 잠시 세자내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했습니다, 하하하. "
" 어머, 전하도 참. "
…………저기………전하…중전마마…(;;)
앞에 있는 세자 내외 궁금해 죽겠사옵니다.
" 흠흠. 그래서 중전과 내가 상의하여 내린 결정이다. 이제 세자와 빈궁…합방을 해도 좋느니라. "
" ………네……!!!!!!!!!? "
아이고, 머리야.
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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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야, 이건! 말도 안돼! 말도 안됀다고!!!! "
고개를 세차게 도리도리.
눈을 꽉 감고 연신 이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미쳤어.
국왕전하, 중전마마! 어찌하여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셨사옵니까!
제가 좋아 할 줄 아셨사옵니까. (사실은 은근히 좋음)
'흠흠. 그래서 중전과 내가 상의하여 내린 결정이다. 이제 세자와 빈궁…합방을 해도 좋느니라.'
전하의 말씀이 그게 메아리쳐 귓가에서 진동대고 있었고…….
발그레 벌게져버린 두 뺨을 감싸쥐고 옆에 한가롭게 TV 를 보고 있던 시준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저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나봐!
TV 에 나오는 개그맨의 개그에 픽픽 웃고만 있는 저 한가로운 모습.
그에 비해 난 혼자 어쩔줄을 모르는 망아지…….
" 아씨, 진짜…… 말도 안돼~ "
" 아, 시끄럽게, 정말. 제대로 못 보겠잖아. 좀 조용히해. "
너도 생각이란 걸 조금만 해보려무나.
니가 전하 앞에서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 했어야지……!
잠시 아까 일을 회상해보자.
'세자는 어찌 생각 하는가, 이르면 이르다고 말을 하거라, 굳이 강요하진 않을테니.'
' ……아, 소자는 괜찮습니다. '
'흠, 그래. 허면 빈궁은 어찌 생각하는가?'
'아……저…저는!!!!!!!!!! 싫……아하하…저는 괜찮습니다! 전하!'
미쳤어, 미쳤었지.
내가 왜 우렁차게 괜찮다고 소리쳤을까!!!
유시준 얘가 먼저 싫다고 했으면 나도 싫다고 했을텐데.
저 녀석이 짖궂게도 냉큼 괜찮다고 대답 해버리는 바람에 내 의사는 묵살되버리고, 흑흑.
저 상황에 어떻게 싫다 그러냐고.
만약 싫다 했으면 나만 남편 사랑 안하는 몹쓸 빈궁으로 전하와 중전마마께 낙인 찍히는 것 이잖아.
그럼 난 밉상으로 찍히고 잘하면 폐서인……(;;)의 꼴 까지 당하게 되잖아?
" 야! 니가 싫다고 했어야지! 내가 소자는 괜찮습니다! 요 따위 막말을 하니까 나도 어쩔수가 없었잖아! "
내 말에 보던 TV 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나를 힐끗 쳐다보는 녀석.
윽.
" 내가 왜 싫다고 해야되는데? "
허어어어.
지금 우리 뭐하자는 플레이?
저 당당하고 한 치의 표정 변화 없는 뻔뻔함.
" 왜 싫다니!! 후아후아……야! 하…합방…(;) 이 말이 돼?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
" 안 되긴 뭐가 안 되. "
녀석의 말에 나는 한층 더 얼굴이 붉어져 버렸고 씩씩대며 녀석을 흘겨 보았다.
" 생각을 해 봐! 무조건 된다 하지 말고! 하…합방하면 니랑 나랑 같이 자야 되잖아!!!!(꽥-) "
아이고야.
쪽스러워 미치겠구나아아아.
내 입으로 이런 말 까지 해야겠냐고.
" 푸풉…푸하하…!! "
갑자기 호탕하게 푸하하하하 하고 웃어제끼는 녀석.
쟤 왜 저래?
" 뭘 웃어! 지금 심각하잖아, 나는! "
" 너 진짜 웃긴다. 푸하하! 아 나 진짜 금새 때문에 웃겨서 미치겠다, 푸하하하. "
숨 넘어갈 듯 배를 감싸쥐고 한동안 죽겠다는 듯 웃어버리는 녀석.
뭐가 웃기다는 건지………(!!!)
난 지금 심각하단 말야! 밤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을 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순간이라고.
" 이 봐. 이제 와서 싫다고 따져도 아바마마하고 어마마마가 흔쾌히 승낙이라도 해주실까? "
" …그…그건… "
" 그렇지? 그니깐 우리 금새 오늘 밤에는 저번처럼 어색하게 날 유혹 할 생각은 접어두고 좀 더 제대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대책이나 강구하고 있어라, 알았냐? 그럼 기대할게, 쿡쿡- "
휘적휘적.
짖궂게도 얼굴에 얄미운 미소만 가득가득 지으며 날 지그시 쳐다보더니 동궁빈궁전을 나가버리는 시준이.
뜨아아아.
저… 저 자식이!! 저번 일 가지고 계속 트집 잡으며 날 놀려 먹고 있잖아, 아윽.
쪽팔려, 쪽팔려어어어어어…….
" 야!!!! 너 어디가!!! "
쾅.
내 질문은 깡그리 무시하고 거세게 닫쳐버린 야속한 문.
후우우우.
악! 쪽팔려!
그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은 왜 꺼내가지고! 날 이리도 민망하게 만드냐고, 후우우.
그 날 밤.
내 방의 베개를 꼬옥 감싸안고 녀석의 방으로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라는 갈등 속에서….
나는 고뇌 삼매경에 빠져있었고, 고민을 하면 할 수록 더더욱 심히 콩닥거리는 나의 망할 심장.
솔직히 속으로 이런 거 꿈 꿔왔잖아? 그냥 눈 딱 감고 녀석의 방에 가서 철판 깔고 잘까?
흐으으으음……….
벌컥.
" 빈궁마마, 쇤네 김상궁 이옵니다. "
" 어…응? 김상궁! "
내게 씨익 웃으며 다가오는 김상궁.
" 베개를 꼭 안고 왜 방 안에서 안절부절 못하시옵니까, 마마. "
" 아 저…아무것도 아니에요! "
지금 녀석의 방에 가야돼, 말아야돼요? 이러면 난 완전 죽음 이겠구나.
나의 구겨진 얼굴을 바라보며 쿡쿡-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는 김상궁.
왜 저러지, 김상궁!
" 왜 그래, 김상궁? 뭐가 그렇게 웃겨요? "
김상궁은 주저앉은 나의 팔을 잡아 올리며 밖으로 이끈다.
" 마마도 참~ "
" …………… "
그렇게 날 거실로 이끌고 나온 김상궁.
흐음, 여기서 뭐하자는 건지.
" 빈궁마마, 잠시만 기다리시옵소서! "
" 왜요? "
" 곧 오겠사옵니다, 잠시만요! "
흐음.
그렇게 김상궁은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고.
난 베개를 꼬옥 품에 안은 채 거실에서 김상궁을 기다렸다.
그렇게 십 분 후.
아니!!! 이 싸람이 ~ 지금 기다리라 해놓고 어딜 간 거야!!(꽥-)
빈궁마마를 기다리게 하다니, 흐음(;)
그렇게 어둠 속에서 궁상 맞게 쇼파에 앉아(;) 김상궁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상궁!! 오기만 해봐! 나한테 혼날 줄 알어!
벌컥.
" 흐음…너 여기서 뭐하냐. "
어두운 거실에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오더니 모습을 드러내는 시준이.
살짝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나오는데 와……진짜 귀엽다! 꺅. (;)
" 아…응?! 나 김상궁 기다리고 있는데. "
" 김상궁? "
" 응. "
시준이가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더니 날 쳐다보며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 김상궁 오늘 궁 밖에 일 있어서 어마마마한테 명 받고 나갔을텐데……? "
" 뭐?!!!!!!!!!! "
그만 너무 흥분해서 들고 있던 베개를 땅에 떨어뜨리고 쇼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후아아! 김상궁! 감히 날 속이다니, 흑흑.
10분 있다 온다며! 어디서 나한테 거짓말을!
" 왜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
" 아……김상궁 10분 있다가 온다고 했는데! "
" ……쯧쯧, 불쌍한 금새. "
" 시끄러!!!!! (꽥-) "
시준이가 부엌으로 걸어가더니 물 한 컵을 벌컥 마신다.
후우.
김상궁! 그럼………
" 시준아, 그럼 오늘 김상궁 언제 와? "
" 김상궁, 오늘 안 올텐데. "
" 뭐?!!!!!!!! "
아니, 이런.
그럼 오늘 이 동궁빈궁전에 나하고 녀석 단 둘 뿐 이라는 것인가?
" 푸하하,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웃겨서 미치겠다. 너 거울가서 니 표정 한번 봐봐, 푸하하하하~. "
" 이씨……. "
저 자식은 날 못 놀려먹어서 아주 안달이 났어요, 났어!
" 오늘은 일찍 자, 내일 학교 가야되니까, 알겠냐? 김상궁도 없는데 너 인제 어떻게 일어나냐..? "
" 내가 알아서 다 일어나니까 걱정 마! "
"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잖아? 너 그냥 오늘 내 방에 와서 자지 그래, 피식- "
" 허……어얼(!) 아…아니야, 됐어! 그…그럼……난 이만. "
베개를 다시 들고 재빨리 내 방으로 걸어왔다.
후우우우.
저 앙큼한 자식!(;;)
" 피식- 내일 늦지 않게 일찍 일어나라. "
그렇게…….
시준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듣고 난 방문을 철컥 닫아버렸다.
내일은 축제 마지막날.
내일은 아마 시은이의 고백이 있겠지, 하월이를 향한 고백.
왜 내가 다 떨리는 걸까! 잘 됬으면 좋겠다.
두근두근 대는 맘을 감싸안고 이불을 푹 뒤집어쓰며 그렇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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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놈의 축제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거야, 정말! "
" 오늘이 마지막 날이잖냐, 지가 하는게 뭐가 있다고. "
" 뭐? 나도 엄연히 사회자라고! "
" 말만 사회자지, 하는 건 별로 없는 주제에. "
" 웃기네! 니가 내 대사까지 다 가로채서 하니까 내가 할 말이 없잖아! "
" 시끄러, 하여간 한마디도 안 지려 하네. "
부릉부릉.
상쾌하고 유쾌한 학교 가는 길에 아침부터 시준이와 티격태격.
솔직히 정말 억울하다! 난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 은새야, 왔구나 ~ 너 기다리고 있었어! "
다가오자마자 상큼한 과일향이 화악- 풍기는 이쁜 시은이.
" 응, 안녕~ 나? 왜 기다렸는데? "
" 으휴! 알면서! 묻긴! 잠깐 이리와봐~ "
" 어…어? "
시은이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는데 볼멘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하는 시준이.
" 유시은, 오라버니는 안 보이냐? "
시준이 자식!
사소한것에 지금 삐져있다, 크크큭.
시은이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홱 한번 돌리더니 손짓을 한번 크게 해준다.
" 어어! 안녕! 유시준!! "
" 아, 정말 저게……! "
뒤이어 들리는 시준이의 퉁명스런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만,
개념치않고 날 끌고가는 시은이.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학교 뒤 등나무 교실.
털썩 앉더니 얼굴부터 감싸쥐는 시은이.
" 아아아! 드디어 오늘이 오고야 말았어! 어떻게! 은새야~ 나 너무 떨려…. "
날 붙잡고 흔들흔들하며 벌게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바쁘게 하는 시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렇게 생각만 해도 얼굴부터 벌게지며 어쩔줄 모를정도로 좋아하는데….
" 잘 될거야, 하월이는 착하잖아? 흐흐. "
" 그래도…… 솔직히 내가 하월이 좋아하는 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어. "
" 안되긴 뭐가 안돼…! "
시은이는 정말 힘들어보였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작게 힘없이 말하는 시은이.
" ………우린 한가족이잖어, 어떻게 남매가 사랑을 해.. "
응어리지고 응어리진 이 말이 나오기까지 힘들게 쥐어짜는듯…
슬프게 들려온다.
그런 시은이에게 난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
그냥 말없이 시은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터벅터벅.
터벅터버버벅.
" 시은아……. "
" ……흑…으흑…. "
짝사랑은 힘든 거구나.
더더욱이 이렇게 힘든 사랑은….
" 어…? 은새하고 시은이잖아? 니네 여기서 뭐해? "
벌떡.
이 목소린…….
" 어……? 유시은, 너…왜…. "
" ……어? 하월이구나! 응? 내가 뭐? "
눈물을 급히 닦으며 벌떡 일어서는 시은이.
그리고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연신 매만지며 환하게 미소짓는다.
정말……안쓰러워 미치겠구나.
" ……아니야, 그건 그렇고 너네 둘이 여기서 뭐해? "
시은이는 뒤돌아서서 하월이가 안보게 눈물을 닦고 있었고.
하월이가 내게로 시선을 쏟더니 묻는다.
" 아, 할 얘기가 있어서 잠깐 나온거야~ 이제 곧 들어가야지, 축제 시작하니까. "
" 그래, 그럼 좀있다보자. "
하월이는 살짝 웃으며 강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았고,
물끄러미 하월이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는 시은이는 씁슬한 미소를 아련히 짓는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발그레-
" 봤다고 좋아하긴………. "
답답한 마음에 시은이에게 툭- 하고 말을 건넸고 시은이는 입을 빼죽 내밀며
날 장난스럽게 흘겨보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 보기만 해도 좋은 걸 어떡해……. "
응….
그건 내가 알어.
시준이 볼때마다 나도 그렇거든, 후후.
시준이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있을 때.
" 잠시후에 대망의 마지막 축제가 시작 할 예정이오니 아직 교실에 있는 학생 여러분들은 속히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시준이의 목소리.
아……아! 얼른 가야지, 여기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시은이와 나는 발걸음을 급히 옮기며 강당으로 향했다.
말없이 강당으로 들어가는 시은이의 어깨를 살짝 잡아주며….
" 힘내, 시은아, 잘 될거야. "
작게나마….
하지만 이 말 밖에 해줄 수 없는 내 처지를 야속해하며 응원의 구호를 넣어주었다.
시은이의 고백을 과연 하월이가 받아줄지가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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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소설
퓨 전
※[퓨전사극] - ‘콧 대´ 높은 세자저하 유혹 하기、64~68
플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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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17 12:0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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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 은새의 유혹.. 참.. 재밌습니다..
너무 재밋읍니다 ㅇ0ㅇ@!!
아 ㅠ 너무 재밌어요 ! 꼬릿말 올려요 ㅋㅋ 3빠군요 -- ;; 시준이가 좋은데 너무 미워요 ㅠㅠ !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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